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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선견자와 엘리트 My Elitism

들어가며...
 이전의 글에서 본인은 네가지 애플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파워북, MBP, 아이폰, 그리고 아이패드) 물론, 소프트웨어를 포함하면 종류가 더 많아집니다. 이 중에서 앞서 말한 두개, 특히 파워북,는 다수 Majority에 대응하는 소수 minority의 전형을 보여주고, 뒤의 두개는 대량소비 Mass-consumption에 대응하는 얼리어댑터에 해당하는 제품입니다. 아이폰의 경우 벌써 대량소비의 단계로 이어졌지만, 적어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얼리어댑터의 단계로 보입니다. 60만의 아이폰 유저가 있다지만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1.5%, 아니 핸드폰 사용자의 2~3%밖에 차지 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얼리어댑터 제품으로 다룰 수 있을 것같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국내에서 애플 제품을 사용한다는 것은 큰 부분 (편의)를 버리는 일입니다. 대부분의 웹사이트들이 MS의 IE에 최적화되어있고, 또 요즘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웹사이트에 올라온 동영상의 75%가 플래쉬기반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애플의 사파리에서도 플래쉬 플러그인이 존재하고, 대부분의 동영상들을 제대로 볼 수가 있습니다. 어쨌던 국내의 대부분의 웹사이트들은 리눅스나 맥오스, 또는 파이어팍스나 사파리, 크롬 등보다는 MS윈도우즈와 IE에 최적화를 두고 제작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가 없고, 그런 측면에서 애플 사용자 아니면 리눅스 사용자 등의 마이너들은 여러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메이저를 포기하고 마이너를 선택하면서부터 감내해야했던 부분이니 더이상 불평불만을 터뜨릴 내용은 아닌 것같습니다. 그리고, 얼리어댑터의 측면에서도 앞의 마이너가 겪는 비슷한 종류의 어려움들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좀더 본격적으로 들어가서, 전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용중입니다. 아직 국내에 스마트폰 사용작 150만명을 하회하는 가운데 국내의 그 누구보다 먼저 모바일 웹/앱이 혜택을 누리고 있는 사용자입니다. 그리고, 아직 국내에 아이패드는 수백개의 유닛만 들어왔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그 중에 한 기기를 제가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얼리어댑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현재 형국으로는 의도치않게 얼리어댑터가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아이패드를 받기 전에, 회사에서 체험용 아이패드가 몇대 있었습니다. (몇일 사이였지만) 저희 검색본부의 본부장님께서 그 체험용 기기중에 하나를 집에 가져가셔서 사용을 하고, 야머 또는 트위터에 글을 올렸습니다. 국내의 웹환경, 특히 검색,에서 모든 링크들이 새창/탭으로 연결됩니다. 그런데 아이패드에서도 링크들이 새창으로 뜨니 불편하다는 글이었습니다. PC와 달리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는 전체창으로 브라우저가 오픈이 되는데, 새글이 새창에 노출되면 글을 다 읽은 후에 새창을 닫고 원래 글로 돌아가는 구조가 불편하다는 것입니다. 이것보다는 현재창에서 새글이 노출되고, '창닫기'가 아니라 '뒤로가기' 버튼을 클릭해서 원문으로 돌아가는 구조가 더 편하다는 말입니다. 제가 아이패드를 받기 하루이틀 전에 올리신 글인데, 저도 체험이 아닌 직접 사용하면서 비슷한 불편을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사내 야머에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고, 현재 PC 환경에 최적화된 새창열기가 아니라 모바일환경에 맞게 현재창열기가 디폴트가 되어야 한다는 글을 적었습니다. (물론, 모바일만을 위한 페이지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 현재창에 새로운 글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에 글을 적은 의도는 아이패드를 포함한 모바일기기, 더 정확히 말하면 터치 기반의 기기에서 접속한 사용자들에게는 새창이 아닌 현재창 열기가 기본이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이런 것도 어렵다면 적어도 두가지 옵션을 동시에 화면에서 보여줘야한다는 취지의 글입니다. 이 글에 바로, 그런 불편을 충분히 공감을 하지만, 당장 투입해야할 리소스 문제 등으로 쉽게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다양한 서비스들을 동시에 기획, 개발, 운영하는 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언제나 리스스 관리 문제에 부딪히고 있고, 그런 반응은 지극히 정상적입니다. (이는 포털 이용자들이 왜 포털회사에 CS를 넣었는데도 바로 반응하지 않느냐?에 대한 일종의 변명입니다. 외부에서 보시기에 인터넷 회사들이 참 느리게 대응하는 것같지만, 내부에서 봤을 때도 느리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다른 리소스 또는 우선순위 문제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는 이중의 어려움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 요는 아이패드를 사용하면서, 회사의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불편함을 느껴서 개선하자고 제안을 했지만 당장은 리소스 문제와 어느 것이 최적이냐?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없기 때문에 좀더 연구해보자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저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느끼는 불편을 과연 몇명이 느끼고 공감을 하고 있을까?입니다. 한국에서 아이폰 사용자 60만명 또는 스마타폰사용자 150만명은 핸드폰 사용자를 3000만명으로 가정해도 5%에도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더 나아가 PC에서 웹을 사용하는 인구 (유아와 노인을 제외하고) 4000만명의 3~4%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현재의 스마트폰이 이럴진대, 국내에 겨우 수백대 들어온 아이패드 사용자들이 저와 같은 불편을 겪고 공감하겠지만, 전체의 90%이상의 사용자들은 저의 불편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제가 나름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서 여러 서비스들을 사용해보면서 불편한 점을 리포팅하고 개선점들을 제안을 하는 등의 나름 열혈 사용자인양 행세를 했지만, 제가 90%이상의 웹사용자들 - 대중 - 을 대표할 수가 없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대중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 능력/자격을 상실했다'라고 트윗했습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엘리트 제품을 사용하면서 제가 불편을 경험하고 개선점을 말해줘도 그 모든 것이 개선되더라도 저와 다른 환경의 90%이상의 대중들은 뭐가 바뀌었는지도 전혀 논치채지도 못할 것이고, 어떤 경우는 저의 제안때문에 변경된 또는 추가된 기능 때문에 더 큰 불편을 겪을 수가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중이 아닌 소수가 되어버린 저의 경험이 대중의 경험을 향상시줄 수 있을까요?

 엘리트가 된다는 것만을 생각하면서 이제까지 달려왔습니다. 남들보다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대우를 받고... 무조건 남들보다 좋은 그런 환경과 지위를 누리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양 살아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남들보다 더 높은 자리에서 과연 아래를 내려다 볼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중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야하는 입장에 있으면서, 대중이 경험하는 것이 아닌 소수의 엘리트들만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을 경험하면서 이게 대중을 위한 서비스다라는 말을 할 수가 있을까?라는 의문에 빠지게 됩니다. 엘리트제품을 사용한다고 해서 제가 스티브 잡스와 같이 선구자/선견자 Visionary가 될 수가 없습니다. 단지, 엘리트주의에 빠져서 대중과 동떨어진 허상만을 쫓을 뿐입니다. 혼자서는 선견자인양 대중을 설득했지만, 대중의 필요와 요구는 철저히 외면한 소위 엘리트주의에 빠진 나르시스트가 되어버렸습니다. 과연 엘리트주의자들이 만인을 위한 서비스,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요?

 잘 아시다시피, 다음커뮤니케이션은 (거의) 전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한 회사입니다. 모바일을 먼저 경험해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보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다음의 직원 1000명이 스마트폰을 열혈적으로 사용해보고 여러 불편을 느끼고 또 수많은 서비스들을 개선했다고 치더라, 여전히 모바일과 동떨어져 지내는 95%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특히 다음의 사용자들에게, 무슨 가치와 효용을 줄 수가 있을까요? 남들보다 먼저 출발해서 길을 닦아놓겠다고 했지만, 대중이 가기를 꺼려하는 길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회의감도 듭니다. 실제 대중은 자신들이 근원적으로 필요하고 원하는 경우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설문조사라거나 심층인터뷰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애플의 경우는 그런 일반 방법론을 취하지 않고서 혁신적이고 사용자들이 갖고 싶어하는 제품을 만들어 냅니다. 그런 알려진 단면만을 보고서, 우리같은 일반인/회사들도 비슷한 식으로 대응을 한다면 더 큰 문제와 혼란만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의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고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것도 어쩌면 비슷한 오류에 빠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바일이 미래가 아니다'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바일이 우리 일부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빨리 현재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점을 말합니다. 일부 엘리트들이 경험하는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을 대중들은 미래에 경험할 수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얼리어댑터, 엘리트들이 지나친 설레발은 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엘리트주의에 빠져서 대중의 '보이는' 니즈와 요구를 제대로 파악을 못하는 것은 더 위험에 빠질 수가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니즈와 요구는 어떡하지?) 지금 많은 회사들이 스마트폰을 직원들에게 지급하고, 아이패드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어쩌면 이들이 자신들만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다음이 아이폰에 발빠르게 대응한 것은 칭찬받을 만하지만, 다음 직원들만이 느끼고 경험하는 그런 서비스를 만들어내놓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나를 위한 서비스의 기획, 개발이 아닌 너를 위한 서비스의 기획, 개발이 되어야 하는데, 나와 네가 처한 환경이 다르다라는 것을 너무 쉽게 잊어버리지는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늘 신중해야 합니다. 내가 선견자가 될 수도 있지만, 아집에 빠진 우물안 엘리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실패한 엘리트 대문에 성공하는 대중이 탄생이 된다면 제가 가장 먼저 실패한 엘리트가 되어서 나쁜예를 보여주겠습니다.

... 여전히 논리가 부족한 글.. 처음 적고 싶었던 냉철함이 사라진 어리버리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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