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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언어는 하나인데 말이 다르다.

 지난 밤에 안타까운 뉴스가 있었습니다. 백령도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이 배의 후미에 폭발과 함께 가라앉았다고 합니다. 104명이 승선해있었는데, 현재까지는 58명만 구조되었다고 합니다. 정확한 사고원인이나 피해정도 등은 아직도 잘 모르는 상태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낡이 밝으면 알려지겠지만,... 그런데, 합참의 공식발표문을 보고 너무 안타깝습니다. 같은 나라에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데,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문연구요원으로 4주 군사훈련을 받은 것이 전부지만, 4주 동안 느꼈던 그들만의 용어에 대해서도 치를 떨었는데, 군 내부가 아닌 외부인들에게도 그들만의 언어로 발표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다음은 합참의 공식발표문의 일부입니다.
3월 26일 오후 9시 45분께 백령도 서남방 해상에서 임무수행 중이던 아 함정의 선저가 원인미상으로 파공되어 침몰중에 있다.
전체 맥락에서 보면 큰 어려운 문장은 아니지만, 우리 일상에서 사용하는 용어와는 많이 다르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남서쪽'이라고 말해도 되는 것을 '서남방'이라하고, '우리 함정 (해군)'정도로 말하면 될 것을 '아 함정', 그리고 '원인을 알 수 없는'을 '원인미상', '구멍이 생겨'로 표현하면 되는 것을 '파공'되었다라고 부릅니다. (그 외에도, 해상 > 바다, 선저 > 배/함정 바닥 등) 일상생활에서 '원인미상'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아니 전혀 사용하지 않는 이런 단어들입니다. 이런 상황이니, 다음검색에서 실시간이슈로 '파공'이라는 단어가 올라왔습니다. 분명 같은 나라에서 같은 한글을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의 일상과 동떨어진 언어체계를 가진 현재의 군은 참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4주 훈련중에도, '내일'을 '명일' 또는 '손에 쥐다'를 '파지'하다 등과 같은 한자어들을 일상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치를 떨었는데 오늘 발표문은 참으로 군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백미를 보여주는 것같습니다.

 물론, 군에서 오랫동안 사용하던 용어를 바로 바꾸는 것은 여러 작전 체계상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그들만의 준비된 명령어체계나 용어를 정의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입니다. 가능한 짧게 줄여서 표현, 전달하는 것이 시간을 다루는 군에서는 아주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합참의 발표문은 군 내부의 소통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언론사 기자들과 국민들을 대상으로, 지난 밤의 사고 상황을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렇다면, 그들 (군)의 용어로 설명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용어로 표현/설명했어야 했습니다. 이런 이상한 언어체계에 수십년간 노출되어 습관이 되어버린 군 당국자들의 모습이 먼저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대화의 기술에서 '나'가 아닌 '너'를 배려하는 방식으로 훈련/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라나는 우리의 교육 현실도 안타깝습니다. (저도 말을 조리있게하고, 대화를 잘 풀어나가지는 못합니다.)

 대화는 나의 생각을 너의 방식으로 전달하고, 너의 생각을 나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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