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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혁신을 어떻게 볼 것인가? ReThinking Innovation.

 지난 밤에 좀 자극을 주는 트윗을 했다. 상대 기업의 CSO의 말을 좀 깐다는 것은 어떻게 보더라도 그렇게 정당해보이지 않는다. 비슷한 위치에 있는 사람도 아닌, 일개 데이터나 분석하는 엔지니어가 한국의 인터넷 공룡 기업의 수장을 지난 이의 발언을 비판하다니... 좀 억울할지도 모르겠지만, 트윗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가장 효과를 주는 방법으로 트윗하는 것은 짧지만 자극적으로 글을 적는 것.. 여러 모로 해명이 필요할지도 몰라서 그동안 틈틈이 읽고 생각했던 혁신 Innovation에 대한 단편 괘변들을 늘어놓으려 합니다. (참고트윗 http://twitter.com/falnlov/status/8814582622 과 이 트윗의 계기가 된 글 http://limwonki.com/326 & 327, 고백하자면 이상의 블로그 포스팅을 꼼꼼히 읽어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오해했는 부분도 있을 듯합니다.) 

 제가 뭐 혁신의 전문가도 아니지만, 그래도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혁신 Innovation이나 창조성 Creativity 등의 글을 보면 가능하면 참조하고, 여러 책들을 통해서 단편 지식은 많이 모았다고 생각합니다. 혁신에 대한 다양한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생각하는 동물로써 나름의 개똥철학을 바탕으로 글을 적는 것입니다. 그리고 (혁신) 전문가가 아니기에 생각하고 적을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논리에 맞지 않거나 비약이 심할 수도 있고 아니면 전혀 엉뚱한 헛소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틀린 부분이 있다면 틀렸다고 말해주시고 또 왜 틀렸는지도 말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제 시작합니다. 늘 그렇듯이 생각나는 대로 마음대로 글을 전개할 것입니다. ('혁신의 종류가 한가지다'라는 명제를 가지고 쓰는 글은 당연히 아닙니다.)

 <가위 바위 보> 이론
 마티 뉴마이어의 책 <ZAG>에 보면 재미있는 이론(?)이 나온다. 바로 '가위 바위 보' 이론이다. 가위바위보에 대해서는 모르시는 분이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의견충돌이 발생하면 최후에 선택하는 그 전설의 해결책인 '가위바위보'.. 그런데 가위바위보가 오랬동안 사용되는데는 서로 간의 물고물리는 역학관계 때문입니다. 가위는 보자기를 이기지만, 바위/주먹 앞에서 꼼짝 못합니다. 가위를 쉽게 제압한 바위는 보자기에 쌓이면 힘을 못 씁니다. 또 그런 보자기는 가위에 의해서 잘기잘기 쪼개어집니다. 이 세가지 특성이 (혁신) 기업의 발전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마티 뉴마이어는 설명합니다. 가위는 바로 신기술로 시장에 진입하는 신생기업들입니다. 가위의 특징이 뾰죡함이듯이 이런 신생기업들은 기존의 기업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또는 이미 상실한) 날렵하고 날카로움 (Cutting-Edge)을 무기로 삼습니다. 즉, 가위의 생존전략은 '속도'입니다. 그런데 이런 가위기업들이 처음 가졌던 혁신기술들만으로는 생존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시점에 외부로부터 새로운 자금이 유입되고 다양한 분야의 인력들이 충원되어서 도약을 위한 힘을 키우게 되고, 결국 바위기업이 됩니다. 한번 움직인 물체들이 계속 움직이듯이 이런 중견 바위기업들의 특징은 관성입니다. 처음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패기가 자금, 인력, 조직, 프로세스를 만나면서 치고나가는 것입니다. 가위기업들이 가지지 못한 다양한 운영경험과 자원을 바탕으로 가위기업을 누를 수 있는 것이 바로 바위기업입니다. 그런데, 이런 바위기업이 계속 성장하고 사업을 확장하다보면 어느 순간 보자기기업이 됩니다. 보자기기업의 특징은 바로 규모입니다. 큰 덩치로 바위기업이 만들어둔 시장을 장악해나가는 것이 보자기기업들입니다. 그러나 자연의 이치는 덩치는 속도에 취약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cutting-edge를 가진 가위기업/기술들이 등장하면 보자기기업은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가위는 파괴혁신을 대표하고, 보자기는 존속혁신을 대표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제가 이해진님의 강연내용을 읽으면서 'NHN은 보자기기업이다'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는가요?

 고객... 고객은 혁신의 시작이지만 끝은 아니다.
 기업 또는 혁신에 있어서 고객 Customer를 어떻게 정의해야할지 참 난감합니다. '이익창출'이 실질적인 기업의 존재이유지만, 좀더 고상하게 말하면 '고객만족'이 기업의 존재이유일 것이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되는 것이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Customer-driven Innovation이라는 말이 있듯이, 고객은 기업혁신의 시작이다. 분명 혁신의 시작은 고객이다. 그런데 고객이 혁신을 말해주지않는다. 혁신의 가장 쉬운 방법이 고객을 잘 관찰해서 그들이 필요한 욕구 및 니즈를 찾아내서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혁신방법은 존속혁신에 거칠 가능성이 높다. 일반 제품 및 프로세스에 대한 평가를 위해서는 포커스 그룹 및 심층인터뷰가 효과를 발휘하지만, 이제껏 보지 못한 (아니, 상상도 못한) 제품이나 프로세스에 관한 심층인터뷰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역사가 증명한다. 진화는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지만, 혁신은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다. 사용자를 관찰하면 사용자의 필요는 발견할 수 있지만 사용자의 욕구는 발견하기 힘들다. 이쯤에서 '애플'을 예로 들지 않을 수가 없다. 항상 애플에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면 왈가왈부를 하는데 (제품의 성패여부를 떠나서), 애플이 잘 하는 것은 단지 사용자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것뿐만 아니라 잠재된 사용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애플은 사용자의 표면 필요는 충족시켜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금 논쟁의 중심에 있는 아이패드만 해도 그렇다. 사용자의 필요 또는 기대는 웹캠, 멀티터치,... 등이지만, 잡스는 그런 것들을 단호히 버렸다. 잡스가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다. 왜 그런 결단을 내렸을까?를 곱씹어보지 않고 보이는 제품으로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애플이 항상 옳다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의 니즈 이상을 생각하는 것이 혁신의 길이다라는 것이다. 물론, 아이패드라는 제품이 대실패로 끝날지도 모른다. 이미 큐브를 보았으니... 보이지 않는 욕구를 제품으로 만들다보면 대성공하기도 하고 대실패하기도 한다. 대성공했을 때는 혁신이고 대실패했을 때는 혁신이 아니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혁신을 잘못 보는 것이다. 혁신의 결과로 수익을 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제품의 성패는 혁신의 부수물이지, 혁신 그 자체는 아니다.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들은 항상 고객의 불평이나 니즈를 충족시켜줘야 한다. 그러나 그 너머에 있는 새로운 영역도 함께 개척해야 한다. 그래서, 고객은 혁신의 시작이지만 끝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니다보면 길이 생긴다. 그러나 그 길을 먼저 눈앞에 그려라.
 앞서 말한 '고객지향혁신'의 내용과 연결되어있다. 지금은 길이 없지만 사람들 한두명이 가다보면 자연스럽게 길이 생긴다. 어떤 대학에 새로운 길을 만들 때, 그냥 학생들이 어떤 길로 다니는지를 한동안 관찰하다가 새롭게 생긴 궤적을 따라서 길을 만들었다라는 일화가 있다. (누구의 어떤 대학교의 일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에서 자주 언급되었던 것같다.) 이미 누구나 보는 길을 반듯하게 닦는 것은 MB의 방식이지, 혁신가의 길이 아니다. 넓은 잔디밭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세우고 길을 그려보는 것이 혁신가의 일이다. 아니, 왜 굳이 길을 내려고 하는가? 평면의 길 대신 구름다리를 만들거나 텔레포틀르 만드는 것이 혁신가에게 더 맞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존재하는 길도 없애버리는 것이 혁신가의 결단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다보면 길이 생긴다. 그러나 그곳을 거쳐간 첫 사람이 되는 것이 혁신가다.

 존속은 숙명이지만 혁신은 삶이다.
 실질적 기업의 존재 이유를 이익창출이다고 하였다. 이익창출은 기업존속의 필요조건이다. 그렇다. 기업은 항상 존속해야 한다. 존속은 기업의 숙명이다. 그러나 존속하는 기업은 영원히 존속할 수가 없다. 논리적 모순이 아니라 역사가 가르쳐준 파라독스다. 존속이 목적이었던 기업들이 존속할 수가 없었다는 점을, 미래의 역사책에도 남기고 싶지가 않다. 존속은 기업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숙명이란 단지 시간이 흐르면 내 앞에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숙명을 기다리는 최고의 방법은 그곳으로 먼저 힘차게 달려가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은 존속하기 위해서는 변화해야 한다. 변화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 숙명처럼 다가온 미래의 내 모습이 여전히 살아있다면 혁신해야 한다. 매일매일 새롭게 되지 않는다면 죽음이라는 새로운 숙명에 다다르고 말 것이다.

 냉장고를 채워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려라.
 강연 중에 냉장고를 예로 들었다. 다양한 음료들을 채워넣고 가장 먼저 없어지는 것을 찾아서 더 많이 채워넣어라는 메시지다. 앞서 말한 고객지향혁신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냉장고를 채워넣어야 한다는 그런 고정관념부터 버리는 것이 혁신이다. 어떻게 냉장고를 채워넣을 것인가?가 Big Question이 아니다. 어쩌면, 냉장고의 필요성부터 자문해봐야 한다. 냉장고는 음식을 오래 동안 신선하게 보관해주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인간들은 가장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냉장고를 채워넣는 방식 HOW에 집착하느라 냉장고의 원래 목적 WHAT을 잃어버리면 그게 혁신인지 다시 묻고 싶다. 혁신은 What이 아니라 How라고 했던가? How Innovation이 What Innovation없이도 가능했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What은 고민하지 않고, 주어진 길에서 How만 생각하면 되었던 기업의 또 다른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처한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혁신이 How였다라는 결론을 내렸다면 제가 옆에서 왈가왈부하고 싶지가 않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려면 먼저 What부터 제시하고, How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해진님이 NHN의 COO라면 위에서 말한 내용이 전혀 어색하지도 않고 틀리지도 않았다. 그저 주어진 길에서 NHN이라는 기업을 잘 이끌어서 결승점에 도착하도록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CSO라는 직함을 가졌다면 누구나 보는 그런 길이 아니라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그런 길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그 길이 비록 영원히 존재할 수가 없더라도 그런 영혼을 기업에 불러일으키는 것이 CSO의 존재이유가 아닐까? 그리고, 그가, 대한민국의 대표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의 경영자라면 또 저런 식의 무책임한 발언으로 직원들을 독려하면 안 된다. 만약 그가 다음이나 네이트의 경영자였다면, 선두기업을 빨리 따라잡기 위해서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만들어진 길에서 최적의 길을 찾아내는 것을 고민하고 그렇게 직원들을 독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대표 맞형 기업으로써 새로운 길이 아니라 만들어진 길에서 '조금 빨리'를 외치는 것을 보니 참으로 안스럽다. 그래서, 결론은 NHN은 존속기업이다. NHN의 끝은 바로 눈 앞에 있다. 인터넷 벤쳐를 꿈꾸는 수많은 젊은이들이여 당신들에게 희망이 있다.

 자,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Update. 좋은 문구가 생각이 나서 추가합니다.
 "혁신은 미래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지 과거의 열매를 따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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