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ech Story

Beyond Borders - 포털의 개방은 순수혈통주의의 포기에서 시작된다.

 개방 (Open)에 대한 바람이 국내의 포털들을 중심으로 거세다. 단순히 OpenID나 Open Social 등의 참여선언에서부터 다양한 위젯들이 블로그 플랫폼과 관계없이 설치/사용되고 있고, 티스토리나 텍스트큐브와 같이 설치형 블로그들의 비율도 높아가고 있다. 다음뷰라던가 NOC와 같이 사용자들이 직접 컨텐츠를 추가 및 평가를 하는 시스템에 대한 수요도 높고, 다양한 광고 플랫폼들이 소개되면서 수익을 블로거들과 나누는 트렌드도 계속되고 있다. 대한민국 내의 포털의 개방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에 네이버가 내세우는 다양한 정책들이다. 물론 그전부터 다음이나 네이트 등에서 다양한 개방형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꿈꾸고 포털 오픈을 선언했지만, 국내에서는 네이버만큼의 상징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많은 네티즌들이 네이버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개방화의 흐름 속에서 본인은 여전히 불만(족)스럽다. 최근에 더욱 사용량이 증가한 Twitter (Yammer)나 Facebook과 국내의 여러 포털들을 비교체험하면서 개방이란 무엇이며 플랫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자주 반문하게 된다. 그런 질문이 이어질수록, 국내의 여러 포털들이 보여주는 이중적인 형태에 치를 떨 수밖에 없다. 본인도 다음의 직원이지만 내부에서 바라보는 이의 입장에서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외부의 일반 사용자들이 느끼는 배신감이나 실망감이 얼마나 클지 짐작도 할 수 없다. 입으로는 개방을 외치지만, 국내의 대부분의 포털들이 자신만이 순수혈통이라는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같다. 이런 잘못된 자만이나 선민의식부터 버리지 않고, 입으로 선언부터하는 정책변화는 달갑지가 않다.

 최근의 포털들이 내세우는 개방화 정책들을 보며, 아니 정확히 말해서 '개방화 선언'을 보면서 이제는 조금 변하겠구나라는 생각도 가지면서 이후의 후속작업에서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방이란 정책의 수립이나 개방 선언이 아니라, 개방의 실천/실행에 있다는 분명한 명제를 포털들이 모르는 것이 아닐터인데, 현재까지의 흐름을 보았을 때는 단순히 네티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우리도 이제 개방이다'라는 선언의 수준에 개방이 머무르는 것같다.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래리 보시디의 '실행에 집중하라 Execution'이라는 책의 핵심도 분명 단순히 기획/계획을 짜거나 미래를 선언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기획된 계획들을 실행하고 또 실행하고 또 실행하고 그런 과정 속에서 목표로 나아갈 것을 역설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탁상공론이라는 말도 있듯이, 현재 그리고 미래의 세대에서 침밀한 계획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실천/실행하는 모험심이 더욱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을 것이다. 단순히 오래된 논쟁인 햄릿과 돈키호테의 비유를 넘어서는 그런 합일된 모형이 오늘날 필요한 리더쉽이다.

 본인이 개방을 주문하면서 요구하는 것은 경계가 없는 세상이 아니다. 단지 경계를 넘어서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 (I don't urge a borderless world, but a world across borders.) 네이버도 다음도 네이트도 모두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이 되어라고 주문하는 것이 아니다. (borderless or w/o borders) 네이버는 네이버다움 Naverious, 다음도 다음다움 Daumish, 네이트도 네이트다움 Nateful을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 (across borders). 각각의 포털/회사들은 그들만의 고유한 identity와 브랜드를 유지하는 분명한 경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 경계가 철옹성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가진 장점과 이웃이 가진 장점을 조화시킬 수 없다면 그것이 형식상 개방에 거칠 것이다. 성문을 통해서 사람들이 왕래한다고 해서 개방이 아니다. 지금의 여러 포털들이 내세우는 개방도 단순히 성문을 조금 열어둔 수준에 머무른다. 때론 앞선 사용자들은 사다리를 이용해서 성벽을 넘거나 개구멍을 이용해서 출입하는 경우도 종종 보이지만,... 그렇다고, 담장/성벽을 헐어버려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너무 높게 쌓인 성벽을 조금 낮추어서 밖에서 안을, 그리고 안에서 밖을 볼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여전히 사람들의 왕래는 성문을 통해서 이루어지겠지만, 적어도 담장 너머로 물건을 주고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성벽이 낮아졌으면 한다. 필요하다면 낮아진 성벽 사이에 고가다리라도 놓아서 성문이외의 통로가 생긴다면 더 활발한 교류가 일어날 것이다. 이런 교류를 통해서 나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고, 또 남의 장점을 파악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글의 논지에서 '지켜야할 것도 지키지 말자'라는 식의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기밀은 기밀이지만, 보통 비밀도 아닌 - 그리고 버려야 마땅할 - 것을 움켜쥐고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글을 적었다. 하나를 버리지 못하면 둘을 얻을 수 없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