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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우리는 과연 ADarchism을 원하는가?

 나라 전체에서, 아니 전세계에서 지금 가장 뜨거운 주제가 바로 '먹거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는 단순히 그 현상을 더욱 노골적으로 만든 것에 불과하다. 진짜 후진국에서는 문자 그대로의 먹거리 때문에 아우성이고 선진국들에서는 내일의 먹거리, 즉 새로운 돈줄을 찾기에 혈안이다. 그런 의미에서 '먹거리'는 매스로우의 인간의 욕구 단계의 전체를 아우리는 키워드인지도 모른다. 생명을 보존하는 먹거리, 여가를 즐기는 먹거리, 또는 돈이나 명예라는 먹거리...

 언제나 그렇듯 서론이 참 한심하다. 소위 대한민국의 #2포털 회사에서 하루하루의 먹거리 때문에 고민에 빠진 고학력 노가다맨으로써, 인터넷시대 - 아니 정보의 시대 - 에서 살아남기 위한 먹거리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자주 하게 되고, 남들보다 미지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도 가지고 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인터넷 포털들이 가진 먹거리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지금 다양한 사업 다각화니 제휴니 이런 저런 시도들은 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포털/기업들의 먹거리는 뭐니뭐니해도 디스플레이광고와 검색어광고다.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서 직접적으로 돈을 받을 방법이 거의 전무한 입장에서, 그들을 간접적으로 이용해서 다른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아내는 방법이 좋게 표현된 '광고'의 실체다. 국내의 #1 포털에서는 사행성이라는 욕을 먹더라도 게임이라는 안정된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나머지 떨거지들은 실질적으로 배너나 검색광고 외에는 돈줄이 없다고 봐도 무관하다. 쇼핑 중계수수료를 받는 구조도 나름 소득이 있지만, 아직은 광고시장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고, 그렇다고 전혀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어낸 걸 아직은 제대로 목격한 바가 없는 상태에서... 이들은 어쩔 수 없이 광고에 목을 매고 있다. 그러나 광고가 이들의 영원한 먹거리일까?라는 의문을 굳이 던져야할 시점이 바로 지금인 듯하다.

 야머를 통해서 회사 내에 '정보 속의 광고와 광고 속의 정보' 둘 중에 어떤 것이 맞느냐는 화두를 던져본 적이 있다. 반응이 시원찮았지만, 정보 속에 있는 미끼성 광고도 마음에 안 들고, 그렇다고 광고 속에는 정보가 없다는 반응이 있었다. 물론 다른 반응으로 광고 자체가 정보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 즉, 광고는 무조건 피하면 된다는 - 마이너스 광고효과라고 해야할까? 그래서 나름 고민해서 만들어낸 용어가 ADarchism (AD + Anarchism)이다. 즉, 무광고주의라고 해석하면 될 것같다. 위의 질문의 시작은 간단했다. 최근에 두가지 광고 기법이 소개되었는데, 하나는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Digg에서 소개한 것으로 디그의 글 목록 중에서 광고글이 포함해서 보여주는 거였다. 이 광고가 시원찮으면 DiggIt을 못 받아서 자연 도태되던지, 아니면 인위적으로 살려두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어쨌던 정보들 속에서 광고글이 포함된 경우였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에서 나름 잘 알려진 블로거뉴스/다음뷰에서 먼저 소개되어서 다음 전사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배너광고의 한 형태로, 명시적으로 광고라는 것을 알지만 그 광고 속에 다양한 정보성 글을 첨부한 경우였다. 딕그의 경우는 정보 속에 광고를 넣은 형태이고, 다음배너의 경우 광고 속에 정보를 넣은 형태인데... 어느 방법이 더 효과적일까?라는 생각도 해보았고, 사용자들이 거부반응을 일으키지는 않을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회사의 운명이 곧 나의 운명'이라는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밥줄이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반응에 민감해져있다. 그래서 새로운 광고모델을 만들 때, 사용자들이 싫어하지는 않을지 항상 조심스럽다. 물론 본인의 업무가 광고/비즈랑은 전혀 무관하지만, 사내의 다양한 시도나 개편 등에 예의주시하는 버릇이 있다. (물론 2~3주 전에 나름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서, 그런 오지랖은 더이상 발휘하지 않겠노라고 공언을 했지만, 쉽지만은 않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현대인들에게 광고는 필요악임이 틀림이 없다. TV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 광고는 피할 수 없는 것이 되었고... 더러운 기업을 벌주기 위해서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고... 순진한 일반인의 글처럼 보였지만 배후의 거대한 회사들의 푼돈에 리뷰라는 명목으로 영혼을 파는 현상도 목격하고 있고... 참 재미있는 세상이다. 어쨌던 이런 저런 현상들을 보면서, 광고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지만, 정보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광고였던 그런 많은 글들 때문에 이제 정보의 진정성까지도 판단해야하는 시점이 온 것같다. 매일 새롭게 검색엔진에 등록되는/발행되는 많은 블로그나 카페/게시판의 글들 중에서 순수한 글을 찾아내는 것이 하나의 직업이 되어버렸고, 반대로 스패머나 어뷰저로 알려진 얌체 상업족들을 판별해내는 것도 하나의 직업이 되어버렸다. 본인이 비슷한 일을 하고 있으니, 스패머/어뷰저들에게 감사를 표현해야할 정도이다. (물론 그들이 없었더라도 난 다른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을 것이지만... 어쨌던 그들이 나에게 기회와 벽을 동시에 만들어준 것도 사실이다.) ... 그래서 정보 속의 광고도 싫고, 광고 속 정보도 싫다는 것인데... 이래저래 광고는 싫다라는 결론이 내려진다. 광고가 싫다. 100여년 전에 우리 나라를 휩쓸었던 한 가지 사조인 아나키즘/무정부주의가 문득 떠올랐다. (아나키즘이라면 단재 신채호 선생님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 시험에서 단재 선생님의 사상에 대한 문제가 있어서 분명히 기억한다.) 정부의 무능이던 잡종 정부던... 그런 인위적인 통치를 싫어했던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와 같이, 어떤 형태의 광고도 전혀 유익하지 않고 낚인 느낌만을 준다는 무광고주의자들은 아다키스트라고 부르는 것에는 전혀 무리가 없을 것같다.

 엄청나게 꼬인 실타래지만, 생뚱맞은 결론을 내리자. 광고를 싫어하는 요즘 세대에게 광고가 아니다라고 우기면서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광고를 할 수가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면 인터넷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같다. 대한민국에서 검색광고 붐이 일어나던 시점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주장되고 있는 논리가 '광고도 정보다'인데, 갑과 을에게는 그게 정보인지 몰라도, 병 또는 정에게는 쓰레기다. 요즘 다음 (네이버도 마찬가지만) 통합검색창의 결과를 보면 참 한숨만 나온다. 그래서 이걸 깰 수 있는 대안을 고려 중이긴 하지만 - 빙신이라는 소리는 듣지만 빙이 조금의 힌트를 주긴했다 - 관련된 글도 조만간 정리해서 적을 예정이다. (한 곳에서 절필을 선언한 이후에, 이곳에서 칼을 갈고 있으니...) ... 현재의 아다키스트를 만들어낸 주체가 네이버니 다음이니 하는 대표 인터넷 포털들이기에 (물론, TV를 포함한 대중 찌라시들에게 원죄를 돌려야겠지만) 결자해지의 입장에서 '광고가 진짜 정보'가 되도록 만들 의무가 있다.

한줄요약: 도전과 문제를 동시에 주는 Challenge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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