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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AI 겨울은 올 것인가?

ChatGPT가 세상에 선을 뵌 지 겨우 6 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변화 속도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음을 느낀다. 지난 글 ‘지피티블루’를 적은 후로 우울한 마음을 함께 고민하자고 회사에서 최근 AI 동향을 짧게 발표했고, 한 달 간격으로 LLM (i.e., 텍스트 기반 Generative AI)를 중심으로 최신 동향 (LLM 관련 AI 논문, 주요 LLM과 오픈소스, 주요 테크 기업들의 AI 적용 등)을 두 번 더 공유했다. 최소 올해는 매달 비슷한 업데이터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3 달 전의 우울감은 새로 출현하는 기술들에 깊이 묻혀 잊히고 있다.

최근의 생성형 AI (특히, Stable Diffusion 기반의 이미지/동영상 생성과 LLM 기반의 텍스트 생성)는 매우 놀랍지만, 이것이 궁극의 AI 즉, 소위 말하는 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나 슈퍼 지능 (SuperIntelligence)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놀랍지만 여전히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지금의 생성형 AI도 거품이고 먼지가 바람에 날려 없어지듯이 언젠가는 사라질 거라고 말한다. 그들의 말에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역사적인 AI 겨울이 다시 올 거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물론 이전보다 더 혹독한 겨울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겨울은 이전의 겨울들과는 다를 거다.
AI라는 개념을 처음 논의했을 때는 바로 겨울이 찾아왔다. 이후 머신러닝 ML이란 이름으로 다시 봄이 찾아오는 듯했지만 다시 10여 년의 긴 겨울이 찾아왔다. 그리고 다시 딥러닝과 함께 AI에 봄이 찾아왔다. 알파고로 상징되는 딥러닝은 AI의 봄을 알렸다면 지금의 생성형 AI는 AI의 여름을 알리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새로운 겨울이 오기 전에 분명 과실을 따먹을 AI 가을이 올 거라 믿는다. 지금의 기술이 한계에 이르러서 AI 겨울이 왔다고 누군가가 선언하더라도 새로운 겨울은 이전의 겨울들과는 많이 다르다. 첫 번 째 겨울은 개념의 부재에 따른 겨울이었고, 두 번째 겨울은 리소스 (경험)의 부족에 따른 겨울이었다. 만약 새로운 겨울이 온다면 분명 기대의 과잉 때문일 거다. 
인공지능이란 말은 만들었지만 지능을 너무 과소평가해서 금세 불가능을 깨닫고 겨울이 왔지만 인공지능을 새롭게 정의하고 준비하며 긴 겨울을 보냈다. 새로 찾아온 봄에는 인공신경망 (ANN)을 비롯한 여러 머신러닝 알고리즘들을 선보였지만 또 금세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의 부족으로 짧은 여름을 보냈다. 그 사이에 인터넷의 저변 확대로 데이터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무어의 후손들은 선배가 제시한 법칙에 충실했다. 이런 밑거름 위에 인공신경망은 딥러닝으로 진화했고 지금에 이르렀다. 앞서 말했듯이 지금의 생성형 AI가 궁극의 AI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겨울이 온다고 해서 지금 기술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더 나은 기술로 진화할 뿐이고 계속 우리 삶에 영향을 줄 거다. 
’The step after ubiquity is invisibility’라는 말을 좋아한다. 누군가 다음의 AI 겨울이라는 화두를 꺼낸다면 지금의 생성형 AI가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편재했기 때문에 그것의 존재를 느끼지 못할 뿐이다. 겨울은 죽음의 계절이 아니라 봄을 준비하는 삶의 계절이다. 겨울 한파를 겪어야지 발아하는 씨앗도 있고 꽃을 피우는 나무도 있다. 겨울은 성숙의 단계이고 진화의 과정이다. 언젠가 AI 겨울이 올 수도 있겠지만 이전과는 다른 겨울일 거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겨울이 분명히 온다면 포기가 아니라 대비해야 한다. 지금 생성형 AI의 놀라움이 끝나는 지점이 AI 겨울은 아니다.
현재의 생성형 AI가 궁극의 지능은 아니더라도, 그리고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에 겨울이 찾아온다 하더라도 지금의 기술을 무시하면 안 된다. 현재의 LLM도 이미 내 삶과 업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기관이나 컨설팅 회사들이 내놓은 보고서들은 그저 참고용일 뿐 크게 신뢰하지는 않는다. 기술로 대체되는 직업들은 그저 가십으로 넘겨버린다. 언젠가는 되겠지만 막연한 미래를 말하는 것엔 신뢰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심각한 이유는 이 기술들이 내 업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발간된 골드만삭스의 보고서가 전하는 다음 함의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1980년 대 공장의 블라칼라 노동자들이 고민/걱정하던 것을 지금 사무실의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걱정하고 있다.

the potential of AI technologies both to revive the rich world’s flagging productivity growth and to create a new class of dispossessed white-collar workers, who risk suffering a similar fate to that of manufacturing workers in the 1980s

 
아무리 찻잔 속의 태풍일지라도 찻잔 속 개미의 생사를 결정한다.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매번 놀라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당장 내게 영향을 주고 있는 기술이라면 좀 더 조심히 살펴봐야 한다. 레딧을 비롯한 각종 커뮤니티에 생성형 AI 때문에 직업, 클라이언트, 동료를 잃었어요 류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모니터 앞의 개에게 일어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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