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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네이티브 AlphaGo Kids

2006년에 처음 '딥러닝'이란 용어가 제프리 힌튼 교수의 논문에 등장했으니 벌써 15년이 지났다. 초기에는 당연히 이미지 처리 분야에서 회자됐을 테고, 이후 차츰 과학과 기술 전문 미디어에서 다루면서 내가 이 용어를 처음 접했던 것이 2012년으로 기억한다.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본격적으로 개념과 방법론을 공부하고 트렌드를 팔로잉했던 때는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한 직후인 2014년도 겨울이었다. 이때라도 좀 더 테크니컬 하게 깊게 파고 들어갔더라면 조금은 다른 길을 걷고 있었을 텐데란 생각도 든다. 어쨌든 대중들이 딥러닝 또는 인공지능을 각인한 것은 알파고가 등장한 2016년도다. 겨우 5년 전인데 까마득한 과거처럼 느껴진다.
내가 경험한 위의 타임라인이 현대의 인공지능 또는 딥러닝의 확산 과정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이미지나 언어 등의 특정 분야에서만 가능성을 보였던 딥러닝 기술을 받아들였던 얼리어덥터들은 지금 대가/구루의 반열에 올랐다. 여러 분야의 과학-공학자들이 딥러닝 기술을 받아들여서 현재까지 기술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알파고의 화려한 등장 이후로 많은 개발자들이 인공지능으로 방향을 바꿨고 아직은 어리지만 많은 딥러닝 키즈들이 등장했다. 솔직히 말해서 인공지능 전향자들을 보는 나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일부 셀럽들이 나대는 것에 못마땅했던 것 같다.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그걸 대중에게 쉽게 설명하는 사람이 필요하지만 말을 잘하는 사람이 전문가인 건 아니다. 어쨌든 시간은 옥석을 가리고 새로운 세대를 맞이한다.
아직도 내 관념 속의 '교수'라는 이미지는 적어도 나보다 10살에서 20살은 많은 사람들이다. 동기들 중에도 교수라는 직업을 갖은 친구들이 몇 있지만 내가 대학 다닐 때의 교수님들은 나보다 최소 10살은 많았기에 내 인식 속의 교수도 나의 나이와 함께 늙어갔다. 최근 지도교수님을 오랜만에 만나고 산학 주제를 고민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젊은 시절에 만났던 교수님도 이제 흰머리가 많이 늘어있었다. 비록 유망한 젊은 교수들을 발굴해서 지원하는 사업이지만 선정된 교수들의 프로필을 보니 나보다 족히 10살은 어린 친구들이었다. 프로젝트에 사용될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 참고했던 강의 자료의 저자도 30대 초반의 젊은 교수였다. 이제 교수'님'이란 칭호가 어색하다.
이미 알파고가 등장한 지 5년이나 지났다. 당시 어린 학생들은 아직 잡마켓에 나올 때가 되지 않았지만 이미 컴공이나 수학과 등의 인공지능 관련 학과에 다니던 대학생들은 이제 학위를 받고 잡마켓, 특히 교수라는 타이틀을 얻을 때가 됐다. 내가 처음 딥러닝을 인식했던 2010년대 초반에 진로를 결정한 친구들은 지금 한참 또는 이미 학위를 받고 이 시장에 들어왔다. 나처럼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온 부류가 아니라 처음부터 목적을 갖고 자신을 개발한 이들이다. 알파고 등장 전후의 미검증 셀럽들이나 섣부르게 전향한 설익은 개발자들에 대한 나쁜 인상은 이제 말끔히 씯어내야할 때가 됐다. 빅데이터가 인기를 얻을 때도 비전문 전문가들의 난립으로 혼란스러웠는데 딥러닝도 그런 비전문 전문가들이 그냥 싫었다. 나름 오랫동안 데이터 분석을 업으로 삼고 관련 알고리즘을 개발한 경험적 우위를 자부했는데, 이젠 사라지고 있다. 순수한 알파고 키즈 -- 초중고 시절에 알파고를 경험하고 인공지능 개발자를 꿈꾼 -- 가 활약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우리는 이미 많은 AI 네이티브들을 보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길을 터주는 -- 솔직히 말해서, 그냥 살짝 옆으로 비켜주는 -- 것이 지금의 내 역할인 듯하다.
오히려 내가 인공지능 시대의 미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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