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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서) 갑이 되어라

여름 인턴십 면접이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지원자들을 보면서 면접관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는 것이 지원자에게 가장 치명적일까?를 생각해봤다. 최근 인터뷰 탈락 이유를 알려줘야 한다는 취지의 법제화도 논의되고 있는데, 만약 이런 법이 이뤄지고 탈락자가 자신의 탈락 이유를 받아봤을 때 어떤 평가가 가장 치명적일까? 바로 지난 글에서도 적었지만 기술적인 부족함보다 태도나 인성적인 평가가 더 치명적일 거라 생각한다. 실력이 부족하다거나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평가는 냉정하게 생각하면 탈락자도 수긍할 수 있다. 면접관들이 대체로 정확하고 면접에서 특별한 실수가 없는데도 '실력 부족'이라고 하면 객관적으로 실력이 부족하거나 면접관들이 지원자에게 갖은 기대치가 더 높았다는 걸 의미한다. 면접관들이 실수했을 수도 있지만 다른 곳을 지원하거나 자기 실력을 더 갈고닦아야 한다.

면접을 진행하면서 또 다른 면접관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의욕이 없(어 보인)다'는 평가가 어쩌면 가장 치명적이지 아닐까? 란 생각에 이르렀다. 지금 20대 중후반, 갓 대학(원)을 졸업한 친구들이 의욕이 없다는 건 여러모로 슬픈 현실이다. 현재 사회적 현상의 반영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개인의 성향/감정의 문제라면...

언젠가 "인터뷰는 면접관들이 지원자를 평가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지원자가 지원한 회사나 조직을 평가하는 자리이기도 하다"는 취지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일반적으로 회사가 갑의 위치에 있긴 하지만, 굳이 지원자가 스스로 을의 위치에 설 이유는 없다. 면접을 통해서 내가 지원한 회사가 나를 받아줄 만한 포부가 있는 곳인지를 면접관들의 (질문) 수준을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 '니들이 날 붙여도 내가 안 온다'라는 마인드도 필요하다. 물론 실력도 없으면서 이런 겉멋만 든 지원자는 바로 탈락이지만... 면접을 포함해서 사회 경험이 부족해서 대기업 면접장에서 떨린다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스스로 을의 위치로, 스스로 먹잇감이 될 이유는 없다. 힘들 순 있으나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여러 번 면접에서 떨어지고 취준의 시간이 길어져서 자신감을 많이 상실한 이들에게 이런 글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 무너지는 것도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잘 생각해보면 면접관들에게 쫄 이유가 전혀 없다. 자신만의 당당함 때론 당돌함으로 면접을 봤는데, 합격이며 현재 모습임에도 붙여준 거고, 불합격이면 그들은 그저 동네 아저씨, 아줌마일 뿐이다. 앞으로 살면서 다시 마주칠 가능성이 희박한 그들에게 쫄 이유가 없다. 당신은 맹수 앞의 먹잇감이 아니다. 당당해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기가 선택권을 갖는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나 ML개발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그 또래에서 최소 1~20% 내의 학력이나 실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물론 괜찮은 곳의 취업문은 그것보다 더 좁은 게 문제지만...)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선택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어쩌다 어쩌다 관문을 하나 둘 통과하겠지만 더 높은 곳에 이르긴 힘들 거다. 앞으로 선택해야 하는 것들이 더 많이 남아있는데, 젊을 때부터 피선택권자로만 살지는 않았으면 한다.

최소한 인터뷰에서 실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는 -- 매번 강조하지만 -- 기초가 튼튼하고 지식을 내재화해야 한다. 자기가 지원한 또는 전문 분야의 기초 개념이나 원리는 훤히 꿰고 있어야 한다. 질문을 듣고 생각할 틈도 없이 바로 답변이 줄줄 나와야 한다. 그냥 책에 적힌 내용을 달달 외워서 답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식의 내재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읽고 기억하는 것을 넘어서 그 내용과 주변 사항을 모두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자신의 기존 지식이나 경험과 함께 엮어야 한다. 간혹 '저 친구는 답변은 잘했는데, 그냥 책에 있는 걸 외워서 답변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다른 것에 특출 나지 않다면 물론 불합격이다.  사실 20대 어린 친구들에게 이걸 요구하는 게 합당 치는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이걸 해내는 친구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

사소하지만 말버릇 중에 '~것 같다'는 표현은 가급적 삼가면 좋겠다. 물론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서 확정적으로 '~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얼마나 되겠냐 마는 그래도 면접에서는 좀 더 당당하게 '~이다'로 말했으면 좋겠다. 자기가 직접 수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를 말할 때도 '~했던 것 같다'라고 말한다면 조금 신뢰가 가지 않는다. '~것 같다'란 표현이 너무 남용되고 있는 "것 같다".  최소한 검증 가능한 명확한 사실에는 '~이다'로 말해줬으면 좋겠다. 역으로 거짓이나 불명확한 것을 '~이다'로 말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최소한 자신 있는 것처럼 보이려면 답변에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 간단명료하게 핵심만 말하고 필요하면 짧은 부연 설명을 덧붙이면 된다. 말이 길어지면 논리가 흐트러질 우려도 있고 중언부언, 군더더기가 붙기 마련이다. 내세울 것은 없는데 길게 하다 보면 어쩌다 뭔가 걸리겠지 싶은 듯한 정리가 안 된 답변은 면접관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런 명료하게 핵심을 찌르려면 앞서 말했든 지식의 내재화가 필요하다. 바닥이 드러난 쌀통으로 밥을 지을 수 없다. 잘 모르는 분야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깊이 생각해서 답변하는 것은 좋지만, 모든 질문에 답변이 느리면 더 이상 면접을 보기 싫어진다. 아주 간단한 질문이나 본인이 최근에 직접 경험한 것에 관한 질문에서도 2~3초 뜸을 들인 후에 답을 하면 더 이상 질문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 신중한 것은 좋지만 눈치는 챙기자.

지피지기도 자신감의 원천이 된다. 예상 문제에 대한 답은 미리 준비했으면 한다. 그러나 책을 읽듯이 외운 답을 건조하게 되풀이하는 건 오히려 마이너스다. 구글링 해보면 업계에 자주 오르는 질문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경력자에겐 이직의 이유를 거의 묻는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현재 회사나 조직의 문화와 잘 맞는지를 검토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도 단골 질문이다. 지난 글에서 적었듯이 카카오에서 어떤 데이터를 분석해보고 싶은지, 그걸 어떤 서비스에 적용해보고 싶은지 등의 질문이다. 보통 기술 면접에서 기대를 하회할 때 종종 묻게 된다. 답변은 매우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 "카카오는 전 국민이 다 사용하는 서비스여서 데이터가 풍부하잖아요. 이런 데이터로 선물하기나 멜론 추천 서비스를 마들고 싶어요."는 개인적으로 아주 듣기 싫은 답변이다. 10여 년 전에 나는 검색회사에 취직해서 모든 문서를 클러스터링 하고 싶었다. 물론 아직도 못하고 있지만... 포부가 클 필요는 없지만 구체적일 필요는 있다. 가능하면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카톡을 사용하면서 이런 게 불편했는데 (추가하면, 주변에 물어보니 같은 불편을 겪는 이들이 많더라...) 카카오의 이런 데이터를 이용하고 가능하면 외부에서 이런 데이터를 수급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도면 모범 답안이다. 그래서 '지피지기'에는 지원하는 회사와 조직에 대한 사전 조사와 고민이 포함된다.

** 전체 글의 취지/맥락과는 안 맞지만 글을 적다가 문득 생각나서... 업무적인 부분에서 나쁜 버릇이 안 들었으면 좋겠다. 간혹 혹시 합격하면 입사 전에 뭘 준비/공부해야 하는지 알려달라는 지원자들이 있다. 배우려는 그런 자세는 충분히 이쁘게 보이지만, 나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단순히 어떤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나 라이브러리를 익히는 거라면 어떤 기술의 분야/개념을 익히는 거라면 그냥 빈 도화지로 왔으면 좋겠다. 짧은 시간에 마스터하지 못할 거면서 (그 분야의 텍스트북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읽는다거나 논문 50 ~ 100 편정도를 읽어 온다거나) 어설프게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읽어온다거나 하면 오히려 불완전하고 때론 잘못된 개념을 익힐 염려가 있다. 잘 준비된 인재도 있지만 아무래도 아마추어 레벨에서 몸으로 익힌 프랙티스가 현업에서 위험할 수도 있다.

...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적었는데, 인터뷰에서 본인의 기술적 실력만으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길 바란다. 카카오 인사 시스템에 인터뷰 결과를 적을 때 구체적인 질문과 답변을 함께 적어서 2차 인터뷰어가 참고할 수 있게 적어달라고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런 질답을 제대로 적을 지원자가 많지 않다. 의욕 없고 답답하고 간절치 않고 준비가 덜 됐고 기초가 부족한 지원자를 통과시킬 수 없고, 이런 류의 지원자들을 평가할 때 구체적인 항목이 무의미하다고 느낀다. 진짜 기술적 역량만으로 평가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도 당당하게 걷기.)

 

...

매번 내가 누군가의 인생을 잘못 결정짓는 것이 아닌가?라는 불안감을 갖고 인터뷰룸에 들어가고, 항상 인터뷰는 어렵다는 결론으로 인터뷰룸을 빠져나온다. 특히 실력 이외의 것으로 당락을 결정지을 수밖에 없을 땐 더 힘들다. 다행히 요즘은 평가를 좀 더 냉정하게 한다. 이번 인턴십은 20대 중후반의 사회 초년생들이어서 좀 더 연민을 갖고 임하지만, 일반 면접에서는 이미 사회 경험이 있는 30대들이어서 답변이 부족하면 그냥 냉정하게 결정 내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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