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estroying

혁신 가장 밀접한 단어는창조또는창의지만, 의외로 반대 단어인파괴또는와해성 함께 사용된다. 슘페터, 크리스텐슨 등의 유명한 학자들이 내세운 창조적 파괴 (innovative destruction),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 와해성 기술 disruptive technology 등의 용어 때문에 창조적 혁신보다 파괴적 혁신이란 표현이 익숙하다. 혁신은 창조이며 파괴다. 그래서 창조성과 파괴성은 다르지만 같다. 기존의 질서 또는 프레임을 무너뜨리지 않고 새로운 질서와 프레임을 구축할 없다. 그런 무너뜨림의 과정, 파괴 이후에 새로운 창조가 있는 법이다. 무너뜨림이 없는 발전을 보통 개선이라고 부른다. 어쨌든 진화/발전의 과정은 파괴없는 (꾸준한) 개선과 파괴있는 (간헐적/창발적) 혁신의 연속이다.

내가 대학을 다니고 졸업하던 20 전에는 벤처라고 불렀는데, 요즘은 모두 스타트업이라 부른다. 격세지감이다. 어쨌든 지금은 스타트업의 홍수다. 그냥 꿈을 향하든 대박을 꿈꾸든 아니면 어쩔 없는 등떠밀림이든 스타트업이 흔해졌다. 더더욱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가 일상화되면서 펀딩 성공이나 대박 엑시트 등의 스타트업 뉴스도 끊임없이 듣는다. 항상 그렇지는 않겠지만 스타트업은 태생적으로 기술과 혁신, 기술 혁신과 따로 생각할 없다. 동종의/유사한 후발 스타트업들도 다수 존재하지만 기존과 다름을 내세우는 스타트업의 숙명이다. 다르지 않으면 기존의 거대함 (규모) 압살될 뿐이다. 다름이 아주 미세한 틈새일지라도

나는 태생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것을 낫게 개선하는 부류. 무에서 6~70점짜리 유를 만드는 것보다 6~70짜리를 90~95정도까지 끌어올리는데 특화됐다고 생각한다. 끈기가 부족해서 95 99 100으로 만드는 내가 하지 못하지만...ㅎㅎ (산업공학도답게 가성비, 효율성이 중요하다.) 쓸데없는 얘기를 하는 이유는 그래서 완벽하지 않더라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이 있다는 얘길하고 싶은 거다. 나와 다른 그들의 능력에 경의를 표한다.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분야와 방법으로, 그리고 그걸 실행으로 옮기는 창업자들의 도전에 감탄하며 경의한다는 거다.

**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모든 창업자를 존경하고 그들이 만든 스타트업에 경외심을 갖는다 그럼에도 내가 스타트업에 대해서 가장 싫어하는 편견은 모든 스타트업은 혁신을 한다는 자만과 망한 (망해가는) 스타트업은 규제 때문이라는 불평이다. 내부적으로 우수한 창의성/혁신을 내세우지만 외부적으로 규제( 견제) 심해서 제대로 혁신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이상한 볼멘 소리에 짜증난다.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천재적이지도 않고, 규제가 없었더라도 망했을 거다. (사족이었다.)

창업자와 스타트업을 대단하게 생각하지만 요즘은 너무 멀리 듯하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점점더 다양한 공유경제, gig economy 등장할수록 처음에 가졌던 경외심은 냉소로 바뀐다. 물론 여전히 다양한 공유경제가 등장하고 일상화될 필요는 있다. 스스로도 살면서 여러 불편을 느끼면서 이런 류의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종종 낸다. 하지만 선을 넘은 생각은 오히려 무섭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배송 관련 스타트업을 보면서 피로를 느낀다. 우리 나라는 택배시스템이 갖춰졌다. 웬만하면 2~3일이면 배송이 끝난다. 그럼에도 당일 배송이란 등장해서 사람들을 편하게 해줬다 -- 그리고 중독시켰다. 여기에 익숙해져서 이젠 주문하고 당일 또는 익일에 배송되지 않으면 짜증나고 조바심이 생긴다. (제주에서 살면서 3~4 배송이 늦는 것은 다반사였는데, 경기도로 올라와서 당일/익일 배송이 돼서 짜증을 냈던 것을 자백한다.) 이젠 당일 배송을 넘어서 새벽배송도 대세가 되간다. 특히 전날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밤사이에 배송돼서 아침식탁에 올라오는 시대다. (물론 서울이나 대도시만 한정이다.) 새벽배송까지는 참신했다. 그런데 최근 24시간, 30 배송을 모토로한 스타트업에 대한 얘길 들었다. 전에도 퀵이나 음식배달대행이 있었지만… ’참신하다, 대단하다, 어떻게 하지?’ 등의 생각에 앞서 너무 나갔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업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누군가는 죽어나가겠구나라는 생각은 들었다.

** 새벽 배송 또는 야간 물류가 비인간적 작업이긴 하지만, 도로에 차가 없는 시간대에 이뤄지는 작업이어서 환경 측면에서는 이득이 있기도 하다.

누군가 창업자나 경쟁자 또는 대기업이나 소비자는 아닐 거다. 그저 그걸 가능케 하기 위해서 발로 뛰어야 하는 누군가의 가족들이다. 물론 그들에게 생계 수단을 제공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들의 땀과 수고, 어쩌면 위험을 소비자의 조급함과 바꿀 가치가 있을까? 서비스 비용이 엄청 높아서 그들에게 엄청난 경제적 이득이 돌아간다면 모를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결국 돈은 발로 뛰는 그들이 아닌 창업자 ( 좋은 경우) 투자자들에게 향한다.

나도 공유경제를 옹호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잉여의 나눔에 대한 옹호였지, 누군가의 고혈을 짜는 것을 바란 것은 아니다. Uber/Lyft Airbnb 등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참신했다. 하지만 현재는 긍정의 빛만큼이나 부정의 어둠이 깊다. 많은 사람들의 최저 (또는 이하의) 임금을 제물로 창업자와 투자자들은 부의 성을 이루고 있다. 우버의 시총이 미국 3 자동차사의 시총을 합친 것보다 앞선다는 지극히 넌센스다. 그들이 하는 혁신의 댓가를 낮게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이면의 파괴되는 많은 사람들의 삶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을 비롯해서 AI, 로봇이 일반화되면 어느 순간 인간 자체가 잉여가 되버린다. 헐값에 사용하다가 그때가 되면 버려진다. 결국 파괴되는 것은 대다수의 힘없는 인간들이다.

쇼핑 업계의 치킨게임을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게임 업계는 더 나을까?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최근 판교의 IT 회사들에 노조가 생겨나고 있다. 개발자와 노조는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지만 노조가 생겨나고 있고 단체 행동을 하는 얘길 듣고 있다. 한편으론 더 큰 욕심을 채우기 위함일 수도 있으나, 다른 편으론 그만큼 많은 직원들이 사축이 돼서 누군가의 부를 쌓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일테다. 완전한 진실이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사실에 부합한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혁신을 전면에 내세운다. 하지만 끝에 인간성과 공동체의 파괴가 있는 것은 아닐까? 공동체를 만드는 공유는 좋다. 일부의 공동체를 위해서 공동체가 파괴된다면 문제가 있다. 이미 파괴중이고 파괴될 거다. 창조적 파괴 또는 파괴적 혁신과 그냥 파괴 사이의 구분은 필요하다. 혁신한다고 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대안이 있다거나 내가 잘 났다고 이런 글을 적는 건 아니다. 그냥 이런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냥 파괴되고 있다는 생각. 그래도 다양함과 창발은 좋다. 그래야 다른 가능성이 열릴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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