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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엘리트와 민주화

일부 어리석은 자들이 오용하지만 민주화의 숭고함은 절대 훼손되거나 변질되지 않는다. 현재 민주주의가 완벽하다는 의미도, 더 나은 체제가 없다는 얘기도 아니다. 민주화는 그 자체로 숭고하다는 뜻이다.

민주화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정치사회사적인 의미는 잘 모르겠다. 그런 것은 백과사전을 찾아보면 나올 것이다. 나의 옅은 지식으로 민주화는 접근권의 개방이라 생각한다. 정치에서 민주화는 일부 특권층이 아닌 모든 자격을 갖춘 시민들이 정치/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참정권을 얻은 것이고, 지난 대선에서 국민을 현혹시킨 경제민주화는 모든 대중들의 음식(부)에의 접근권, 즉 기본 생활을 보장하는 것이다. 같은 식으로 기술의 민주화는 기술, 이 글에서는 PC/모바일 또는 인터넷의 접속권을 뜻한다. 누구나 불평등없이 그리고 제한없이 인터넷에 접속해서 정보를 찾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것이 이 글에서 말하는 기술의 민주화다.

일전에 ‘해커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해커스는 디지털 컴퓨터 (메인프레임 등)이 처음 학계를 중심으로 전파되던 시절부터 PC가 번창했던 1970년대부터 8~90년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글에서 주목한 것은 1970년대 MIT (맞을 거다)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초기에 컴퓨터가 대학교에 설치됐을 때 아무나 접근할 수 없었다. 전담 직원들만 겨우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컴퓨터를 만지는 것은 상상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초기 해커/긱들은 직원들이 퇴근한 밤 시간을 이용해서 컴퓨터에 접근해서 초기 운영체계, 컴파일러, 응요프로그램 등을 만들었다. 요즘도 여전히 사용하는 많은 개념들이 그 천재 해커들의 열정의 산물이다.

1970년대 컴퓨터는 비싼 장비였고 희귀한 것이었다. 그래서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는 이는 소수의 특권층만이 가능했다. 정치에서 일부 귀족만이 참정권을 독식하거나, 경제에서 부자들만이 빵/땅을 모두 소유해버리는 것과 같이, 기술/컴퓨터에서도 접근할 수 있는 특권층이 존재했다. 아무리 뛰어난 천재라고 해도 당시에 컴퓨터라는 존재 자체도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그런 특권층 또는 엘리트들에 의해서 컴퓨터 산업이 태동했고, 현재 컴퓨터 체계가 완성됐다.

그러나 오늘날은 최소 전기가 통하는 전세계 모든 곳에서 모든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PC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고, 때로는 게임 콘솔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스마트워치나 웨어러블기기까지 포함한다면 더 넓은 사용자들이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다. 그리고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과 거의 같은 의미다. 기술의 민주화를 이룬 셈이다.

물론 기술의 민주화 또는 대중 접근성을 이룩했다고 해서 모든 대중들이 기술에 골고루 접근가능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단편적으로 웹의 컨텐츠를 만드는 것을 예로 들자면, 100명의 사용자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실제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10%정도에 불과할 것이고 그리고 대부분의 컨텐츠는 단 1명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그 나머지 90명은 그저 그렇게 만들어진 컨텐츠를 소비하는 층이다. 그러나 대중화를 통해서 90명 중에 누구나 10명 또는 1명이 되는 통로는 마련됐다는 점에서 기술이 민주화됐다고 표현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머지 90명이 만들어내는 like, 더 수동적으로 PV가 10명 그리고 1명이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어낸 원동력되 되기도 한다. 지금 적고 있는 글을 아무도 읽지 않는다면 내가 굳이 이 글을 적어서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공유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들었다. 기술의 발전은 소수의 엘리트들에 의해서인가 아니면 민주화된 대중에 의해서인가?라는 의문이다. 초기의 천재 엘리트들이 이룩한 성과와 오늘날 대중이 이룩한 성과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겠으나, 향후 이 분야의 발전은 누구에 의해서 이뤄질까?를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초기 엘리트들은 어쩌면 우리와 너무 동떨어진 존재인 듯하니, 요즘 인물로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나 구글의 페이지나 브린 같은 인물들이 현재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수많은 창의적인 컨텐츠를 만들어서 버즈시키는 대중들이 기술을 주도하는 것일까? 이 시대의 이 기술의 동인은 누구에게 있을까?

엘리트들에게 있다라고 말하기도 어렵고 대중에게 있다라고 말하기도 참 어렵다. 민주화된 사회에서도 여전히 엘리트가 필요하고, 엘리트도 대중이 없이는 엘리트의 지위를 얻지 못한다. 이 글을 통해서 결론을 내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며칠 전에 모든 사람들이 컴퓨터를 사용하고 인터넷에 접근하는 기술 민주화가 이뤄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고, 전에 읽었던 해커스의 천재들이 떠올랐을 뿐이다. 그래서 엘리트와 대중의 역할에 대해서 궁금했고, 이 궁금증에 대한 오픈 퀘스천을 던지려고 글을 적었을 뿐이다.

기술의 엘리트와 민주화라는 화두를 던진다. 이것이 좋은 생각거리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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