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부터 또 필 받아서 업무 관련 논문을 하나둘 찾아서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그동안 진행했던 학습 네트워크에서 책 한권을 끝냈으니 앞으론 데이터 컨설팅을 시작할 거라는 얘기 또 자신의 데이터 문제를 정의하고 그걸 해결하기 위한 관련 논문을 더 찾아서 읽어보라고 조언할 예정입니다. 박사 학위를 받을 때 전후로 들었던 조언이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글을 적습니다.
지금은 서울대로 가셨지만 대학원에 들어가서 그리고 박사후과정을 거칠 때 친하게 지낸 교수님이 계십니다. 당시에 한참 최신 연구 동향을 파악하고 논문에 인용/참조하기 위해서 관련된 논뭄들을 막 찾아서 프린트하고 읽어가던 때였습니다. 그때 교수님이 논문을 많이 읽는 것도 좋지만 텍스트북도 계속 읽어라는 조언을 했습니다. 논문은 최신 기술을 잘 소개하지만 전체 연구 트렌드를 반영하거나 그런 최신 연구가 발생한 히스토리 등을 제대로 정리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틈틈이 책을 읽어서 기초를 다지라는 조언입니다.
그런데 사실 책(원서)은 읽기가 귀찮을 때가 많습니다. 일단 두꺼워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중복해서 읽는 것같아서 순간 지루해집니다. 그런데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해서 대강 읽거나 스킵해버리면 또 책 전체 내용을 파악하기 힘듭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꾸역꾸역 끝까지 읽어가야 합니다. 그렇게 처음 하루이틀은 열심히 읽는데 바쁜 일이 생기고 하면 서너 챕터까지는 읽다가 그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을 읽는 것은 논문만으로 파악하기 힘든 관심/관련 분야의 전체를 조망해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나보다 몇 년, 몇 십년이나 더 많이 관련 분야에서 연구했던 분들이 전체를 조망하고 길을 제시했을 것입니다. 간혹 특정 알고리즘이나 방법론을 처음 제시했던 분들이 직접 적은 책도 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모든 지식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아니라, 그걸 통해서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고 전체 그림을 훑어본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문제에 맞는 연구 논문을 찾아서 빠르게 지식을 습득하는 것과 함께, 지루하더라도 책을 항상 옆에 두고 읽어나가고 참조해야 합니다.
학습 네트워크에서는 이제 책 한권을 어쨌든 끝냈기 때문에 더 상세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 논문을 찾아보라는 조언을 해주려는 것이지, 더 이상 책이 필요없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책이라는 것이 준비하는데 1~2년은 걸리고, 또 지금 출판된 집대성된 책도 5년에서 10년 전에 출판/개정된 경우가 많습니다. 연구에서 5년은 매우 긴 기간입니다. 대학을 졸업해서 박사 학위를 딸 수 있을만큼 긴 기간입니다. 특히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에서는 1~2년도 매우 긴 기간입니다. 책을 집필하고 준비하는 동안 새로 등장하는 문제나 방법론이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책을 모두 읽었다면 그것을 보강하기 위해서 최신 트렌드를 담은 논문을 찾아봐야 합니다.
그렇게 최신 논문을 읽으면서 또 최근에 나온 책을 찾아서 읽어야 합니다. 그런 반복을 거쳐야 합니다. 새로 나온 책이 예전에 읽은 것과 많이 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지, 한두 챕터만 새로 추가된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책이라는 것이 저자의 시각을 통해서 정리되고 재구성되면서 부분부분으로 알던 지식이 하나로 통합되는 결과를 줍니다. 순간을 놓쳐도 트렌드를 잃어버리지만 긴 시간을 놓쳐도 트렌드를 읽지 못합니다.
오래 전에 트위터에 이런 글을 적은 적이 있습니다. … 과거 기억을 되살려서 트윗을 재구성하는 것보다는 그때 적은 트윗을 직접 인용하는 것이 나을 것같아서 찾아서 붙입니다.
내가 TV를 보지 않으면 일주일의 트렌드를, 인터넷을 하지 않으면 1년의 트렌드를, 논문을 읽지 않으면 10년의 트렌드를 놓쳐버린다. 그러나, 내가 책을 일지 않으면 1세기의 트렌드를 놓쳐버린다. 그런데도 여전히 책보다 드라마인가요?
— Jeong, Buhwan (@falnlov) November 2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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