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Pin It

미국 통신사 Bloomburg에서 2014년도에 가장 혁신적인 나라로 대한민국을 꼽았다. R&D 투자, 제조능력, 생산성, 하이테크 밀집도, 고등교육 효율성, 연구원 분포도, 특허 등록 등 7개 부분으로 나눠서 평가했는데, 생산성 부분만 33위로 다소 낮을 뿐 다른 항목들은 2~6위로 골고루 상위권을 차지했다. 개별 항목에서 (특출나게) 1위를 한 것은 없다. 실제가 그렇든 아니면 그냥 자조든 대한민국하면 창조성이나 혁신이 뒤떨어진 나라로 생각하는데 어떻게 이런 평가가 나왔는지 의아하다. (이미 국내 언론사들을 호들갑을 떨었다.) ** 참고. Bloomberg: Most Innovative in the World 2014

(어제) 낮에 우연히 TED 동영상을 하나 시청했다. Andreas Schleicher가 2012년에 발표한 “Use data to build better schools”이라는 동영상인데, 제목과 같이 교육 시스템에 대한 얘기를 다루고 있고 발표 내용 중에 아래와 같은 자료를 젯했다. 뒤쪽에 하이라이트된 곳이 대한민국이다. 즉 대한민국은 현재 학업 성취도가 매우 높다는 얘기다.

"TED: 더 좋은 학교를 구축하기 위한 데이터 사용하기" 동영상에서 캡쳐함


문득 떠오르는 또 다른 장면이 있다.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종종 공개연설에서 우리 나라의 교육 수준 및 학구열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교육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호들갑을 뜬 참고 기사들은 그냥 다음에서 검색해서 보기 바란다.)

그래서 페이스북이 이런 코멘트를 남겼다.

아침에 블룸버그의 가장 혁신적인 국가를 랭킹한 것도 그렇고, TED 동영상이나 오바마의 연설에서 한국의 교육 수준이 높다고 강조하는 것을 보면... 수치로 보여지는 대한민국은 참 환상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상을 전혀 모르는 외국인들이 그냥 겉으로 드러난 수치만으로 대한민국을 칭송하는 것을 보면 참 기가 막힌다.

이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 즉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이 얼마나 낙후되어있는지를 잘 알고 있을 거다. 교육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은 맞지만 공교육은 무너지고 대부분 사교육, 즉 학원과 과외로 채워져있다. 체육이나 음악/악기, 미술 등의 다양한 인성교육보다는 국영수에 대부분 치중되어있다. 0교시와 야간자율학습으로 대변되는 닭장에 가둬서 사육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이다. 창의성이나 다양성, 자율성과는 전혀 먼 주입식 교육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수치로만 보여지는 대한민국의 교육이 참 환상적인가 보다.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하루에 12~14시간 이상을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고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고, 공부만이 살길이라며 가계소득의 상당액을 교육에 투자하고 있는 모습에서 학구열을 느끼는 것같다. 물론 단기적으로 그런 노력의 결실로 현재에 이르렀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부에서도 스스로 비판하는 비정상적인 교육 현실이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환상적으로 보이는 것같다. (우리와 비슷한 상황인 미국에 사는 중국인 부모의 Tiger Mom도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대한민국의 비정상화를 논하기에 앞서, 이런 인식의 부조화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시간 및 투자액 등) 수치에 함몰되어 숨겨져버린 학생들의 인권, 개성, 다양성, 자율성 등은 어디에서 보상받을 수 있는가?

갑자기 며칠 전에 본 글이 생각난다. 리가르드 IMF 총재가 김용 세계은행 총재에게 한국은 스웨덴과 함께 학업성취도가 세계에서 1, 2위를 다투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물었는데, 김용 총재는 8시부터 11시까지 공부한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리가르도 총재가 하루에 3시간만 공부하고도 이런 성과를 내는 것에 놀라했다는 일화가 있다. 한국인이라면 모두 이해했을 거다. 위의 11시는 밤 11시라는 것을...

앨빈 토플러가 말했던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5시간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라는 말도 생각난다.

==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Share           Pin It

Harvard Business Review에 올라온 David Burkus의 'Innovation isn's an idea problem'을 의역, 정리합니다.

--
조직의 혁신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외부의 시각으로 생각하기 또는 blue sky 사고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많은 조직에서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아이디어의 부재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아이디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혁신은 아이디어의 문제가 아니라, 인지의 문제다.

대표적으로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가장 먼저 연구개발했음에도 그것을 상업화시키지 못했고, 제록스는 다양한 PC 기술을 개발했지만 그것들은 스티브 잡스 또는 애플에 의해서 빛을 발했고, 윌리엄 심스가 루저벨트 대통령에게 직접 어필하기 전까지는 US Navy에서 그의 혁신적인 제안들을 모두 거부했었다. 똑똑한 사람들이나 견고한 회사들이 적은 불확실성에 노출되었을 때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편견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Wharton의 제니퍼 뮬러의 연구에서 불확실성과 혁신/창의성의 관계를 보여준다. (너무 간략히 설명되어 실험 설계를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움) 연구/실험에서는 두개의 그룹으로 나누었는데, 한쪽 그룹 (실험군)에는 그들이 문제를 해결하면 임의로 추가 수고비가 주어진다고 알려줬다. (임의의 추가 수고비가 불확실성을 제공함) 실험은 창의성과 실용성의 암묵적 인식을 측정하는 것이다. 창의성이나 실용성을 표시하는 단어들이 긍정적 또는 부정적 형용사들과 함께 주어졌을 때, 실험자들은 더 선호하는 단어구를 선별하도록 했다. 그리고 두번째 단계에서는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대해서 그들의 느낌을 명시적으로 7점 스케일로 레이팅하도록 했다.

이 실험에서 실험군 (임의성/불확실성이 가해진 그룹)들이 창의성을 더 가치있는 것으로 말하지만, 실제 창의적인 단어군보다는 실용적인 단어군을 더 선호하는 것을 발견했고, 후속 연구에서 불확실성에 노출된 그룹에서 대조군보다 새로운 혁신적인 제품에 (통게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더 낮은 점수를 부여했다 (즉,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혁신적이어서 모험적인 것보다 더 실용적이고 확실한 대안을 선택함). 불확실한 상황에서 창의성에 대한 부정적인 바이어스가 존재한다는 것은 많은 주목할만한 혁신들이 초기에 거절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불확실한 상황은 경영자들은 혁신에 대한 강의 욕구를 느끼지만 경쟁적 이점을 줄 수 있는 혁신을 발견하지 못하도록 유도한다. (문단 마지막에 재미있는 표현이 쓰여져있네요. 'the ideas that could keep company alive are being killed too quickly')

이런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이디어의 채택을 오직 경영자들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전사의 모든 직원들에 의해서 채택되도록 해야 한다. 로더 아일랜드의 Rite-Solutions에서 10년 넘도록 Mutual Fun이라는 '아이디어 마켓'을 사내에 설치해두고, 모든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주식시장과 같이 직원들이 개별 아이디어에 (가상 화폐로) 투자하고 또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프로젝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직원들의 충분한 지지를 얻은 아이디어는 실제 프로젝트화되고 참여/지지한 모든 직원들이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서 얻은 수익을 공유하도록 했다. 몇 년 안에 그런 프로젝트를 통해서 점진적 개선에서부터 완전히 새로운 산업의 제품에 이르기까지 많은 제품을 만들어냈다. 첫 해에만 뮤츄얼펀을 통해서 회사의 신산업의 성장의 50%를 담당했다. 그런 즉각적인 수익뿐만 아니라, 그런 과정을 통해서 회사 전반에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 인지의 민주화 -- 문화를 형성했다. (주, 대중의 지혜에서처럼 집단사고에서 벗어나야지 가능한 시나리오임)

이미 주변에 좋은 아이디어는 편재하고 있으며 그런 것들을 적절히 발견하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혁신은 아이디어 솔루션이 아니라 인지 솔루션이다.
--

글의 논리/흐름은 좀 이상하지만 (불확실성이 생뚱맞게 끼어듬) 전체적인 내용은 수긍이 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Share           Pin It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로 모바일 세상이 열렸다. 현재의 생활이 5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종종 느낀다. 여전히 아이폰이 가져온 큰 변화에 제대로 적응을 못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 변화에 즐겁게 동참해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이들도 많아졌다. 아이폰 이후에 안드로이드도 실질적으로 만들어졌고, 아이패드와 태블릿이라는 영역이 개척되었다. 삼성은 피쳐폰의 제왕 노키아를 가볍게 누르고 어느새 핸드폰 마켓의 강자로 굴림하게 되었다. 애플과의 특허 전쟁은 실질적 침해 여부를 떠나서 삼성의 위상을 높여주었고, 영원한 우군처럼 보이던 안드로이드의 구글이 견제한다는 얘기까지 들려온다. (이건 국내 언론의 과장일 수도 있다.) 어쨌든 아이폰의 등장 이후로 업계의 판도에도 지각변동이 있었고, 우리같은 일반 소비자들은 모바일 세상을 즐기고 있다. 물론 여전히 PC정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들도 많지만…

그런데 문득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로 실질적으로 세상이 정체된 것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아래의 트윗을 남겼다. 설명하기는 좀 애매하지만 내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서두에 아이폰 등장 이후의 많은 변화를 얘기했지만, 실질적인 변화라기 보다는 그저 아이폰 조정기 또는 적응의 단계를 지나고 있는 것같다. 세련화 과정을 혁신 과정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혁신 모델을 설명하는데 점진적 개선 incremental improvement와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폰은 분명 당시로써는 파괴적 혁신이었다. 그런데 한번의 큰 파괴가 발생하면 그 이후 오랫동안 그 파괴를 수습하기에 바쁘다. 그 수습의 기간 동안 적응해나가는 몸부림이 점진적 개선이다. 서두에 말했던 수많은 변화들이 새로운 파괴를 일으켰다기 보다는 그저 파괴 이후의 개선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큰 지진 이후에 계속 이어지는 작은 여진들과 같다.

아이폰 이후의 5년을 잘 살펴보면 실질적으로 아이폰보다 더 나아진 것이 없다. 안드로이드가 되었건 윈도우8이 되었건 아니면 타이젠이 되었건 실질적으로 iOS와 별반 차이가 없다. (어느 OS가 더 낫다 아니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삼성 LG HTC 모토로라 노키아 소니에릭슨 등의 수많은 제조사들에서 쏟아져나오는 스마트폰들이 아이폰이 만들어놓은 카테고리를 파괴하지 못하고 있다. 재미있게도 애플의 아이패드도 실질적으로 아이폰이 만들어놓은 세상을 조금 확장했을 뿐 실질적인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고 말하기는 애매하다. 최근에 이슈가 되는 애플의 iWatch나 구글 Glass도 딱히… 그렇다. 이미 우리는 손목시계를 그저 장식용 악세사리로 취급하기 시작했고, 안경은 여러 모로 불편하다. (지난 밤에 글의 초안을 적었는데, 밤새 올라온 The Joy of Tech에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재미있는 제품이긴 하지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줄 것같지 않다는 거다. 여전히 아이폰 이후의 에코시스템에 우리는 갖혀있다.

The Joy of Tech. http://tapastic.com/episode/2316

앞서 말했듯이 많은 개선이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파괴는 없었다. 물론 어느 곳에서는 새로운 파괴가 일어나고 있겠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 비유가 이상하겠지만, 2004년도의 쓰나미, 2011년도의 쓰나미 이후로 많은 쓰나미 경보를 발행했지만 실제 눈에 띄는 쓰나미가 없었다. 아이폰의 등장 이후로 그런 혁신 또는 파괴에 대한 많은 말들이 있었지만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없다. 어느날 갑자기 대형 쓰나미가 발생하듯이 또 어느날 갑자기 우리 손에 새로운 혁신이 놓여있을 거라는 것은 확신한다. 미래의 일이다. 그렇기에 아직까지는 아이폰 이후의 정체기를 겪고 있다.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카피하거나 개선한 수많은 것들이 쏟아진다. 아이폰이 규정해놓은 스마트폰의 정의에 충실한 아류들이 쏟아졌다. 만약 아이폰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다른 또는 더 혁신적인 스마트폰이 등장하지 않았을까? 또는 다른 모바일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현실적으로는 시기가 더 늦어졌거나 열등한 제품들에 여전히 만족하고 있겠지만… 포드의 모델T이후의 자동차의 외관과 기능이 비슷해졌던 것이 하나의 혁신이 세상을 얼마나 획일화시켜버리는지를 잘 보여준다. 모방을 통해서 배우기도 하지만 혁신은 모방의 자식이 아니다. 수명이 다 하기 전에 제거하는 것이 파괴다. 혁신이 그런 것이다.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동안 우리는 아이폰이 만들어놓은 프레임에 갇혀지낼 것같다. 혁신이 혁신을 정체시킨다는 의미다. 우리는 여전히 아이폰이 만들어놓은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자유가 있다. 각성하라.

(2013.03.05 작성 / 2013.03.15 공개)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freeover.tistory.com BlogIcon FreeOver™ 2013.03.15 13:5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정말 아이폰은 있던 시대와 없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합니다~!!!

  2. Favicon of http://solarhalfbreed.tistory.com BlogIcon ludensk 2013.03.16 23:1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과연 지금을 정체되었다고 해야할까요?
    제 주위에는 아직 스마트폰의 기능을 카톡이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요... 아직도 적응하는 중인게 아닐까요?

    • Favicon of https://bahnsville.tistory.com BlogIcon Bahniesta 2013.03.16 23:2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이폰이 설정한 것 이상의 제품/혁신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S4까지 나왔지만 5년전 아이폰과 별로 다를 게 없다는 거죠.

삼성의 길

Gos&Op 2013.03.07 09:37 |
Share           Pin It

며칠 전에 삼성이 MS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소프트웨어를 전문으로 하는 MS와 하드웨어를 전문으로 하는 삼성이 닮았다고 말하는 것이 이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MS가 PC시절의 공룡기업이었듯이 삼성이 지금 모바일/스마트폰시대의 공룡기업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MS가 퍼스트무버는 아니었지만 업계를 평정했듯이 삼성도 퍼스트무버가 아니지만 업계를 거의 평정했다. 그래서 이 둘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MS는 정말 잘 나갔다. 그런데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은 지금 잘 나간다. 그런데...

기업의 성공 이면에는 운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같다. 제품/서비스의 완성도보다는 타이밍의 싸움에서 이기면 성공한 기업이 되는 것같다. 그런 측면에서 MS는 참으로 대단했다. 초기 MS-DOS의 성공을 바탕으로, PC운영체제, 오피스제품군, 그리고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말했듯이 MS가 이들 분야에서 퍼스트무버였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물량공세를 펼쳤기 때문에 성공했다. 가장 최근 (10년도 더 전의 이야기를 가장 최근이라 표현해야 하다니...)의 브라우저 전쟁에서 네스케이프에 선수를 빼았겼지만, 이후에 윈도우OS를 바탕으로 물량공세를 펼쳐서 브라우저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되었다 (10년 전에 -- 지금은 다시 춘추전국시대를 넘어 크롬으로 기우는 분위기). MS는 이 때 이후로 이런 물량공세를 그들의 유일한 경영전략으로 삼은 것같다. 그래서 그들이 보유한 현금으로 시장에 다소 늦게 참가하더라도 평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검색에서도, MP3음악시장에서도, 모바일OS에서도, 클라우드에서도... 그런데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계속 현금을 투입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물론 가능성을 보인 제품/서비스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브라우저 전쟁에서의 승리는 출발이 늦어도 몸빵으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지만, 현재 그들의 전략은 녹록치가 않다.

MS는 삼성의 데자뷰다. 삼성은 메모리, 디스플레이, 피쳐폰의 성공을 발판으로 스마트폰시장에 다소 늦게 뛰어들었지만 지금 세계 1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물론 다른 평가지표로는 1위가 아닐 수도 있다.) 스마트폰시장은 블랙베리와 애플이 먼처 치고 나갔고, HTC가 안드로이드폰을 먼저 만들어서 자신의 시장을 만들어갔다. 그러나 메모리 및 디스플레이에서 얻은 수익을 다시 안드로이드폰에 모두 투자해서 현재는 안드로이드폰 마켓의 1위가 되었다. MS가 브라우저 전쟁에서 승리했던 그 지점과 삼성이 스마트폰/안드로이드폰 전쟁에서 승리한 그 지점이 겹쳐보인다. 늦게 출발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넘은 자만이 생길 법하다. 삼성보다는 더 똑똑했을 MS가 그랬다. 이제 MS가 그랬듯이 다음의 전쟁에서 삼성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전의 글에서 삼성이 혁신능력이 없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참고. 2등이 편한 기업들...삼성은 언제나 퍼스트무버가 아니라 헤비무버였다. 몸집이 거대했지만 한 분야에 집중하는 나름 빨랐던 패스터무버이기도 하다. MS가 그랬던 것처럼... 한번 성공한, 그것도 대성공한 전략을 쉽게 버리거나 수정하기가 어렵습니다. 기억은 사람을 망하게 합니다.

그래서 그 순간 "지금 삼성의 성공은 애플이 아니 MS의 길로 이끈다"라는 한줄의 생각이 스쳐갔다. 과거의 성공은 향수일 뿐이고, 과거의 실패도 술자리 안주일 뿐이다. 과거는 레퍼런스가 될 수는 있어도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가 없다. 스스로 변화하고 혁신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미래에 살아남을 수가 없다. 애플이 당장은 어려움을 겪어도 그래도 지켜보는 것은 그동안 보여줬던 혁신 능력 때문이다. 역으로 삼성이 지금 잘 나가지만 불안한 것은 환경에 잘 적응했지만 환경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을 보여주는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제껏 그나마 빠른 시간 내에 변화된 환경에 투자를 했지만, 매번 그런 운이 따른다는 보장이 없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삼성은 참 애증의 기업이다. '애'가 전혀 없다면 이런 글도 안 적는다. 제발 좀 선해져라.

(2013.02.27 작성 / 2013.03.07 공개)

댓글을 달아 주세요

쉬운 길 옳은 길

Gos&Op 2013.02.13 09:35 |
Share           Pin It

TV 시청을 최대한 자제하려 하지만 어쩌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계속 보게 됩니다. 요즘 그런 경우가 바로 마의입니다. 이병훈PD님의 스타일이 뻔해서 비판도 많이 듣지만 고대 이후로 서사구조에 큰 변화가 없으니 뻔해도 그냥 계속 보게됩니다. 지금 마의는 파상풍과 주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백광현의 사투를 다루고 있습니다. 세자의 목숨이 경각에 있어 극의 긴장을 돋웁니다. 스스로 마루타를 자처하면서 치료법을 찾아가는 주인공과 치종지남이라는 의서로 무장한 떠돌이 광인의 대결이 다음주에 전개될 예정입니다. 오늘 (2/12 화) 마지막 장면에서 백광현이 독이 강한 약재대신 재를 사용하면 된다는 것을 깨닫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극의 전개를 봐서는 이제까지의 치료법이 모두 치종지남에 적힌대로인 듯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의 치료법도 치종지남에 적혀있는 것인지는 다음주를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치종지남에는 독성이 강한 약재를 사용할 것이 적혀있어서 허약한 세자가 제대로 견뎌내지 못해서 떠돌이는 큰 화를 당하고, 주인공이 찾아낸 시료법은 싸고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는 새로운 처방전이 될 것같습니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처음부터 주인공에게 치종지남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만약 그랬다면 주인공은 별로 고민도 해보지않고 그냥 서적에 나온 대로 처방을 내리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봅니다. 스승의 침술로 지혈을 하고 염탕수를 찾아내는 과정도 없이 쉽게쉽게 치료를 했을 법합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치료는 무사히 마쳤지만 의학/과학에 새로운 발전은 없었을 것입니다. 책에 적힌대로 또는 학교에서 배운대로 행동한다면 쉬운 길을 가는 것이지만 더 큰 발전과 전진을 가로막는 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쉽고 안전한 길이 정답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런 것에 메이면 새로운 곳으로는 갈 수가 없습니다.

매일 다니던 큰 길에서 잠시 벗어나 샛길에서 만나는 우연한 아름다움을 발견했던 기억들을 떠올려봐야 합니다.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큰 길로 가면 가장 빠르고 쉽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그러나 그 길로만 가다보면 새로운 곳을 만날 수가 없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지 못합니다. 만약 큰 길로만 다니던 사람이 큰 길에 사고가 나서 길이 막혀버리면 사고가 수습될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나 평소에 샛길도 이용해봤던 사람이면 그런 유사시에 새로운 해법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그런 샛길이 지름길인 경우도 있습니다. 모르는 곳을 방문했을 때는 네비나 지도를 보면서 따라가는 것이 정석이지만 친근한 주변에서는 다양한 루트를 개발해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새로움을 만나게 됩니다. 지식의 축적의 축적이 지혜의 내면화를 방해하면 안 됩니다.

오늘 마의 마지막 장면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주인공이 치종지남을 가졌다면 치종지남을 뛰어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청출어람청아람 (靑出於籃靑於籃)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스승의 지식을 흡수하는 것에 머물면 안 됩니다. 극에서 대척점에 있는 이명환이 기존의 사고와 지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듯이 처음부터 치종지남이 존재했다면 주인공은 그저 치종지남의 한계를 스스로 벗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앞서 말한 예측이 맞다면 치종지남의 시료법은 어린 세자에게는 맞지 않은 방법일 듯합니다. 그저 어른들을 임상대상으로 해서 만들어진 방법일 듯합니다. 떠돌이는 그저 책에 나온 것대로 자신의 능력만 과신하다가 결국 화를 당할 것이다는 너무 뻔한 전개입니다. 예측은 여기까지...

좋음은 위대함의 적이다라는 말은 늘 명심해야 합니다. 검증된 방법은 검증된 문제에만 적합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많은 것들은 그렇게 딱 정형화된 경우가 적습니다. 정형화된 프로세스가 그래서 좋은 것이지만 그래서 또 화를 끼치는 것입니다. 프로세스에 너무 의존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 프로세스가 만들어진 이유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주어진 프로세스대로 문제를 해결하려다면 변형된 문제에서는 오히려 잘못된 결론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늘 새로운 문제를 만납니다. 레퍼런스는 레퍼런스일 뿐입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진화하는 서비스

Gos&Op 2013.02.06 10:11 |
Share           Pin It

VentureBeat에 올라온 'Quora는 차기 블로그 플랫폼인가? Q: Is Quora the next big blogging platform?'라는 기사를 읽고 또 생각에 잠겼습니다. 기사의 내용은 소셜Q&A 서비스인 Quora가 새로운 블로그 플랫폼을 선보임으로써 단순히 질문에 답변하는 온디멘드형 지식축적이 아니라, 평소의 경험과 지식을 오프디멘드형식으로 블로그에 쌓고 필요시에 관련 질문과 매핑시켜주는 것을 다루고 있다. 답변의 추천수에 따라서 노출순위도 결정하고 또 기존에 적었던 글들을 답변에 링크를 걸어서 트래픽을 유도하는 등의 메타블로그의 역할도 수행한다고 합니다. 모바일 앱의 리치텍스트에디터를 통해서 모바일에서의 사용경험도 향상시켜주고 있다고 합니다. Quora가 소셜Q&A라는 이름으로 런칭시에 많은 주목을 받았고, 이후에도 간혹 유명한 스타트업 CEO 또는 개발자들이 직접 질문에 답변을 달아줘서 유명세를 탄 적이 많았습니다. 지식iN의 아성과 영문 위주라서 국내에는 Quora가 별로 알려져있지 않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소셜Q&A 서비스가 예초에 기대했던 폭발력을 아직까지는 보여주지 못한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직한 -- 어쩌면 당연한 --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Quora의 이런 진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서비스는 트위터입니다. 트위터는 초기의 140자 텍스트만을 제공하는 서비스였습니다. 그런 사용 제약 때문에 단축URL을 제공해주는 서비스가 생겼고, 사진을 쉽게 공유하는 서비스가 생겼고,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생겼고, 각종 모바일 앱들도 생겼고, 검색이나 트위터 분석 서비스 등을 비롯한 수많은 서비스들이 생겨나서, 트위터를 중심으로 아래의 그림과 트위터 에코 (Twitterverse)를 형성했습니다. 그렇게 공존하던 트위터 에코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순수였지만, 트위터가 펀딩에 성공하면서부터 검색이나 모바일 앱과 같이 부족했던 부분들을 채워줄 서비스/회사들을 인수하기 시작했고, 단축URL이나 이미지와 같은 것은 자체 개발해서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초기에 독립 개발자/사들과 조화를 이루던 트위터 에코는 그냥 트위터에 흡수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에는 Vine이라는 6초짜리 동영상을 공유하는 서비스/앱도 선보였습니다. 트위터 독립개발자들도 현재의 상황을 예측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트위터의 자발적인 에코에 균열이 왔지만, 어쩌면 이는 당연한 진화의 과정으로 보입니다. 만약 3rd-party의 앱/서비스들이 없었다면 진짜 제대로된 서비스의 진화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을 겁니다. (장기적인 로드맵의 결과인지 아니면 독립개발자들의 창의성을 카피한 것인지는 제가 판단할 수 없습니다.)

트위터를 예를들었지만, 그 외에 현재 주요 서비스/회사들도 비슷한 과정을 성장해왔습니다. 최근에 그래프서치를 추가한 페이스북도 처음의 단순한 컨셉에서 발전해서 지금의 대제국을 건설했습니다. 검색제왕인 구글도 검색에서 시작했지만 이메일, 동영상, 모바일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여전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애플도 비슷합니다. 맥으로 대표되는 컴퓨터 산업에서 음악과 모바일로 진화해나가고 있습니다. (적어도 잡스 치하에서) 다른 회사들과 조금 다른 점이라면 창조와 파괴가 동시에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카니발 효과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더 큰 시장/기회를 위해서 기존의 제품/라인업을 완전히 제거하고 새로운 제품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주면서 계속 진화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른 회사들과 비슷한 문어발식 확장하는 애플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핀터레스트의 리디자인 관련 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기능의 진화뿐만 아니라 UI/UX 또는 서비스 펄셉션의 진화도 볼 수 있습니다. 컨트롤타워가 있는 회사뿐만 아니라, 여러 오픈소스 제품들도 계속 진화하면서 발전합니다. 아파치가 그랬고, 최근에는 빅데이터 기술들이 그렇습니다.

국내의 다음이나 네이버도 포털이라는 테두리 내에서는 나름 진화의 과정을 거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메일에서 시작해서 카페, 뉴스, 검색 등으로 확장했던 다음이나 검색에서 시작해서 지식, 게임, 블로그/카페 등으로 성장해왔던 네이버도 비슷한 과정을 거칩니다. 그런데 지금 다음을 보면 한메일과 카페에서 정체된 것같고, 네이버도 공룡이 되었지만 변화의 기미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모바일 시대에 적절히 대응을 하고는 있지만 새롭게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는 듯합니다. 다음과 네이버가 모바일 퍼스트를 외치기 시작했지만, 5년 전의 모습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작고 빠른 스타트업들에게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들이 진출하지 못하는 영역에 스타트업들이 차고 들어갔기 때문에 침범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모바일을 얘기하면서 당장 빠질 수 없는 카카오의 경우에도 처음에 아지트로 시작해서 카톡으로 성공한 이후, 카카오스토리로 서비스를 확작하고 있고, 향후에는 게임 및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점차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오늘 (01/29) 채팅플로스도 발표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카톡을 사용하지 않아서 세부사항은 부정확할 수 있습니다.)

앞서 진화한다고 표현은 했지만 사실 모든 변화를 진화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진화를 얘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적응'입니다. '진화 = 적응'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지 변화는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것을 진화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진화란 수동적으로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환경을 개척해나가는 것이 진화라고 생각합니다. '진화 = 창조'가 더 맞는 표현입니다. 때로는 환경과 트렌드와 역행하더라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진화입니다. 단순히 시대의 조류에 따라서 기능 한두개씩 덕지덕지 붙이면 결국 그서비스는 덩치만 커지고 새로운 변화에 둔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다음과 네이버를 비판적으로 보는 이유도 그저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려고 하지, 모바일 및 그 이후의 시대를 위해서 새롭게 혁신하는 진화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신생기업들도 현재는 모바일에서 잘 나가고 있는 듯하지만, 발표되는 전략안이나 추가되는 기능들을 보면 그저 누구나 당연히 그러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그 방향으로만 가는 듯합니다. 그렇게 잘 적응했다고 자부하는 사이에 새로운 쓰나미가 밀려오면 모든 생활터전을 잃고 맙니다. PC 시대에서 모바일 시대로의 전환은 그나마 매끄러웠지만 그 이후의 새로운 변화에는 또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화입니다. 이것은 애플이 잘 해왔는데 앞으로는 어떨지 걱정입니다. 디지털 음원시장, 스마트폰 및 모바일 시장, 태블릿 시장 등을 성공적으로 만들어오면서 업계 1위를 (한때는) 차지했습니다. 최근 3~5년 사이에 소개된 제품으로 매출/수익의 50%이상을 차지하는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줬는데, 지금은 주가가 급격히 빠지고 있고 다소 힘겹게 버티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일시적인 숨고르기인지 아니면 과거의 재편인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이러는 와중에 진화보다는 적응에 최적화된 공룡들의 추격에 또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도 보입니다. MS는 여전히 부침을 겪고 있지만 전통적인 공룡전략을 가장 잘 이해하는 기업이고, 적어도 모바일 및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구글과 삼성이 절대 공룡이 되었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 진화입니다. 다음도.. (환경이) 변하기 때문에 변하는 그런 회사/서비스가 아니라 변하기 때문에 (세상을) 변화시키는 그런 모습으로 턴어라운드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상적으로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니 제가 이런 글을 적고 있겠죠.

* 애초에 글을 적으려던 방향과 내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냥 '진화하는 서비스가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라는 짧은 생각에서 몇 가지 사례를 적으려 했는데... 제 결국 제 처지를 걱정하게 됩니다. 저도 적응이 아닌 진화를 선택해야할지도...

(2013.01.28 작성 / 2013.02.06 공개)

댓글을 달아 주세요

혁신에 대한 오해

Gos&Op 2013.01.22 09:53 |
Share           Pin It

혁신에 관련된 포스팅을 여러 번 올렸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애플과 혁신을 바라보는 이상한 시선'이라는 글에서 애플의 신제품 발표 이후에 쏟아지는 '애플에 더이상 혁신은 없었다' 류의 반응에 대한 글이었고, 후속으로 '소비자는 혁신을 구매하지 않는다'라는 글도 올렸습니다. 더 최근에는 박원순 시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혁신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글도 적었습니다. 그 외에도 자주 혁신에 관련된 내용을 계속 적어왔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저 자신부터 혁신에 대한 이상한 신화/오해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말에 읽었던 조세프 슘페터의 전기 <혁신의 예언자>를 읽으면서 내가 혁신을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라고 느낀 순간이 있었습니다. 책에서 --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 혁신은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 표현을 읽는 순간 내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혁신을 생각하면 늘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제품만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새롭고 다른 기술이나 제품이 나왔더라도 그것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고 그냥 기존에 형성된 시장 내에서만 기능을 한다면 그냥 대체제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혁신은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라는 짧은 글을 남겼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치하에서 애플이 혁신적이었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들이 단순히 기존 제품을 발전시킨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냈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이 모든 것들은 모두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재디자인한 것뿐입니다. 그러니 그런 제품을 보면서 혁신이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 애플이 혁신적이었던 이유는 그런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능력보다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카테고리, 새로운 트렌드, 그래서 새로운 시장/수요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아이팟은 단순히 MP3플레이어지만 아이튠스와 함께 새로운 음악소비시장을 만들었습니다. 아이폰은 전화기/핸드폰 시장에서 경쟁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스마트폰이라는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이폰에서 가장 쓸모없는 기능이 통화하기입니다.) 아이패드도 기존의 PC나 노트북 또는 넷북과는 별개의 틈새시장을 뚫고 들어가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기 때문에 혁신적이라고 평가했던 것입니다. 단순히 옛것을 대체할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만든 것이 아닙니다.

신제품이 발표되면 항상 따라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카니발 효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카니발 효과란 새로운 제품이 기존 제품의 시장을 갉아먹어버리는 것을 뜻합니다. 새로운 수요/시장이 아니라 기존에 만들어진 시장 내에서의 경쟁제/대체제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시장의 크기는 그대로인데 경쟁제품의 수만 많아지는 것입니다. 그런 시장에서는 디자인, 품질경쟁도 벌어지지만 근본적으로 가격경쟁이라는 치킨게임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새로운 제품이 나와서 비록 기존의 시장을 일부 잠식하더라도 새로운 시장/수요를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그래서 시장 자체가 더 커졌다면 이런 경우는 과다출혈경쟁이 아니라 자신만의 경쟁을 펼칠 수 있습니다. 또 상기시켜야할 대목은 아이팟 나노가 나오던 시점에 애플은 나름 잘 나가던/시장이 혀성된 아아팟 미니를 단종시켜버렸다는 점입니다. 아이팟 클래식, 아이팟 미니, 아이팟 나노는 모두 별개의 영역을 가지고 있지만 (아이팟 터치가 나오기 전으로 알고 있음) 일부러 아아팟 미니를 단종시켰습니다. (참고, 기획의 신 스티브 잡스) 카니발 효과에 벌벌 떨면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보다는 그런 기존의 시장을 제거해버리고 새로운 제품을 위한 시장/기회를 준 것도 일종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것입니다. 혁신은 언제나 파괴를 전제로 합니다. 파괴는 없애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기회/수요를 위한 준비과정일 뿐입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그냥 새로운가?를 물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가? 또는 카니발효과를 무시할만큼 더 큰 시장을 만들 수 있는가?를 점검해야 한다.

개그콘서트가 계속 잘 나가는 이유가 인기있는 코너들을 폐지하고 새로운 코너들을 계속 선보임으로써 긴장감을 게속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꾸준히 신인 개그맨들을 발굴해서 그들에게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코너나 특정인의 인기에 의존하다보면 그 코너/개그맨의 인기가 시들해지면 전체가 무너져버립니다. 'MBC 예능본부장이 밝힌 무한도전 김태호PD 성공이유'라는 기사의 내용도 맥을 같이 합니다. 예능프로그램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6개월 내지 1년마다 PD를 바꾸거나 작가를 바꾼다고 합니다. 김태호PD는 때가 되면 무한도전 작가를 교체한다고 합니다. 비록 교체된 작가가 상대방송사 런닝맨에서 주축 작가로 활동해서 화살이 돌아오기도 하지만 자기변신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비록 뼈아픈 일이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무한도전과 김태호PD도 최고의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고, 또 교체된 작가도 무한도전의 틀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더 넓은 세상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사람에게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것과 또 유능한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전파하는 것도 일종의 시장을 확장시키는 방편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최근에 어떤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표현을 봤습니다. (다양한 책들을 동시에 읽어서 책 제목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책에 대량 혁신 Mass Innovation이라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일상 생활에서 생산, 소비, 미디어 등이 대량 mass와 합쳐져서 mass production, mass consumption, mass media, mass communication 등의 용어는 쉽게 들어봤지만, 혁신이라는 단어에 mass를 연결시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mass innovation이라는 표현을 읽고나서 뭔가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혁신은 그저 소수의 천재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라는 그런 선입견을 깨어준 표현입니다. 대량혁신도 가능하겠다는 생각, 그리고 그런 시대를 준비/대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끔 일어나는 혁신이라서 하나씩 수용하면 되던 그런 좋은 시절이 지나고, 혁신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때 -- singular point / critical mass -- 우리는 과연 적응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2013.01.15 작성 / 2013.01.22 공개)

댓글을 달아 주세요

Share           Pin It

기업의 여러 가지 케이스스터디를 잘 보여주는 HBR (Harvard Business Review)에 혁신을 방해하는 9가지 습관이라는 글이 올라와서, 대략적인 내용을 옮겨적습니다.

혁신을 방해하는 9가지 습관

  1. Be suspicious of any new idea from below -- because it's new, and because it's from below. 밑에서 올라온 (부하가 생각한) 새로운 아이디어는 항상 의심스러워한다. 즉 경험과 권위가 없는 이들에게서 온 아이디어를 장려하고 검토하기에 앞서, 뭔가 부족하거나 잘못되었을 것이라고 의심부터 한다.
  2. Invoke history. 과거를 회상한다. 즉, 과거의 실패했던 경험들을 들춰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실패했던 그것과 유사하다고 바로 죽여버린다.
  3. Keep people really busy. 사람들을 바쁘게 만든다. 직원들을 바쁘게 만들어서 딴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4. In the name of excellence, encourage cut-throat competition. 탁월함을 내세워서 직원들을 치열한 경쟁으로 내몬다. 그룹 내에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아이디어를 -- 공개적으로 -- 비판하도록 강요해서 승자와 패자로 나누려 한다.
  5. Stress predictability above all. 예측가능성을 강조한다. 모든 행위는 정해진 규칙/절차를 따라야 하고 모든 결과는 측정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투여하고 유연성을 저해시킨다.
  6. Confine discussion of strategies and plans to a small circle of trusted advisors  신뢰할 수 있는 권위자/조언자 그룹 내에서만 전략이나 계획을 검토한다. 다양한 경험과 식견을 포용하지 않고, 단지 소수의 의견에 의해서 결정된 사항을 밑으로 내려보낸다.
  7. Act as through punishing failure motivate success. 실패를 정죄하는 것이 성공을 동기부여하는 것이라 믿고 행동한다.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이들을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고 그들에게서 실패교훈을 얻으려 한다. 그렇게 되면 리스크테이킹을 모두 꺼리게 된다.
  8. Blame problems on the incompetent people below -- their weak skills and poor work ethic. 부하직원들의 부족한 자질 문제를 비난한다. 부족한/미숙련된 자질을 자꾸 불평하다 보면 자신감도 떨어뜨려 그들의 아이디어 능력을 저해한다.
  9. Above all, never forget that we got to the top because we already know everything there is to know about this business. 현재 사업/비즈니스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정상에 섰다는 것을 까먹지 않는다. 즉,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그런 자만감 때문에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역으로 위의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 Encourage new idea, especially from below and from unexpected sources. 새로운 생각, 특히 밑에서 그리고 예상치 못한 출처에서 온 생각을 장려하라.
  • Look ahead, not behind. The past is prologue but not necessarily precedent. 과거가 아닌 미래를 봐라. 과거는 그냥 하나의 프롤로그일 뿐, 필요한 선례가 아니다.
  • Leave some slack for experimentation, whether spare time or seed money. 사람들에게 다양한 실험을 할 여유 -- 시간과 돈 -- 을 허용하라.
  • Look for improvement, not critiques. Encourage collaboration toward common goals. 비판이 아닌 개선을 봐라. 같은 목표를 위한 협동을 중시하라.
  • Be flexible. Stress substance over form, action over calendar. Allow for unplanned opportunities. 유연해져라. 형태가 아닌 본질을 보고, 일정이 아닌 행위를 봐라. 계획되지 않은 기회를 허용하라.
  • Open strategic discussion to new voices. 새로운 목소리에 전략적 토론을 공개하라.
  • Accept that stretch goals mean some things won't work. Avoid public humiliation; promote public recognition for innovative accomplishments. 유연한 목표는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말고 혁신적인 성취를 공개적으로 알려라.
  • Foster respect for people and their talents. 사람과 그들의 재능을 존중하고 육성하라.
  • And know learning is an imperative. Everyone, even the most experienced, must be open to learning. 배움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라. 가장 경험이 많은 사람도 배움에는 항상 열려있어야 한다.

(2013.01.15 작성 / 2013.01.18 공개)

댓글을 달아 주세요

Share           Pin It

여러 포스팅에서 종종 언급했었고, 또 기회가 된다면 더 심층적으로 다뤄보고 싶은 주제가 바로 혁신 innovation입니다. 오늘은 이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고, 지난 주 <나는 꼽싸리다>에 나오신 박원순 서울시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쳐지나갔던 생각을 간단히 적으려 합니다.

당연한 것이 혁신으로 비춰지는 현실.
박원순 시장님께서 지난 1년 동안의 다양한 치적들을 언급하면서 '혁신'이라는 단어가 자주 입밖으로 나왔습니다. 서울시정을 하시면서 많은 난제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해나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서울시가 부러웠습니다. 그런데 얘기를 계속 듣다보면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시장님께서 그렇게 자주 언급하신 해결책들이 과연 일반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혁신이라 부를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었습니다. 물론 시장님께서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일들을 하셨고 또 전임자가 망가뜨려놓은 많은 것들을 바로 잡아놓으셨습니다. 때로는 참신한 방법으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셨지만, 실제 많은 해결책들은 -- 편견 또는 정파적 이해 관계를 배제해서 생각하면 --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었습니다. 누가 시장이 되었더라도 당연히 했어야 했을 법한 시도들이 혁신적인 시도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그런 당연한 해결책들이 혁신으로 받아드려지는 현실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시장님이 단행한 작고 당연한 시도들이 혁신으로 인식되는 것은 달리 말하면 우리 사회가 많은 부분에서 왜곡되었고 또 여러 사회 정책들이 특정 계층만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 상식을 가진 자를 국가의 위정자로 뽑아야 한다는 점을 깊이 되새기게 됩니다. 특정 소수의 눈치만을 보면서 그들의 이득만을 대변하는 이는 국가의 대표, 수장으로 선택하면 안 됩니다. 그들은 그들의 이득에 반하는 모든 국민들이 당연하게 누려야할 많은 것을 국민들로부터 빼았을 것이 뻔합니다. 지난 5년의 기억을 되새겨야 합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는 사회에서는 당연한 것이 혁신으로 비춰지는 그런 비극이 계속됩니다.

혁신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보통 혁신이라고 말할 때는 '거창하고 이전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무엇'정도로 인식합니다. 그래서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만을 혁신으로 받아들입니다. 애플의 제품발표회 이후에 '더이상 애플제품에는 혁신이 없었다' 류의 기사들이 쏟아지는 것을 이런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혁신은 그런 단절적인 것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 개선 incremental improvement도 혁신의 일종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여러 경영학 서적에서는 점진적 개선에만 치중하다가 결정적인 퀀텀점프의 기회를 놓쳐버린 다양한 사례들을 케이스 스터디로 소개합니다. 당연히 경영학 책에서는 그런 사례들을 다루며 시대의 큰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를 줘야 합니다. 그러나 책에서 다뤄지는 것이 모두는 아닙니다. 파괴적인 대박 아이템만을 쫓다보면 현실에서 간단하게 개선할 수 있는 수많은 작은 아이템들을 놓쳐버립니다. 뭔가 거창한 것을 준비하면서도 작은 개선책들을 꾸준히 실행해 나가야 합니다. 시장이나 대통령이 바뀐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하루 아침에 180도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작은 것들을 바로 세우고 실천해나가면서 결과적으로 삶에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거창하고 크고 전혀 새로운 것만아 혁신이 이니라, 일상에서의 작은 변화/개선을 실천하는 것도 혁신의 행위입니다.

상식이 바로 선 사회에서는 시장님의 치적들이 혁신이 아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당연한 것들을 실천해 나가면서 삶에 변화를 주는 것도 또한 혁신입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Share           Pin It


지난 글 (애플과 혁신을 바라보는 이상한 시선)에서 아이폰5에 대한 언론의 반응에 대해서 글을 적었습니다. 대체적으로 아이폰5에는 더이상의 혁신은 없고, 특히 포스트-잡스 시대에는 애플의 혁신 동력이 사라졌다는 류의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런 글들을 보면서 글을 적은 기자들은 혁신이 뭔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또 객관성과 균형감각이 없는 이런 종류의 글을 계속 봐야하는가?라는 회의감도 느꼈습니다. 지난 글의 초안을 잠들기 전에 급하게 적었던 글이라서 표현도 거칠고 또 한두 스텝 더 나간 분석 또는 전망을 전달하지 못했다는 점이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그때 떠오른 생각이 '소비자는 혁신을 구매하지 않는다'였는데, 이에 대한 단락을 이전 글에 추가하는 것은 조금 늦어버린 감이 있어서 추가로 글을 적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글을 적으려니 글의 전개에 대한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특히 글 하나가 크게 관심을 받고 나면 다음 글을 적을 때는 항상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결정적으로 이 글을 적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생겼습니다. 바로 왼쪽 옆에 첨부한 삼성에서 만든 아이폰5와 갤럭시S3의 비교 포스터를 보는 순간 이 글을 적어야만 한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글을 적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에 재미있는 글이 하나 더 올라왔습니다. 삼성의 저런 광고에 반대해서, 애플의 팬들이 반박하는 글/사진들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참고. Apple fanboys fight back against Samsung) 기업의 입장에서는 비교광고 (떄로는 네가티브광고)를 만들어서 자사의 제품/서비스를 홍보, 부각시키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애플은 그런 비교광고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재미있게도 애플 제품의 소비자들이 기업을 대신해서 반박을 하는 재미있는 사건입니다. 일부에서는 애플빠라고 욕을 하겠지만, 삼성의 입장에는 그런 삼성빠 ('삼성알바'가 아닌)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기업의 지속성을 보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소비가 혁신을 구매하지 않으면 도대체 뭘 구매하지?라는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고상한 단어들을 떠올렸습니다. 친숙함, 기대감, 편의... 그런데 그런 단어들을 구차하게 나열하는 것보다는 더 재미있는 애널러지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음식/요리입니다. 사람들이 평소에 식당/맛집을 선택할 때의 상황을 떠올려보면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서비스를 구매하는가를 잘 설명해줍니다. 일단 가격이라든가 이벤트와 같은 특수상황은 무시하고, 그저 지인들과 저녁약속을 잡는 경우로 생각해보겠습니다. 사람들이 맛집을 선택할 때, 그저 많은 재료가 들어간 요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그냥 맛있는 요리 또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요리를 선택합니다. (맛집 전문블로거와 같이) 시험삼아 새로운 식당/음식을 도전해보기도 하지만, 보통의 경우 평소에 맛있게 먹어서 자주 들러는 식당이나 주변에서 많이 추천해주는 식당으로 갑니다. 일반적인 경우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갑에 돈이 없어서 편의점 삼각김밥을 선택하기도 하고, 특별한 데이트 때문에 무리해서 호텔식당에 가기도 하겠지만...) 

결국 취향의 문제입니다. 혁신도 소비자 취향의 한 축이 될 수가 있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더 많은/새로운 기능이 일부 소비자의 취향을 만족시키겠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많은 기업들이 최근 10년동안 꾸준히 논쟁이 되어왔던 미니멀리즘이라든가 인문과 기술의 조우라든가 소비자를 이끄는 디자인 및 감성이라든가 그런 것들에서 여전히 (소비자의 취향/트렌드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1900년대 초반에는 제품의 존재만으로 소비자을 유혹했고, 1900년대 중반에는 기능의 다양성 및 가격 결정력으로 소비자을 유혹했고, 1900년대 후반에는 품질의 우수성으로 소비자를 유혹했듯이, 2000년대에는 디자인의 우아함 및 브랜드의 신뢰성 등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위의 비교광고를 처음 접하는 순간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이게 효과가 있을까? 비빔밥을 만드는데 5~6가지 재료면 충분한데, 쓸데없이 10여가지 재료를 마구 쑤셔넣어서 비빔밥에 밥은 없고 그냥 나물범벅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빔밥을 만들 때도 가장 맛있는 조합을 만들기 위해서 전략적 선택 (추가/배제)을 하는데, 고가의 소비제를 만들면서 그냥 모든 재료를 떼려넣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부터 아이폰5를 구매하고자 했던 고객들의 마음을 위의 광고로 되돌릴 수 있을까요? (기능적/스펙상의) 혁신을 강조하고 싶었겠지만 이게 혁신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블로거는 (원본글을 찾을 수 없네요) 아이폰5 키노트에서 애플이 아이폰5만으로 할 수 있는 (감성적인) 것들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했다고 직적했습니다. 키노트 전체를 보지 못했지만 이제까지는 신기술을 선보이면서 그걸 가지고 어떻게 삶을 변화시킬지에 대한 감성스토리의 예시를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그런 순서가 없었나 봅니다. 삼성이 애플의 룩&필이나 스펙을 비교하는 것보다는 삼성만의 고유의 룩&필이나 기능적 강점을 가지고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더 나을 듯합니다.

기능이나 사용성과 같은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것 또는 혁신적인 것은 -- 일반적으로 --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소비자가 그냥 새롭다거나 혁신적이라고 해서 선택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그 새롭고 혁신적인 것이 소비자의 필요를 충족시켜주고 또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느냐가 관건입니다. 그저 많은 기능들로는 소비자의 필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그냥 스펙의 나열만으로는 소비자의 (구매/사용) 욕구를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식객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재료와 조리방법, 즉 레시피가 있습니다. 그렇듯이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제품/서비스의 레시피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레시피가 소비자의 취향이 아닌 생상자의 취향에 맞춘 레시피라면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비록 그 제품/서비스가 아무리 새롭고 혁신적이라 할지라도..

글이 조금 이상하게 흘러갔지만,... 소비자는 혁신만으로 제품을 구입하지는 않습니다. 혁신이 눈요기로 그치면 혁신에 대한 불신만 쌓일 뿐입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