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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글은 임정욱님이 올린 “구글의 네스트 인수 의미“라는 블로그글에 남긴 아래의 페이스북 댓글에서 시작된 글입니다. 그리고 바쁜 분들을 위해서 이 댓글이 이 글의 핵심 요약이기도 합니다.

하루 이틀 지나니 의미를 공유하는 글/기사들이 많이 등장하네요. 모두 읽어보고 판단해야하는데... (조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아주 오래 전부터 인텔리전트 시스템은 크게 모니터링/센싱, 디시즌 메이킹, 익스큐션 세부분으로 나뉜다고 생각했는데, 구글로써는 의사 결정, 즉 데이터 및 소프트웨어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최정점에 올라와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실행이 중요할텐데 (그래서 무인자동차나 로봇 등에 관심을 가지는 듯), 실행을 위해서는 의사결정이 필요하고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한데,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모니터링/센싱의 영역이니 앞으로 이 쪽에 계속 투자하지 않을까요?

인텔리전트 시스템 Intelligent Systems의 개념에 대해서 처음 접했던 것은 2000년도에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였습니다. 당시 지도교수님의 수업 초반에 다양한 인텔리전트 시스템에 대한 관점과 아키텍쳐 등을 1~2주정도 다룬 적이 있습니다. 벌써 10여년 전 수업이었고, 그런 개념들은 또 몇 십년 전에 나왔던 것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듯합니다.

* 사족. 지도교수님은 학력고사에서 두자리 등수를 받으셨던 분이고 전공하셨던 생산시스템 등에 대해서는 맥을 잡고 계셨던 분이지만, 엄밀히 말해서 제가 연구하던 시점/분야에는 (교수님의 주분야가 아니었기에) 기술적으로는 아주 뛰어나지는 않았습니다. (교수님이 이 글을 보시면 안되겠지만, 그래도 수긍은 해주실 듯) 그래도 밑에서 몇 년을 지내면서 당시에 배웠던 몇 가지 개념 및 사고의 틀은 여전히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하나가 지금 다루는 인텔리전트 시스템에 대한 개념입니다. 그리고 IDEF0 Functional Model을 이용해서 시스템을 모델링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도 여전히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제의 관계가 지식의 전수가 아닌 지혜, 또는 시각을 전한다는 의미에서 교수님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인텔리전트 시스템을 다루면서 여러 논문들을 소개해줬지만,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논문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작은 글씨로 약 40페이지정도되는) 너무 길어서 처음에 좀 읽다가 나중에는 그냥 그림만 대강 훑어봤던 논문입니다. 1991년도에 나온 “Outline for a Theory of Intelligence”라는 논문인데, 인텔리전트 시스템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논문 뿐만 아니라 다른 논문에도 공통적으로 나오는 (표현/용어는 조금씩 다르지만) 인텔리전트 시스템의 구성요소는 모니터링/센싱 Monitoring/Sensing, 의사결정 Decision-making, 실행 Execution 이렇게 세부분으로 나뉩니다. 모니터링 또는 센싱은 주변을 관찰해서 정보/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고, 의사결정은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서 다음에 취해야하는 액션을 결정하는 것이고, 실행은 결정된 방법에 따라서 실제 행동에 옮기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이 개념/구성요소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같습니다. 

** 기본적으로 의사결정은 소프트웨어적이고, 모니터링과 실행은 하드웨어적입니다.

지금 구글은 의사결정 및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해서는 최고의 기업/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를 분석해서 의미/패턴을 찾아내는데 아주 뛰어납니다. 물론 특정 분야에서 구글만큼/보다 뛰어난 기업 및 연구소들도 많이 있고, 비즈니스 생산성 도구 등에서는 구글은 여전히 다소 약새에 있지만, 적어도 많은 양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하는데는 최고의 기술을 자랑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텔리전트 시스템의 관점에서 구글은 이미 디시즌 메이킹에 대한 좋은 기술을 갖췄지만 — 물론 앞으로도 계속 인수/개발될 것이고 —, 웹 데이터 수집 및 검색 이외의 분야에서는 여전히 후발주자입니다. 즉 여전히 수집해야할 다양한 데이터들이 존재하고, 그것을 분석해서 실행하는 영역은 여전히 무궁무진합니다.

구글의 M&A 히스토리를 보면 초창기에는 웹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및 데이터 분석 관련 회사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로봇 관련된 회사들을 많이 인수했고, 또 네스트와 같이 IoT (Internet of Things 사물 인터넷) 관련 기업들입니다. 이런 기업들은 대부분 센싱 또는 실행과 관련이 있습니다. 최근 구글에서 연구하는 분야들을 봐도 그렇습니다. 무인 자동차 기술도 처음에는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해서 셀프 드라이빙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해주는 듯했지만, 더 깊이 살펴보면 운전 중에 발생하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서 여러 돌발 상황에 맞게 조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글 글래스도 대표적인 데이터 수집 기기이고, 오늘 (금요일) 나온 회로가 들어간 렌즈 또한 그렇습니다.

구글은 이미 소프트웨어 또는 데이터 분석에서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와있기 때문에, 이제는 이것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남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를 수집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수집되고 분석된 데이터를 다시 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남아있습니다. IoT 기기들을 통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구글 데이터센터의 인프라를 이용해서 딥러닝 등의 알고리즘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로봇 및 자동차 등의 실행하는 것은 구글이 그 자체로 인테리전트 시스템으로 진화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글의 핵심 분야가 아닌 하드웨어 관련 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인수할 대상들도 비슷하리라 예측해봅니다.

다른 기업들도 비슷해 보입니다. 애플의 경우는 아이폰 등의 하드웨어에는 강점이 있지만, 여전히 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서비스에는 취약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인수하는 기업들은 시리, 지도, 개인비서, 분석 등의 소프트웨어나 분석 분야의 기업들입니다. 모니터링이나 실행에 관련된 기술은 우수하지만, 디시즌 메이킹에 대해서는 부족하기 때문에 이 영역을 채워나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아마존이 킨들을 염가에 판매하고 쿼터콥터를 이용한 배달을 시도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 (아마존의 뛰어난 AWS 및 추천시스템은 디시즌메이킹의 영역임)에서 볼 수 있습니다.

특정 버티컬에서 특화된 기업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면, 궁극적으로 모니터링/센싱, 디시즌 메이킹, 그리고 익스큐션 각 영역을 채우는 쪽으로 향후 테크기업들의 인수/합병을 점쳐봅니다. 이런 분야에 대한 원천 기술이나 혁신적인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면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의 다음 인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서 국내의 기업들은 조금 더 당장 돈이 될 만한 것이나 마켓쉐어를 넓힐 수 있는 것 등에 한정되어있어서 많이 불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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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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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 (애플과 혁신을 바라보는 이상한 시선)에서 아이폰5에 대한 언론의 반응에 대해서 글을 적었습니다. 대체적으로 아이폰5에는 더이상의 혁신은 없고, 특히 포스트-잡스 시대에는 애플의 혁신 동력이 사라졌다는 류의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런 글들을 보면서 글을 적은 기자들은 혁신이 뭔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또 객관성과 균형감각이 없는 이런 종류의 글을 계속 봐야하는가?라는 회의감도 느꼈습니다. 지난 글의 초안을 잠들기 전에 급하게 적었던 글이라서 표현도 거칠고 또 한두 스텝 더 나간 분석 또는 전망을 전달하지 못했다는 점이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그때 떠오른 생각이 '소비자는 혁신을 구매하지 않는다'였는데, 이에 대한 단락을 이전 글에 추가하는 것은 조금 늦어버린 감이 있어서 추가로 글을 적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글을 적으려니 글의 전개에 대한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특히 글 하나가 크게 관심을 받고 나면 다음 글을 적을 때는 항상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결정적으로 이 글을 적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생겼습니다. 바로 왼쪽 옆에 첨부한 삼성에서 만든 아이폰5와 갤럭시S3의 비교 포스터를 보는 순간 이 글을 적어야만 한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글을 적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에 재미있는 글이 하나 더 올라왔습니다. 삼성의 저런 광고에 반대해서, 애플의 팬들이 반박하는 글/사진들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참고. Apple fanboys fight back against Samsung) 기업의 입장에서는 비교광고 (떄로는 네가티브광고)를 만들어서 자사의 제품/서비스를 홍보, 부각시키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애플은 그런 비교광고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재미있게도 애플 제품의 소비자들이 기업을 대신해서 반박을 하는 재미있는 사건입니다. 일부에서는 애플빠라고 욕을 하겠지만, 삼성의 입장에는 그런 삼성빠 ('삼성알바'가 아닌)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기업의 지속성을 보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소비가 혁신을 구매하지 않으면 도대체 뭘 구매하지?라는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고상한 단어들을 떠올렸습니다. 친숙함, 기대감, 편의... 그런데 그런 단어들을 구차하게 나열하는 것보다는 더 재미있는 애널러지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음식/요리입니다. 사람들이 평소에 식당/맛집을 선택할 때의 상황을 떠올려보면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서비스를 구매하는가를 잘 설명해줍니다. 일단 가격이라든가 이벤트와 같은 특수상황은 무시하고, 그저 지인들과 저녁약속을 잡는 경우로 생각해보겠습니다. 사람들이 맛집을 선택할 때, 그저 많은 재료가 들어간 요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그냥 맛있는 요리 또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요리를 선택합니다. (맛집 전문블로거와 같이) 시험삼아 새로운 식당/음식을 도전해보기도 하지만, 보통의 경우 평소에 맛있게 먹어서 자주 들러는 식당이나 주변에서 많이 추천해주는 식당으로 갑니다. 일반적인 경우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갑에 돈이 없어서 편의점 삼각김밥을 선택하기도 하고, 특별한 데이트 때문에 무리해서 호텔식당에 가기도 하겠지만...) 

결국 취향의 문제입니다. 혁신도 소비자 취향의 한 축이 될 수가 있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더 많은/새로운 기능이 일부 소비자의 취향을 만족시키겠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많은 기업들이 최근 10년동안 꾸준히 논쟁이 되어왔던 미니멀리즘이라든가 인문과 기술의 조우라든가 소비자를 이끄는 디자인 및 감성이라든가 그런 것들에서 여전히 (소비자의 취향/트렌드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1900년대 초반에는 제품의 존재만으로 소비자을 유혹했고, 1900년대 중반에는 기능의 다양성 및 가격 결정력으로 소비자을 유혹했고, 1900년대 후반에는 품질의 우수성으로 소비자를 유혹했듯이, 2000년대에는 디자인의 우아함 및 브랜드의 신뢰성 등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위의 비교광고를 처음 접하는 순간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이게 효과가 있을까? 비빔밥을 만드는데 5~6가지 재료면 충분한데, 쓸데없이 10여가지 재료를 마구 쑤셔넣어서 비빔밥에 밥은 없고 그냥 나물범벅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빔밥을 만들 때도 가장 맛있는 조합을 만들기 위해서 전략적 선택 (추가/배제)을 하는데, 고가의 소비제를 만들면서 그냥 모든 재료를 떼려넣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부터 아이폰5를 구매하고자 했던 고객들의 마음을 위의 광고로 되돌릴 수 있을까요? (기능적/스펙상의) 혁신을 강조하고 싶었겠지만 이게 혁신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블로거는 (원본글을 찾을 수 없네요) 아이폰5 키노트에서 애플이 아이폰5만으로 할 수 있는 (감성적인) 것들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했다고 직적했습니다. 키노트 전체를 보지 못했지만 이제까지는 신기술을 선보이면서 그걸 가지고 어떻게 삶을 변화시킬지에 대한 감성스토리의 예시를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그런 순서가 없었나 봅니다. 삼성이 애플의 룩&필이나 스펙을 비교하는 것보다는 삼성만의 고유의 룩&필이나 기능적 강점을 가지고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더 나을 듯합니다.

기능이나 사용성과 같은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것 또는 혁신적인 것은 -- 일반적으로 --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소비자가 그냥 새롭다거나 혁신적이라고 해서 선택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그 새롭고 혁신적인 것이 소비자의 필요를 충족시켜주고 또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느냐가 관건입니다. 그저 많은 기능들로는 소비자의 필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그냥 스펙의 나열만으로는 소비자의 (구매/사용) 욕구를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식객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재료와 조리방법, 즉 레시피가 있습니다. 그렇듯이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제품/서비스의 레시피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레시피가 소비자의 취향이 아닌 생상자의 취향에 맞춘 레시피라면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비록 그 제품/서비스가 아무리 새롭고 혁신적이라 할지라도..

글이 조금 이상하게 흘러갔지만,... 소비자는 혁신만으로 제품을 구입하지는 않습니다. 혁신이 눈요기로 그치면 혁신에 대한 불신만 쌓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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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랫동안 기다리던 애플 아이폰5가 정식으로 선보였습니다. 매번 그랬듯이 수많은 루머와 예측들이 오고갔고, 실제 발표된 제품은 그런 루머 및 예측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최근 몇 년동안 애플의 키노트는 모두 실시간 또는 녹화영상을 감상했었는데 이번 발표 영상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언론이나 인터넷에서 다룬 단편적인 내용만을 보고 글을 적습니다. 제가 애플을 옹호하기 위해서 또는 다른 경쟁사들을 까기 위해서 글을 적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이상한 시선들이 불편해서 글을 적습니다.

언제부턴가 애플은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최근 10년동안 애플이 IT산업을 선도해왔고, 그 결과로 시가총액에서도 최고 기업으로 등극했습니다. 그렇기에 애플에 많은 것을 기대합니다. 애플의 신제품 발표에는 특별한 규칙이 있습니다. 애플 내부의 규칙이 아니라 그걸 바라보고 다루는 외부의 규칙말입니다. 애플의 비밀주의에서 일부 기인한 것이지만 이런 저런 소스를 통해서 신제품의 스펙이 쏟아져나옵니다. 그러면서 이게 다는 아니겠지라는 류의 글들이 쏟아진다. 그리고 은근 새로운 혁신에 대한 압박을 내놓습니다. 마치 애플은 그런 압력에 쫓기듯이 진짜 뭔가를 내놓아야만 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그런데 막상 공식발표가 나오면 예상치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면 언론에서는 또 앞다투어 '혁신은 없었다' '애플의 시대는 다했다' 등의 자극성 글들이 쏟아집니다. 특히 국내언론들은 짐작컨대 S의 장학생으로써 본분에 더 충실합니다. 장학금을 주는 곳의 제품과 비교하면서 애플을 까기에 열을 올립니다. 현재까지는 이번 아이폰5에서도 비슷한 패턴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는 그런 비판에 정면으로 맞서서 실적 면에서는 그들의 예측을 완전히 무너뜨렸는데, 아이폰5의 최종 성적이 어떻게 될지가 현재부터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애플의 발표 후에 쏟아지는 더이상의 혁신은 없다 류의 기사를 보면 참 실소를 금치 못 합니다. 더우기 스티브 잡스의 사후 발표되는 제품들에는 더욱 그런 표현의 강도가 심해진 듯합니다. 어제 루리웹 게시판에는 아이폰3Gs가 나왔을 때도, 아이폰4가 나왔을 때도, 아이폰4S가 나왔을 때도 같은 기사가 쏟아졌다는 것을 캡쳐한 화면이 올라왔습니다. (왼쪽 캡쳐화면 참조 from 루리웹링크) 그냥 템플릿을 하나 만들어두고 제품명만 바꾼 듯합니다. 그런 기사를 비웃듯이 현재까지는 애플의 실적은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전혀 혁신이 없는 제품들을 만들어내고서도 그런 성공을 거둔 애플이라는 회사는 참으로 대단합니다. 그런데 S장학기업의 제품에는 무차별적인 찬사가 쏟아지는데 실적은 기대를 못 미친는 것이... 사회의 이슈를 다루는 언론의 기사들을 보면, 처음에는 정치뉴스에만 편향되었다고 느꼈던 것이 어느 순간 경제뉴스에서도 편향된 시각을 보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완전 중립 지대로 여겨졌던 IT뉴스에서도 그런 편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론이 다소 길었습니다. 그런데 언론은 과연 혁신이 뭔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혁신(의 정도)을/를 측정 평가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뭐 결론은 혁신이 뭔지도 모르고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전혀 지식도 없으면서 그냥 세치혀를 휘두르고, 알량한 펜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것입니다. 혁신을 그렇게 잘 알면 자기들이 혁신적인 제품/서비스를 만들어서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지 왜 애먼 먼 나라의 제품을 가지고 이러니저러니 왈가왈부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현재까지는 애플이 언론의 원색에 가까운 비방을 물리치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에 아무리 욕을 먹더라도 그들의 제품에는 혁신의 요소가 있나봅니다. 아니면 언론의 표현대로 전혀 혁신이 없었다손치더라도 그들은 성공적으로 제품을 많이 팔아먹었기 때문에 애플 제품이 혁신적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애플은 참 대단한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밤에 이런 트윗을 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기능을 더 넣으면 혁신이 있다고 말할까? 그런데 그런 기능이 들어갔다손치더라도 이미 예상되었던 기능이라며 더이상의 혁신은 없다라는 기사가 쏟아질 것이 뻔하다. 만약 NFC가 추가되었다면 아이폰5는 혁신적이다라는 평가를 내릴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다른 안드로이드폰 중에 NFC 칩을 포함한 것들이 있기 때문에, 이제 애플은 다른 기업이 만들어놓은 것을 쫓아가기 시작했다는 평을 할 겁니다. 갑자기 작년에 아이폰4S가 출시되었을 때 처음 언론의 반응을 보고 적었던 트윗도 기억납니다.

그리고 만약 스티브 잡스가 아직 살아있어서 아이폰5를 소개했다면 아이폰5가 혁신적이다라고 말했을까요? 아닙니다. 앞서 유모게시판에 등장했듯이 잡스 생존에 나온 제품들에도 같은 방식의 리뷰가 쏟아졌습니다.

혁신이란 무엇인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언론의 필터를 거친 이후에는 뭐가 혁신인지 전혀 감을 못 잡겠습니다. 나름 공학과 IT분야에서 오래 공부하고 일해오고 있는 저도 IT 제품이나 서비스가 혁신적이냐 또는 성공할 수 있느냐를 점치기 어려운데, 맨날 모니터 앞에서 키보드만 두드리는 룸펜 기자들이 IT제품의 혁신을 왈가왈부하는 모습도 참 꼴보기 사납습니다. 니들이 혁신을 그렇게 잘 알고 제대로 평가할 수 있으면 제발 니들이 그런 혁신적인 제품을 좀 만들어서 내 생활을 좀 편하게 해주면 안 되겠니?

혁신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나 보편적인 속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시대와 환경에 따라서 혁신의 모습은 다 다릅니다. 언론사들은 그저 오래 전에 만들어뒀던 그들의 기준에 따라서 현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평가하는 것같습니다. 때로는 그냥 자본주의 돈의 논리에 따라 광고주들에게 딸랑딸랑하는 것같기도 합니다. 언론사들이 애플과 삼성을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같은 잣대로 평가하기 전에는 저는 이제 IT 뉴스도 색안경을 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땡처리될 운명이 지어진 갤3[각주:1]보다는 아이폰5가 더 승승장구할 거라는 것은 국내 언론사 기자들만 빼고는 다 알고 있습니다. 언론사들과 기자들이 먼저 스스로 혁신을 한 이후에 애플이나 삼성이나 또 다른 기업들의 제품 서비스를 바라보고 평가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당신들의 혁신적인 기사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그 시간이 오래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1. 어제 밤에 잠들기 전에 초안을 적었는데, 오늘 아침에 벌써 갤3의 단종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삼성은 사실무근이라는 후속보도도 나오고 있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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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에 애플의 개발자컨퍼런스 WWDC가 시작되었고, 키노트를 통해서 신제품이 소개되었습니다.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행사지만 애플의 신제품에 대한 관심은 날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서 어떤 제품이 소개될 것이고 어떤 제품이 배제될 것이라는 것이 다 알려졌지만 그래도 실제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길 원합니다. 더우기 현장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기까지 합니다. 어제 키노트의 시작도 2시간 내에 WWDC 참석 등록이 완료되었다는 내용으로 시작했습니다. 저는 요즘 EURO 2012와 디아블로3, 그리고 새로 배우기 시작한 테니스 등으로 심신이 피곤해서 새벽에 라이브로 키노트를 감상하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낮시간에 애플 홈페이지에 올라온 키노트 동영상을 확인했습니다. 이미 언론이나 블로그를 통해서 어떤 제품, 어떤 기능이 포함되었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다 알고 있지만, 그래도 직접 발표하는 장면을 보는 것도 좋은 경험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가 아니라서 다소 싱거워졌기는 하지만... 잡스의 키노트를 통해서도 발표에 대해서 많이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WWDC 기조연설 및 제품발표가 애플의 유산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모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 어제 어떤 제품이 소개되었고, 또 어떤 기능들이 추가되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적을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위의 동영상이나 WWDC를 취재한 다양한 기사들/포스팅들이 이미 존재하니 그것들을 참조하면 될 듯합니다. 그 대신 이번 WWDC에서 소개된 제품들을 통해서, 오늘 아침에 문득 떠오른, 애플이 현재 집중하고 있는 제품/서비스 전략에 대해 (추측한 내용을) 다뤄볼려고 합니다.

어제 WWDC에서는 맥북에어 MBA / 맥북프로 MBP (그리고 MBP 레티나), 차기 Mac OSX인 마운틴 라이언 Mountain Lion, 그리고 차기 모바일 OS인 iOS6가 발표되었습니다. 애플이 왜 이 세가지 제품을 소개하였고, 왜 이런 순서로 제품을 소개했는지를 조금만 깊이 생각한다면 현재 애플이 집중하고 있는 사업 또는 비즈니스 전략을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잘 아려진 이야기로 1997년도에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이후에 가장 먼저 단행한 것이 바로 제품라인업의 단순화였습니다. 당시에는 PC사업만 하던 때라서 데스트탑라인업과 랩탑라인업으로 구분하고, 전문가용제품과 일반용제품으로 4등분했습니다. 지금의 제품으로 본다면 '맥프로 vs iMac vs MBP vs 맥북'이라는 4개의 제품(군)으로 나눠서 성능 및 가격을 조정했습니다. (당시 스티브 잡스가 밝힌 유명한 일화로 친구가 PC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하면 당시의 애플 라인업에서 제품이 너무 다양해서 어떤 제품을 추천해줄지 막막했다는 것이고, 그리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바로 추천해줄 수 있는 최고의 제품만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나 현재 CEO인 팀 쿡 등이 여러 번 밝혔듯이 애플의 강점은 집중/단순화에 있습니다.

21세기를 네개의 제품군으로 시작한 애플이지만, 이후 iPod과 iTunes (Music) Store를 비롯해서, iPhone, 앱스토어, iPad, 애플TV,  iCloud 등의 다양한 제품들이 애플 라인업에 포함되었습니다. 다양한 제품들이 추가되었지만 여전히 1997년 이전의 PC만 판매할 때의 제품라인업보다 단순합니다. 어쨌든 현재는 다양한 제품군들이 추가되었기 때문에 어쩌면 지금 -- 잡스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팀 쿡으로 CEO가 바뀐 현 시점 -- 애플은 다시 단순화작업을 시작해서 집중해야할 때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측면에서 어제 WWDC에서 소개한 제품 및 발표순서는 뭔가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물론 WWDC는 개발자를 위한 행사이기 때문에 일반 소비가전(?)보다는 그들이 다양한 악세사리나 SW를 개발하기 위해서 도움이 될 제품들을 소개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iPhone이나 iPad에 대한 내용 (iPad는 출시된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음)이 빠졌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WWDC라는 공식행사를 통해서 애플이 보여주고 싶었던 수 많은 제품들이 있을 법합니다. 그런데 왜 애플은 새로운 랩탑라인업, 맥운영체제, 그리고 모바일운영체제만 그리고 이 순서로 발표했을까요? 앞서 말했듯이 개발자를 위한 행사기 때문에 그에 맞는 제품 구성이기도 합니다. 2시간의 짧은 행사입니다. 그 시간을 통해서 애플이 제공하고 싶은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2시간을 채울 적당한 것들을 선별하고 또 선별해서 발표했을 것입니다. 그들의 선별 기준이라면 당연히 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 즉 현재 그리고 미래의 전략제품일 것입니다. 그런 전략제품의 이면을 더 깊이 생각해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현재 애플은 우리의 삶에 매우 중요한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첫째, 현재 애플이 집중하는 대상은 데스크탑보다는 랩탑, 즉 포터블기기에 있다는 점입니다. 어제 유일하게 소개된 HW는 맥북 라인업입니다. MacRumors.com의 Buyer's Guide를 확인해보면 현재 MacPro, MacMini, iMac 등이 발표된지 250~350일 정도 지났습니다. 맥북 라인업에 대한 기대에 못지 않게 맥데스크탑 라인업에 대한 기대치도 높은 때였습니다. 그런데 어제 WWDC에서는 데스크톱이 아닌 랩탑만을 소개했습니다. 데스크탑 마켓도 여전히 중요한 포션을 차지하지만 포터블기기의 그것보다는 중요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렇기에 애플도 포터블기기에서의 혁신에 더 집중하고 주도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소리지만...)

두번째는 HW인 맥북 라인업을 먼저 소개하고 다음에 SW/OS인 OSX 마운틴라이언과 iOS6를 발표했습니다. 애플은 대표적인 HW와 SW가 통합된 회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전까지는/여전히 대중들에게는 SW보다는 HW로 더 잘 알려진 회사입니다. 그냥 HW회사였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데스트탑 라인업을 소개하고, 랩탑 라인업을 소개하고, 이후에 모바일/팜탑 라인업 순으로 제품을 소개했다면 자연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작은 랩탑 HW였지만 중간은  OSX였고, 대미는 iOS6였습니다. 이를 통해서 애플이 현재 더 집중하고 있는 곳은 단순히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HW보다는 그것을 운영하고 더 큰 가치를 만들어주는 OS/SW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세번째는 OSX를 먼저 발표하고 이후에 iOS를 발표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서도 PC보다는 모바일기기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재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도 PC의 영향도에서는 많이 벗어나서 더 모바일의 영향 아래 묶이고 있습니다. 애플이 모바일 혁명을 선도해왔지만, 그래도 여전히 PC 기반의 기업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참고로, 몇 년 전에 Appple Computer Inc.에서 Apple Inc.로 사명을 바꿈) 여전히 PC에서의 사업을 더 고집했다면 iOS보다는 OSX에 대한 관심이 높았을 것이고, 그런 점이 발표 (내용 및 순서)에 잘 나타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제는 iOS가 발표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즉, PC소프트웨어보다는 모바일 소프트웨어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네번째는 단순한 SW의 제공자로써의 애플이 아닌 (토털) 서비스/솔루션 제공자로써의 애플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어제 소개된 마운틴라이언이나 iOS6의 주요 기능들이 모두 iCloud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냥 적당한 OS나 SW/앱 만들 만들어서 제공해주는 것이 아니라, 백단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계시켜주는 의지를 볼 수 있엇습니다. 키노트 서두에서도 애플은 플랫폼이 될 제품들을 계속 만들어서 제공할 것이고, 그 위에 추가될 다야한 서비스/앱들은 개발자들의 몫이라고 밝혔습니다. 플랫폼 제공자로써의 애플과 그 위에서 마음대로 뛰어놀 사용자로써의 개발자가 만나서 애플에코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 듯합니다. 10년도 더 전에 경영구루 톰 피터스 Tom Peters도 단순한 제품을 만들어서 소비자들에게 팔 것이 아니라, 솔루션을 만들어서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라고 그의 책 '미래를 경영하라 Re-Imagine'에서 밝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애플도 단순히 제품라인업을 추가해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역량을 사용자들을 묶어둘 서비스/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에 더 집중하는 전략을 세우지 않았나 추측하게 됩니다.

2시간의 짧은 키노트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앞으로 애플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의 제품만을 선별해서 소개했을 것이고, 또 그 중요도에 따라서 키노트를 구성했다는 것을 충분히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데스크탑 라인업 대신 랩탑 라인업만 소개했다는 점, HW를 먼저 소개하고 이후에 OS 등의 SW를 소개했다는 점, OSX를 소개한 후에 iOS로 키노트의 대미를 장식했다는 점, OS의 많은 기능들이 클라우드에 연계되었다는 점... 저는 짧게 설명했지만 그 속에 숨은 깊은 함의를 깨닫는다면 향후의 서비스/제품 기획/개발 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상상을 하고 또 상상을 해야할 시기입니다. Imagine & Re-imag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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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예상했던 일이 발생했습니다. 바로 아래 사진에 '조심'이라고 붙여있는 곳에 머리를 부딪혀서 다친 첫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다음스페이스.1으로 이사한지 한달반이나 지나서 발생했기 때문에 예상보다는 늦은 사상자입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아래의 사진과 같이 '조심'이라는 경고문구를 붙여놓았습니다. 아래의 조형물/공간은 1층로비에서 illy (커피숍)으로 가는 길목에 있습니다. 높이가 약 160~170cm정도라서 언젠가는 지나던 사람이 부딪힐 것을 예상했습니다. 조형물의 끝에 얇은 플라스틱을 덧 씌워놓았지만 그걸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예상했던 그러나 자신만은 아니길 바라던 그 일이 어제 처음부으로 보고되었다고 합니다. 또 한번 디자이너/디자인의 책임감 또는 중요성을 확인했습니다.

간단한 악세사리 디자인이 아닌 건축/건물 디자인의 경우 단순한 심미만을 쫓을 수가 없습니다. 그 건물의 안전이라 구조적 견고성도 디자인이 녹아들어있어야 하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안락과 편안함도 디자인이 제공해줘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스페이스.1의 디자인 좋은 점수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심미적인 아름다움은 보는 이에 따라서 다르게 평가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겉보기 아름다움에도 별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 구조적인 문제는 제가 평가할 수 없지만, 생활의 편리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그저 낙제점수를 주는 것도 귀찮습니다. 설계/설치에 문제가 있었다면 미리 아래와 같은 경고문구를 붙여놓거나 후속작업을 통해서 안전을 보장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점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욕먹을 일입니다.

Apple | iPhone 4 | Normal program | Pattern | 1/15sec | 3.9mm | ISO-125 | Off Compulsory | 2012:05:11 09:08:59

이쯤에서 스티브 잡스가 밝힌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떠오릅니다. 2003년도에 뉴욕타임스와의 이터뷰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내가 생각하는/추구하는) 디자인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것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보여지는 것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심미만을 쫓던 제게 공학적 견고함과 친밀함, 그리고 디테일에 더 신경을 쓰도록 만들어줬던 이 문구가 다시 생각났습니다.

That’s not what we think design is. It’s not just what it looks like and feels like. Design is how it works.

- New York Times, The Guts of a New Machine, 2003

애플에서 맥킨토시를 처음 만들 때 일화도 떠오릅니다. (당시 개발자의 이름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지만) 맥킨토시의 드로잉 소프트웨어 (맥드로?)에 처음으로 rounded-rectangle을 넣던 그 일화가 떠오릅니다. 물론 단순히 보여지는 소프트웨어에 끝이 둥근 사각형 드로잉 펑션을 추가하는 것이었지만, 그런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모든 실물들도 디자인에 따라서 끝이 모나지 않고 매끄럽게 마감처리가 될 것입니다. 당시에 잡스는 보여지는 아름다움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그런 디자인이 실제 제품이 되었을 때의 모습도 고민했던 것같습니다. 모든 제품이 그냥 사격형 모서리를 가지게 된다면 이후에 얼마나 많은 (심각한) 부상이 발생했을지 생각하기도 힘듭니다.

지금 <심플은 정답이 아니다>라는 책을 읽을려고 계획 중입니다. 책에서 어떤 내용을 다룰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종종 심플/단순함을 강조하는 사람들의 논리에는 그냥 단순한 것이 좋다는 틀에 박힌 미신이 존재하는 것같습니다. 그런데 겉으로 보이는 그 단순함을 얻기 위해서 내부에 포함된 엄청난 복잡함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단순함은 복잡함보다 낫지 못합니다. 보기좋고 매끄러운 단순한 디자인 이면에 숨어있는 복잡함에 대한 고민없이 그냥 보기 좋으니깐 됐다 식의 디자인은 참 역겹습니다. 위의 구조물과 같이...

일전에 아이리버 MP3플레이어를 만들 때의 일화도 갑자기 생각납니다. 당시 애플의 iPod 성공에 자극을 받은 아이리버에서도 자신들의 MP3 플레이어를 보기 좋은 아름답게 만들라는 지시가 내려졌나 봅니다. 그래서 목걸이처럼 목에 걸고 다닐 수 있을 만큼 작고 예쁜 제품을 먼저 디자인을 해놓고 그 디자인 규격에 맞도록 모든 내부 부품을 새롭게 만들어라라고 지시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자신들이 얼마나 디자인에 신경을 쓰느냐를 알려주기 위해서 위의 일화를 자랑스럽게 얘기한 듯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단순함 이면에 존재하는 복잡함과 디테일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이리버는 그냥 그런 제품으로 IT역사박물관에나 존재하는 제품으로 남게 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디자인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냥 보여주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디자인이 중요합니다. 애플이 'Form Follows Function'을 무시하고 'Function Follows Form'의 패러다임으로 전환시켰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앞서 보여준 스티브 잡스의 인터뷰처럼 애플은 Form Follows Function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 Form/디자인을 강조했던 것입니다.

추가 (2012.05.16) 애플의 테슬러가 말한 테슬러의 복잡함 보전의 법칙'이라 명명된 것이 있습니다. (참고. The Law of conservation of complexity) "시스템의 전체적인 복잡도는 항상 동일하다." 사용자의 이용이 단순해지면 나머지 부분이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즉, 이면에서 설계자가 고려해야할 사항들이 더욱 복잡해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서로가 상쇄된다는 의미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 테슬러는 "모든 프로그램에는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복잡함의 정도, 즉 복잡함의 하한선이 존재한다. 이때 던져야 할 질문은 이 복잡함을 누가 감당하느냐는 것이다. 사용자인가, 아니면 개발자인가?" <심플은 정담은 아니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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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기다리던 두개의 제품이 발표/발매되었습니다. 바로 애플의 태블릿PC인 뉴아이패드와 캐논의 DSLR 카메라인 5D Mark3입니다. 보통 신제품이 출시되면 개선된 스펙에 관심이 가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가격에 더 민감합니다. 국내에 출시되기 전에 아이패드1을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제게는 아아패드의 활용범위가 제한되어있기 때문에 이번에 출시한 뉴아이패드에 대한 구매의사는 없습니다. 그러나 2004년도에 구입한 캐논 20D를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5DMk3는 매우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스펙의 개선과는 무관하게 경쟁제품보다 가격이 다소 높게 책정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캐논이 왜 이런 어중간한 가격으로 제품을 출시했을까?를 고민하게 되면서 기능개선과 가격책정에 대한 무슨 꼼수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입니다. 캐논의 사례만을 들기에는 좀 부족한 것같아서 애플의 가격정책도 함께 살펴봅니다.

업그레이드 & 가격유지.
뉴아이패드가 출시되면서 기존의 가격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즉, 기능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가격은 동일합니다. 이는 이제까지 애플이 견지해왔던 일종의 규칙입니다. 보통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그 사이에 개선된 그러나 가격은 내려간 부품을 신제품에 사용함으로써 신제품은 기능은 좋아졌지만 가격은 현상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오히려 가격이 내려간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경우, '신제품 = 고성능 & 가격유지'의 기조를 당분간은 이어갈 듯합니다.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가격이 현상을 유지하더라도 개선된 기능 때문에 오히려 가격이 내려간 것같은 착각을 느끼기도 합니다. 특히 오랫동안 기다리던 제품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애플의 신제품은 기본 수요가 많기 때문에 이런 기능개선 & 가격유지 정책은 잘 먹혀들어갑니다. 그리고 신제품의 가격을 유지하는 한편으로, 기존의 구제품의 가격을 인하시키는 투트랙으로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마음을 더욱 홀리는 듯합니다. 많은 경우 기능이 개선되었더라도 가격을 인하할 요인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으므로써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하고 기존 고객들의 저항을 막는 효과도 있습니다.

업그레이드 & 가격인상.
캐논의 경우는 기능을 개선하면서 가격을 함께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 이상폭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기능 개선에서 오는 혜택은 별로 못 누리는 것같습니다. 오히려 경쟁기종에 비해서 기능도 떨어지면서 가격만 높였다는 비난도 받습니다. 그런데 '왜 캐논은 이런 정책을 취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여러 이유에서 가격인상의 요인들이 있었음은 분명하겠지만, 과도한 인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품이 처음 의도만큼 팔리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조만간 다시 가격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것이 캐논이 처음부터 의도했던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4년을 기다렸던 제품이기 때문에 해당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상태이고, 그 제품을 즉시 구매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이들이 많아졌을 것입니다. 제품 구매에 강한 의지를 가진 집단들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바로 구매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초기 수요층을 대상으로 고가로 제품을 판매한 이후에, 가격을 다소/점진적으로 내려서 제품을 판매하면 초기 가격저항층들도 무장해제가 됩니다. 어차피 기업의 입장에서 고객은 소위 말하는 고갱입니다. 비싸게 구입할 소비층들에게는 비싸게 판매하고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시간이 지난 후에 가격을 낮춰서 또 판매하고... 이것이 어쩌면 캐논이 의도했던 가격 책정 전략인 듯합니다. 지금 5DMk3의 스펙 대비 가격이 비싸고, 경쟁기종인 니콘 D800에 비해서 가격이 비싸다고 아우성이지만 캐논이 책정한 가격대로 제품을 이미 구입한 소비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어차피 구매할 사람은 구매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기다릴 것이다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기업은 초기에 적당히 비싼 가격으로 제품을 출시해도 손해볼 것이 없습니다. 초기 제품 판매를 거친 후에, 전격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면 우리는 또 우매하게도 매우 기쁘게 그것을 받아들이고 지갑을 열게 됩니다. (더 기다리는 부류도 있을테고..) 처음부터 착한 가격으로 조금 더 많은 이들의 구매의욕을 끓어올리는 것보다는 초기 얼리어댑터의 욕구를 채워주고 이후에 대중을 상대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인 듯합니다. 그리고, 신제품 출시 초기에는 제품의 생산이 수요를 맞추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 고가격 정책을 취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SLR과 같이 카메라보다 호환 렌즈의 비용이 높은 제품군에서는 경쟁사의 가격이 낮더라도 경쟁사로 옮겨탈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짜증나는 일이지만 이득극대화를 위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합리적인 전략인 듯합니다.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은근슬쩍 가격을 올리는 이런 기업 관행은 사라졌으면 합니다. 합리적으로 가격을 책정하면 소비자들은 믿고 소비를 합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이런 기업의 꼼수를 눈치채고 불매 등의 소비저항에 들어가면 그런 기업은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입니다. 기업들은 소비자/고객/사용자들을 현혹할 방법들을 찾기위해서 항상 노력합니다. 때로는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한 과학적인 방법도 사용하고, 때로는 감동적인 스토리로 감성을 자극하는 방법도 사용합니다. 이런 시대에 현명한 소비자가 더 많이 늘어나야 합니다. 기업의 전술전략이 아닌 자신의 가치관에 따른 현명하고 단호한 소비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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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새벽에 스티브 잡스가 공식적으로 애플 CEO에서 사퇴를 하고, 후속으로 COO 역할을 담당하던 팀 쿡이 새로운 애플 CEO로 등극했습니다. 애플하면 여러 창의적인 광고가 생각나는데, 대표적으로 매킨토시 출시에 앞서 슈퍼볼 경기 중에 선보였던 1984 광고가 있습니다. 이것과 함께 유명한 광고로는 스티브잡스가 1997년에 애플로 복귀한 이후에 제작/배포한 Think Different 광고도 꽤 유명합니다. 

 

광고 중의 나레이션은 아래와 같습니다.

"Here's to the crazy ones. The misfits. The rebels. The troublemakers. The round pegs in the square hole. The ones who see things differently. They're not fond of rules. And they have no respect for the status quo. You can quote them, disagree with them, glorify or vilify them. About the only thing you can't do is ignore them. Because they change things. They push the human race forward. And while some may see them as the crazy ones, we see genius. Because the people who are crazy enough to think they can change the world, are the ones who do."
— Apple Computer Inc.
 
 Think Different와 관련된 것 하나더. 애플 Mac OS X의 기본 텍스트 편집기인 TextEdit의 아이콘을 크게 확대해서 보면 편지지에Think Different광고의 나레이션을 모두 적어놓았습니다. (아래 사진 참조)

 

 직접 확인해 보세요. Applications 폴더에서 TextEdit 아이콘을 마우스 오른쪽 클릭을 해서 Show Package Contents를 한 후에, Contents >> Resources에 들어가서 Edit.icns를 더블클릭하면 아래와 같이 Preview가 나옵니다.


 Time goes and time comes. We'll miss you, Jobs.
 잡스의 CEO 사임은 그가 애플에서 보여준 최고의 창조적 파괴 Creative Destruction다. Absolut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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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에 '시총 1위 넘보는 애플 사상 첫 $400 돌파'라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오늘 애플의 종가는 403.41달러로 시가총액으로는 3740억달러로 시총기준으로 2위에 올라와있습니다. (MS를 누르고 2위에 올라온지는 1년도 지난 얘기임) 현재 시총 1위기업은 엑슨모빌로 시가총액이 4160억달러입니다. 애플과는 불과 420억달러입니다. 그렇다면, 애플이 엑슨모빌을 꺾고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될려면 애플의 주가는 어떻게 되어야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아주 간단한 산수를 해봤습니다.

 애플의 주식수
 시가총액은 단순히 각 주식의 가격과 총 주식수의 곱으로 구해집니다. (시가총액 = 주가 X 주식수) 그렇기 때문에 애플의 주식수는 현재 시가총액 3740억달러를 오늘 주식종가인 403.41달러로 나누면 애플의 총 주식수가 나옵니다. 그래서 구한 애플의 주식수는 약 9.27억주가 나옵니다.

 엑슨모빌을 이길려면?
 현재 애플과 엑슨모빌의 시가총액 차이는 420억달러이기 때문에, 주식 당 얼마나 올르면 이 갭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그래서, 다시 단순 계산으로 420억달러는 9.27억주로 나누면 45.3달러라는 수치가 나옵니다. 엑슨모빌의 주식가격에 변동이 없다면 애플의 주가가 45달러정도가 오른 450달러가 되는 순간 애플의 시가총액이 엑슨모빌의 시총을 넘어서게 됩니다.

 그러면 언제쯤?
 당연히 다음 단계로는 언제쯤 애플의 시총이 엑슨모빌을 넘가할 것인가?가 궁금해집니다. 아래의 그림에서 보면, 단순히 현재 추세로 애플의 주식가격이 오른다면 1달 내로 역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이 됩니다. 지난 한달동안 애플주가는 약 60달러가 올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엑슨모빌의 주가에 변동이 없다면 1달 내로 애플의 주가는 450달러를 넘길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애플의 시총이 엑슨모빌의 시총을 넘어서게 됩니다.

최근 1달간 애플 주가 변동 그래프


 위에서는 좀 무식한 방법으로 시가총액을 현재 주식종가로 나누어서 애플의 주식수를 오름잡았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시대에는 조금 더 스마트하게 이런 정보/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구글에 검색해봐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기업정보 등의 구조화된 데이터/정보를 얻기에는 WolframAlpha가 좋습니다. 실제 울프람알파에서 'apple stock'으로 검색해보면 현재 애플의 재무상태 등을 쉽게 조회할 수 있습니다. apple stock으로 울프람알파에서 조회를 해보면 shares outstanding이 927.1M이 나오는데, 이는 위에서 단순하게 구한 9.27억주와 같은 값입니다.

 울프람알파를 이용해서 애플과 엑슨모빌의 시가총액 (Market Cap)을 더 검색해보았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지난 1년동안 애플과 엑슨모빌의 시가총액 변동 그래프입니다. 앞선 문단에서는 엑슨모빌의 주가에 변동이 없다면 애플의 주가가 45달러가 오른 상태에서 시총에서 애플이 엑슨모빌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을 했었는데, 지난 1년의 시가총액을 비교해보면 애플은 약 120B가 증가했고, 엑슨모빌은 100B가 증가했습니다. 이런 추세를 계속 따른다면 1달 내로 애플이 엑슨모빌을 추월할 가능성은 좀 낮아보입니다. 적어도 2달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같습니다. 그런데, 아래의 그래프에서 최근 (1달) 주가/시총 변동만을 보면 애플의 시총증가율이 엑슨모빌의 그것보다 월등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추세/트렌드라는 것은 과거의 정보만을 알려줄 뿐 미래 예측에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과거의 트렌드가 이어진다는 가정 하에 1~2달 내로 애플과 엑스모빌의 시총 역전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1년동안 애플과 엑슨모빌의 시가총액 변동 그래프


 다시 애플과 엑슨모빌의 주식 (apple exxon mobile stock)으로 검색해서 최근 1달 동안의 주가 변동 그래프를 얻었습니다. 지난 한달동안 애플의 주가상승률은 20%에 육박하지만, 엑슨모빌의 그것은 5%를 밑돕니다. 단기적인 변동만을 고려한다면 시가총액에서 애플이 엑스모빌을 역전할 시가가 그리 멀지만은 않은 것같습니다. 그런데, 애플의 주식수는 9.27억주이지만, 엑슨모빌은 49억주로 약 5배 많습니다. 즉, 엑슨모빌의 주가가 소량 오르더라도 시가총액 면에서는 애플의 그것보다는 훨씬 크게 오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애플과 엑슨모빌의 스톡을 비교한 테이블 (울프람알파 결과 참조)을 보면 아직은 엑슨모빌의 revinue나 net income 등이 애플보다 많이 앞서 있기 때문에, 단순히 시가총액으로 기업의 우열을 가리는 단순한 사고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최근 1달 동안의 애플과 엑슨모빌의 주가변동 (상승률) 그래프


 이상은 모두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트렌드 예측을 한 것뿐이고, 실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앞으로 1~2달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을 두고 관찰해보면 됩니다. 그냥 기사를 보면서 과연 애플의 주가가 얼마나 올라야지 엑슨모빌을 능가할 수 있을까?라는 단순 궁금증에서 시작했는데, 글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티스토리 장애/긴급점검 때문에 후반부의 글을 다시 적게되었습니다. 내용상 큰 차이는 없는 것같지만 일부 글의 흐름이 좀 어색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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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bahnsville.tistory.com BlogIcon Bahniesta 2011.08.10 04: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S&P 충격으로 엑슨의 주가가 곤두박질쳐서 잠시동안 애플이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되었었네요. 정상적인 오름세에서는 한두달 정도 예상했는데 세계경제의 다양한 변수들과 불확실성 때문에 애플이 깜짝 1위를 차지했는데, 이후에 다시 다우지수 등이 급반등해서 원래자리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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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나는 이 글을 어떻게 적어나갈 것인가? 아침에는 오늘도 적을 좋은 주제가 떠올랐다고 신났지만 지금은 그때의 기억을 모두 잊어버렸다. 단지 남아있는 것은 아침에 올린 "애플의 시가총액이 MS, HP, 델을 합친 것과 거의 맞먹는다고 한다. 그냥 제품을 찍어내서 판매하던 대량생산 대량소비라는 고전 산업화의 종식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기억될 듯." 트윗밖에 남아있는 실마리가 없다.

 2010년에 애플은 IT업계에 하나의 이정표를 남겼다. 아래의 캡쳐화면에서 보듯이 2010 년초에 애플의 시가총액이 구글의 그것을 따돌리기 시작해서 5/6월경에는 업계의 확고부동의 1위였던 MS의 시가총액도 뛰어넘었다. 그 이후도 아래의 그래프에서 보듯이 애플의 상승세는 여전하고, 반면 구글과 MS는 진정/하강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제공: Wolfram Alpha) 물론, 현재 전체 산업에서 시가총액 1위 기업은 미국의 석유회사인 Exxon Mobile이다. (참고) 애플은 엑손모빌에 이은 세계 2위 기업이고, IT업계만을 국한하면 세계 1위 기업이다.

 
 오늘 아침에 재미있는 뉴스가 인터넷에 올라왔다. 바로 아래의 그래프에서 보듯이 (제공: Wolfram Alpha), 애플의 시가총액이 MS와 Dell과 HP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과 같아졌다는 기사였다. 실제 위의 링크를 따라가 보면 현재 애플의 시가총액은 약 300B이고, MS 200B, HP 70B, Dell 30B다. (현상태로는 애플의 시가총액이 나머지의 합보다는 조금 작다.) 

 
 이 결과를 보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아침에 그냥 제품을 대량으로 (산 가격에) 찍어내어 시장에 내놓으면 그냥 막 팔려나가던 그런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가 종언되었다는 트윗을 했다. 1997년으로 시계를 되도려보자. 다음의 CNET 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Dell Computer의 창업자/CEO인 마이클 델은 애플의 스티브잡스가 복귀에 대해서 '애플은 회사를 파산시키고, 자금/현금을 주주들에게 돌려줘야 된다.'라고 비판을 했다. 그 이후의 과정은 모두 잘 알고 있다. 애플은 투명 케이스의 iMac의 성공을 시작으로, iTunes,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앱스토어 등의 성공으로 위의 그래프에서 보듯이 IT업계의 1위가 되었다. 여전히 PC점유률에서 애플은 10%를 밑돌고 있지만, 제대로된 수익을 내는 기업은 애플밖에 없다. 나머지 HP나 Dell은 박리다매로 팔기는 하지만 수익면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리고, 10여년 전의 공공의 적 MS 천하를 기억한다면 현재 MS는 굴욕의 시기를 보내는 거나 다름이 없다. 여전히 OS와 오피스 제품군 등에서 수익은 내고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별로 흥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저력과 자금이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어떤 모습/시도를 보여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역사란 참 재미있다. 전화위복이나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여전히 통용되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미래 성공의 최대 적이 과거의 성공이다라는 말이 참 절감한다. 역으로 실패는 성공의 어미니다라는 말도 여전히 뼈에 사무친다. 

 그런데, 나는 애플의 성공을 보면서 기존의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종언을 고했다. 왜 그랬을까? 지금 이성적 설명을 늘어놓을 자신이 없다.냥 아침에 저 기사를 보는 순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사실 애플의 제품/서비스군을 합치면 MS와 델/HP의 그것과 거의 100% 일치한다. 차이점은 한 곳은 전체를 하나로 묶어서 제공하고, 나머지는 각자의 전문분야에 최적화되었다는 점정도가 다르다. 그리고, 애플의 제품/서비스 라인업은 참 단순하다. 업계 1위 기업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만큼 제품의 종류가 한정되어있다. 지금은 제품라인업이 더 넓어졌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에 비해서 다른 기업들은 사람들의 기억에 조금의 뇌리도 남길 수 없을만큼 많은 물건을 만들어매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The Joy of Tech에 올라온 아래의 만화가 많은 것을 말해준다. 윈도우의 제품군은 9개정도였는데, 애플의 제품군은 1개인 것을 풍자한 그림이다. 이걸 보면, 마치 애플이 대량생산에 능한 기업처럼 보이지만, MS/델/HP가 대량생산의 대표 기업이다. 애플은 HW, SW, 서비스 등의 통합된 솔루션을 개발판매하는 회사이고, MS 등은 특화된 제품만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다. 그런 면에서 애플은 마치 과거의 장인/도제 시스템처럼 보이고, MS 등은 공장식 대량생산을 생각하게 한다.

출처: The Joy of Tech


 그런 의미에서, 이런 세개 기업의 시가총액합이 애플의 그것에 밑돈다는 것은 공장식 대량생산의 몰락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지 시가총액은 여러 현상 중에 하나만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래서 너무 앞서가서 과대포장할 필요는 없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액의 많고 적음이 제품/서비스의 본질을 설명해주듯이, 기업에게 시가총액 또는 주가는 그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주가가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치를 나타내는 지표이므로 현재가 아닌 미래 흥망의 인덱스라는 점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 과연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의 시가총액 Market Cap이 미래를 그대로 보여줄 것인가? 만약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가 종식되었다면 앞으로는 어떤 사회/미래가 펼쳐질 것인가? 과연 수세기 전의 도제와 장인제도로 회귀할 것인가? 창 궁금하다. 그리고, 아침에 떠올렸던 생각으로 후발주자들이 선발주자나 선두기업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그들의 최고의 전략이다. 그러나, 선두기업의 철학이나 컨셉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겉으로 드러나는 그들의 모습만 따라한다면 후발업체들의 생존도 보장할 수가 없다. 후발주자들이 선발주자를 벤치마킹하는 것은 좋으나, 그에 더 해서 그들만의 독특한 철학과 문화를 정립해야 한다. 그런 기업은 비록 규모가 작더라도 더 밝은 미래가 그들의 앞에 펼쳐져있다. ...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도 이 업계에서는 2위 기업이다. 그런데, (물론 잘하는 부분도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내가 우려하는 그런 전략, 즉 자신만의 개성이 없는 그런 선택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보기 때문에 (지금은 시장상황이 좋아서 나름 선전하고 있지만) 늘 불안하다. 분발 좀 하자. 너만의 모습을 좀 가져보자. Be Daumish, not Naveri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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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아침에도 주제넘는 트윗을 해버렸다.
네티즌의 반응 중 가장 안타까운 것 하나.. "이미 있던 기능" (참고링크)
 
 지난 새벽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애플의 WWDC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가 열렸다. 애플 생태계에 기여하는 많은 개발자들이 모여서 애플이 최근에 개발한 OS나 개발툴 등을 소개하고 시범운영하는 행사다. 최근에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성공으로 iOS를 기반으로 한 개발자들이 많이 늘었기 때문에 예전보다 더 많은 참가자들이 다양한 세션에 참석하는 듯하다. 내가 애플에 관심을 처음 가졌던 것이 2004년부터였는데,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매년 6월에 정기적으로 열린다. 그리고, 1월에 맥월드도 열리지만, 애플이 더 이상 맥월드에식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니 어쩌면 애플이 주관하는 최대 행사는 WWDC가 유일하지 싶다. 보통 맥월드에서는 행사명에서도 유추가능하듯이 맥에 초점을 맞춘 행사다. 그래서, 보통 애플의 신상 하드웨어는 주로 맥월드를 통해서 소개된다. 반면 WWDC도 이름에서 유추되듯이 하드웨어보다는 개발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신제품이 발표된다. 올해 WWDC에서도 애플 맥/PC의 차기 OS인 라이언, 아이폰/패드/팟의 차기 OS인 iOS5, 그리고 아이클라우드 iCloud가 소개되었다. 애플의 신제품 발표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지만, 앞서 말했듯이 겨울에는 하드웨어 중심의 발표 그리고 여름에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발표한다. 그리고 간혹 중간중간에 소규모 컨퍼런스/기자간담회를 통해서 몇몇 개선된 하드웨어들을 발표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겨울에는 맥PC, 여름에는 아이폰/팟 위주의 발표를 많이 했기에 이번 발표에서 아이폰5나 아이폰4GS 등이 발표될 거라는 루머/기대도 있었지만 원래 컨퍼런스 취지에 맞게 키노트에서는 두 종의 OS와 클라우드 서비스만 발표되었다.

 애플의 키노트는 많은 이슈를 양산한다. 4~5년 전만 하더라도 단지 맥유저 (또는 소위 맥빠)들만 애플에 관심을 가졌는데, 아이폰의 충격 이후에는 일반 시민들도 애플의 신제품과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같다. 그렇기에, 잡스의 키노트 이후에 국내 IT 신문이나 블로그에는 애플의 신제품 소식으로 넘쳐난다. 내가 처음에 애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그 당시의 분위기와는 진짜 많이 변했다. 내가 2004년도에 파워북을 산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보였던 반응 (내가 1996년에 친구가 맥킨토시를 산다고 했을 때 보였던 내 반응과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이나 2005년에 한국에 귀국했을 때도 학교에서 맥 유저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2008년도에 회사에 들어오니 주위에 맥PC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물론 2008년도는 아직 아이폰이 보급되기 전이지만, 그래도 개발자들 사이에는맥이 많이 보급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2011년도 지금은 회사에서 소규모 미팅을 하게 되면 대부분이 맥북/프로/에어/아이패드를 들고 회의에 참여하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잠시 이야기가 옆으로 샜지만 그만큼 지금 애플과 애플의 제품/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지난 가을에 학교에서 강연을 해주면서 IT/과학 섹션의 뉴스의 절반 이상이 애플과 관련된 뉴스다라고 과장해서 말한 적도 있지만, (사실 느낌상 50%이상인 듯도 하다. 실제는 외국의 경우 15~20%정도가 애플뉴스다.) 적어도 애플의 신제품 발표 이후에는 국내지면의 50%이상이 애플 이야기로 넘쳐나는 것같기도 하다.

 단순히 애플의 신제품을 소개하는 뉴스도 있고, 그런 서비스가 IT 생태계나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깊게 분석한 글도 있다. 그런데 가장 한심한 기사로는 단순히 트위터나 블로그 등에서 올라오는 소비자들의 반응만 짜집기해서 뭔가 대한한 뉴스인양 글을 송고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데, 그런 네티즌의 반응 중에서 재치있는 반응들도 있지만 참 안타깝고 한심한 반응들도 많이 본다. 그런 반응 중에서 가장 한심하고 안타까운 반응으로 '이미 있던 기능이네'라는 반응이다. 그래서, 글이 길어졌지만 도입부에 던졌던 트윗을 하게 되었다. 내가 그들의 반응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오늘 라이언이나 iOS5에 소개된 많은 기능들이 안드로이드나 다른 여러 제품들에존재하던 기능들이다. 굳이 이걸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단순히 이전에 존재하던 기능들이다라고 폄하하기에는 그런 말을 너무 쉽게하는 자신들의 무지나 편협함을 어쩔건지 모르겠다. 나는 그냥 애플 애호가이지만, 남들이 보면 애플빠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무조건 애플의 발표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이제껏 보여줬던 애플의 철학에 심히 공감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애플을 방어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이전에 존재하던 기능을 애플이 구현했기 때문에 찬사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최고의 창조적인 기업이라는 찬사를 듣는 애플이 기존에 다른 기업들이 일부 구현했던 것을 자신들의 스펙 내에 포함시켰다고 그걸 마치 대단한 것인양 자랑하는 것이 낯뜨거워 보이기도 한다. 

 이전에 존재하던 기능... 애플 제품에 그런 기능이 없었다면 그걸 구현해서 조용히 집어넣으면 되지 왜 그렇게 호들갑이냐?라고 묻는다면 이 말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이전에 존재하던 기능을 자신들의 철학에 맞게 재해석해서 자신들만의 것으로 만들어냈다면 그건 칭찬할만한 일이다. iOS4가 처음 소개될 때, 멀티태스킹이나 폴더 등과 같은 기능도 그 전에 안드로이드나 탈옥된 iOS에서 모두 구현되던 기능이다. 그래서, 국내 IT에서는 나름 유명한 구글의 한 직원의 트윗이 회자된 적도 있다. (그 트윗은 그런 기능들이 이미 안드로이드에서 다 구현되었다는 식의 글이었다. 나의 첫 반응은 'So What?' 이었다. 그걸 표면적으로 반응하지 못했던 점이 아직도 아쉽다. 그래서 이 글을 적는지도 모르겠다.) 개별 기능들이 존재한다고 해서 전체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뽐내기 위해서 제품 전체의 그림에 어긋나는 것들을 마구 수셔넣는 것은 나쁜 짓이다. iOS4를 발표하는 당시에 스티브 잡스가 자신들도 예전부터 멀티태스킹 기능을 넣고 싶었지만, 제대로된 멀티태스킹 기능을 넣고 싶었기 때문에 이전 버전에는 넣지 못했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다. 어쩌면 몇몇 선진 기능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던 자신들을 변호하는 발언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때 잡스의 발언을 신뢰한다. iOS4가 소개되기 전에 탈옥된 iOS상에서 지원되던 멀티태스킹은 우리가 wired PC에서 보던 멀티태스킹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폰에 특화된 것이 아니라, 단순한 기능적인 멀티태스킹이었다. 지금도 아이폰의 멀티태스킹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전의 탈옥 멀티태스킹은 훨씬 조잡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거다. 자신들의 제품 철학에도 맞지 않으면서 단지 소비자들이 원할 것같으니 조잡하게 구현해서 제품에 넣는 것은 기업이 저지를 수 있는 죄악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애플이 OS들을 개발해나가면서 멀티태스킹이나 폴더 등과 같은 기본 기능은 처음 디자인 단계부터 고려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많은 기능들은 처음에 생각지도 못했지만 탈옥된 OS나 다른 OS들의 기능들을 보면서 새롭게 배웠을 기능들도 있을 거다는 것을 부정하지도 않겠다. 처음 디자인 단계부터 고려되었던 많은 기능들이 여러 여건 때문에 뒤로 늦춰졌으리라 생각한다. 시간이나 인력 등의 현실적인 여건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잡스의 완벽주의에 기반해서 불완전한 버전을 배제시켰을 수도 있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만이 창의성은 아니다. 유에서 나만의 유를 재정의하는 것도 창의성이다. 요즘은 표절이라는 이슈에 민감하지만, 과거 우리 선조들은 한폭의 수묵화를 그리기 위해서 선대의 우수한 작품들을 수도없이 배끼면서 자신만의 실력을 터득해 나갔다. 모방을 통한 창조.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때로는 모방이 최고의 창조도구가 될 때가 있다. 문제는 모기업들처럼 창조에 이르지 못하고 모방에 거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업경영에 관한 책들을 읽어보면 과거 실패한 기업들 (어느 개그맨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집스러운 기업들)의 공통 특성 중에 하나가 NIH, 즉 Not Invented Here라고 한다. 즉, 자사에서 개발된 기능이 아니면 자사의 제품/서비스에 넣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더 좋은/완벽한 기능/솔루션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걸 자신의 것으로 체화시키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가끔 지적재산권이나 특허 때문에 사용을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신들이 직접 개발한 것이 아니면 배척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애플도 한때 그런 문화가 있었지만, 몇 번의 실패 끝에 굳이 더 좋은 대안이 있을 때는 그걸 사용하자라는 교훈을 배웠다고 한다. (<아이리더십>에서 애플 부사장이 그렇게 밝혔다.)

 이미 존재하던 기능이라고 해서 생각없이 별것 없네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적어도 애플을 믿기 때문에, 키노트에서 이미 존재했던 기능이지만 그들이 키피쳐라고 뽑았을 때에는 그만큼의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잘 개선해서 자신들만의 것으로 만들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NIH에서처럼 우리는 더 좋은 외부의 기능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일 수도 있고, 아니면 오래 전부터 선보이고 싶었던 것인데 어쩌다보니 남들보다 늦춰졌지만 그래도 우리의 오리지널리티를 확신한다는 것을 내세우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단지 기존 버전에서 없던 기능 중에서 눈에 띄는 몇 개를 생각없이 제시했을 수도 있다. 여러 다양한 이유/속사정으로 그들이 대표특징으로 뽑았으리라 본다. 적어도 나는 믿는다. 그들이 단지 기능을 구현한 것이 아니라, 그런 기능을 통해서 (사용자들에게 전해주는) 가치를 만들어냈으리라고... 사용자들에게 가치를 줄 수만 있다면 자신들의 자존심을 버리고, 남들이 개발해뒀던 우수한 기능을 수용하는 것은 기업의 미득이다. 그러나 나는 절대 단순 모방이나 표절에 관대하지 않다.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

 제발 '이미 존재했던 기능'이라고 쉽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35년이 평생인 나의 삶 속에서 항상 내 생각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았다. 솔직해지자. 내가 내놓은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전적으로 100% 내것이 아니었던 적이 더 많다. 소두유. 

 사실 오늘 소개된 대부분의 기능들이 예전부터 기대/예상했던 것들임. 그런데 이전에 존재했고 충분히 예상되었던 기능들인데, 왜 애플이 구현/제시했을 때만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느냐?에 대한 질문에 해답을 찾지 않으면 경쟁사들은 어려움을 겪을 듯함. '우리는 이런 거 왜 못 만드나?''라고 묻는 거나 '기존에 있던 기능이네'라는 반응은 같은 맥락의 다른 표현임.
 
P.S. 음.. 그런데 만약 어제 발표가 애플이 아니라, 구글이나 삼성의 발표였고 네티즌들의 반응이 그랬다면 내가 지금 같은 논리의 글을 적고 있을까? 나이는 공으로 먹지 말고,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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