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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긴급 출동 서비스를 이용하다

자세한 경과는 아래에 다시 적겠지만, 비포장 도로에서 진흙에 차가 빠져서 보험사의 긴급 출동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자동차 바닥이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에 종종 부딪히는 것이 신경쓰여서, 차들이 덜 다닌 옆으로 피해서 운전하다보니 오히려 옆에 쌓여있던 진흙에 바퀴가 빠져서 전혀 뺄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기어를 앞으로, 뒤로 바꿔가면서 뺄려고 시도해봤지만 바퀴가 헛 돌기만 할 뿐 전혀 소용없었습니다. 돌맹이와 윗옷을 벗어서 마찰력을 높여보려했지만 이도 효과가 없었고, 주변에 나무 가지로 바퀴 주변의 땅을 파기도 했지만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지나가던 승합차의 운전자께서 주변 밭의 트랙터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했지만 이 마저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 순간 떠오른 생각이 보험사의 긴급 출동 서비스였습니다. 그래서 약 한시간만에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진흙에 바퀴가 빠져있는 동안, 그리고 문제가 해결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러 생각들이 났습니다. 게중에도 ‘만약에 ~했더라면’ 또는 ‘만약에 ~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무수한 만약에 가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만약에 비포장길에서 갓길로 운전하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비포장길에서 처음 바닥에 부딪혔을 때 되돌아갔더라면, 만약에 비포장길을 만났을 때 (멀리 돌아가지만) 그냥 돌아갔더라면, 만약에 샛길을 발견하지 않고 그리로 빠지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길을 잘못 들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용눈이오름으로 가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서산일출봉에 일출을 보러가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오늘이 새해 첫날이 아니었더라면, 만약에 밤을 새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사람들이 오늘 사진 찍으로 일출봉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 그렇게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런 만약들은 일어나지 않았었고, 그래서 바퀴는 빠졌고 보험사의 도움으로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어리석은 선택에 따른 필연의 결과였고, 다르게 생각하면 재수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잘 모르는 비포장/좁은 길로는 차를 몰고 가지 않을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고,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지역/지도의 올바른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있었고, 이미 비용을 지불한 서비스/특약은 당당히 받을 수 있다는 주인의식을 갖게 되었고, 한동안 더러웠던 차를 세차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등등의 여러 교훈을 얻었습니다.

2014년도 첫날에 발생한 어쩌면 재수없는 일을 통해서 이것이 올해의 꼬임의 시작일 수도 있고, 올해의 액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통해서 교훈을 얻는다면 액땜인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꼬임이 될 것입니다. (에버노트 글에 이 문장을 추가하려고 에버노트를 다시 실행시켰는데, 앞서 적었던 위의 세 문단의 내용이 Sync되어있지 않아서 다시 적어야 했습니다.) 아주 기억에 남을 일출도 아니었고 자동차는 길가에 빠져버렸고 차를 빼려고 노력하면서 더렵혀진 손, 발, 신발, 옷, 자동차는 여전히 고생을 기억하고 있고 에버노트는 내 글을 저장하지 않았고… 이런 연속된 것을 봐서는 분명 꼬임이 시작되었다고 결론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에서 나름의 교훈과 깨달음을 얻었다고 자부하기에 2014년도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새벽에 적었듯이 정성적인 삶은 단순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삶은 아닐 것입니다. 앞으로도 일출 사진을 찍으러 또 나갈 것이지만 오늘처럼 헛탕을 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조심해서 운전하겠지만 예상치 못한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글을 적었지만 제대로 Sync되지 않아서 애를 먹는 경우가 발생할 것입니다. 그런 일들이 하루에 몰아서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삶의 아주 작은 단편일 뿐입니다.

만약에는 깨닫지 못한 이들의 핑계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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