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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매니페스토: 데이터 기반의 실행조직

(새벽에 문득 잠에서 깨어 이 글을 적는다.)

최근 데이터 또는 데이터 기반 접근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어쩌면 내가 밥벌어먹고 살려고 또 내 몸값을 올리려고 이런 표현을 사용/전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관련 뉴스를 보면서 과연 데이터 기반의 실행조직이라는 것이 실체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도 자기들을 세일즈하기 위해서 억지로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는 구글이나 몇몇 잘 나가는 기업들이 데이터를 가지고 돈을 잘 벌고 있으니 그걸 부각시키고 과대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의문이 들기는 한다. 그런 의심은 일단 뒤로 하고, 데이터가 공기처럼 편재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많은 기업들이 스스로 좀 더 가치있는 데이터를 생산해내거나 고객들로부터 그런 데이터를 수집하려고 노력중이다. 그러나 확실한 비전이나 전략을 가지고 실행하고 있는 것같지는 않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새로운 금맥, 보이지 않는 오일이다라는 식의 현혹된 멘트에 혹해서 우리도 지금 하지 않으면 뒤처져버리는 것이 아닐까?라는 두려움으로 새로운 골드러쉬, 아니 데이터러쉬에 합류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우리는 데이터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가치를 만들어가는 데이터 기반의 실행조직으로 다시 태어나겠노라고 선언하며 먼저 깃발을 꽂기 위해서 전진하지만 여전히 고지는 묘연하다. 과연 고지가 있기는 있는 것일까?

스스로 데이터 기반의 조직으로 변모하겠다고 내세우는 기업들의 공통된 실수 또는 인식은 ‘다양한 데이터를 많이 수집해서 데이터 사일로를 만들어놓으면 그 후에는 알아서 될 것이다 (데이터가 데이터를 만들고 궁극에는 돈이 될 것이다)’ ‘데이터 분석 인프라를 구축해서 적당한 데이터분석가들을 채용해서 자리에 앉히면 될 것이다’ 등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특별한 비전이나 실행 계획도 없으면서 그저 전문가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으면 그들이 알아서 뭔가를 만들어내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무턱대로 도전하는 것같다.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다. 단지 몇 명의 뛰어난 데이터 분석가들이 모여있다고 해서 데이터 기반의 실행조직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단지 조직 내에 전담 부서/팀이 구성되었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분석가들은 언제나 실권이 없는 보조 수단에 불과했다. 변화의 동인이나 목표가 있어도 변화의 힘은 없다. 물론 그들에게 막강한 힘을 더한다고 해서 조직이 데이터 기반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하소연일 뿐이다.

데이터 기반의 실행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데이터 분석가가 아니다.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가공할 수 있고 해석할 수 있는 소수에 의해서 실행조직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조직 내의 모든 구성원들이 — 업무, 관점, 역량의 크기 등과 무관하게 — 데이터를 읽을 수 있고 믿고 움직일 때 가능하다. 경영자들의 의지와 지원이나 분석가들의 우수성 뿐만이 아닌, 전체의 공감대와 실행 문화가 형성되어있지 않다면 아무리 데이터를 통해서 많은 돈을 벌고 전략을 실행한다고 하더라도 그 조직을 데이터 기반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Data is everywhere and utility. 데이터는 모두의 것이다. 특정 소수만의 특권이 아니다. 모두가 자유롭게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먼저 빨대를 꽂으면 된다.

데이터마이닝에 대한 잘못된 오해가 있다. 마이닝이라는 말에서 오는 오해인지도 모르겠다. 땅 속에서 금맥을 찾아내고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아내는 것이 마이닝이 아니다. 금과 진주만 가치가 있고, 흙은 무가치한 것이다라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데이터는 진흙과 진주가 썩여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데이터는 그저 흙이며 또 진주다. 마이닝은 단지 그 진주를 닦아서 광을 낼 뿐이며, 흙을 뭉쳐서 벽돌을 만들 뿐이다. 의미를 더하고 가치를 부여할 때만이 의미있는 데이터가 되고 데이터가 스스로 가치를 준다. 흔히 시그널과 노이즈를 말한다. 시그널은 취하는 것이고 노이즈는 버리는 것이다라는 의미다. 그러나 노이즈이도 다른 형태/의미의 시그널일 뿐이다. 물론 시그널 데이터와 노이즈 데이터를 가공하는 공임이나 최종 가격이 같다는 의미는 아니다.

Data-mining is data-meaning. 이름을 불러 줄 때 비로소 꽃이 된다.

소위 데이터 전문가라는 이들도 학점에 맞춰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해야 했던 이들이다. 지금은 데이터 사이언스가 유행을 타니 데이터마이너/사이언티스트가 되겠다고 난리 — 까지는 아니지만 — 를 부리지만 지금 데이터마이닝을 하는 이들 중에 과연 몇이나 어릴 적 꿈이 데이터마이너였을까? 상황에 따라서 배우고 학습한 결과가 현재의 모습일 뿐이다. 그들은 절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단지 조금 먼저 시작했다는 차이는 있다. 간혹 뛰어난 두뇌의 소지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니다. 데이터 기반의 조직은 결국 데이터 기반의 사고에서 시작한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데이터 기반의 사고를 전파해야 한다.

Nobody is born to be a data-miner. 누구에게나 기회의 문은 열려있다. 절대 닫히지 않는다. 차이는 들어가느냐 마느냐에 있다.

치기로 시작했지만 관련된 글들을 적고 있고 오프라인 강의도 하기로 했다. 모두가 데이터에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그럴 때 비로소 데이터 기반의 실행조직이 틀을 갖춰가리라 믿는다. 지금 치어를 손에서 놓지 않으면 대어도 없다.

어쩌면 지금 나의 전문성을 Data Analytics에서 Data Inspiration으로 바꿔야할 타이밍인 듯하다. 만약 Data Miner가 아닌 Data Evangelist로 살아간다면 밥은 먹을 수 있을까?

주사위는 던졌고 번호는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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