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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하고 싶지만 하지 않는 일 하나 - 다음매거진

2년 넘게 줄곳 생각했던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바로 실행해도 되는 별것도 아닌 일이지만 선뜻 나서지 못해서 안 하고 있는 일이다. 바로 글을 꾸준히 적어줄 10명을 모집해서 매일 한편씩 공개하는 것이다. 혼자서 생각하는 동안 이런 종류의 인터넷 매체들이 이미 우후죽순 생겼는데 뭐 새로운 거냐?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글을 적는 사람, 글을 읽는 사람, 그리고 글을 올리는 곳이 한정되어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바로 사내에서 꾸준히 글을 적거나 트렌드 등에 밝은 10명을 모아서 사내 게시판에 매일 한편씩 올리는 거다. 지난 6개월 동안 나 혼자서 매일 한편씩 글을 공개해봤는데 참 어렵다. 그런데 10명이서 합심한다면 2주에 한편씩만 적어도 매일 새로운 글/생각이 한편씩 사내에 공개/공유된다. 그리고 사내용으로 따로 글을 적으라는 것도 아니다. 이미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거나 신문잡지에 기고했던 글을 모으자는 거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첫째 현재 사내 게시판이 존재하지만 그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고 죽어있다. 글을 적는 사람도 별로 없고, 글을 적더라도 (자유)게시판이 아니라 마치 공지보드가 되어버렸다. 누군가 용기를 내어 글을 적어더라도 돌아오는 피드백은 미지근하다. 제대로 읽을 글이 없으니 직원들이 게시판에 주목하지 않고 또 그러니 자연히 글을 더 안 적게 된다. 때로는 무거운 글도 올라오고 때로는 가벼운 글도 올라올 수 있다. 그렇게 자유롭게 글이 올라오고 읽혀지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글을 적는 사람 자체가 씨가 말랐다.

두번째 이유는 서두에 말했듯이 이미 사내에 여러 글쟁이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임정욱님, (지금은 SKP로 옮기셨지만) 김지현님, 윤석찬님, 모비즌, 라디이키즈 등의 유명한 많은 글쟁이들이 있다. 그런데 사내 직원들이 적은 글을 사내의 공간이 아니라 외부 (블로그나 신문)을 통해서 접하게 된다는 점은 조금 아이러니하다. 그리고 그들의 많은 글들이 사내에서 공유되면 좋을 법한 내용들인데, 개별적으로 흩어져있기 때문에 알음알음 읽지 않으면 사내에 절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다. 일부 극성 추종자들은 일일이 찾아서 읽어보겠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외부에 있는 좋은 글/생각들도 찾아서 읽는 마당에, 내부에 있는 좋은 소스들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세번째는 그런 공유를 통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싶다. 인터넷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인데 인터넷 트렌드에 너무 둔감하고 또 그런 트렌드 제품/서비스를 사용하는데 소극적인 것을 본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이들도 존재한다. 모두가 그런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업무에 도움이 될 정도는 알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트렌드 세터 또는 빅마우스들의 다양한 인사이트와 식견을 읽음으로써 알을 깨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고, 그런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새로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저 주어진 그런 창발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것은 비극이다.

모든 참여자들이 스스로의 생각을 글로 적어서 공유할 필요는 없다. 그냥 외부의 좋은 자료를 찾아서 함께 공유할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감명깊게 본 TED나 세바시 동영상을 공유하고 여기에 자신의 생각을 조금 곁붙이면 그만이다. 그런 생각이 공개되면 그것을 본/읽은 이들도 나름의 생각을 덧붙이는 식으로 생각을 확장시켜나갈 수 있다.

그런데 내가 결정적으로 이 일을 하지 않는 이유는 열정이 없어서도 아니고, 업무가 바빠서도 아니다. 그저 실망했기 때문이다. 짙게 드리운 그 검은 그림자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누구는 이를 비겁하다고 표현했고, 누구는 방관자 모드라고 표현했다. 결국 합쳐서 비겁한 방관자들의 삶에 다시 몸을 던지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래서 나는 게시판에 1년에 한두편만 적기로 결심했다. (2주에 한편씩을 공개해도 산술적으로 최소 25편이나 적어야 된다. 결심을 거스러면서까지 나서고 싶지 않다.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누군가 이 일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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