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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완벽한 서비스가 아닌 완성된 서비스를 꿈꿔라

'완벽에의 집착'과 '위대함은 충분함의 적이다'에서 이미 다뤘던 내용이지만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빈번히 함정에 빠지기 때문에 다시 적는다. 지난 글에서 있으면 좋을 법한 온갖 기능들을 모두 갖춘 그런 완벽한 서비스를 생각하고 개발에 들어가지만 많고 상충되는 요구조건들 때문에 서비스 리드타임은 증가하고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결과물이 나와서 사용자들로 외면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당해도 되는 것은 적당히 끝내고, 중요한 것에 더 집중해야 된다고 말했다.

내가 말하는 완벽한 서비스란 필요한 또는 필요할 것같은 기능들을 모두 갖춘 서비스를 뜻한다.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으며 차츰 진화해서 필요에 따라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거나 기존의 기능이 수정/제거되어서 완벽한 모습/기능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이런저런 기능을 모두 집어넣어서 만든 서비스를 말한다. 마치 모든 자물쇠를 열 수 있는 만능키/마스터키같은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욕심은 기획자나 개발자나 이상주의자나 현실주의자나 누구나 갖는 것같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런 서비스를 만들 수가 없다. 아니, 그런 서비스는 존재할 수가 없다. 우선 사용자의 니즈나 취향이 바뀌고, 주변 환경과 트렌드가 계속 바뀐다. 기획 초기에는 맞던 컨셉/기능이 런칭 단계에서는 불필요한 것이 될 수도 있다. 더 끔찍한 경우는 한참 개발하고 있는 중에 니즈나 트렌드가 바뀌어서 개발 방향을 바꿔야하는 경우다. 완벽한 서비스를 꿈꾸면서 기획/개발하다 보면 그런 상황이 오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있어야할 기능을 빼고 출시한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헛된 자존심이 프로젝트를 망하게 만든다.

처음부터 서비스는 완벽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모든 서비스는 완성품이어야 한다. 불완전한 서비스는 사용자의 관심을 끌 수가 없다. 완성된 또는 완전한 서비스는 기능의 많고 적음이나 서비스의 규모 등의 문제가 아니다. 작은 기능이더라도 사소한 서비스더라도 단독으로 애초에 의도했던 기능 또는 서비스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완성된 서비스다.

여러 관점에서 완성된 서비스를 설명할 수 있겠으나, 적어도 다음의 3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서비스의 컨셉이 완전해야 한다. 여기서 완전하다는 것은 컨셉이 깔끔하게 설명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바로 수긍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미션/비전 스테이트먼트처럼 보일 수 있으나) 구글이 내세운 '세상의 모든 지식을 체계화하겠다'라거나 트위터의 '140자로 소통하겠다' 또는 페이스북의 '모든 사람들을 연결하겠다'와 같이 짧지만 명확하게 셜명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억지로 짜낸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그저 경쟁사의 서비스와 차별화를 위해서 억지 기능을 추가하기도 하고, 현실성이 없는 목표를 세우는 것은 완전한 컨셉이 아니다. 주변에 실패한 많은 서비스들이 대부분 컨셉 자체가 불완전하고 누더기같은 경우가 많다.

둘째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컨셉이 완전하면 기본에 충실하지 않을 수가 없지만, 그래도 기본은 늘 강조되어야 한다. 꺼내고 싶지 않은 예지만, 마이피플이 처음에 카카오톡을 이길 기회는 많았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마플과 카톡의 기본은 친구와의 자유로운 수다다. (자유롭다는 말에 공짜라는 의미도 있다. Free is free.) 다른 글에서도 적었지만, 아이폰이 보급된 초기에는 무료문자보다도 그냥 잘 만들어진 (초성검색이 가능한) 주소록이 필요했다. 그때 모든 아이폰에 제대로 된 주소록으로써 마플이 설치되고, 이를 기반으로 무료문자기능이 업그레이드되었다면 초반에 카톡과의 경쟁이 재미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플이 출시된 이후에도 -- 카톡의 급성장으로 서비스가 불안정하던 시기에 -- 안정된 서비스만 제공해줬더라도 역전의 기회가 있었다. 당시에 그런 메시징의 안정성보다는 무료(화상)통화라는 추가 기능에만 집중했던 과오가 있다. 말했듯이 카톡이나 마플의 기본은 '자유로운 메시징'이다. 자유롭다는 말에 '공짜'를 내포한다고 했지만, 자유롭다는 말에 '안정적'으로의 뜻도 포함되어있다. 꼭 되어야할 기능이 부실한데 화려한 추가 기능은 오히려 역효과만 낸다.

세째는 디테일이 살아있어야 한다. 이전 글에서 말했듯이 명품과 짝퉁을 구분짓는 것은 디테일에 얼마나 충실했느냐에 달려있다. (실제 사용되는 재료가 다르지만) 사용된 재료와 가공 방법이 똑같더라도 명품과 짝퉁은 보이지 않는 곳의 디테일에서 결정이 난다. 바로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서 명품과 짝퉁을 구분하기 어렵다. 그러나 속을 자세히 들려다 보면 구분이 된다. 이태리 장인의 한땀 한땀 바느질 손길이 느껴지는 것이 명품이고, 짝퉁은 그냥 공장에서 대강 박음질해서 쏟아진 것같은 느낌을 받는다. 기본에 충실해야 된다고 말했지만, 신규 서비스라고 대대적으로 홍보되어서 사용해봤는데 접속이나 로그인도 제대로 안 되고 맨날 장애만 일으키는 서비스는 성공할 수가 없다. 서비스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작은 버그까지도 없는 그런 서비스가 완성된 서비스다.

모든 사용자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키겠다는 그런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서 명확한 컨셉을 바탕으로 기본에 충실하고 디테일까지 신경을 쓴 그런 서비스에 집착해야 한다. 세상의 어떤 것도 절대 완벽해질 수 없다. 가능한 모든 모습과 기능을 상상하고 검토해봐야겠지만, 모든 것을 넣을 필요는 없다. 지금 만들고 있는 서비스를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다면 재고해야 한다. 지금 기본 기능보다 부가 기능에 눈이 돌아간다면 헛수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디테일을 무시하고 그냥 대충대충 넘어간다면 결과는 이미 예견되어있다. 기획과 개발은 과정일 뿐이다. 사용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그 모든 수고가 허사가 된다. 일반 사용자는 DIY를 원하지 않는다.

(2013.05.03 작성 / 2013.05.13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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