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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완벽에의 집착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어도 완벽을 한 번쯤은 꿈꿔본다. 주어진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그런 만능인이 된다거나 자기가 만든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을 상상해본다. 시험을 치를 때는 채점하기 전까지는 마치 만점을 받은 것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고, 몇 만 라인의 코드에 버그 하나없이 자연스럽게 실행되는 것을 상상하기도 한다. 완벽을 향한 동경 또는 집착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서비스를 새롭게 만들 때도 기획자들도 완벽을 꿈꾸는 듯하다. 모든 사용자들의 니즈를 모조리 파악해서 만인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그런 서비스를 꿈꾼다. 그래서 가능한 모든 기능을 생각하고, 이것만 추가되면 서비스가 완벽해질 거고 사용자들은 즐겁게 사용할 거야 등과 같은 망상에 빠져든다. 한 번 망상에 빠져들면 그것을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더욱 깊이 빠져든다. '이건 분명 대박일 거야. 사람들이 이걸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어.' 등과 같은 자기 암시에 빠진다. 물론 그런 긍정적인 자세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완벽에의 집착이 결국 서비스를 그릇되게 만들고 만다.

세상에는 완벽한 것이 없다. 이론적으로 완벽한 것이 있다면 수학에서 0정도는 생각할 수가 있고, 종교에서는 신만이 완벽하다. 만약 완벽한 것이 존재한다면 우리에겐 기회가 없다. 이미 완벽한 대체제가 존재하는데 왜 우리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구글이 검색 시장을 장악했지만 새로운 검색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페이스북이 인터넷을 거의 차지한 것같지만 또 다른 SNS들이 선을 보인다. 시장을 지배한 그것들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대체 또는 보완할 새로운 것을 생각하게 된다.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신규 서비스는 기존의 모든 것들을 커버하고 또 사람들의 새로운 니즈와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그런 망상 아닌 망상에 사로잡혀있는 경우가 많다. 신규 서비스는 이런 이런 기능들이 모두 포함되어있어야 하고, 이런 기능은 차별화 포인트이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는 식의 요구조건들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늘어난 요구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서 개발기간은 무한정 늘어나고, 또 많은 기능들로 인해서 서비스는 복잡해진다. 당연히 더 많은 라인의 코드는 더 많은 버그를 양산한다. 결국 완벽을 꿈꿨던 서비스는 스스로의 무능으로 잊혀져간다. 리드타임이 길어서 외부트렌드가 변했거나 경쟁 서비스가 이미 나왔을 수도 있고, 수많은 버그들과 복잡성 때문에 사용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100을 꿈꾸더라도 처음에는 핵심 기능과 몇몇 차별화 포인트만을 충족시키는 7~80정도를 선보일 필요가 있다. 50보다 밑이면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기 때문에 어느 수준의 완성도는 필요하다. 그렇게 런칭했으면 또 사람들의 피드백을 보면서 나머지 2~30을 더 추가하고 개선하면 된다. 그렇게 100을 만들고, 또 다른 100을 덧붙여서 200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처음부터 100을 만들겠다는 욕심과 집착으로 100을 만들었지만 실제 나온 것은 2~30 밖에 되지 않는 쓰레기만을 만들어낼 뿐이다. 재활용도 불가능하다.

완벽은 좋은 것이지만 집착은 필패로 이어진다. 사실 기획에서 필요한 것은 완벽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디테일에 대한 추구다. 명품은 완벽해서 명품이 아니다. 디테일이 살아있기 때문에 명품이다. 장인도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다. 완벽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디테일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2013.04.11 작성 / 2013.04.16 공개)

추가. 동영상 내의 가격과 기간 사이의 토론 내용 참조. (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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