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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말이 주는 인식의 한계

정반대의 상황에 대해서 공통적으로 사용될 수 있지만 특정 상황에서 더 빈번히 사용되는 용어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주식시장에서 사용되는 어닝쇼프 earning shock라는 것이 있습니다. 특정 기업의 매출/수익이 시장의 예상치보다 크게 상회하거나 크게 밑도는 경우에 공통적으로 어닝쇼크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통 어닝쇼크는 기대치를 밑돌 때 주로 사용되고, 기대치를 상회할 때는 어닝서프라이즈 earning surprise라는 용어가 주로 사용됩니다.

최근에 나비효과 butterfly effect도 이런 종류의 용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비효과는 보통 카오스이론 또는 복잡계의 불활실성을 설명할 때 많이 등장합니다. 사람들마다 사용하는 도시명은 다르겠지만 대략 '북경에서 나비 한마리의 날개짓이 다음날 뉴욕에 폭풍을 일으킨다'는 식으로 설명이 됩니다. 도시명이나 용어가 조금 다르더라도 위의 문장과 별로 다르지 않게 나비효과를 설명합니다. 보통 작은 변수/행위 (나비의 날개짓)이 예상치 못한 곳 (베이징-뉴욕)에서 큰 재앙 (푹풍)을 일으키는 것으로 설명이 됩니다.

그런데 나비의 날개짓이 다른 지역에 폭풍을 일으킬 수가 있다면, 역으로 나비의 날개짓 때문에 예정되었던 폭풍이 소멸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최근에 했습니다. 폭풍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불확실성이라면 일어났어야할 특정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 수도 있습니다. 즉, 어떤 작은 행위가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듯이, 똑같은 작은 행위가 재앙의 파국에서 인류를 구원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나비효과를 조금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합니다. 뭔가가 발생하도록 만드는 것과 그것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은 똑같이 대단한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뭔가를 일으키기는 것에만 크게 관심을 가지는 것같습니다. X이벤트라는 것이 일으나도록 만드는 것도 불확실성으로 설명되듯이, X이벤트를 일으키지 않는 것도 불확실성으로 설명이 됩니다.

지금 남북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증권가 찌라시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뒷거래에 따른 의도된 긴장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찌라시대로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을 일단 염두에 두고 글을 적겠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누군가 또는 어떤 작은 일이 긴장을 폭발시킬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또 다른 작은 일이 이 긴장을 이완시킬 수도 있습니다. 전쟁을 일으키는 것도 나비효과로 설명할 수 있듯이,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도 나비효과로 설명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너무 부정성에 치중하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하나의 현상 또는 이론 또는 단순히 용어에 대해서 진일보된 긍정성을 함께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닝쇼크나 나비효과 외에도 이런 용어들이 다양한/반대 상황에서도 사용될 수 있지만, 우리는 한가지 측면만을 강조해서 생각 또는 시각을 제한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당연히 일어나지 않을 것같던 것이 일으나는 것을 경외시하듯이, 당연히 일어나야할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무심한 걸까요? 물론 예상치 못한 것이 일어났을 때의 정신적 충격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2013.04.10 작성 / 2013.04.15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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