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SP

살아남기 원년.

작년 이 맘 때였습니다. 어느 일요일, 예배 후에 애월해안도로로 드라이브를 나갔습니다. 탁트인 옥빛 바다를 보는 순간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제주에서 4년을 살았지만 그저 어정쩡한 제주 뜨내기로 살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어차피 토박이가 될 수 없다면 좀 더 제주생활을 즐기는 여행객이 되어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제주에서 4년... 나는 이제 관광객이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1년을 지났는데, 어느 정도는 -- 적어도 그 전의 4년보다는 -- 목표를 성취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1년동안 겨울 산행, 아름다운 제주길 걷기, 유홍준 교수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소개된 곳 방문하기, GET/겟인제주 따라다니기, 무작정 하루 돌아다니기, 다큐/사진찍기, 각종 워크샵/세미나 참여하기, 여행가이드해주기, 맛집 돌아다니기 등의 다양한 여행객의 삶을 살았습니다. 제주에 내려온 첫해보다도 더 많이 제주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냥 일상 속에서는 2012년 내내 스스로 여행자가 되자고 해놓고는 너무 예전의 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책했지만, 막상 이렇게 1년을 정리해보니 어느 때보다 풍성했던 한 해였습니다. 만족할정도는 아니지만 불만을 가질 이유도 없어 보입니다.

2012년이 '여행자가 되기'였다면 2013년 '살아남기'로 정했습니다. 지난 대선 이후에 그냥 앞으로 5년도 살아남아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2013년 첫 포스팅으로 '2013, 살아남아라'로 했습니다. 글에서 밝혔듯이 새해 소망이나 목표가 아니라 결의를 다지는 글이 되었습니다. '장기불황시대에 소비자를 읽는 키워드'라는 특강에서 강사님께서 '2013년도 잘 버텨내시고...'라는 멘트로 강연을 마칠 때는 '살아남기'는 나만의 당면 문제가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2012년의 여행객되기보다는 더 현실적인 문제인데 실천방안은 더 모호하고 막연합니다. 어찌해야 될까요?

무책임한 첫 포스팅 이후로 3주가 지나고 나니 점점 새로운 결의에 몸이 맞춰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전과 같이 생각, 행동하지만 그저 새로운 프레임 때문에 나아져보이는 착각을 일으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2013년을 살아남기 위해서 마음도 정하고 몸도 반응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2013년에 어떻게 해서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여전히 없지만, 이런 고민에 빠져들수록 매번 옛 선인들의 말이 생각납니다. 바로 '일일우일신 (一日又日新)입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고 매일 변화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새로운 환경을 찾아나서고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저는 '진화'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수동적인 맞춰가는 과정이 아니라 능동적인 변화를 이끌어야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다윈이 말했다는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적응한 종이 강하다'라는 말은 기득권들이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한 논리에 불과합니다. 그런 논리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우일신해야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무기를 갖기.
일단 2013년에는 새로운 것을 공부할 계획입니다. 20년 간 산업공학 및 IT를 공부/연구했던 사람으로써 전혀 엉뚱한 새로운 분야를 공부/진출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지만, 현재까지의 경험 내에서 새로운 무기를 장착할 수는 있을 것같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는데, 저는 그저 이미 설치되어있는 인프라 위에서 작은 것들만 다루고 있었는데, 단순한 빅데이터 기술의 사용만으로는 더 이상의 발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코어기술 및 관련기술들에 대한 연구 및 공부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일단 빅데이터와 연계가 쉬운 통계언어인 R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 있을 때도 R을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그냥 지나쳤던 것이 조금 아쉬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학교에서 R을 배웠다면 지금쯤 R문법에는 능숙했을지 모르나, (그런 자신감 때문에) 새로운 (빅)데이터 환경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고민없이 새로운 발전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어쨌든 살아남기 위한 첫번째 방편으로 새로운 언어를 공부하기로 했고, 일단 R로 시작해서 다른 빅데이터 관련 기술들 (하이브, NoSQL, 데이터시각화 등)으로 영역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이전 포스팅에서 밝힌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에 일보전진할 생각입니다.

읽고 생각하고 적기
두번째로는 매일 새로운 것을 읽고, 새로운 생각을 하고, 새로운 글을 적는 것입니다. 현재 업무와 개인 관심사를 다룬 국내외의 다양한 기사들을 현재보다는 더 적극적/능동적으로 읽으면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예정입니다. 그런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더 심도깊은 또는 다른 시각에서의 생각의 연상작용을 불러일으키고, 그런 생각을 또 글로 작성해서 더 많은 이들에게 검증을 받겠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년초에 페이스북에 일일우일신하기 위해서 일일우일독하고 일일우일작하겠다고 적었습니다. (물론 워딩은 다름) 매일 새로운 것을 읽고, 매일 새로운 글을 작성하겠다는 것이 저의 2013년 목표입니다. 2012년에 약 200편의 블로그포스팅을 올렸는데, 이는 주4회정도로 글을 올린 셈입니다. 그래서 2013년에는 주5작을 목표로 해서 2013년동안 약 250개 이상의 블로그포스팅을 올리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그래서 현재까지 (주중) 매일 한편씩 글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작은 목표를 세우고 보니, 예전에는 책을 그냥 재미로만 읽었었는데, 최근에는 책을 읽으면서 더 깊이 생각해봐야할 내용은 없는지, 블로그에 공유할 내용은 없는지 등을 염두에 두면서 더 주의깊게 글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간단한 기사나 문서를 읽더라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조금 다른 시각에서 같은 글을 비판해보고 새로운 생각을 덧붙여보곤 합니다. 그냥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불편한 자리로 내몰기 시작했습니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공유하기.

새롭게 놀고 먹자
아직은 구체적인 안은 없지만, 2013년을 전체를 두고 계속 고민해야할 것도 있습니다. 바로 새로운 즐거움거리는 무엇인가? 또 새로운 먹거리는 무엇인가?를 계속 고민하면서 실제 실천해볼 예정입니다. 작년에는 여행을 통해서 즐거움을 얻었다면 2013년에는 어떤 것을 통해서 즐거움을 얻을 것인가가 현재 고민 중에 하나입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남으로써 제 삶과 생각의 영역을 넓혀갈 수도 있을 테고, 아니면 제주를 벗어난 지역으로 삶의 영역을 확장해서 새로운 즐거움거리를 찾을 수도 있고, 아니면 음악, 그림, 공예 등과 같이 새로운 취미거리를 찾아서 실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큽니다. 장기 불황의 시대, 불확실의 시대를 버티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의 먹거리에 안주하면은 안된다는 절박함을 가집니다. 그래서 새로운 빅데이터 기술 습득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고, 다양한 책과 글을 통해서 스스로 새로운 영역을 발견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은 년초라서 새로운 재미나 먹거리에 대한 구체적인 안은 없습니다. 그러나 올해의 고민을 통해서 이후의 5년, 10년 이상의 길을 정하는 원년으로 삼을 예정입니다.

[책? 아니 공유.] 마지막으로… 이제까지의 경험을 책으로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을 예전부터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물이 나올지는….? 책을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저의 경험과 생각을 더 많이 공유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아마 제 이름을 단 책은 없을 것같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