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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교육의 시대는 끝났다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다. 아마 지난 목요일 아니면 금요일인 듯하다.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공유되는 문화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이후로, 그저 우민화를 위한 교육은 더이상 힘을 쓰기 어렵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이 잘 먹히던 시대는 끝났다. 과거가 미래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교육의 시대가 끝났다라고 선언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지만, 어쨌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라면 충분히 공감가는 주장이 아닐까 싶다.

현재 교육체계의 틀이 갖춰지던 그 시대부터 교육이 미래에 더 이상 맞지 않았다. 현대 교육체계는 일종의 우민화를 위한 수단이었다. 국가의 지도자로 성장할 상위 1%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교육체계이고, 반대급부로 나머지 99%를 그들의 피지배계층으로 고착화시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현대의 교육체계다. 1% 지도자가 갖춰야할 능력과 자질이 필요하듯이, 나머지 다수들이 현재의 지배체계에 순응하고 일을 잘 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교육/학교 시스템이다. 교육을 통해서 미래의 지도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말 잘 듣는 국민들을 위한 세뇌수단이 교육의 시작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사회가 변함에 따라 교육의 모습도 바뀌었지만 기본적인 틀은 여전한 것같다.

미국에서는 어릴 적부터 'You'll get what you got'이라는 것을 교육시킨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직업의 다양성이라던가 아니면 천한 직업은 없다는 등의 평등 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교육이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의 분리고착화를 위해서 고안되었다는 논리에 의한다면 UGWUG은 그냥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라는 강한 메시지가 있다. 네가 지금 가난하면 앞으로도 가난할 것이고, 네가 지금 힘이 없으면 앞으로도... 그렇게 힘없고 백없고 능력도 없으면 그냥 그렇게 평생 살아라. 그냥 위에서 주는대로 받아 먹고 불평불만하지 마라라는 강한 메시지가 UGWUG에 담겨있다. 

교육체계가 만들어지던 그 때부터 '교육이 기회의 균등을 제공한다'라는 헛소리를 전파했다. 그냥 그런 피지배계층의 무리들 사이의 평등일 뿐, 절대 1%의 상위로는 진입할 수가 없도록 고안된 것이 현대교육체계라는 거다. 그런데 가끔 1%에 진입하는 영웅신화에 도취되어서 나도 그런 운을 얻지 않았을까?라는 헛된 기대를 갖게 된다. 라스베가스 카지노에서 일부러 잭팟이 터지면 요란하게 소리를 낸다고 한다. 마치 잭팟이 많이 터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서, 자기도 조만간 잭팟을 터뜨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고취시켜주며 계속 갤블을 하도록 유혹하는 거다. 로또 1등 당첨을 크게 홍보하는 것도 같은 이치일터... 

교육이 우민화를 위해서 탄생되었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현대 교육체계는 그저 산업화시대에 특화되었다. 소위 산업일꾼이라 미화된 그런 노동자들의 근로 매뉴얼을 알려주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서 농업생산량도 많이 늘었고, 산업에서의 대량생산이나 자동화도 이뤄졌다. 그런데 그기까지다. 정보화 시대를 위한 코더들만 양산하고 있다. (스스로 개발자라고 믿는 수많은 개발자들이 진정 개발자인지 자문해보고 깨닫기 바란다.) 창의적으로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해결해낼 능력은 교육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교육은 틀에 박힌 사고를 전수하는 것이지, 다양성이나 새로움을 전하는 수단이 아니다. 공고해진 현대 교육체계에서는 그럴 능력이 전혀 없다.

현재 교육이 충분히 좋은 자료를 제공해준다손 치더라도 현실의 삶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다. Numb3rs에서는 수학천재가 나와서 인간의 모든 심리와 행동이 수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면 이상한 수식들을 적고 있지만, 우리의 삶에서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의 사칙연산 이상을 사용해본 적이 없다. 미분적분이니 확률함수니 이런 것들이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의 움직임을 설명해주는 것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내가 밥을 먹고 사는 것과는 무관하다. '네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도 수학원리에서 나왔고, 컴퓨터도 그렇고...' 등과 같은 반론이 나올 수도 있다. 그것은 인정한다. 그렇다고 그게 나의 일상과 무슨 상관이 있나? 그런 것을 수학적으로 설명해주지 않더라도 그냥 그러려니하고 자동차를 타고다니고 컴퓨터로 인터넷을 하면 그만이다.

창의적인 인재 또는 스스로 사고하는 인재를 키울려면 -- 그런 인재로 키울 수 있다고 믿는 것부터 고쳐야할지도 모르겠다. --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지금은 그저 정혀적인 문제를 풀도록 사육하고 있다. 그렇기에 교육의 시대가 끝났다라고 말하는 거다. 여전히 1차, 2차 산업에 더 많은 이들이 종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들에게는 여전히 현대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사명을 감당한 창의적인 인재를 위한 교육은 분명히 현대 교육은 아닌 듯하다. 그저 변하는 환경에 반응해서 몸이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닌, 변화 이전에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인재들이 필요하다. 그런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커가기 위해서는 문화적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깊어진다.

'교육의 시대가 끝났다'라는 생각은 '문화라는 것은 그냥 경험하면서 습득하는 것이지 교육을 통해서 일일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던 것같다. 주변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또 스스로 문화적 토양을 만들어가야할 사람들에게, 그저 주어진 문화환경에 순응하도록 교육을 한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저 그런 것이 자연이듯, 그저 그렇게 만들어지고 익히는 것이 문화다. 몸이 움직이게하는 그런 획일적인 교육이 아닌, 마음과 생각이 움직이게하는 그런 다양한 문화가 필요하다.

다행히 최근에는 고 스티브잡스 때문에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나도 인문학에는 젬병이지만 그래도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술에 앞서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지금 나의 최대 관심사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이룩한 사회도 관심이 있다. 그런 사회의 결실인 문화도 관심이 있다. 그런 문화적 토양 위에서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현재 간절한 바람이다.

관련 후속글: 그러면 교육에 미래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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