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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전략적 인수합병이 왜 실패로 끝날까?

오늘 아침에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파나소닉 몰락의 숨겨진 원흉, 산요'라는 전자신문은 기사입니다. 일본 전자산업의 상징 기업 중에 하나인 파나소닉이 작년 예상실적이 약 7800억엔 (원화로 약 11조원)의 적자를 기록하여, 일본 역대 최고의 적자기록에 근접한다는 기사였습니다. 기사의 핵심은 이런 파나소닉의 적자는 엄청난 시너지를 예상했던 리튜전지의 선두기업인 산요를 인수한 것도 파나소닉의 몰락을 가속화시켰다고 분석합니다. 다양한 모바일 전자기기들의 넘쳐나고, 그런 기기들에 필수 부품이 전지입니다. 그런 전지 산업의 1등기업인 산요를 인수하면 파나소닉은 날개를 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략적 결정이었습니다. (실제 전지산업은 밖에서는 화려하게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수익을 내기가 힘든 산업이라고 합니다. 수요도 많지만 경쟁이 심해서 가격마진이 별로 크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무한 경쟁체제에서 계속 새로운 제품을 연구,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가 힘듭니다.)

보통 인수합병 후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승자의 저주 Winner's Curse'를 꼽습니다. 승자의 저주를 간단히 설명하면, 보통 특정 기업을 인수할 때 해당 기업의 주식 취득 형태로 이뤄지는데, 시장가로 모든 주식을 모으기도 힘들고 경영권 등을 보장받기 위해서 시장가보다 높게 프리미엄을 얻어서 주식을 취득하게 됩니다. (특히, 피인수 기업을 노리는 기업들의 수가 많다면 자연히 경매가 이뤄지면서 인수가는 더 높아집니다.) 이렇게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취득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무리한 지출이 따르게 되고, 인수 후에 해당 기업의 경영실적이 좋지 못하면 인수대금도 제대로 건지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무리한 투자와 경영실적의 저조는 결국 모기업의 경영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심한 경우 모기업의 파산에 이릅니다. 주변에 많은 기업들이 덩치를 불리기 위해서 다른 기업들을 인수/흡수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합병된 이후의 시가총액이 인수 전의 시가총액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자주 발생합니다.

이런 승자의 저주는 순전히 금융적인 관점에서 이뤄졌습니다. 아무리 무리하게 프리미엄을 얻어줬다고 하더라도 인수된 기업이 계속 좋은 성적을 낸다면 승자의 저주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파나소닉의 예에서도, 인수 당시에 파나소닉의 경영진들의 입장에서는 산요의 인수가 (과도한 프리미엄 책정을 제하면) 전략적 판단미스가 아닌 것같습니다. 인수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문제로 보입니다.

무리한 지출보다는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이 전략적 인수합병의 실패의 더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너무나 당연히 기대되었던 그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을까요? 다른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많은 기업들은 왜 합병 이후에 더 어려움을 겪게 되는 걸까요? 보통 모기업과 피인수 기업의 규모차이가 크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과도한 프리미엄도 모기업의 지출규모에서는 미약한 수준일 때가 많음) 규모가 비슷비슷한 기업끼리의 합병은 실패로 끝난 사례를 자주 봅니다. 

조직 간의 결합은 그냥 하나로 합쳐서 이름을 새로 붙인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일전에도 특정 회사/조직이 성장하여 직원의 수가 커지고 여러 하부조직으로 분화될 때, 물리적인 조직구성은 잘 갖춰지지만 화학적인 결합은 약화된다고 말했습니다. 기존의 하나의 조직이 둘로 분화될 때도 화학적 결합이 깨어지지만, 두 조직이 하나로 합치는 경우에도 화학적 결합이 쉽게 이뤄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예상했던 시너지를 거저 신기루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직과 조직의 결합은 첫째 사람과 사람의 결합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결합은 그들의 누려왔던 문화와 문화의 결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과거 역사와 역사의 결합입니다. 작은 조직이 큰 조직에 흡수될 때는 위의 결합에서 갈등이 잘 표출되지 않겠지만, 비슷한 크기의 군중들이 뭉치고, 문화가 충돌하고, 역사가 대비되면 단기적인 화학적 결합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몇개월에서 1~2년 이상의 버퍼타임이 필요한데, 지금처럼 무한 경쟁 속에서는 그런 1~2년의 쉬어가는 시간은 너무 깁니다. 위의 기사에서도 산요가 완전히 파나소닉화하기 전에 다른 수많은 전지회사들이 치고 올라왔습니다. 최근 엘피다의 파산도 어쩌면 비슷한 맥락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주요 반도체회사들이 공동으로 투자해서 엘피다를 만들었지만, 각 주주들의 이해의 충돌도 발생하는 것을 단기간에 극복할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삼성이나 하이닉스 등의 거대 경쟁자들은 그들이 잠시 주춤하는 틈을 그냥 놔두지 않습니다.

인수합병에 대한 정석은 없겠지만 그래도 인수의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1~2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미리 염두에 둬야 합니다. 충분한 여유자금도 필요하지만 그것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더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직접 기업을 경영하지 않는다고 너무 쉽게 말하고 있는 듯하지만...^^) 아니면 흡수인수를 시도하기보다는 그냥 독립회사로 독립경영을 보장해주는 것도 어쩌면 괜찮은 방법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정서상 '내가 구입했는데 왜 니들 마음대로 해?'를 그냥 두고 보지 못합니다.) 다른 측면에서는 21세기는 규모의 경쟁에서 탈피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충분히 큰 몸집이 필요하지만, 속도를 희생할 가치가 있는가? 새로운 트렌드가 나오지 않을까? 등의 질문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답을 얻어간다면 단순히 몸집을 키우는 결정보다는 현명한 결정이 이뤄질지도 모릅니다. .. 물론 작업 신생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더 큰 회사에 적당한 가격으로 기업/제품을 팔아버리고 손을 털고 싶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냥 아침에 잠깐 읽은 기사에서 '시너지'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뭔가를 적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주제넘게도 너무 큰 주제의 글을 적고 말았습니다. 정답은 없는 문제입니다. 제 글을 읽을 경영자들도 없을테고 그렇다고 이 글을 읽고 자신들의 전략적 선택도 바꿀 것같지도 않기 때문에, 저는 저 나름대로 그냥 편하게 글을 적습니다.

** 합병 후에, 직원들을 명예퇴직을 시키고 퇴직금 명목으로 과다하게 지급했는 설도 있다네요. 실제 영역이익을 흑자인데, 퇴직금으로 지출하느라...

** 참고링크: 파나소닉의 공식발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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