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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소셜 미디어 리터러시와 내면화

지난 주에 페이스북에 짧은 글을 남겼다. 한동안 머리 속에 남아있던 잔상을 큰 고민없이 적었던 글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좋아하더라.. 적어도 페이스북 Like 버튼은 몇 명이 눌러줬다. 그래서 좀 더 자세히 적을 필요가 있을 것같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그래서 시작한다. (물론, 지금 어제 돌려놨던 프로그램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 그냥 놀기가 뭐해서 글을 적을려고 마음먹은 것도 있다.)
소셜미디어 또는 소셜네트워크를 말하면서 강력한 인포메이션 필터를 갖게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무리 강력한 필터를 가졌더라도 걸러진 데이터/정보의 의미를 해석하고 하나로 통합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런 소셜미디어/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사용자 본인이다. 그냥 좋은 데이터/정보를 가졌다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그걸 해석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고 또 실제 생활에서 적용/실행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위의 글이 내재한 의미는 오랫동안 고민했던 문제이지만 글의 표현은 즉흥적으로 적었던 것다. 그런데 이후에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표현을 보게 되었다. 이미 언론/사회학 분야에서는 늘리 사용되는 용어인 듯한데, 나는 처음 본 단어였다.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 Media Literacy라는 단어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일상생활에서 유통되는 많은 메시지들을 체로 걸러내고 분석하고 창조해내는 능력'정도로 정의될 수 있다. (위키피디어의 미디어 리터리시 정의, 미디어 어웨어니스 네트워크) 미디어 학계 쪽에서는 이미 늘리 통용되는 단어인 듯한데 나와 같은 비언론계 종사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단어인 듯하다. 그런데 미디어 리터러시가 그동안 내가 고민했던 문제, 즉 위의 페이스북에 적었던 글과 같은 의미인 듯하다.

물론 페이스북에 글을 적을 때는 단순히 미디어를 통해서 유통, 소비되는 메시지들을 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하기에 앞서서, 소셜필터링 기능에 대한 과신을 금해야 한다는 의미가 컸다. 나는 전자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후자의 기능을 맹목적으로 찬양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되고 그러면 자연스레 고개를 절레게 된다. MB정권 하에서 뽑을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 중에 하나로 소통(의 부재)이다. 흔히들 한사람의 소통능력을 말하면서 블로그, 트위터, 또는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느냐의 여부를 묻곤 한다. 참으로 헛소리다. 왜 꾸준히 블로깅을 하면 소통에 능한 사람이 되고, 왜 꾸준히 트위터를 사용하고 팔로워수가 많으면 소통에 능한 사람으로 정의되는 걸까? 그들은 일종의 소통의 도구를 가졌을 뿐이지 소통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아니다.

같은 이유로 그런 소셜미디어/네트워크를 통해서 다양한 정보들이 잘 걸러져서 내 눈앞에 펼쳐졌다고 해서 자신들은 정제된 정보를 가졌다고 좋아한다. 트위터의 타임라인이나 페이스북의 뉴스피드에 올라온 정보들은 분명 나의 지인들이나 나와 비슷한 관점을 가진 이들이 한번 걸러서 배포한 것들이라서 좀금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눈길이 간다고 해서 그런 글들을 모두 읽고 내 것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그리고 소셜필터링 기능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팔로잉이나 친구의 수가 많아지면 또 그들의 각자의 개성 및 세계관에 의해서 많은 다양한 정보들이 느슨하게 걸러져서 내게로 온다. (물론 트위터에서 공통 팔로잉들의 RT/페이보릿수 등의 기준이나 페이스북의 엣지랭크 Edge Rank 등의 알고리즘은 더 촘촘한 체를 제공해주고 있다.) 역으로 이런 촘촘한 체를 통해서 걸러진 정보에는 다양성이 부족해질 수 밖에 없다. (극단적인 예로, 수고알바들은 그들끼리만 팔로잉하고 그들끼리만 RT에서 정보를 배포/소비하고 있다.)

인터넷 초기에는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이 우리에게 좋은 정보필터를 제공해줬다. 그러나 더 극단적으로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이 좋은 소셜필터를 제공해주고 있다. 최근에는 큐레이션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걸러진 정보들을 또 보기 좋게 정리/가공해서 제공해주기도 한다. 이 모든 기능(과 발전)은 참 좋다. 그러나 아무리 강력한 정보 필터를 가졌더라도 궁극적으로 그 정보를 수용하고 소비하는 주체는 사람 본인이다. 소셜미디어들이 나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향상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기능은 기능일뿐..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걸러진 정보들을 어떻게 수용할지는 나의 의지에 달려있다.

그래서 떠오른 단어가 바로 '내면화 Internalization'이다. 내면화는 말 그대로 어떠한 정보나 사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위키피디어 내면화 정의) 우선 미디어 리터러시의 (정보를 분석하고 걸러내는) 기능/능력을 내면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걸러진 정보를 내면화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기능과 정보) 내면화를 이루면 정보를 얻는 즐거움과 함께 정보를 활용하는 즐거움과 정보를 공유/전파하는 즐거움을 갖게 될 것이다.

자주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 "네가 내 글을 좋아하면 그냥 Like만 하지 말고 전파 Share/RT하라'라고... 최근에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 Favorite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정작 RT는 거의 하지 않는 현상도 발견했다. 좋은 글/정보를 발견했다면 혼자만 좋아하고 자신의 북마크에만 등록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 정보를 널리 공유해줬으면 좋겠다. 내면화의 정수는 외면화 Externalization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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