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Gos&Op

재미있는 검색. FUN

 *주의: 의미없는 글입니다.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마세요. 그냥 그렇다구요.

 회사에 조직이 개편되고 수장도 바뀌었다. 새로운 수장은 검색이 아닌 미디어에 오랜 시간 몸담았던 분이다. 물론 여러 생각을 가지고 계시겠지만 전문성 또는 경험이라는 것은 쉽게 무시할 수가 없다. 이것을 가장 간단히 뛰어넘는 방법은 그래도 듣기를 통한 의견수렴인 듯하다. 새로운 수장도 임명된 직후에 단체메일을 통해서 검색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일이 여기서 시작되었다.

 나도 부하직원이기에 적당한 (?) 답메일을 보냈다. 앞으로 다음검색이 나가야할 방향은 무엇인가? 나는 아주 간단히 'FUN'이라고 적어 보냈다. 즉흥적으로 답변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한 뽀죡한 수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회사에 들어온지 3년 반이 지나니, 입사 전에 가졌던 여러 생각들이 이미 구현되는 것도 목격했고 또 내 생각이 짧았다는 것이 증명된 경우도 많이 있었다. 그런 3년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제 내 머리 속의 잉여 생각이 모두 고갈된 것같다. 과거의 잉여가 빠져나가면서 새로운 잉여가 채워졌다면 '소비'에 대한 생각이다. 과거의 잉여는 생산의 잉여였다면 최근의 잉여는 소비의 잉여다. 깊은 고민에서 나온 결과는 아니다. 그저 여러 석학들의 글들을 읽으며 그리고 최근의 창조물들이 공통적으로 전해주는 메시지에 소비라는 키워드가 포함되어있었다. 소비는 물질적인 것이 아니다. 소비의 핵심은 유희에 있다. 생산의 시대에는 자연 자원과 인간의 노동력을 투자하여 (새로운) 물질의 만들어내던 시대였다면, 소비의 시대에는 그런 물질적인 가시성보다는 유희로 대변되는 놀이와 문화의 시대다. 그런 측면에서 꺼낸 키워드가 FUN이다. 그런데 이 키워드를 어떻게...?

 어쨌던 검색의 방향을 묻는 질문에 FUN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오늘... 그걸 어떻게 구현할 거냐고 아이데이션을 하라는 미션이 떨어졌다. 그냥 던진 돌이 다시 내게 되돌아왔다. 그래서 지금 고민에 빠졌다. 신이시여, 제가 과연 저 키워드를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요?

 FUN을 꺼낸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소비의 시대를 대변하는 키워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 다음검색의 포지션을 단순히 과거의 정보검색이라는 프레임 위에서 잡는다면 소비자들의 외면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여러 번 말했지만 지금 검색은 구글이 정의해놓고, 한국 검색은 네이버가 만들어놓은 틀/프레임 안에서 놀아나고 있다. 단순히 더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를 찾기 위해서는 그냥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찾아보면 된다. 그렇다면 다음검색이 구글검색이나 네이버검색과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가 어디인가? 차별화를 넘어서 유일화를 위한 키워드 그것이 필요했고, 그래서 FUN을 꺼내들었다. 그런데, FUN은 너무 고상하고 고차원의 개념이다. 어렵다.

 그러면 재미있는 검색이란 무엇일까? 검색이라는 파라다임에서 말하면 키워드에 반응하는 재미있는 컨텐츠를 제공해주는 것? 이게 정말 재미있는 검색일까? 그럴거면 그냥 성인컨텐츠나 교묘하게 보여주면 어떤 면에서 재미있는 검색이 되었을 거다. 사실 교묘한 그런 컨텐츠를 발굴해낼 능력이 있다면 다른 극단의 양질의 컨텐츠를 더 잘 찾아냈겠지... 매번 이런 미션이 주어지면 가장 먼저 꺼내는 카드가 '개인화 Personalized Search'일 듯하다. 근데 이건 쉽게 구현하기도 어렵고 (근데 진짜 어렵나?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데...) 실제 적용되었을 때 발생하는 사이드 이펙트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아무도 먼저 꺼내지 못하는 필살기다. 근데 진짜 이게 필살기일까? 한 5~10년 전이라면 필살기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너무 old-fashioned 된 기술이다. 무디어진 그 칼을 FUN을 위해서 꺼낼 수 있을까? 없다.

 단순히 검색결과가 재미있다고 재미있는 검색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거다. 그것보다는 검색을 하는 경험에서 얻어지는 재미로 재미있는 검색이라는 것을 정립할 수 있을 거다. 그러면 어떤 검색 경험을 줄 것인가? 또 어렵다. 방전된 내 배터리를 다시 채울 여유가 필요한 때인가? 아... 그리고 경험이라는 것은 단순히 X (UI/UX)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 이쯤에서 브랜드를 살짝 꺼내는 것도... 다음이 CI를 바꾸면서 밀고 있는 단어 ON. 온은 위라는 의미도 있지만 따뜻함의 의미도 있다. 다음하면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겠지만, 사실 검색의 온도는 차가움이다. 냉철한 결과를 제공해주는 것이 최고의 검색엔진이다. 그래서 구글이 성공했다. 물론 다른 많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차가움을 카피한다고 해서 더 궁극의 차가움, 절대온도 0에 이를 수가 없다. 그렇다면 검색과 상극인 따뜻함을 검색에 넣을 수 있을까? (... 내가 뭔 소리를 하고 있는 걸까? ... 글은 벌써 산으로...)

 따뜻함이 어쩌면 FUN인지도 모르겠다. 검색이 따뜻해질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는 검색이 따뜻해지는 것이 과연 맞는 걸까? 가능성보다 필요성에 의문을 품고, 필요성보다 당위성에 의문을 품는다. 근데... FUN이 검색의 방향이 맞는 걸까? 아니면 뭐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