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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나는 아이폰이 두렵다.

 말도 많았지만 이제 28일부터 아이폰이 국내에 정식으로 발매된다고 알려졌다. 그동안 인터넷 공간에서 아이폰에 대한 다양한 얘기들이 회자되었고, 이를 제대로 정리할 수 있는 이가 과연 대한민국에 존재할까 싶다. 그렇지만 오랜 기다림의 끝을 우리는 목격하기 직전에 있다. 나름 애플빠로써 아이폰의 국내발매를 눈빠지게 기다렸고, 발매와 함께 당장 구입할 것이다. (문제는 회사에서 스마트폰을 무상으로 지급해주기로 했기에, 시기가 조금 늦춰질 수도 있다.) 그런데 아이폰의 국매발매가 요원하던 때는 아이폰에 대한 각종 찬사들이 언론을 덮었지만, 발매 결정 이후에는 180도 반대 논리 - 즉, 아이폰 해악론 - 들이 언론을 뒤덮고 있다. 물론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국내의 굴지의 두 S그룹들이 아이폰을 탐탁치않게 생각하고 있고, 또 다양한 방해 그리고 찌라시들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을... 각설하고,...

 나는 아이폰의 국내발매되는 것이 두렵다. 아니, 아이폰이 두렵다. 그렇게 기다려왔던 제품이지만 막상 국내에 발매되고 내가 그리고 많은 이들이 사용하게 된다는 걸 생각하면 두려워진다. 일전에도 글을 올렸지만, 국내에서 모바일이라는 거대한 트렌드를 제대로 소화해낼 수가 있을까?라는 불안감을 쉽게 지울 수가 없다. 비IE 브라우저들이 서기에는 너무나 비호환적인 웹환경이나 PC에서조차 무겁게 느껴지는 수많은 웹페이지들이 작고 가벼운 모바일 환경에서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도 있다. 그리고, 많은 아이폰 유저들이 이런 웹환경에서 모바일의 한계를 바로 경험하게 될 것같은 두려움도 날 무섭게 한다. 일전에 트윗에서 말한 적이 있다. "아이폰의 도입은 현재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결코 해결해주지 못한다. 아이폰은 더 크고 많은 문제들을 우리에게 제시할 뿐이다"라고... 의도야 어찌되었던 많은 찌라시들이 아이폰을 까기 시작했다. 많은 리뷰기사들을 보면 알겠지만, 아이폰은 핸드폰으로써는 꽝이다. 그렇기에 핸드폰/하드웨어로써의 아이폰을 까는 그들의 주장을 비웃을 수는 없다. 그렇다. 핸드폰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아이폰은 쓰레기다. 그러나, 아이폰이 중요한 점은 현재까지 존재하는 가장 최고의 핸드헬드 기기라는 점이, 현재 아이폰의 광풍을 만들어 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이 지상최고의 핸드헬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무거운 포털들도 그렇고, 제대로된 앱이나 컨텐츠가 없는 것도 그렇고, 갇힌 망을 움켜쥐고 있는 이통사들도 그렇고,,,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물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우리 자신들이다. 아이폰에 열망했지만, 아이폰의 실체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우리들이 가장 준비가 덜 되어 있다. 

 아이폰은 결코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단 하나도... 그러나 우리가 어떤 문제를 숨기고 있었는지를 낱낱히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두렵지만, 기대가 된다. 문제를 알지 못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숨겨졌던 그리고 감추었던 문제들이 하나둘씩 드러난다면 우리에겐 또 다른 기회가 생길 것이다. 두 S그룹은 애플과 아이폰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변화를 깨닫지 못하는 그리고 변화에 순응하지 못하는 그리고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는 자기자신들을 두려워해야 한다. 

 2004년도에 미국의 CompUSA라는 전자제품매장에서 알루미늄케이스로 된 파워북 (현재 MacBookPro가 당시에는 PowerChip을 사용해서, PowerBook이라 불림)을 처음 보았을 때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96년도인가 97년도에 친구가 매킨토시를 구입했다는 말에 실소를 터트렸던 내 자신이 초라해진 순간이었다. 그후로 나의 가치관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벌써 5년이란 시간이 훓쩍 지나버렸다. 5년이란 시간은 무릎에서 손으로 옮겨졌다. 조만간 새로운 기기가 내 손 위에 놓일 것이다. 처음 파워북에 매료되어 새로운 나를 발견했듯이, 또 한번 나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을 기대한다. 아이폰이 나의 어리석은 틀을 여실히 보여줄 것을 생각하면 두렵다. 그래서 나는 기쁘다. 그 허물을 이제서야 비로소 깨닫고 벗어던져버릴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이제 2.0의 시대를 지나 3.0의 시대로 간다. 그럴 준비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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