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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 ML AD

[진로 상담] 데이터 분석가를 꿈꾸는 러시아어 전공자입니다.

오랜만의 진로상담. 그리고 티스토리 포스팅.ㅎㅎ



질문 정리.
현재 러시아어를 전공하는 20대 중반입니다.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져서 여러 컨퍼런스에 참가했는데 어떤 강연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분야를 접한 후로, 직접 해보니 흥미가 있고 적성에 맞아서 데이터 분석가를 희망하며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으로 신청했습니다. 파이썬과 라이브러리를 이용한 기본 코딩은 가능한 수준입니다. 공모전에도 나가봤고 ADSP를 공부해서 자격증 시험도 봤습니다.
그런데, 러시아어 전공이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기업체에서 데이터 분석 업무는 석사 학위 이상을 요구하는데 굳이 진학을 해야 하나요? 석사를 진학할 의사는 없는데 이를 대신할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요? 실무자가 생각하기에 이 분야의 직업 (채용) 전망은 좋을까요? 졸업 전까지 어떻게 준비하면 채용에 도움이 될까요? 그래서 지금 당장 저는 뭘 하면 될까요?

미래는 아무도 모르고 가능성은 다양합니다. 이하는 지극히 저의 개인 의견일 뿐입니다.

어떤 지식과 경험이든 일을 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데이터 엔지니어링, 그리고 관련 애플리케이션으로 범위를 좁혀서 보면 러시아어 전공은 -- 러시아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면 -- 업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봅니다. 자연어처리 쪽으로 진로를 정한다하더라도 어학 전공이 요즘은 큰 매력은 없어 보입니다. 국내에서 사실상 대부분의 문서는 ‘한글’로 돼있고 간혹 영문 문서가 다소 있지만, 그 외의 언어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습니다. 더욱이 Deep Learning이 활성화된 후로는 자연어나 음성 처리 분야에서도 어학 지식이 큰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입사/면접 시에 러시아어 전공이 특이하게 보이겠지만 결정적으로 영향을 줄 것 같지 않습니다. 주변에 영문과나 문헌정보학과 등의 출신 개발자들도 간혹 보기는 하지만 많지는 않습니다. 최소한 공대 출신들...

석사 진학을 꼭 해야 하는가? 각자의 상황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가능하면 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학위가 없다면 충분한 경험이 필요합니다. 단순 공모전 당선이나 자격증 취득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경력직이 아닌 (대학만 졸업한) 신입을 뽑을 때, 그 지원자의 능력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본인이 면접관이라는 가정 하에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ㅏ. 어떤 대학, 어떤 학과에서 어떤 과목을 수강했고 최종 학점이 몇이고…정도 외에는 확인할 게 없습니다. 경력직이라면 다른 회사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볼 수도 있지만 학부 졸업생에게 확인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기업들이 학위를 요구하는 것은 단지 학위증서를 가졌는가를 보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 지원자가 최근 2년 또는 그이상의 기간동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지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어떤 분야를 더 깊이 파고 들었는지,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경험을 쌓았는지, 어떤 아이디어와 실행으로 논문을 적었는지 등을 봅니다. 학부에서도 다양한 관련 과목을 들을 수 있지만, 석사 또는 박사 학위 중에 듣는 과목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회사에 취직을 하려면 경력이 필요한데, 신입에게 가장 쉽게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곳이 학교입니다. (물론 회사에서 학위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해서 보상하느냐는 다른 문제임) 그리고 가능하면 유명한 대학원의 유명한 교수 밑에서… 물론 학위, 특히 석사 학위 과정은 크게 생산적이지는 않습니다. 같은 시간에 더 생산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문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게 아닙니다. 학위를 대신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방법은 직접 스타트업을 만들어서 — 승패를 떠나서 — 운영해보는 것 외에는 당장 생각나지 않습니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다른 분야보다는 조금 더 오래 갈 것 같다 정도의 희망만 품고 계속 살아갈 뿐입니다. 그리고 그저 아무도 밟지 않았던 미래를 만들어 갈뿐...

학교에 있는 동안 가능하면 많은 수학 (선형대수, 확률통계, 이산수학 등)과 컴퓨터 (자료구조, 데이터베이스, 머신러닝, 알고리즘 등) 수업을 많이 듣고 기초 개념을 확실히 잡아두세요. 그리고 최소 하나의 프로그래밍 언어에 능통하고 관련 라이브러리에 익숙해지세요. 만약 파이썬이 주력이라면 C/C++, Java, Scala, Go 등의 다른 언어를 하나더 익혀두는 게 좋습니다. (그 역도 성립합니다. 다른 언어를 마스터했디면 파이썬도 함께 익힐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학부생에게는 조금 무리일 수도 있지만) 관련 분야의 논문을 많이 읽어두세요. 일주일에 최소 한편의 논문을 읽고 정리하는 버릇을 길러두면 좋습니다. 가능하면 읽는 것을 넘어서 논문에서 저자들이 제안한 알고리즘을 직접 구현해서 데이터로 테스트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2~3년 동안 매주 한편의 논문을 읽고 실제 구현/실험해봤다면 굳이 석사 학위는 필요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고 제가 있는 곳에 지원한다면 제 선에서는 필히 뽑아줄 것임) 마지막으로 수학, 머신러닝, 프로그래밍의 기초 개념에 충실하십시오. 딥러닝 라이브러리를 가져와서 무슨 데이터를 분석해봤다는 것보다 그걸 지탱하는 작은 기술들의 기초 지식에 탄탄한 것이 더 중요합니다. 관련 분야의 깃헙/블로그를 운영하며 나름 셀럽이 되는 것도 다른 경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인터넷에 떠도는 것들만 수집해서 모아둔 정도라면 의미는 없습니다. 자신만의 강점을 보여줘야 합니다.

파이썬 이외의 언어에도 익숙하라는 조언의 이유는 이렇습니다. 카카오나 네이버 등의 큰 IT 회사에 입사한다면 데이터 분석 업무만 전문적으로 수행하면 될 수도 있지만, 웬만한 스타트업이나 작은 팀에서 데이터 분석을 한다는 것은 서비스 로그/데이터의 정의, 저장, 수급에서 부터 데이터 분석 및 해석, 그리고 결과 보고서 작성 등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직접 담당해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파이썬으로 웬만큼 커버할 수 있지만, 시스템에 맞는 언어나 라이브러리가 있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분석 이외의 영역은 다른 언어들이 더 적합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한 언어에 익숙하면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게 어렵지 않지만...

공모전이나 자격증은 — 극히 개인 의견으로는 — 무용합니다. 경험을 쌓고 어쩌면 기업체의 실제 데이터를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요식 행위로써의 공모전은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음)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할 것이 아니라면 유행에 따른 각종 자격증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간혹 기업, 특히 작은 중소업체에서 자격증을 요구하기도 하겠지만 제 주변을 봤을 때는 자격증이 입사에 유리한 조건이 되지는 않습니다. 

** 업데이트.
일주일에 새로운 논문을 한편 이상 계속 읽는다는 것은 도전적이다. 그런데 주요 논문에서 제시한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하고 실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연구근 (연구하는 근육)이 발달된 사람에게도 힘든 과제다. 그럼에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꾸준히 진행한다면 연구하는 방법을 터득할 뿐 아니라 스스로 지식과 경험이 쌓이고 자신감이 붙는다. 그리고 이렇게 논문을 정리한 것과 구현한 코드를 깃헙에 올려서 관리한다면 이것만으로 자신만의 포트폴리오가 완성된다. 저는 어떤 대학 나왔고 어떤 과목을 수강했고 누구한테 배웠어요라고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이건 저의 블로그/깃헙입니다. 제가 최근 2년동안 이런 논문을 읽고 이렇게 구현해봤습니다.'라고 자신을 어필하는 편이 확실하 강점이 있다.

그리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적을 때 한글 (및 표현)에 좀더 신중하고 여러번 퇴고하길 바란다. 저도 각종, 아니 모든 언어를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과목 중에 국어를 제일 못했고 중학교에 들어오면서 영어가 추가됐고 자연의 언어인 수학도 못하고 컴퓨터 언어인 코딩도 제대로 못하고 있음) 이력서에 비문이 포함되거나 어색한 문장이 보이면 그 지원자를 정당하게 평가하기 힘들어진다. 자기 자신을 짧은 몇 문장으로 바르게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더 큰 기대를 갖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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