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의 저주?

Gos&Op 2018. 6. 28. 22:03 |

지난 새벽에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14년도 월드컵 챔피언인 독일 대표팀을 상대고 2:0으로 승리했습니다. 아래의 골닷컴에서 개시한 카툰처럼 최근 5번 월드컵에서 4팀의 디펜딩 챔피언이 조별 라운드에서 탈락해서 일찍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우연히 유럽의 강호 4팀입니다. 게중에는 월드컵 전후의 유로에서도 우승을 했는 당대의 전성기를 보내던 팀들도 디펜딩 챔피언의 저주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요? 이게 우리의 삶에서 어떤 시사점을 줄까요?

사진 출처: 골닷컴 페이스북 (https://goo.gl/3Ntyu6)


많은 전문가들이 공언했듯이 이들은 당대 최고의 팀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차기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하지 못하고 초라하게 짐을 일찍 사야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들이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들이 챔피언이기 때문입니다. 정점에 있기 때문에 내려와야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이들이 챔피언이기 때문에 변화의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력을 유지하면 4년 뒤에도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일종의 자신감을 넘은 자만심이 이들을 변화시키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아트 사커의 지단도 4년동안 나이가 들었고, 견고하던 이태리의 빗장수비도 수비진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헐거워졌고, 샤비와 이니에스타로 대변되는 티키타카 스페인도 꽤 오랫동안 정상을 호령했지만 나이가 들어감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독일팀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4년 전의 멤버와 지금의 멤버에 큰 차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멕시코와의 첫 경기를 보는 순간 이번 대회에서 독일이 위험하다는 직감했습니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모든 전문가들이 우승 확률 1순위로 점찍은 팀이었지만, 첫경기를 보면서 그들의 선수구성에서 이번은 어렵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16강은 진출해서 아주 잘하면 4강까지는 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16강을 밟지 못하고 탈락했습니다.

변화를 못하는, 어쩌면 변화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모든 팀이나 조직은 결국 시간의 역습을 받습니다. 우수한 선수를 한두명만 더 추가하면 더 완벽한 팀이 될 것처럼 보이지만, 겉으로 더 날카로워지는 것처럼 보이는 그 순간 밑바닥에는 균열이 이미 생겼습니다. 한동안은 관성으로 그 균열이 보이지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 와르르 무너집니다. 단순히 내가 챔피언이다라는 그런 류의 자만심이 아니라, 주변의 모두가 추켜세워주기 때문에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 그런 자만심입니다. 간혹 형편없던 팀들이 깜짝 활약해서 얻는 단기간의 자만과는 종류가 조금 다릅니다. (2002년 이후의 대한민국처럼... 물론 나름 황금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최강의 팀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자만이지만, 결국 끝을 향해가는 것입니다. 자만해서 변화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변화를 추구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간은 흐러고 주변 환경은 바뀝니다. 모든 팀들이 전대회 우승팀과 경쟁하기 위해서 그들을 분석해서 파해법을 찾아냅니다. 챔피언은 불해히도 그런 기운을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만하다고 표현했습니다.

고인 물이 썩는다. 아주 적절한 표현은 아니지만 변화가 없을 때, 심지어 변화를 거부할 때 결국 다음의 상태는 실패의 나락뿐입니다. 변화는 늘 있었는데 그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변화에 편승하지 못하면 결국 고인물이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 그래서 간혹 성공의 가장 큰 적은 성공이다라는 말을 합니다. 성공했던 그 기억에 도취해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거나 변화를 거부합니다. 그래서 이전의 성공의 방식을 그대로 미래에 적용하지만 늘 같은 결과를 주는 것이 아닙니다. 이전 성공과 미래의 성공 사이에 큰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미래에는 미래의 성공 방식이 존재합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실패의 원인은 구체적으로 잘 정리할 수 있지만, 성공의 이유는 그렇게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성공이 운에 따른 경우도 많고, 우연히 그리고 의도치 않게 찾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무리 사후에 자세히 분석해도 그냥 결과가 성공일 뿐 왜 성공했는지 파악하기 힘듭니다. 그런데 그런 우연의 성공을 필연의 성공이라 믿으며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이들은 결국 더 큰 실패에 이릅니다. 그래서 세상이 참 재미있습니다.

축구 얘기로 시작했으니 축구 애기로 마칩니다. 프로축구에서도 당대를 호령하던 팀들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부의 편중이 심해져서 강팀과 약팀이 확연히 구분되는 경우가 많지만, 과거의 당대의 축구팀들의 전성기도 보통 길면 5년을 못 넘겼습니다. 그 중심에는 특출난 슈퍼스타 선수가 있었거나 감독이 있었거나 뭐 그런 경우가 많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맞추다 보면 결국 팀이 변해야할 시점을 놓칩니다. 한두 시즌은 그 스타 플레이어의 마법에 의지해서 팀이 유지되지만 권불십년이라는 말처럼 전성기를 5년 이상 유지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성공의 이유였던 그 슈퍼스타가 결국 그 팀의 나락에서도 함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레전드를 대우해주는 것은 옳은 정책이지만, 그 선수에 휘둘리면 결국 팀은 망합니다.

성공을 당연히 여기지 않고 늘 주변을 경계하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데 타이밍을 잡는다는 게 늘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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