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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열 졸업생인데 데이터사이언스를 하고 싶어요.

올해 들어, 특히 판교로 이주한 후로 블로깅을 포함해서 외부 활동을 거의 못하고 있어서 하반기부터는 운신의 폭을 넓혀갈 계획이었는데, 마침 고민 상담이 들어와서 글을 적습니다. 점점 이런 글이 두려워지는데 내가 과연 바른 조언자인가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각자가 가진 특수성을 무시하고 일반화된 얘기 또는 제 경험에 편향된 얘기를 할 것 같아서 두려움이 앞섭니다. 개인적 편향을 감안해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더 복잡한 사정이 있겠지만, 질문 들어온 것만을 요약하면... ‘인문계열 (사범대) 졸업생으로 현재 스타트업에서 기획을 하고 있는데, 데이터사이언스를 하고 싶어요. 산업공학 대학원 진학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현재 기초가 없어서 패스트캠퍼스의 데이터사이언스 과정도 고려하고 있어요.’ 정도입니다.

산업공학을 전공하겠다는 것은 수학/통계, 컴공 또는 다른 공학 계열의 전공자가 아닌 경우 그나마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저의 이전 글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근년에도는 ‘창의 융합 과정’과 같은 일반인/비전공자들이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산업공학을 고집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저런 이름의 과정은 보통 산공과 교수들이 많이 만들기는 함.)

질문자의 상태 (?, 표현이 좀 이상하지만)에서 나쁜 점과 좋은 점을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나쁜 점은
  • 인문계열 출신이다. --> 수학과 컴퓨터에 대한 기초 지식이 부족하다
  • 이미 졸업했다. —> 졸업을 조금 미루고 공대 수업을 들어볼 기회를 이미 놓쳤다.
  • 스타트업에 다닌다. —> 규모가 작아서 다양한 사람 (조언자)이 주변에 없다. (바쁘다?) <-- 데이터 및 머신러닝 관련 조언자가 없을 가능성.
좋은 점은
  • 젊다. (이건 늘 좋다.)
  • (판교) 스타트업에 다닌다. —> 주변에 컴퓨터/프로그래밍을 잘 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또는 관련 스터디 그룹을 만들기 좋다.
  • 공부는 잘 했다. (서울 최상위권 대학 졸업)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통상적으로 말하듯이 유능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기 위해서 1) 수학 및 확률/통계 지식, 2) 프로그래밍 능력, 3) 필드 경험 (인사이트)가 필요합니다. 필드 경험은 회사 등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레 쌓이는 것이지만, 수학과 프로그래밍 부분은 (기초가 없는 상태라면) 필요할 때마다 바로바로 채득하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기 위해서 이 둘은 필히 익혀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 대학을 진학하기 전이거나 대학생이라면 현 상태에서 수학 및 컴퓨터의 기초가 부족하더라도 관련 학과로 진로 결정/변경, 복수전공이나 청강 등을 통해서 배움이 기회가 있지만, 졸업 후 취직을 한 상태에서는 현실적으로 그 기회가 매우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패스트캠퍼스도 알아본 듯합니다. 기초 역량을 갖춘 상태라면 코세라 등의 인터넷 강의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프라인에서 체계적으로 정해진 과정을 밟으면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스터디를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F사의 교과 과정은 (전 과정을 수료한다면) 38주 (주 5일 & 13시간) 동안 진행되고 강의료는 웬만한 사립대 1년 등록금 (900만원) / 서울공대 2년 등록금 (600만원/년)을 상회하는 1,300만원입니다. 필요한 것만 추려서 단기집중 교육이 이뤄지겠지만, 꽤 부담스럽기는 합니다. 

F사의 과정을 모두 이수했을 때, 업종이나 업무의 변경은 어느 정도 가능해 보이는데, 이게 대학원 진학에 도움이 될까?라는 의문이 좀 듭니다. 비 공대 졸업생이 공대 대학원에 입학하려는데 사설 기관이 단기 교육 과정을 이수한 것이 도움이 될까요? (저는 바로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일부 기술 인터뷰에서 답변을 할 수는 있겠지만, 대학원 진학에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게 제 느낌적 느낌입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그냥 대학원에 진학해서 (오히려 비공대 출신 + 스타트업 경험을 내세워서 창의/융합 인재임을 어필하는 방식으로) 3년을 목표로 세워서 석사 과정을 마치는 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것이 처음 질문을 받았을 때부터 들었던 생각입니다. 대학원에 들어가서 생활/적응하기 위해서 미리 사설기관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 듯합니다. 오히려 교수님과 협의해서 (그래서 좋은 교수를 만나야 함) 길게 보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의견입니다. (전적으로 개인 의견임) 앞서 장점으로 현재 스타트업에 취직된 상태라고 했습니다. 이미 주변에 컴퓨터/프로그래밍을 잘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그들과 같이 일하면서 6개월 또는 1년 반동안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혀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독하게 마음 먹어야 함)

대학 생활을 회상해보면 수업도 별로 없고 널널하게 몇 년을 보낸 것 같지만, (개인의 편차가 있겠으나) 그렇게 쉬엄쉬엄 기초를 다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을 회상하면) 1학년은 대부분 교양 및 공통 과목을 들었지만,... 1학년 때 Calculus/미적분과 프로그래밍 (C언어), 2학년 때 선형대수, 확률통계, 데이터구조 등, 3학년 때 데이터베이스, 산업통계, OR 그리고 실질적으로 머신러닝 관련 수업은 대학원 진학 후에 단계를 거치면서 차근차근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단기간에 압축해서 듣는다면 (웬만큼 독하게 마음 먹지 않으면) 바로 지쳐버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습문제를 풀면서 (답을 베껴쓰기도 했지만) 동기들과 상의했던 게 개념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답변이 계속 산으로..ㅎㅎ)

가능한 어린 나이에 대학원을 진학하는 것이 좋은 것은 맞지만, 오히려 생각이 더 확고해진 이후에 진학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1년 안에 뭔가를 이루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오히려 2~3년이라는 타임라인을 잡아서 프로그래밍, 수학/확률/통계, 머신러닝 등을 차근차근 익힌 후에 대학원 진학으로 방향을 선정하는 것도 좋습니다. 어쩌면 그 단계에 이르렀을 때 연구자를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대학원을 진학할 필요성을 못 느낄 수도 있습니다. 실제 주변에서 F사 또는 다른 곳의 강의를 수료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고, 비슷한 목표를 갖고 주변에 함께 공부할 사람(들)을 찾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에 종사중이니 회사와 (근무 시간 조정 등) 잘 상의하면  근처 대학에 개설된 관련 과목을 청강/수강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판교라면 가천대?)

특정 업체의 프로그램을 제가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이지만, 자신의 상황과 그 프로그램의 궁합이 맞는지부터 검토하셨으면 합니다. 아직 사회 초년생에겐 부담되는 가격 그리고 단기 집중에 따른 지침과 목적의식 상실 등의 우려가 있습니다. 업계 경험이 한 5년정도 있는 분들이 단기간에 커리어를 바꾸기 위해서 수강하는 것은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질문자처럼 사회 경험이 부족하고 모아둔 자금도 넉넉치 않은 분들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인지는 더 깊이 고민해봐야할 듯합니다. 하지만, 목표가 확고히 정해졌고 주변에 도움을 받을 창구가 없다면 (어떤 시도든)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굳이 수강한다면 마지막에 advanced 과정은 일단 보류). 주변에 현실적 대안이 있는지 먼저 검토부터...

글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는데... 질문자의 상활을 자세히 모르니 상상만으로 글을 적게 됩니다. 혹시 필요하시다면 판교 H스퀘어에 찾아오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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