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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포케몬고에서 얻은 통찰

이제는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포케몬고를 꾸준히 하면서 얻은 몇 가지 통찰을 공유할까 합니다. 굳이 포케몬고가 아니더라도 살다보면 비슷한 경험을 하거나 통찰을 얻습니다. 제가 꾸준히 포케몬고를 하고 있는 이유는 만렙을 채우기 위해서보다는 가능함 모든 포케몬을 수집해서 포케덱스를 모두 채워보고 싶은 욕심 때문입니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하는 성격이라서 가급적 새로운 게임이나 취미 활동을 시작하지 않는 편인데...ㅠㅠ

포케덱스 - 현재 230 종을 잡았다.



1.길게 (오래) 갈거면 떄론 천천히 가도 된다.
어떤 몬들은 2번 진화를 합니다. 종류에 따라서 다르지만 보통 25개의 캔디로 첫번째 진화하고, 두번째 진화는 100개의 캔디가 필요합니다. 캔디를 빨리 모아서 진화시켜서 새로운 몬을 포케덱스르 등록하고 진화 등을 통한 경험치를 빨리 받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그래서 25개의 캔디를 모으면 바로 1단계 진화 버튼을 바로 누릅니다. 그런데 2단계 진화를 위해서 다시 100개의 캔디 수집에 나섭니다. 그런데 100개의 캔디를 모으기 위해서 같은 포케몬을 잡다보면 이미 진화시켰던 것보다 더 나은 (CP 포인트가 더 높다거나 사이즈가 더 크다거나…) 포케몬을 발견합니다. 그러면 애초에 가장 좋은 몬으로 1단계 진화시키고, 다시 2단계 진화시켰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후회합니다. 그래서 추가 100개가 아니라 125개의 캔디를 모으게 됩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빨리 스킬을 배우고 성과를 내고 싶이서 안달이지만 결국 그게 발목을 잡거나 더 많은 리소스가 들어가는 경우가 됩니다. 예를 들어, 초기 단계에서는 React.js로 구현할 걸로 기획돼서 급하게 새로 배우고 초기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는데, 나중에 Angular.js로 스펙이 변경돼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과 비슷한 경우입니다. (예시가 맞나요?) 어쨌든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길게 봐야하는 일이라면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고 단계를 밟아가면서 천천히 가는 것이 맞을 때가 있습니다.

2. 여러 방법으로 스스로를 발전시킨다.
포케몬고에서 몬스터를 발전시키는데는 삼화, 즉 부화, 진화, 강화가 필요합니다. 먼저 알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알에 계속 갇혀 있으면서 발전을 바라는 것은 마치 코딩을 시작하지도 않았으면서 1,000만 다운로드를 꿈꾸는 것과 같습니다. 두번째는 진화를 통해서 새로운 종으로 발전합니다. 부화가 프로그래밍을 배워서 코딩을 시작하는 것이라면, 진화는 다양한 생산성 도구과 라이브러리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VIM으로도 뭐든 만들 수 있겠지만 IntellJ를 활용하면 더 편하고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화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언어, 라이브러리, 생산성 도구를 단순히 사용하는 차원을 넘어서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새로운 알고리즘도 배우고 때로는 오픈소스같은 걸 배포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예시가 적당한지 모르겠으나 부화, 진화, 강화는 여러 단계에서 우리가 경험하고 발전하는 과정입니다.

3. 큰 것에 집중하면 작은 것은 따라온다.
포케몬을 하면서 가장 큰 희열은 아주 희귀하고 강력한 몬을 잡았거나 진화시켰을 때입니다. 잠만보나 라프라스 같은 경우는 순전히 잡거나 부화시켜서 얻을 수 있지만, 망나뇽 Dragonite나 마기라스 Tyranitar 같은 몬은 Dratini/Dragonair나 Larvitar/Pupitar를 잡아서 진화시키면 됩니다. 그런데 이런 몬은 희귀해서 (둥지에 가지 않는 이상) 잘 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Buddy로 등록해서 5km를 걸을 때마다 캔디를 모으고 모아서 진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빨리 포케덱스를 모두 채우기 위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망나뇽이나 마기라스보다는 조금 덜 희귀한 몬들부터 잡거나 걸어서 먼저 진화를 시키고, 나중에 망나뇽과 마기라스를 진화시킵니다. 다른 몬들을 다 진화시키고 마지막으로 Dratini/Dragonair/Larvitar/Pupitar 등을 버디로 등록해서 캔디를 모으는 동안 앞서 힘들게 진화시켰던 덜 희귀한 몬들이 빈번하지는 않더라도 계속 잡힙니다. 애초에 망나뇽이나 마기라스를 목표로 해서 수집했더라면 어느 순간 덜 희귀한 몬들은 다 수집 또는 진화시켰을 것입니다. 이렇듯 크고 중요한 일에 집중을 하다보면 사소하고 작은 일은 그저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Devil’s in details라는 말처럼 디테일에 강해야 하지만, 큰 줄기를 놓치면 디테일은 의미가 없습니다.

4. 사소한 것을 놓치면 큰 것의 기회도 없다.
3번까지 읽고 무조건 중요한 것만 우선 처리하자라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희귀하고 강한 몬들 잡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희귀 몬만을 찾아나서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저레벨에서는 희귀몬을 잡을 가능성도 매우 낮지만 만약 잡더라도 그 몬의 잠재력을 모두 발휘할 수 없습니다. 레벨 10에서 망나뇽을 잡더라도 CP는 고작 1,000정도입니다. 하지만 레벨 30이상에서 잡는다면 3,000에 가까운 망나뇽으로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레벨업은 꾸준히 일반 몬들을 잡으면서 경험치를 쌓을 때만 가능합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크고 중요한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서 성과를 내서 인센티브도 받고 연봉도 많이 올리고 높은 자리에도 오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프로젝트가 늘 존재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평소에 작고 사소한 것들에서 스스로 경험치를 쌓고 능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중요한 프로젝트에 그가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펑소에 레벨업을 시켜서 잠재력을 키워놓지 않으면 중요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더라도 주요 성과를 낼 수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경험과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고는 현질입니다. 자신이 ‘금수저’가 아니라면 1~4를 다시 잘 복기...

그외에도 여러 크고 작은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Item bag의 용량은 한정돼있고 Capacity를 늘릴 수는 있지만 돈이 필요합니다. 진짜 현질을 하거나 더 많이 체육관을 돌아다니면서 파이트머니를 얻어야 합니다. 그것이 싫다면 평소에 불필요한 것은 적당히 버려야 합니다. 막연히 언젠가 사용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결코 사용할 기회가 없고, 또 역으로 준비가 없으면 필요할 때 아이템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현명해야 합니다.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인큐베이터가 필요합니다. 좋은 학교나 회사가 될 수도 있고, 부모나 선생, 친구 또는 동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인큐베이터의 도움이 없다면 당신은 영원히 알로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가끔은 이벤트나 아이템이 그저 주어져서 경험치나 캔디를 보다 쉽게 모을 수도 있어서 인생이 그렇게 팍팍한 것만은 아닙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경험치를 다 쉽게 얻을 수 있지만 레벨업은 더 어렵습니다. 세상에 쉽게 가는 건 없습니다. 체육관 배틀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강한 포케몬을 많이 보유하는 것보다 끊임없이 Revive와 포션의 화수분에 달렸습니다. 장기전에서 병참/보급이 전투력의 90% 이상입니다. 결국 (이길 때까지) 버틸 수 있어야 합니다. 가끔은 새로운 몬들이 출현하기도 하지만 늘 있던/다니던 곳에만 머물면 새로운 몬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일부러 둥지를 찾아서 떠날 필요까지는 없지만 새로운 장소나 다른 길을 걸어보면 새로운 몬을 만납니다. 같은 회사, 같은 부서에서 늘 보던 사람들과 비슷한 업무만 계속 하다보면 업무 숙련도는 높아지겠지만 다른 측면에서 발전 기회가 제한됩니다. (물론 저는 좀 오래 머무는 편이지만... -- 귀찮아서 ㅠㅠ --) 둥지를 일부러 찾으러 갈 필요가 없다고 적었지만, 특정 기술이나 지식을 전수받기 위해서는 특정 나라, 회사, 또는 학교에 가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야하기도 합니다. 

나는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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