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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다음인이 다음인에게 드리는 마지막 제언

최근에 몇 번에 걸쳐서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렸습니다. 이제껏 가능하면 사내 게시판에 올렸던 글도 블로그를 통해서 공개했었는데, 이슈의 민감성 때문에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내일이면 다음커뮤니케이션이라는 법인의 마지막 날이고, 그래서 오늘 사내 게시판에 적은 글이 마지막 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오늘 밤에도 갑자기 생각이 복잡해지면 새로운 글을 또 적을지도 모르지만... 약간은 민감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외부에 공개되지 않을 이유도 없는 것같아서 마지막 글을 공개합니다. (단, 공개하지만, 발행하지는 않습니다. 무단전재시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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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동안 여러 생각으로 글을 적었다 지웠다를 반복했습니다.
그냥 발생가능한 몇 가지 일을 당부하겠습니다.
모든 재앙적 예언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이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은 통장에 찍히는 숫자가 올라가서 좋아하고 있겠지만 (물론 여전히 불만인 분들도 있겠으나)
통장에 찍힌 숫자가 의미하는 것을 바로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개인의 편차는 있겠지만, 불과 몇 달 후에 과거를 되돌리고 싶은 분들도 나타날 것입니다.
연봉인상[각주:1]이 그동안의 피해의식에서 다소 벗어나게 해줄 수는 있지만, 앞으로의 우리 삶의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제껏 받은만큼만 일한다라는 생각으로 그 이상의 최선을 다 하지 않았던 분도 있었으리라 짐작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준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일을 시킨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될 것입니다.
이것이 이번에 이뤄진 계약입니다.
우리 앞에 놓인 어려운 요구들이 많아지겠지만, 절대 당황하지 마시고 즐겁게 도전에 임하셨으면 합니다.
단순히 야근이나 주말 근무 등의 업무량의 증가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3년이나 5년 후에 법인명이 Kakao Corp.나 Kakao Inc.로 바뀌더라도 절대 슬퍼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만약 당장) 새로운 사옥을 짓는다면[각주:2] 3~4년은 소요될 것같은데 그때 많은 변화가 올 적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제주 마일리지는 회사 주도의 주택지원정도를 제외하고는 없어지지 않을까?라는 전망을 해봅니다.
아직도 제주에 내려와서 생활하는 것이 희생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그냥 서울로 올라가시는 게 미래 충격을 최소화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더 큰 흐름에서 자신의 로케이션을 결정할 것이지, 단지 몇 푼 현금지원에 따라서 결정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만약 5년 내에 카톡을 파괴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발굴하지 못한다면 10년 뒤에 지금의 과정을 되풀이할 것입니다.
Daum이 마지막으로 주는 최대 교훈은 바로 이것입니다.
우연한 성공은 있어도 우연한 실패는 없습니다.
5년 뒤에도 무엇이 변하지 않을까?를 항상 고민하고, 5년 뒤에 어떻게 변할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확고한 플랫폼을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것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것입니다.
카톡이 지금은 성장동력이지만 미래의 언젠가는 다음카카오의 발목을 잡는 날이 올 것입니다.
미리 준비해서 현명하게 살아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패배자가 됐습니다.
20년 키워온 회사가 없어져서도 아니고, 더 많은 것을 얻어내지 못했기 때문도 아닙니다.
신뢰에 틈이 생기고 그것을 제때 메꾸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패배자입니다.
소음(작은 소리, 잡다한 소리)이 없고 또 용납되지 않았기에 다음과 화음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는 좀 더 자유롭고 당당하고 다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회사에서 착함은 미덕이 아닙니다.
위기 때마다 쟌 다르크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내면의 소리에 충실하시기 바랍니다.

짧게는 6개월에서 1년동안은 지금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낼 가능성이 큽니다.
당장 얻는 것과 잃는 것에 연연하지 마시고 더 큰 무대를 꿈꾸시기 바랍니다.
당장은 거친 소리와 불협화음이 나겠지만 더 큰 무대에 오르는 그날을 위해서 서로의 악기를 조율하는 시기가 됐으면 합니다.
우리는 이미 미래들을 봤습니다. 어떤 것을 취할 것이냐는 우리의 노력에 달려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일단 행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금 다음/제주를 떠나서 더 좋은 대우와 지위를 갖는 것이 나에게 행복일까?를 매번 고민했습니다.
물론 1.5배의 연봉을 주겠다면 심각하게 고민하는 척 할 것이고, 2배를 주겠다면 고민없이 떠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당장은 행복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지금은 행복한 패배자가 되겠습니다.

모두 행복하십시오.

Good luck!

- B.

저의 말과 저의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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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1. http://media.daum.net/digital/internet/newsview?newsid=20140929103509429 이런 기사가 있는 걸 보니 연봉인상은 있기는 있나 봅니다. (사실과 거짓이 함께 있다면 그건 거짓입니다.) [본문으로]
  2. 정해진/공유된 내용이 아닙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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