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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23 MBC 프리덤과 유희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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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파업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그들이 파업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대의에 대해서 논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소심하게 그들을 지지합니다.) 그런데 이번 파업에 임하는 MBC 노조원들의 자세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 자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MBC 파업으로 뉴스데스크 등의 시사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많은 예능프로그램도 장기간 결방/스페셜방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부분은 아무래도 뉴스 프로그램인 듯합니다. 이번 파업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것이 뉴스의 공정성 확보였으니 어쩔 수 없는 듯합니다. 그런데 MBC의 파업노조원들은 그런 뉴스의 편향성에 대한 자기 반성으로 '제대로 뉴스데스크'라는 독립 뉴스를 만들어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미 2편까지 나왔고, 뉴스의 한 꼭지였던 '김재철을 찾아라'를 위해서 호외편까지 유튜브 등의 온라인 매체를 통해서 전파되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에 나왔던 2편의 말미에 재미있는 뮤직비디오가 삽입되었습니다. 바로 UV의 '이태원 프리덤'을 패러디한 'MBC 프리덤'입니다. 이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과거의 많은 파업들과 많이 달라졌고, 진짜 시대가 변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유튜브에 올라온 MBC 프리덤 뮤직비디오부터 감상해보세요. (그리고 제대로 뉴스데스크 1 & 2편도 함께 보시길...)


 이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이제 파업도 유희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제까지의 파업이라면 좋지 않은 기억들로 가득할 겁니다. 오래 전의 일도 아닙니다. 작년 한진중공업 사태에서도 김진숙 씨가 1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고공 크레인에서 혼자 외로운 사투를 벌렸던 일도 기억나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쌍용차 사태에서의 여러 경찰력/물리력의 충돌과 그리고 많은 노동자 및 가족들이 죽음에 이르는 안타까운 사연도 많이 전해졌습니다. 그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더라도 이제껏 노사분규는 늘 (대의명분이 있던 파업이든 아니면 단순히 임금조정을 위한 파업이었든...) 강경투쟁을 기치로 내세우고, 폭력사태도 자주 발생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 등을 모두 이해를 하면서도 겉으로 드러난 폭력사태 등에서 눈살을 찌푸렸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 MBC 파업에서는 그런 강경투쟁의 모습보다는 '파업도 축제다'라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자신들의 '뉴스 및 방송 제작'이라는 특기를 살려서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만들어서 배포하는 것도 그렇지만, 위의 'MBC 프리덤' 뮤직비디오는 '파업 = 축제/놀이'라는 공식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보입니다.

 제가 자주 '유희의 시대'라는 말을 합니다. 우리 민족은 어렵고 힘든 속에서도 늘 해학의 여유를 가졌던 것같습니다. 지금 구전되는 많은 탈춤이나 마당극 등의 놀이들이 그렇습니다. 그런 해학과 여유의 문화가 일제강점기, 6.25전쟁, 그리고 산업화를 거치면서 생사를 넘나드는 사투/강경의 모습을 보였는데, 다시 해학과 여유의 문화로 돌아서는 것같습니다. 이번 MBC 파업 이전에 있었던 KBS나 YTN 등의 파업에서 노조원들이 회사 정문에서 사장의 출근을 물리력으로 막는 모습도 많이 보여줬고 (지금은 역으로 MBC 사장인 김재철씨가 제대로 출근하라고 난리입니다.), 강경 투쟁의 메시지를 담은 플래카드나 유인물을 많이 나눠주곤 했습니다. 물론 이번 MBC의 파업에서도 그런 것이 완전히 없어졌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많은 부분에서 유화적인 모습을 파업을 진행해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파업은 설득의 과정이고, 설득은 공감이 필요합니다. (당사자 간의 설득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많은 시민들과의 설득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지금 '유희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라는 느낌은 이번 파업에서만 받은 것은 아닙니다. 작년의 최대 히트상품인 '나꼼수'를 필두로한 팟캐스팅들을 들어보면, 그 속의 메시지는 무겁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에서는 아주 가볍고 유쾌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과거 군사정권시절에는 일부 개그맨들만이 (많은 눈치를 보면서) 패러디와 풍자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국민 모두가 패러디와 풍자에 익숙해진 듯합니다. (이런 현상을 가지고 수고꼴통들은 표현의 자유가 좋아졌다고 갖다붙이기도 하지만...) 매일 쏟아져 나오는 수십 수백 건의 패러디와 풍자물들을 보면서 또 우리는 웃습니다. 비록 지금의 상황은 참 암울하지만 그것을 대하는 태도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쟁취/투쟁해야만 했던 시대는 가고 이제는 즐기고 누리는 시대가 된 듯합니다. 그런데, 이런 시대의 변화에도 여전히 소외된 많은 이들의 아픔에는 눈감으면 안 됩니다. MBC의 파업이 그들만의 놀이가 아니고, 쌍용차의 사태가 그들만의 투쟁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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