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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04 경험: 즐기고 재밌게... Play & 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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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적고 싶었던 글인데 (사실 어떤 식으로 글을 적을지 전혀 구상은 되어있지 않음), 오늘 도로사정상 퇴근을 못하고 사무실을 혼자 지키고 있으면서 이런저런 글/생각을 적을려고 합니다. 제주에는 어제 밤부터 눈이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많은 양이 내린 것은 아닌데, 한라산 중산간에 있는 집으로 통하는 길은 이미 어려붙어서 통행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한번 퇴근을 시도했다가 사무실에 돌아와있습니다. 여느 글들과 마찬가지고 글의 논리흐름이 엉망입니다. 글을 적는 순서를 꺼꾸로 적을 예정이라서 글의 흐름이 더 많이 꼬여있습니다.

 최근에 자주 '21세기는 유희의 시대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 머리에서 나온 결론은 아니지만,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저를 붙잡습니다. 제러미 러프킨의 '소유의 종말 Age of Access'를 읽은 이후로 이 생각이 확고해졌는 듯합니다. 그 전에도 은연 중에 느끼고는 있었지만, '유희의 시대'에 도립했다는 결론은 못 내리고 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현재의 여러 사건/흐름들을 보면서 그 결론이 맞다는 생각이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유희의 시대를 다른 말로 소비의 시대로도 말할 수 있습니다. 완전히 똑같은 말은 아니지만 여러 맥락에서 그렇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유희/놀이가 없었다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더 큰 유희의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 것이다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여러 단계상 지금을 유희의 시대로 불러도 괜찮겠다는 것입니다. 21세기를 유희의 시대/세기라고 부른다면 지난 19/20세기는 생산/노동의 시대정도로 불러도 될 듯합니다. 대량생산 Mass-Production의 시대가 20세기였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21세기도 여전히 대량생산이 경제체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앨빈 토플러의 정의에 따르면 19/20세기는 제조업의 시대였고, 21세기는 정보의 시대가 되겠죠. 정보의 시대는 정보의 생산보다 정보의 소비가 더 중요한 시대입니다. 그래서 소비의 시대라 부릅니다. 그리고 그런 정보가 단순히 삶을 유지하기 위한 영양소같은 정보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더욱 윤활하게 해주는 그런 촉매제같은 정보들이 범람하고 그런 것들을 소비하고 즐기기 때문에 유희의 시대라고 정의 내립니다.

 지금 정보의 시대, 소비의 시대, 유희의 시대에는 모든 제품이나 서비스가 갖춰야할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Play & Fun'입니다. 21세기에 성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재미있어야 합니다.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사용자들은 그냥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즐기고 나서 얻는 것이 바로 재미입니다. 고단한 회사의 업무도 플레이&펀의 영역에 있어야 합니다. 새로운 시대의 젊은이들은 재미가 없으면 더 이상 흥미가 없습니다. 자기 입에 풀칠만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돈이나 명예보다는 더 많은 자유를 택할 것입니다. (물론, 불확실성이라는 미래의 특징을 어떻게 매니징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자/소비자들이 쉽게 즐기면서 사용할 수 있는가? 그래서 그들은 재미/FUN을 얻어가는가?를 물어보면서 제품/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제품/서비스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입니다.

 플레이&펀 이전의 제품들은 Look&Feel정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제품/서비스가 쉬워야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사용하는 소비자들도 매뉴얼의 도움이 없이 그냥 턴온/턴오프를 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애플의 제품들이 룩&필에 성공했기 때문에 지금 유수의 기업들보다 앞서가고 있습니다. 잡스의 키노트에서 자주 말했던 'It just works'이라는 말은 그런 룩앤필에 대한 것입니다. 그것을 만들기까지 수많은 노력을 기울렸고, 수면 아래의 제품 설계/개발에서는 엄청난 복잡도가 있었지만 최종 결과물에서는 그런 모둔 수고와 복잡성이 모두 감춰지고 단지 손에 잡힐듯한 심플한 제품/서비스만 남습니다. 그런 미니멀리즘 또는 심플리서티가 바로 룩앤필 시대의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런 애플의 디자인이나 사용성이 이제 점점 대중에 전파되고 있습니다. 이런 대중성 또는 보편성 이후에 제품의 차별화 또는 독창성을 주기 위해서 필요한 것인 플레인앤펀이라고 생각합니다.

 룩앤필 이전의 제품들은 어쩌면 make&work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듯합니다. 어떻게든 제품/서비스를 만들어야 했던 시대입니다. 원래 아무 것도 없었던 무의 시대였기에 어떤 모양/기능의 제품이더라도 사용자의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가 있었다면 판매가 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대량생산체계에서 프레스로 찍어내면 팔리던 그런 시대 말입니다. 그런 시대의 정신이 바로 메이크&워크가 아니었을까요? 그런 시대를 종언한 시도가 바로 애플의 룩앤필입니다. 물론 애플만이 아닙니다. 다이슨이라던가 아이데오같은 회사들도 그런 궁극의 사용성을 보장해주는 디자인의 제품들을 설계/생산했습니다. 메이크&워크 시대에는 그냥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싸게 만드러서 더 싸게 판매하는 것으로 가격전쟁이 벌어졌습니다. 그런 가격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규모의 경제가 필요했고, 더 대량생산에 치중했습니다. 그런 (가격전쟁) 틈바구니에서 살아남는 다른 전략으로 소니나 도요타 등의 일본기업들은 품질이라는 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우수한 품질의 제품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았고, 그래서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었습니다. 그렇게 기능, 가격, 품질이 보편화된 시점에 나왔던 디자인 차별화/독창성이 큰 무기였습니다. 20세말과 21세기 초의 애플의 모습이 바로 그것입니다.

 초기 포드의 T모델로 대변되는 미국의 자동차는 마차를 대신해줬기 때문에 자동차산업이 형성되었습니다. 독일의 자동차가 성공했던 것은 우수한 기능이었습니다. 지금 현대차가 미국에서 성공하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입니다. (물론,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낮은 가격이기에 사람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겠죠.) 일본 도요타가 미국시장을 석권하는 이유는 우수한 품질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몇년동안 그리고 앞으로 몇년 사이에 앞서 말한 기능, 가격, 품질은 거의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이를 것입니다. 이 시점에 여러 기업들이 들고 나온 것이 독특한 디자인의 차동차들입니다. 스포츠/슈퍼카들은 성능이 우수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사용자들에게 주는 멋스러움이 주가되고, 또 미니쿠퍼를 비롯한 박스형자동차 등도 새로운 트렌드/디자인을 무기로 들고나온 케이스입니다. SUV는 그런 흐름에 역행하게도 기능에 초점을 맞췄는데, 안타깝게도 고유가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한발 후퇴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기능, 가격, 품질, 디자인... 그 이후는 어쩌면, 필연적으로, 재미라는 요소일 겁니다. 재미라는 것은 단순히 '웃음'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경험', 좋은 경험을 뜻합니다.

저렴함의 시대는 갔습니다. 복잡함의 시대도 갔습니다. 아름다움의 시대도 갔습니다. 이제 모든 제품/서비스가 웬만하면 저렴하고, 단순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렇기에 그 제품/서비스에 재미를 첨가해야 합니다. 이제 제품을 판매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경험을 판매하는 시대입니다.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제공해준다면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할 것입니다. 저렴함이 브랜드였던 시대, 다기능이 브랜드였던 시대, 심미주의가 브랜드였던 시대... 이제는 재미가 브랜드인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당신의 제품과 서비스는 사용자들에게 어떤 경험, 재미를 주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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