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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의 해

Gos&Op 2012.12.26 16: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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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도 저물어 갑니다. 이 맘 때가 되면 어김없이 지난 한해를 결산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예측해보게됩니다. IT/인터넷 업계에 종사한지도 5년을 다 채워가고 또 이쪽 트렌드를 유심히 관찰하는 입장에서 저도 제 나름대로 올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전망해봅니다. 제가 '무슨 해'라고 부르면 그 년도에 특정 기술/트렌드가 시작했다는 것도 아니고 피크에 이르렀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당해 년도에 특정 기술/트렌드가 급속도로 성장해서 기반을 다졌다, 즉 모멘텀을 가졌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2008년을 '소셜의 해', 2009년을 '실시간의 해', 2010년을 '위치의 해', 그리고 2011년을 '모바일의 해'로 불렀습니다. 2010년 말에 2011년은 여러 의미에서 '거리의 해'가 될 거라고 전망했었는데, 제 전망과는 다른 의미에서 거리의 해였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거리에서 일어난 시민혁명이 그것이고, 이는 모바일/스마트폰의 보급과 무관치 않습니다. 그리고 2011년이 소셜, 실시간, 위치가 통합된 해가 될거다는 전망이 우세했고, 실제 그런 통합이 모바일이라는 형태로 가능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길게 지난 4년을 리뷰하는 것은 2008~2011년에 비해서 2012년에는 특별히 두드러진 IT트렌드가 눈에 띄지 않고 그래서 어떤 한 단어로 특정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전 4년 동안의 두드러짐 때문에 2012년이 특색이 없어졌으므로 저는 2012년을 '공백의 해'라고 명명하기로 했습니다. 뭔가 많은 일들이 벌어졌던 것같지만 크게 보면 대수롭지도 않았습니다. 마치 타임테이블의 중간에 빈 공백이 만들어진 것같습니다. 지난 5년과 향후 5년을 길게 느려보면 2012년도에 분명 공백이 보일 듯합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2012년이 공백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하는 불길함입니다. 대선 이후에, 대한민국의 5년 리더십이 과거 스타일로 회귀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2012년이 일시적인 공백이 아니라, 장기 공백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추측도 해봅니다. 대한민국이 여전히 IT트렌드의 선두에 설 것인가? 아니면 세계의 흐름을 그저 관망만 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는 듯합니다.

2012년을 공백의 해라고 명명했지만 그래도 주목할 변화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2011년을 모바일의 해라고 부르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기에 2012년에는 모바일의 특성이 더욱 부각된 해였습니다. 아이폰이 도입된 2009년 (겨울) 이전에는 적어도 국내의 인터넷 환경은 단순히 모바일인에이블드 Mobile-enabled정도였습니다. 모든 서비스가 PC웹에서 제공되지만, 그냥 모바일 기기에서도 적당히 볼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아이폰이 도입되고 안드로이드도 초기 모습을 탈피했던 2010년과 2011년에는 모바일투게더 Mobile-together 전략/환경이었습니다. 웹에서 서비스를 주로 만들고 사용되지만 모바일에서도 거의 최적화되어 동일한/유사한 서비스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입니다. Evernote나 마이피플과 같이 모바일과 PC에서 동일한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이 주요 전략이었습니다. 2010년도 가을에 모교에서 인터넷/IT 트렌드를 요약설명해줄 때, 일부에선 모바일퍼스트를 외치지만 아직은 모바일투게더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2011년을 거치고 2012년을 거친 현재는 모바일퍼스트 Mobile-first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는 신규서비스나 개편을 하기 전에 모바일에서 잘 될까부터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어떤 서비스들은 모바일에서만 제공해주는 것도 있습니다. 1~2년 후에는 모바일온니 Mobile-only로 갈 것인가?를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은 몇몇 기술적인 부분이나 환경, 편의, 심리적인 부분 등에서 해결되어야할 부분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기술/개발투자를 하는 것도 향후 먹거리사업이 될 듯합니다.

모바일 환경의 변화 외에도 여러 작은 소식들은 있었습니다. 빅데이터는 점점 더 메인 무대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빅데이터는 여러 측면에서 IT트렌드 전체를 대표하는 단어는 아닌 듯합니다. 애니팡으로 대표되는 모바일게임의 성장도 눈여겨 볼만합니다. 소셜서비스와 함께 소셜게임들이 크게 성장했듯이, 이제는 게임에서도 모바일에서(만) 즐기는 것에 많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모바일로도 돈을 벌 수가 있다는 것이 증명된 것입니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인터넷실명제 위헌 결정도 주목해볼 사건입니다. 대한민국의 지난 5년은 인터넷실명제라는 단어로 설명이 될 수 있는데, 그 족쇄가 바로 풀렸습니다. 그러나 향후 5년을 생각하면 새로운 족쇄가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듭니다. 그외에는 지금 딱히 생각나는 큰 사건이 없습니다. 각인된 사건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제가 공백의 해라고 부른 것입니다. 외국으로 확장해서 생각해봐도 애플-삼성 간의 특허전쟁이나 페이스북의 IPO정도만 기억에 남습니다.

2013년은 어떤 해가 될까요? 지금 많이 불안합니다. 조금 비꼬아서 표현하면 '검열의 해' '규제의 해' 등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 대선 이후에 주변에 자기검열에 들어간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SNS에 글을 적기 전에 오해의 소지가 없는지 재차 확인하고 (그래서 글올리는 것을 보류하고), 불필요한 친구들은 제거해서 모르는 리스크 요소를 제거하는 모습을 봅니다. 일부 우익 또라이의 경우 인터넷을 더 감시, 규제해야된다는 글도 스스럼없이 적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 인터넷실명제가 위헌결정이 났지만, 새로운 규제안들이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정보를 독점해야 권력이 생긴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도 여전히 많고, 또 역사적인 민란이나 혁명의 경우에도 정보를 가진 일부 깨어있는 시민들에 의해서 이뤄졌기 때문에 정보독점에 대한 욕구가 어느 때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인터넷이 그 독점권을 깨부쉈고, 현재는 모바일과 SNS가 많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더 강화시키겠다는 반동적 역사가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불안한 추측도 해봅니다.

소셜이 대세가 될 때에는 관계맺기가 중요했는데, 최근에는 불필요한 관계끊기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SNS에서 역동적으로 FRIENDING과 UNFRIENDING이 수시로 일어나면서 몇몇 큰 무리들이 형성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만 하더라도 51%의 박지지자들과 48%의 문지지자들로 나눠지는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로를 감시하기 위해서 여전히 상대와 친구맺기를 해두고 있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자신과 취향이나 관점이 비슷한 사람들과 친구유지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대선을 중심으로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앞으로 터저나올 많은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형태의 양분화 및 그룹화가 가능합니다. SNS나 인터넷/모바일이 사회통합의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의 형태로 변질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어떤 모습이 될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조금 암울한 전망을 해봤습니다. 제가 이런 전망 또는 느낌을 말할 때마다 매번 제가 틀렸기를 바랍니다. 이번에도 제가 틀렸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면 합니다.

(업데이트 2013.01.01)
'공백'이라는 단어에서 '공기 Air'가 연상된다. 'There's something in the air.'라는 애플의 키노트 초청장이 생각이 난다면 공백에서 공기가 연상되고, 공기에서 다시 클라우드가 연상될 것이다. 즉, 공백의 해는 클라우드의 해이기도 하다. 클라우드를 설명하기에 빅데이터가 빠질 수도 없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클라우드가 그나마 2012년에 가장 핵심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업데이트 2013.01.04)
또 다른 의미에서 2012년은 공백의 해입니다. 2012년 내에 모토롤라, 야후!, HTC, RIM 등이 한국에서 철수 결정을 내렸습니다. 핸드폰 제조사들은 삼성과 LG의 벽을 넘지 못했고, 한 때 국내 검색과 광고대행사로 1위를 달리던 야후/오버추어는 지난 12월 31일을 기해서 완전히 철수했습니다. 외국계 기업의 한국시장에서의 철수, 즉 한국에서의 공백이 발생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승리일까요 아니면 대한민국의 패배일까요? (참고. 한국기업을 떠나는 외국기업들: 침략자를 몰아낸 집주인의 승리인가? [원작자에 의해 삭제됨], 관련기사. "한 소비자 지나치게 까다롭다." 야후 전 임직원 작심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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