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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08 기부: 부끄러운 자화상 Creating Charity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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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거운 주제의 글을 가볍게 적을려고 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주제는 아주 가볍게 다뤄져야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 너무 무겁게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여러 글에서 저의 작은 치부들을 보인 적은 있지만, 이 글에서만큼 적나라하게 저의 치부를 보인 적은 없습니다. 제 치부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설명하지 않더라도 모두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상위 몇 %에는 포함될 수 없지만, 그래도 (현재로썬) 제 한몸은 유지할 수 있는 연봉을 받고 있습니다. 절대적인 액수로는 형편이 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많이 접하는 저소득층에 비하면 충분히 나눔을 실천할 수 있을만큼의 상대적으로 많이 벌고 있습니다. (강조하건데, 그렇지만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절대' 액수에는 진짜 형편없음.) 그런데 저의 기부현황은 거의 zero에 가깝습니다. 교회헌금 (십일조)도 큰 틀에서는 기부에 포함시키지만, 국내의 많은 (큰) 교회들이 제대로 된 모범을 못 보여주는 현실에서 헌금을 기부에 포함시켜서 저를 정당화시키기에는 (크리스챤의 한 사람으로써) 너무 부끄럽습니다. 순수한 측면에서의 기부금액은 1년, 아니 제 평생을 따지더라도 저의 총수입의 0.00000 .... 1%도 될까 말까 할 겁니다. 그래서, 이 글은 핑계 아닌 핑계로 저의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큽니다.

 사실 평소에 다양한 형태로 기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기부를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가 저의 가장 큰 핑계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어떻게'는 기술적인 부분과 심리적인 부분 모두를 뜻합니다. 먼저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말 그대로 '누구에게 어떤 방법으로' 기부를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가끔 방송에서 ARS 전화나 후원계좌 등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뒤쪽에서도 다루겠지만) 왠지 저의 마음을 잘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그런 것을 통해서 불특정 다수에게 후원/기부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것보다는 더 구체적인 대상에게 후원을 하고 싶은데 누가 내게 적합한 피후원자가 될 것인지도 모르겠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제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이게 기술적으로 제가 겪고 있는 기부의 어려움입니다. 두번째 심리적인 어려움은 (제 개인적인 사례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얼마나 또 언제까지 후원을 해야할까?에 대한 한계를 정하는 것입니다. TV 방송이나 인터넷의 여러 사연들을 보면 제 마음이 분명 움직이는데 (그리고 ARS 번호나 계좌번호 등을 알고 있기에 기술적인 방해물은 없는데도), 현실적으로 얼마를 기부해야하고 또 언제까지 기부를 해야할지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 하느니 아예 하지를 말자는 식으로 포기하게 됩니다. 이런 기술적인 부분이나 심리적인 부분을 잘 해결해줄 수가 없을까?하는 것이 나름 저의 고민입니다.

 가은이 이야기
 지난 금요일에 방영된 MBC의 '휴먼다큐 사랑'의 '엄마의 고백'편을 보신 분들은 모두 마음이 무겁고 눈물을 흘렸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방송을 보는 내내 무거운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방송 이후에 트위터에 다음의 트윗이 올라왔습니다.

가은이 엄마 정소향씨 후원 계좌라고 하네요 농협 301-0081-7603-91 예금주 : 경기도천사의집 정소향

기술적인 부부에서 위의 계좌로 적당 금액을 송금해주면 나름 며칠동안 뿌듯해질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대체 '적당 금액'이 얼마지? 몇 천원 ~ 1만원을 기부하기에는 진짜 제가 너무 쪼잔해보이고, 그렇다고 5만~10만원정도를 기부하기에는 (절대 액수에는 많지는 않지만) 제 평소 생활비에 비해서 너무 많은 액수입니다. 참고로, 저는 보험료나 공과금 등의 통상생활비를 제외하고 한달에 약 40만원 정도 사용합니다. 40만원에는 기름값이 10~15만원정도, 책값이 5~10만원정도, 통신료 (아이폰 두대)가 10여만원이 포함됩니다. 실제 밥값이나 기타 요식비로는 한달에 채10만원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5~10만원의 액수를 한번에 기부한다는 것이 (제 평소의 소비수준에 비해서) 쉬운 결정은 아닙니다. (물론, 매달 10만원씩 기부하더라도 1년에 120만원 밖에 (?) 안 됩니다.) 기부는 하고 싶은데 대체 얼마를 기부해줘야할까? 참 어려운 고민입니다.

 조손가정 이야기
 제가 제주에서 출석하고 있는 교회는 몇 년 전부터 제주지역의 조손가정을 위해서 후원해주고 있습니다. 몇 주 전에 기존의 후원예치금이 거의 바닥이 나서 더 이상 후원회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져서 교인들에게 정기소액후원기금을 마련하는 행사를 가졌습니다. 액수는 매월 5천원, 1만원, 2만원, 또는 그이상 등으로 큰 액수는 아닙니다. 그런데 선뜻 후원서에 서명을 하기가 힘들었던 이유는 바로 기간이 명시되어 있지가 않아서 였습니다. 단순히 1회성 후원이라면 그냥 지갑에 든 돈을 조금 내면 그만인데, 이 후원서라는 것이 1회성이 아니라 매달 소액의 기부금이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액수의 경중은 문제가 아니었지만, 구체적으로 이 후원이 1년간 유지되다가 내년에 다시 갱신한다는 등의 기간이 명시되어 있지 않으니 선뜻 후원서를 작성할 수가 없었습니다. 기부는 하고 싶은데 (액수는 정해져있는데) 대체 언제까지 기부를 해주는 걸까?를 모르니 맘 속에 갈등이 생겼습니다.

 해외 수양딸/아들 이야기
 또 다른 사례는 회사에서 약 100명의 해외 수양딸/아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신청받았습니다. 기부액수는 매달 1만원씩 1년동안 후원을 하는 것입니다. 위의 사례에서 어려웠던 액수를 정하는 것과 기간을 정하는 것은 이미 고정되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프로그램에는 단지 매달 1만원의 후원 뿐만 아니라, 후원 기간 동안 2~3차례의 편지보내기도 포함되어있었습니다. 후원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고, 후원액수도 별로 부담이 되지도 않고, 급여에서 자동이체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도 전혀 어려움이 없지만, 가까운 사람들 (부모 및 가족)에게도 마음을 잘 표현을 못하는데 피후원자들에게 편지를 쓰서 마음을 전한다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편지를 주고 받는 것이 형식적이든 아니든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저와 같은 소극적인 사람들에게는 많은 후원액수보다는 더 큰 부담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냥 현금이나 현물로 후원을 해줄 수는 있는데, 그 아이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고 치유해줄 수 있는 편지를 잘 쓸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을 받으니 (또) 선뜻 신청서를 작성할 수 없었습니다. (1:1 결연이 아니라, 1:N 결연이었으면 어땠을까? 첫째 수양부모는 원래 프로그램처럼 현금과 편지를 모두 후원하고, 나머지 수양부모들은 저같은 게으름뱅이를 위해서 현금/현물 후원만 하는 형태...)

다음 희망해

다음 희망해 - 하이픈과 아고라 청원이 합쳐진 서비스

 좀 저의 개인 치부를 얘기를 했지만, 저와 비슷한 생각으로 마음은 있지만 실제 행동에 못 옮기시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글의 첫 시작에서 밝혔듯이 우리 사회에서 '기부/후원'이라는 것이 아주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다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도 작은 기부자들에게 큰 부담감으로 작용합니다. 기부에 대한 기술적인 어려움이나 심리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부라는 것이 '가볍게 나누는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할 듯합니다. 어떻게 하면 가벼워질 수가 있을까? ('기부 = 가벼운 것'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심리적으로 가볍고 즐거운 마음이라는 의미입니다.) 아무래도 인터넷을 통한 소액기부가 가벼운 기부의 시작으로는 좋을 것같습니다. 다음에서도 이제껏 하이픈과 아고라 청원을 통해서 기부에 앞장섰고, 최근에는 이 둘을 합쳐서 희망해라는 서비스도 런칭했습니다. 아직 해당 서비스를 제대로 사용해보지 못했지만, 가벼운 기부 플랫폼은 만들어졌지만 대중들이 쉽게 기부대상자를 선정/추천하고 또 다른 대중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있습니다. 적어도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이런 서비스들이 많이 해결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런 서비스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해주면 더 쉽고 가볍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단순히 목표액을 선정해서 현재까지의 누적 기부금액만을 합산해서 보여줄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은 얼마를 기부했는지 (기부금액의 분포)에 대한 정보/기준선을 함께 보여준다면 기부하는 사람들도 '나도 이정도의 금액을 기부하면 되겠구나'라는 기준을 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너무 적게 내는 것같아서 맘이 편치 않거나 반대로 너무 무리를 해서 기부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접을 수 있으니 좋을 것같습니다. 물론, 이런 기준선의 제시로 더 많은 기부가 가능했던 이들이 더 적은 금액을 기부하거나 반대로 적정선 이상의 무리한 기부를 유도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다른 이들은 어느 수준에서 기부하기 때문에 나도 이정도로 기부하면 되겠구나'정도의 가이드를 줄 수 있으면 더 쉽고 가볍게 기부에 동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평소에 동료의 축의금을 낼 때, 도대체 얼마를 내야 적당한가?라는 고민을 해본 사람들이면...) 어떤 측면에서 ARS를 통해서 정해진 소액 (1000원 정도)를 모금하는 것은 기부를 생활화하는데 좋은 방법이고, 원클릭 또는 원콜에 의해서 기부가 되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좋은 것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ARS를 통한 기부에 또 나름 반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은 현재까지 이런 기부에서 기부 주체들이 '투명성'을 잘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지난 아이티 지진 때, 적십자에서 약 90억원의 성금을 모금했지만 실제 집행액은 13억 정도밖에 안된다는 기사를 보면서 과연 국내외의 기부주체들이 믿을만한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더 기부에 소극적으로 바뀌는 것같습니다. 그리고, (저도 기독교인이지만) 일부 기독단체들은 개인기부액을 가지고 선교지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라는 얘기들이 비기독인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점도 기부주체들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ARS를 통한 기부의 다른 문제는 (실제 아닐 수도 있지만) ARS에서 모금되는 모든 금액이 100% 피기부자들에게 건네지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플랫폼을 제공한 통신사들에게 수수료를 떼줘야한다는 점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입니다. 기부에서도 P2P로 기부자와 피기부자가 바로 만날 수 있는 시스템/플랫폼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재능기부나 시간기부 플랫폼의 필요성입니다. 현금/현물기부는 그나마 많은 단체들을 통해서 잘 알려져있는데, 기능이나 시간을 기부하는 방법이나 단체에 대한 연결은 아직은 매끄럽지 못한 듯합니다. 그냥 뜻이 있는 일부 사람들이 모여서 재능/시간을 기부하는 경우는 많지만, 외부의 사람들을 그런 단체/모임에 끌어모을 수 있는 방법이 좀 마땅치가 않습니다. 물론, 의지를 가지고 주위를 찾아보면 많은 기회들이 있지만, 마음은 있지만 소극적인 기부자들을 위해서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나 계기가 필요할 듯합니다.

 여러 가지로 고민도 해보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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