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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11 압축된 세상 (2)
  2. 2012.06.07 현실적 타협

압축된 세상

Gos&Op 2013.11.11 09: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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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올렸던 숨은제주라는 이름으로 ‘제주+사진’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겨우 킥오프 미팅만 한번 가졌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동할지도 정하지 않았고 첫 출사도 다녀오지 않았지만, 앞으로 어떤 곳으로 사진 여행을 다닐지도 준비할 겸 여느 때처럼 오늘도 혼자서 길을 나섰습니다. 평소에 즐기던 곳이나 새로운 곳을 한 곳씩 방문하면서 갑자기 우리의 삶은 여러 측면에서 압축되어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압축'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저는 컴퓨터에서 파일을 압축하는 것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요즘 세대들은 몇 (십) 기가나 되는 USB 메모리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바로 사용하기 때문에 파일 압축에 대한 니즈가 별로 없겠지만, 제 또래만 하더라도 몇 메가짜리 파일을 압축해서 플로피 디스크에 담고, 한장에 모두 담을 수 없으면 분할 압축했던 기억들이 다 있을 것입니다. ARJ나 RAR 파일을 압축해제하기 위해서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서 설치하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요즘은 단순히 여러 개의 파일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 압축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용량을 줄이기 위해서 압축하지는 않는 듯합니다.

새로 시작하는 ‘제주+사진’ 프로젝트는 제주에서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진 찍기에 좋은 장소를 발굴해서 소개해주는 것을 목적으로 둡니다. 많은 관광객들이 제주로 여행을 오지만, 2박3일 또는 3박4일 동안 짧은 시간동안 유명한 관광지나 리조트만 쭉 둘러보고 제주를 떠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요즘은 인터넷/블로그이 발달로 다양한 광광지나 맛집 등이 소개되어 다양성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주요 관광지 위주로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거나 기념품을 구입합니다. 그래서 그런 관광객들을 위해서 유명한 관광지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곳들을 소개시켜주고 알찬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한 목적입니다.

제주에 여행을 와서 차를 타고 주요 관광지만을 돌아다니고 나서 제주 여행을 다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공간적으로 압축된 여행을 하고 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주의 전체, 일상, 다양성 등이 아니라, 그저 잘 알려진 몇몇 곳들만 점프하면서 찍고 찍고 찍고하는 형태를 보입니다. 이제 제주 정도는 쉽게 여행다니는 시대가 되어서, 제주를 자주 방문하시는 분들도 특별히 다른 곳들을 둘러보는 것같지는 않습니다. 겨우 지난 번에 미처 가지 못했던 다른 유명한 곳을 방문하면 여행 목적을 달성한 듯합니다. 올레가 개발되면서 그나마 느리게 걷기 열풍이 생겼지만, 여전히 빠르게 주요 포인트만 공략합니다. 이것은 공간적으로 압축된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일상에서도 집과 회사를 왕복하고, 간혹 여가가 생겨도 평소에 즐기던 장소/카페/식당만 주로 이용합니다. 느리게 일상을 즐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간적으로 압축되어있습니다.

시간 측면에서도 압축되어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효율성이나 계획성을 따지면서 모든 것을 정해진 시간에 처리하고, 정해진 루틴대로 생활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밥먹고 출근하고 8~9시간 회사에서 보내고 다시 퇴근하고 자고… 매일의 일상입니다. 단 하루도 조금의 변형이 없이 틀에 박혀있습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집중해서 일을 끝내고, 또 일을 하고… 어쩌다 여유 시간이 발생하더라도 새로운 놀이거리를 찾지 못하고 할 일이 없나 안절부절합니다. 여행이나 휴가를 와서도 짧은 시간 내에 처음에 목표했던 모든 곳들을 다 둘러보고 다 먹어봐야지 직성이 풀리고, 그래야지만이 성공적인 여행이었다고 자평합니다. 시간의 느림이 없이 항상 바쁘게 생활하는 것은 시간적인 압축의 삶입니다.

공간과 시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 즉 사람 사이에서도 압축 현상이 있습니다. 요즘은 SNS나 인터넷 포털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대화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대화의 많은 부분은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입니다. 서로 알고 있는 사이가 아닌 경우에는, 대부분 유명인들의 이야기만을 듣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에는 현대인의 삶은 너무 바쁩니다. 그리고 정보과다에 따른 필터링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영향도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 또 그런 사람들만 찾아 나섭니다. 오프라인 미팅에서도 다야한 사람들을 만나기 보다는 게 중에서 가장 유명하거나 알아두면 좋을 것같은 사람들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입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과 집중인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효율성을 위해서 다양성을 포기합니다.

공간적으로도 압축되어있고 시간적으로도 압축되어있고 인간적으로도 압축되어있습니다. 많은 문제나 상황에서는 그런 압축이 최대의 효율성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다양성이 부재하고 여유가 없고 전체를 (대강이라도) 살피지 못하면 결국 불확실한,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탈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길게 보면 다양성이 이깁니다. 아무리 압축 기술이 좋아지더라도 원본보다는 좋을 수 없습니다. MP3나 이미지 포맷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여유와 느림, 그리고 다양성으로 조금이라도 덜 압축된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 될 것입니다.

사진을 찍으러 다니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좋다의 정의는 생략합니다.) 당연히 좋은 눈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좋은 발을 가져야 합니다. 새로운 곳을 찾아가고 주변을 느리게 관찰하면서 걷지 않으면 새로운 곳, 새로운 것을 사진에 담을 수 없습니다. 알려진 곳에서 좋은 눈으로 예쁜 사진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덜 알려진 곳에서 새로운 사진을 찍는 것도 필요합니다. 압축이 해제된 삶이란 그렇게 새로운 곳으로 모험을 떠나고 천천히 주변의 모든 것을 누리는 것입니다. 효율성이라는 좋은 눈도 좋지만, 다양성이라는 근면한 발이 미래에는 더 필요할지 모릅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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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zion437.tistory.com BlogIcon 엑수시아 2013.11.11 09:2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사람 사이의 압축 현상.. 많은 공감이 갑니다. 솔직히 인터넷으로 인해 잃어버린게 많다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

    • Favicon of http://bahnsville.tistory.com BlogIcon Bahniesta 2013.11.11 09:3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도 글은 이렇게 적었지만 (소수만을 선별적으로 접촉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경우도 많긴 합니다.

현실적 타협

Gos&Op 2012.06.07 09: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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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페이스북에 접속해서 사진 한장을 보게되었습니다.[각주:1] 대학교/연구실 후배가 올린 학생식당의 아침메뉴를 찍은 한장의 사진입니다. (아래 사진 참조) 사진에는 아래와 같은 설명이 함께 붙어있었습니다. 요약하자면 그동안 학생식당의 맛이 있고없고를 떠나서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에 별로 불평하지 않았는데, 오늘 아침에 나온 쥬스의 양은 너무 심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처음 대학에 입학했던 1996년도에 학생식당의 밥값이 1,000원이었고, 중간에 아침 1,000원/점심저녁 1,500원으로 인상된 적이 있었고, 제가 마지막으로 학교를 떠나던 2008년도에는 1,500/2,000원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조금 더 올랐겠지만... 요즘은 김밥천국이 아니면 5,000원짜리 밥도 구경하기 어렵고, 웬만한 메뉴의 가격이 10,000원을 전후하기 때문에 학생식당의 가격은 매우 저렴한 편입니다. 물론 맛 그리고 전반적인 만족은 다른 문제.

아 앤간하면 가격대비 성능좋은 학생식당은 까기 싫은데 인간적으로 너무 치사하다. 사진에 있는 주스 나온 그대로임.. 저거 하나만 저 높이면 따르다가 모자랐구나 하겠는데 쟁반에 같이있는 녀석들이 하나같이 저 높이만큼 따라져있다. 아니 주스 1/3컵씩 줘서 재료비 참 많이 아끼것다...

2012년 6월 7일의 포스텍 학생식당의 아침메뉴

저도 10년을 이용했던 학생식당인지라 위의 후배의 불평을 보는 순간 폭풍공감이 갔습니다. 그러나 제 눈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학생식당에 대한 불평이 아니라, '가격대비 성능좋은'이라는 문구였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수와 계산에 밝은 공돌이 -- 특히 효율성과 최적화를 강조하는 산업공학도 -- 의 특징을 너무 잘 표현해주는 문구다정도로 생각했지만, 비율/상대/효율 등의 단어에 함몰된 성능/품질에 대한 인식이 안타까워졌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절대 가치에 대한 추구보다는 상대 비교에 안주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합니다. 많은 연구에서 보여주듯이 평균연봉 2억원인 회사에서 연봉 1억원을 받는 사람보다 평균 연봉 3천만원인 회사에서 연봉 5천만원을 받는 것에 더 행복 또는 우월감을 느끼는 것이 사람의 이상한 (비합리적) 심리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연봉 1억원을 받는 두 사람이 있다면 그 두사람의 (소유에 따른) 절대행복도는 같아야 하지만, 한명은 평균연봉 2억원인 회사에 다니고 다른 이는 5천만원인 회사에 다닌다면 후자가 느끼는 만족감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절대적인 액수보다는 주변과 비교되는 상대적인 액수가 더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후배의 글을 보면서 맛 또는 품질은 절대적 측도로 평가받아야하는데,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격에 비해서 괜찮다 또는 이것도 못 먹는 사람들에 비해서 (나는) 괜찮다 등과 같은 상대적 측도로 자기 합리화에 빠지는 듯합니다. 어느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서 3,000원짜리 백반을 시켜놓고, 맛이 없더라도 가격은 저렴했어요라고 웃는 것이 사람인 듯합니다. 맛을 평가할 때는 일단 가격이나 다른 요소를 모두 배제하고 맛이라는 기준에 따라서 평가해야 합니다. 그 외의 가격이나 서비스 등의 다른 요소는 그 요소에 맞게 경중을 평가하고, 총점에 반영하면 됩니다. 그런데 흔히들 맛을 평가할 때도 가격에 비해서 맛있다라고 평가합니다. 1,000원짜리 맛이 있고, 1억짜리 맛이 따로 있는 걸까요? 그냥 맛은 '있다 없다'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요리에서의 맛 ==> 서비스나 제품의 품질.

애플의 제품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뺄 수가 없을 듯합니다. 애플에서는 제품을 개발할 때 투입되는 비용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그런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니 가능한 얘기지만...) 일단 최고의 제품, 사용자들을 만족시키는 것을 넘어서 현혹시켜서 열광시키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첫번째 우선순위입니다. 그 다음에 투입되는 연구개발비를 걱정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도 <인사이드 애플>에 들어있는 내용이던가?) 제품의 품질은 품질 그 자체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최고를 추구함에 있어서 투입되는 리소스에 대한 최고는 좀 지양되어야 합니다. 물론 가격대비 성능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관련기사: 애플, 비효율과 장인정신의 사이에서) 품질에 대해서 타협하지 않는 것이 장인정신입니다.

90점짜리 제품과 99점짜리 제품과 100점짜리 제품을 앞에 두면 사람들은 그 제품들의 품질차이를 크게 못 느낍니다. (특히 개별로 제공해주고 사용해보라고 한다면 더욱..) 그러나 그 제품을 개발하는데 투입되는 비용이나 판매되는 가격은 매우 큰 차이가 납니다. 90, 99, 100짜리 제품을 개발하는데, 1, 10, 1000...0000의 단위 리소스가 투입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현실적 타협을 합니다. 10을 투자해서 99를 얻는 것보다는 1을 투자해서 90을 얻는 것이 더 낫다 또는 9배 효율이 더 높다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숫자에 대한) 바보가 아니면 1을 투입해서 그냥 90짜리 제품을 만듭니다. 90짜리 제품은 1,000에 판매하고, 99짜리제품은 10,000에 판매한다고 가정해보십시오. (또 보통 그렇습니다. 짝퉁 vs 명품.) 90짜리 제품에 대한 사용자들이 불평불만을 터뜨립니다. 그러면 1,000짜리 제품을 쓰면서 뭔 그런 불평불만이 많냐?는 식으로 대응합니다. 애초에 90 제품을 만든 자기 자신의 과오를 가격으로 덮어버립니다. 수치적으로는 합리적일지는 몰라도... 이건 좀 아닌 듯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 너무 익숙합니다. 그리고 90제품에 대한 불평이 쏟아지면 95짜리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더 노력하기 보다는 그냥 900, 800으로 가격을 낮춰서 그냥 임시방편으로 불만을 잠재웁니다. 뭔가 이상한 사회입니다.

경제학의 기본 가정은 '사람은 합리적이다' 또는 '모든/많은 정보가 주어지면 사람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입니다. 고전 경제학의 튼튼한 기초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많은 연구에서 절대 사람은 합리적일 수 없다는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경제학의 가장 큰 실수는 '사람은 합리적이다'라는 가정에서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품질을 따질 때도 가격을 슬그머니 가져와서 '가격대비 성능'이라는 잣대로 평가하는 것도 사람의 합리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합리화에 대한 것입니다. 상대적 가치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절대적 가치보다 더 앞에 둬서는 안 됩니다. 현실적 타협은 가능하지만, 그래도 최고에 대한 갈망을 포기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글의 제목을 '현실적 타협'이라고 정했지만, 제 마음 속에서는 아직 이 글의 제목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1.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행동에 대한 글도 언제 한번 다시 정리해야겠습니다. 저의 행동패턴의 변화가 그동안의 IT/인터넷이 변화와 궤를 같이하는 듯합니다. 4~5년 전에는 눈을 뜨면 바로 메일부터 확인하던 것이, 2~3년 전에 트위터를 한참 사용할 때는 트위터부터 확인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페이스북부터 확인하기 시작합니다. 이메일, 트위터, 페이스북으로의 변화는 지난 10년 사이의 인터넷의 변화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다음은 뭐가 될까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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