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5.21 프레임 밖의 주인공들
  2. 2012.09.05 프레임에 갇힌 지식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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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에 다음 모바일 블로그에 올라온 웹툰 미생 관련 포스팅 (참고. http://daummobile.tistory.com/487)을 훑어보면서 문득 깨달았습니다. 만약 미생이 주인공인 장그래의 성공스토리만을 다루고 있다면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꾸준히 애독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블로그 포스팅에도 엿보이듯이, 모든 극의 중심에는 주인공인 장그래가 존재하지만 모든 에피소드의 중심에 장그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장그래의 주변에 있는 입사동기, 팀동료, 회사 관계자들, 가족들이 매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고, 그들의 각양각색의 모습이 우리가 처한 상황과 엇비슷하면 공감하고 연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김국진씨가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90년대 말에 토요일 밤마다 즐겨보던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김국진, 홍기훈, 김진수 등 당시 MBC 개그맨들을 중심으로 두편의 에피소드를 시트콤 형식으로 다뤘던 테마게임입니다. 인기개그맨들도 출연했지만 예쁜 신인연기자들이 매회 나와서 즐겨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한편 있습니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영화주인공을 중심으로 그가 영화를 찍는 장면을 다뤘습니다. 이어진 두번째 에피소드에서는 1편에서 찍던 영화에 엑스트라로 등장한 남녀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1편과 2편에서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영화를 찍었지만, 한명은 주인공이었고 나머지는 엑스트라였습니다. 1편에서는 당연히 주인공이 주인공이었지만, 이편에서는 엑스트라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에피소드 내에서도 그들은 자기들은 지금 비록 엑스트라로 영화에 출연하고 있지만, 우리의 삶에서는 우리가 주인공이다라고 대화하면서 마치 지금 엑스트라가 아닌 주인공으로 영화를 찍고 있는 것처럼 연기를 펼쳤습니다.

미생에서도 장그래라는 주인공이 있고, 영화나 드라마에도 모두 주인공이 있습니다. 미생에서나 영화에서 주변인물들은 그냥 조연이고 엑스트라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그들도 그들의 삶에서는 주인공입니다. 만화나 스크린, TV라는 프레임 속에서는 주인공이 존재하지만, 그런 프레임을 벗어나면 우리는 모두 자신의 삶이 있고 그 삶에서만큼은 모두 주인공입니다. (아래 그림. 미생20수 중에서)

2013:05:11 14:09:14

모두가 제각각인 세상에는 튀는 놈은 존재하지 않는다.
프레임 안에 주인공이 있지, 프레임 밖에선 모두가 주인공이다.

(2013.05.11 작성 / 2013.05.21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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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적었던 <기획은 공학이 아니잖아요.> 글 밑에 심각한 댓글이 달렸습니다. 회사의 UX를 담당하는 팀의 팀장님께서 글을 남기셨습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다시 강조하지만 이전 글은 UX디자인 방법론이나 프로세스의 무용론을 설파한 것이 아니라 그런 정형화의 틀에 갖혀버릴 수 있는 지식, 즉 사고의 고착화에 대한 우려였습니다. 평소 무제한에서 오는 창의력과 창발성 못지 않게, 제한에서 오는 창의력의 중요성을 늘 강조했습니다. 특정 프로세스가 사고의 과정을 효과적으로 유도해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역으로 특정한 패턴으로 사고가 정해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넛징 Nudging이라는 것이 그래서 유용하면서 무서운 것입니다.

지금은 조금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포스텍의 산업경영공학과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보통 4학년 여름) 방학 중에 일반 회사에서 1개월이상 인턴교육을 받고 공학설계라는 수업을 이수해야 합니다. 저는 포스코에서 한달 현장실습을 나갔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기계과 학생들을 포함해서 스무명 남짓 포스코에서 현장실습을 했습니다. 한달의 수습기간을 마치고 마지막날 포스코 인재개발원에 모여서 현장실습을 정리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형식은 간단했습니다. 그냥 한달동안의 실습을 거치면서 느꼈던 점을 자유롭게 기술해서 제출한다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막연하기 때문에 저희를 인솔하셨던 포스코 직원분께서 세가지 항목의 질문을 칠판에 써주셨습니다. 그분의 의도는 이런 종류의 질문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생각을 정리해서 간단한 소감문을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모였던 스무명의 학생들은 모두 -- 한 명도 빠짐없이 -- 각각의 질문에 대해서 답변을 달아서 세문단의 소감문을 완성했던 것입니다. 그런 소감문을 본 직원분께서 놀라셨습니다. 어떻게 한명도 그냥 자유롭게 글을 쓰지 않고 모두 각각의 질문에 답변을 다는 형식으로 글을 적을 수 있는가에 놀라셨습니다. 20년의 교육을 받으면서 우리는 그렇게 성장했습니다. 하나의 질문에는 그에 맞는 하나의 답변을 달아야 된다고... 그래서 모두 세개의 질문이 주어졌으니 세개의 답변을 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습니다. 이 경험이 그 전의 4주 훈련이나 또 그전의 수년간의 학교 교육보다 더 크게 각인되었습니다. 이후로는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 때로는 허용치 밖에서 -- 자유롭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가끔 했던 것같습니다. 

제가 어제 글을 적은 취지도 1999년 여름에 경험했던 저 사건에 대한 연장선입니다. 학생들의 사고를 돕기 위해서 주어졌던 질문에 모든 학생들은 그저 획일적으로 답변했던 그때 그 사건... 나름 일류대학에 진학을 한 수제들이었는데, 하나같이 같은 행동을 했다는 점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틀에서 벗어나면 또는 모가 조금 나면 무슨 큰 일이라도 벌어지는 듯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이 시대의 지식인들... (*오늘 아침에 페이스북에 의미있는 카툰이 올라와서 아래에 공유합니다.*) 나름 공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써 일관된 프로세스와 과학적 검증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짜여진 각본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에 늘 비판적이 되어야 하는 것이 또 저의 신조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들의 자세라고 믿습니다.
(굳이 프레임이라는 용어를 꺼집어냈으니 오늘날의 사회정치에서도 기성세대들이 만들어놓은 틀 속에서만 사고행동하는 것을 지양하고, 새로운 시대세대에 맞는 새로운 프레임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요즘 나꼼수에서 외치는 '쫄지마'라는 구호도 일종의 그런 것입니다.)

어쩌면 저도 여러 사건/경험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저만의 프레임에 갇혀서 이렇게 사고하고 행동하고 글을 적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괜히 삐딱하게 보지 않으면 마치 생각이 없이 살아가는 것같은 부담감도 가지고, 괜히 시비를 걸지 않으면 내가 그 사람/제품/서비스 등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오인을 받지 않을까?도 걱정되고, 또 튀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주목받지 못하고 그냥 그저그런 사람으로 인식되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닌가?라는 그런 조급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밤에 잠들기 전에 간단하게 적었던 내용이라 조금 두서없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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