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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4.11 슬럼프는 결국 좋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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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말에 한달간 찍은 사진을 정리해서 블로깅했습니다. (링크. 2월은...) 2월은 심리적으로 안정된 시기가 아니었던 것도 있지만, 사진을 정리하면서 참 우울했습니다. 내가 한달동안 이런 사진을 찍었어요라고 내세울만한 사진이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3월에도 크게 좋아진 것같지 않고 (링크. 꽃피는 3월에는... BLO33OM), 4월이 시작한지 이제 열흘정도 지나서 벌써 700번 이상의 샷을 날렸지만 내세울만한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일종의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그래도 주말이 되고 날씨가 좋으면 카메라를 챙겨서 또 제주의 어딘가를 향할 것입니다.

그런데 슬럼프라는 것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의상 슬럼프는 '심신의 상태 또는 작업이나 사업 따위가 일시적으로 부진한 상태'를 뜻합니다. 정의에서 두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먼저 '일시적'이라는 것입니다. 사람들마다 상황마다 기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벗어난다는 뜻입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포인트는 '부진한'입니다. 부진하다는 것은 정체 또는 지체됐다는 의미입니다. 즉, 퇴보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퇴보가 아니라면 슬럼프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빠른 속도로 운전을 하다가 잠시 속도가 느려지면 주변의 경치가 눈에 들어옵니다. 슬럼프도 그런 잠시 속도가 늦춰지는 기간입니다. 극심한 교통 혼잡도 언젠가는 해결될 것이고 또 그렇게 느리게 움직이는 동안 주변의 다른 것들을 눈여겨 볼 수가 있습니다. 사고나 역주행이 아닌 이상에는 단지 조금 느린 것뿐입니다.

슬럼프가 나쁘지 않을 것을 넘어서 좋은 이유는 느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조급해지면 그런 호기를 그저 허비해버리고 맙니다. 에너지의 수준이 높아지면 전자의 움직임이 활발해지지만 어느 순간까지는 일정한 궤도 내에서만 움직입니다. 그러다가 더 높은 에너지가 축적되면 다른 상태로 전이되어 원자의 속박에서 벗어납니다. (제대로 설명한 것은 아니지만) 물리에서 말하는 퀀텀점프입니다. 슬럼프라는 것도 그런 도약을 준비하며 에너지를 축적하는 과정이다.

슬럼프가 중요한 이유는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입니다. 모든 것이 잘 되는 시기에는 뭐 때문에 잘 돌아가는지 확인할 필요가 없고 그래서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이나 능력 등을 굳이 점검해볼 필요가 없습니다. (원래는 해야하는 것이지만 잊어버리고 안 하게 된다는 말이 맞습니다.) 그러나 슬럼프 또는 다이어트기가 시작되면 이제껏 뭐가 잘 됐고 뭐가 잘못됐는지 냉정하게 비판해볼 수 있습니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한다고 말이 있습니다. 조금 다른 해석이지만, 달리는 중에는 더 빨리 달리기 위해서 집중할 뿐 내가 지금 제대로 달리고 있느지, 방향은 맞은지, 자세는 맞는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그러나 속도가 늦춰지거나 잠시 서 있는 동안에는 자세를 가다듬고 방향을 수정할 수가 있습니다. 슬럼프에 빠졌다고 마냥 우울해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마음가짐 등을 재정비하는 시기로 보내야 합니다. 퀀텀점프를 위해서 에너지를 축적해야 합니다.

슬럼프는 일시적이라 결국 시간이 해결해줍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 문제에 따라서 일시적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끝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면 불안해집니다. 그래서 마냥 손 놓고 '이 또한 지나가리다'라고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시간이 (때로는 긴 시간이) 만병통치약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많은 시도를 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사진들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주말마다 카메라를 챙겨서 더 많은 사진을 찍어보고 또 조금 다른 형태로 사진을 찍어보려 합니다. 100장의 사진 중에서 좋은 사진 한장을 얻지 못한다면 1000장의 사진을 찍어서 한장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늘 보던 것이 아닌 다른 것을 사진에 담다보면 자각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초점이 정확하게 맞는 사진만을 선호했는데, 일부러 초점을 흐려서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좋은 결과를 얻을지 어떨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지만 이렇게 찍는 것이 또 마음에 들어서 앞으로 이런 종류의 사진만 찍을지도 모릅니다. 슬럼프를 겪으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그러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다면 결국 슬럼프는 좋은 것입니다.


슬럼프를 재충전의 기회로 생각하고 다양하고 더 많은 시도를 해보면서 현명하게 극복하는 --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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