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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병, 친절병

Gos&Op 2013.02.22 09: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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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년 전에 '불친절에 익숙해져라'라는 글을 적은 적이 있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 벌어지는 한 현상을 보면서 적었던 글이다. 친절한 트위터리안들에게 익숙해져서 조금의 불친절에 쉽게 불쾌감을 표하는 것들을 보면서 느꼈던 글이었다. 다음이나 구글 등에서 검색 한번만 해보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를, 트위터에 그냥 질문하고 누군가 친절하게 대답해주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적었던 글이다. 충분한 노력으로도 답을 얻지 못해서 다시 SNS에 질문을 올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많은 경우는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종류의 질문들이었다. 내가 질문을 하면 누군가는 반드시 답변을 해줘야하는 그런 분위기다. 모든 팔로워들에게 과잉친절을 요구하는 듯했다. 때로는 어떤 글의 링크를 올리면 글 속에 답이 있는 내용을 질문하기도 한다. 그냥 직접 읽어보면 전후 맥락을 포함해서 더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는데, 그 정도의 불편은 감수하지 못한다. 그런데 만약 답변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불친절하다고 불평한다. 자신의 불편을 감수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의 불친절도 감수하지 못하고 그저 불평만 한다. 그러나 남의 불친절이 진짜 불친절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 답변을 해주고 말고는 오직 그 사람이 판단할 문제인데, 답변이 없음을 불친절로 매도한다.

상대의 당연한 행동을 불친절로 여기는 것에 비례해서, 나도 당연히 친절해야 된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질문을 하면 으레 답변을 해주지 않으면 안 될 것같다. 단지 불친절이라는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친절한 것이 좋으니까 그렇게 행동하게 된다. 2년 전의 포스팅에서는 나는 스스로 불친절해지겠다는 일종의 선언이었다. 물론 글은 조금 다르게 적혔지만, 나는 스스로 인터넷에서 불친절해질려고 마음을 먹었다. 영문글을 굳이 요약하지도 않고 그냥 링크만 하나 달랑 트윗하는 것도 그런 것이고, 마음이 내키지 않는 질문에는 굳이 답변하지 않는 등의 방식을 취했다. 굳이 팔로잉에 맞팔로잉을 하지 않게 된 것도 그런 이유다. 물론 항상 매몰차지는 못했지만, 굳이 친절해지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스스로 친절증후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물론 나는 원래 불친절한 사람이다. 특정인에게 불친절한 것이 아니라, 특정인에게 친절한 경우만 존재할 뿐이다.

일전에 블로그에 글을 적고 누군가가 댓글을 남겼다. 나는 바로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 그가 댓글을 다는 것은 그의 자유듯이, 내가 그 댓글에 답변을 다는 것도 내 자유고 의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2~3일 후에 왜 답변을 안 다냐고 따져 묻는 댓글이 또 달렸다. 소통을 하는 방법을 모른다고 하면서.. 나는 원래 블로그를 통해서 소통을 하고 싶은 의도가 없었다. 그냥 내가 경험한 것이나 생각한 것을 내 마음대로 적기 위해서 블로그를 개설했고 운영해나가고 있다. 내가 그이에게 내 글을 읽어달라고 구걸한 적도 없고 역으로 내 글을 읽지 말라고 막은 적도 없다. 그냥 나는 나만의 공간을 만든 것뿐이다. 그 공간이 그냥 외부에 공개된 것뿐이다. 내가 트위터를 하는 이유도, 페이스북을 하는 이유도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반대로 세상이 나를 통하라고 그냥 조금의 정보들을 흘릴뿐이다. 내 글이 불쾌하면 읽지 않고 언팔로우나 언프렌드하면 그만이다. 내 불친절이 뭐가 그리도 불편한지 모르겠다. 좋은 게 좋은 것은 맞다. 그러나 그걸 강요하는 것은 결레다.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이상한 현상/증상을 보게 된다. 바로 친절증후군 또는 친절병이다. 물론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나쁜 짓을 할 이유도 없고, 하면 안 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동료들에게 친절해야할 이유도 없다. 사무적인 관계에서 무조건적인 친절을 강요하는 것은 병맛이다. 나는 착한 사람이야라는 주문을 외우면서 눈에 보이는 문제도 그냥 지나쳐버리는 경우를 자주 본다. 사회 생활에서 '좋은 게 좋은 거다'는 엿이나 바꿔먹어야 한다. 뻔히 보이는 문제도 제대로 지적해주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를 많이 본다. 지적하거나 비판을 하면 자신만 나쁜 사람이 된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그런 인식의 기저에는 비판과 비난 사이의 혼동에서 오는 경우도 있다. 싫은 소리를 할 바에야 그냥 눈을 감고 입을 닫겠다는 생각은 비겁하다. 이것이 예의이고 친절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잘못된 친절이다. 페이스북에서 일어나는 무의미한 좋아요질이 우리 일상에서 너무 만연해있다. 그저 친절이라는 이름으로...

나는 스스로 불친절하기로 결심을 했다. 이제껏 불친절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상대의 치부를 파고드는 지적질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나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그냥 애써 무시해버릴 거다. 나는 친절증후군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다. 내가 호의를 베풀면 친절해서가 아니라 그냥 좋아해서 해주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불친절해서가 아니라 그냥 해주기 싫기 때문이다. 내키면 글을 적고 답변을 해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무시하고 내 삶을 살 것이다. 내 삶에서 친절, 불친절의 경계는 없다. 그저 나의 선호 문제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을 하라'라고 말하면서 내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에는 왜 그렇게 반감을 가지는지 모르겠다.

불편하면 니가 적응해.

(2013.02.05 작성 / 2013.02.22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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