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파괴'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5.05.18 관점의 경제
  2. 2012.02.17 성공은 성공의 최대 장애물이다.
  3. 2010.06.19 귀납법과 연역법 Inductive vs Deductive Thinking (2)

관점의 경제

Gos&Op 2015.05.18 19: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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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에게도 익숙한 경제학 용어가 몇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 (Economy of scale)가 그런 것 중 하나입니다. 규모의 경제란 말 그대로 규모에 따른 경제성, 즉 규모가 커지면 경제적이라는 의미입니다. A라는 물건을 하나만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총 비용이 1000원이라면, 같은 물건을 10개 생산하는데는 10 x 1000원이 아니라, 10 x 800원 정도 줄어들어서, 즉 개당 생산 단가가 줄어들어서 경제성을 띈다는 것입니다. 같은 물건을 100개를 생산한다면 800원보다 더 적은 금액으로 생산할 수 있고, 더 많은 수량을 한꺼번에 생산한다면 더 큰 비용 절감을 가져옵니다. 단순히 제품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비용은 하나를 생산하든 1만개를 생산하든 같기 때문에, 규모가 커지면 (최초 제품 이외에서는) 그런 초기 비용이 없어 단가가 줄어듭니다. 기계나 공장 등의 설비 투자에서 이득을 얻기도 하고, 부품 구매 시에도 단품보다는 묶음으로 대량 구매하면 할인된 금액으로 부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규모의 경제란 생산 규모/수량을 늘림으로써 생산 단가를 줄이고, 절감된 비용만큼 이득이 생기게 됩니다. 비용이 줄게 되면 개당 판매 금액도 할인해줄 수 있어서 소비를 늘려서 더 많은 생산이 가능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는 시장의 크기에 따라서 형성되기도 하지만, 생산하는 제품의 종류를 줄임으로써 가능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애플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었던 것도 제품의 종류가 많지 않아서 같은 부품을 대량으로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규모의 경제만큼은 잘 알려졌지는 않지만, 다른 유명한 용어로 '범위의 경제' (Economy of scope)가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가 생산 수량에 따른 생산 단가 인하로 경제성을 확보한다면, 범위의 경제는 생산 종류를 늘림으로써 경제성을 얻습니다. 얼핏 보면 (규모의 경제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범위의 경제는 단순히 제품의 종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투입된 설비나 (잉여)부품을 공유하는/재활용하는 다양한 제품을 만듬으로써 경제성이 생깁니다. 자동차 회사에서 브랜드와 외관은 모두 다르지만, 같은 프레임/차체나 공통 부품을 이용해서 다양한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것도 범위의 경제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A라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 투자된 설비에 추가 투자없이 B라는 제품도 함께 생산한다면 B 제품을 위한 초기 설비 투자가 필요없기 때문에 경제성이 생기게 됩니다. 

여러 종류의 공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작업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공을 옮기기 위해서 바구니가 필요한데, 규모의 경제는 큰 바구니를 가져와서 많은 공을 한꺼번에 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면, 범위의 경제는 바구니에 우선 큰 공을 담은 후에 큰 공 사이에 작은 공들을 채워넣어서 많이 담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렇게 경제성은 (여건이 허락하는 한) 규모를 키우거나 범위를 넓힘으로써 얻을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기업들이 그래서 큰 규모의 공장을 지어서 대량생산을 하거나 큰 노력없이 다양한 품종의 제품을 생산하려고 수고했습니다.

이런 규모의 경제나 범위의 경제가 제조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서비스 업에서도 차이는 있겠지만 규모와 범위를 확장해서 경제성을 얻으려 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네트워크 효과 (Network Effect)도 어떻게 보면 규모를 키워나감으로써 더 큰 효용을 얻고 또 더 큰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규모의 경제입니다. 사람들끼리 문자를 주고받는 메신저 플랫폼을 통해서 게임 초대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게임 플랫폼으로 확장한 것은 범위의 경제 개념입니다.

서비스/IT에서도 규모의 경제나 범위의 경제라는 전통 개념이 잘 작동하지만, 더 크고 새로운 혁신과 파괴를 위해서는 또 다른 개념이 필요할 듯합니다. 그래서 이름붙인 것이 '관점의 경제' (Economy of perspective)입니다. 범위의 경제도 전통적인 개념에서 규모의 경제를 다른 관점으로 확장한 것이지만, 그런 규모와 범위를 뛰어넘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를 만들어내는 것을 관점의 경제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창조적 파괴 또는 와해성 기술들이 규모나 경제로 설명할 수 없는, 관점의 승리라고 봅니다. 소위 말하는 공유경제 또는 임대경제가 그렇습니다. 숙박업의 개념을 바꾼 Airbnb나 교통수단을 변화시키는 Uber는 단순히 규모를 키우고 범위를 확장해서 이룩한 것이 아니라, 관점을 바꿈으로써 가능했습니다. 물론, 더 활설화시키고 산업을 확장하는 것은 그 이후의 규모와 범위 논리가 따르기는 하지만, 시작은 새로운 관점에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새로운 관점의 서비스/제품들이 쏟아질 것입니다. 그런 것에 빨리 적응해서/기생해서 적당한 가치를 얻는 사람들이 늘어나겠지만, 애초에 그런 새로운 관점을 장착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저 관점의 경제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규모의 부품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가 위력을 발휘하겠지만, 점점더 관점의 경제로 체질 개선을 하지 않으면 생존을 걱정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관점의 경제가 가능키 위해서 새로운 관점을 실현시켜주는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Pixar의 존 레스터 John Lasseter가 말했던 'The art challenges the technology, and the technology inspires the art.' 문구가 관점과 기술의 관계를 그대로 설명합니다. 관점은 기술을 통해서 실현되고, 기술은 관점을 통해서 가치를 얻습니다. 그러니 적당 기술이든 적정 기술이든 늘 준비된 자만이 스파크가 일었을 때 불을 피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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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혁신은 왜 경계밖에서 이루어지는가 Seizing the Whitespace (마크 W. 존슨)'을 읽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뻔합니다. 책에서 말한 Whitespace, 즉 현재의 주력부분이 아닌 영역을 개척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내부의 화이트스페이스 white space within, 외부의 화이트스페이스 white space beyond, 그리고 중간에 있는 화이트스페이스 white space between을 발견하라는 메시지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가치명제 customer value proposition를 제대로 정의하고, 이익창출공식 profit formula를 정의해서, 그것에 맞는 핵심자원과 핵심프로세스를 수립해서 기업이 고객과 자신에게 가치를 전달하도록 하면 된다는 어떻게 보면 너무 뻔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서 소개를 할려고 합니다. 책의 후반부에 '혁신을 가로막는 문제들을 극복하는 법'이라는 챕터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책에서는 예화를 들고 있습니다. 개의 품종을 개량해서 고품종 개육성 업체인 도그코프 DogCorp라는 성공한 회사가 있는데, 고양이 품종육성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용하지 못하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렇게 성공한 기업이 새로운 사업기회를 가로막는 3가지 전형적인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 개가 아니어서 겪는 딜레마 Non-dog dilemma
  • 고양이를 개로 만들기 Dogging the cat
  • 고양이를 직접 공격 (Attacking the cat? - 책에 영어 설명이 없네요.)

 먼저 '개가 아니어서 겪는 딜레마'는 기업이 기존에 주력하던 사업영역과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꺼리는 경향을 말합니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잠재가치를 파악도 하기 전에 새로운 프로젝트가 기존의 것과 다르다라는 사실을 파악하면 새로운 프로젝트에 관심을 끊어버려서 유야무야되는 것입니다. 책에서는 미니컴퓨터에서 두각을 내던 DEC Digital Equipment Corporation과 PC사업에 실패한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즉, PC는 기존에 주력으로 삼던 미니컴퓨터와 다른 제품입니다. 그래서 최사는 PC개발비용에 20억 달러이상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PC시장에 너무 늦게 진출해서 지금은 회사 자체가 사라진 경우입니다. 다른 사례로 코닥을 예시로 들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코닥은 인화용 카메라 필름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최초로 필름없는 카메라, 즉 디지털 카메라를 만든 회사입니다. 그렇지만 '필름이 필요없는'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기존의 주력상품인 필름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서 디지털 카메라 사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지만 그것을 상품화하는데는 너무 늦어서 지금 (디지털 사진이 주력이 된 상황에서)은 법정관리 (파산지적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참고로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원천특허는 코닥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애플이나 삼성 등의 스마트폰용 카메라에 대해서도 특허권을 요구하고 있는 소송도 진행중입니다. 기술과 특허는 가지고 있지만 기업 자체는 이제 역사 속으로...

 두번째 '고양이를 개로 만들기'는 말 그대로 고양이 자체의 특성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개의 특성을 고양이에 투영시키는 오류입니다. 그러다보니 개를 닮은 고양이를 만들어버려서 고양이의 특수한 성질을 잃어버리고, 고양이 시장도 만들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채게서 제시하는 예시는 미군에서 10여명의 군인을 가볍고 빠르게 작전 지역으로 수송하는 무장 병력 수송 차량인 브래들리 전투 장갑차 Bradley Fighting Vehicle의 실패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원래 목적은 10여명의 군인을 빠르게 수송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사업이 진행되면서 대전차 무기를 장착하기 위해서 수송인원은 6명으로 줄어버렸고, 정찰활동의 기동성을 위해서 외피를 가볍고 약한 알루미늄으로 바꾸는 바람에 폭탄 한방에더 쉽게 파괴되는 "병사는 수송할 수 없는 수송차량이자, 정찰을 수행하기에는 너무 눈에 잘 띄는 정찰차량이자, 제설기보다도 철갑이 얇지만 워싱턴DC의 절반을 날려버릴 만큼 충분한 탄약을 장착한 유사 탱크'로 만들어졌습니다. 총 17년의 개발기간과 130억달러 이상이 투자되었지만, 초기의 무장병역수송차량에서 (쉽게 파괴되는) 유사탱크가 되어버려서 사업이 실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양이를 직접 공격'은 기존에 자리를 잡은 부서들이 자신들의 시장이 잠식되는 것을 우려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공격하는 형태입니다. 어찌 보면 코닥의 경우와 비슷한 경우입니다. 책에서는 HP에서 개발하던 키티호크 Kittyhwak라는 1.3인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지금은 많은 모바일 기기에 작은 하드디스크가 많이 들어가 있고 (물론 현재는 플래쉬 메모리로 대체되는 추세임), 1990년대 초반에는 1.3인치라는 작은 하드디스크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던 상황입니다. 닌텐도 게임보이나 PDA 등의 새로운 시장에 들어갈 소형 하드디스크라는 새로운 시장인데, 정작 기존 부서들은 PC에서 사용할 3.5인치 하드디스크에 초점을 맞추느라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지도 못하고 소형하드디스크 사업을 접도록 만들어버렸습니다.

 이렇듯, 성공을 경험한 기업들은 (또는 시장 지배자) 종종 기존의 사업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새로운 사업영역 개발에 주저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교수님이 자주 말하는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에서 예시로 들고 있는 하드디스크사업 (5인치 -> 3.5인치 -> 2.5인치 -> 1.3인치 -> 플래쉬/SSD)에서 이런 경우를 자주 봅니다. 새로운 파괴적인 기술은 초기에는 비용도 많이 들고 품질도 좀 떨어지고 어떻게 보면 시장성자체도 의심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개선되고 새로운 시장을 모색하다보면 그런 (초기에) 조잡하던 새로운 제품이 기존 제품을 완전히 잠식해버리게 됩니다. 성공을 맛봤던 기업들이 자신의 사업영역을 지키고 싶은 욕구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게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고 발버둥치다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버려야 된다.' 어쩌면 '하나를 버리면 하나 이상을 얻게 된다'입니다. '모든 창조 행위의 시작은 파괴다'라는 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의 성공이 미래의 방해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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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리적 사고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걸로 귀납법 Induction과 연역법 Deduction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 귀납법과 연역법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합니다. 단순히 사전적 의미에서 귀납법이나 연역법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건 대강 눈치를 채셨으리라 믿습니다. 그래도, 먼저 사전의 정의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귀납법: 개별적인 특수한 사실이나 원리를 전제로 하여 일반적인 사실이나 원리로서의 결론을 이끌어 내는 연구 방법을 이른다. 특히 인과 관계를 확정하는 데에 사용된다. 베이컨을 거쳐 밀에 의하여 자연 과학 연구 방법으로 정식화되었다. (위키사전더보기)
연역법: 연역에 따른 추리의 방법. 일반적 사실이나 원리를 전제로 하여 개별적인 특수한 사실이나 원리를 결론으로 이끌어 내는 추리 방법을 이른다. 경험에 의하지 않고 논리상 필연적인 결론을 내게 하는 것으로, 삼단 논법이 그 대표적인 형식이다. 이를테면 ‘모든 사람은 잘못을 저지르는 수가 있다. 모든 지도자도 사람이다. 그러므로 지도자도 잘못을 저지르는 수가 있다.’ 하는 따위이다. (위키사전더보기)
 위의 사전 정의는 좀 모호하게 적혀있지만, 이미 많이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귀납법은 많은 사례들을 바탕으로 일반 모델을 정립하는 것이고, 연역법은 일반 모델에서 특수 사례들을 유추해나가는 것이다정도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즉, 귀납법은 해보니깐 매번 이런 결과가 나오니 앞으로도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다이고 연역법은 이런 결과가 나온다고 이미 알려졌으니 당연히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고 풀어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 문제를 매번 이것은 귀납적으로 풀어야지 아니면 이번은 연역적으로 풀어야하지라고 명확히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때로는 한가지 방법으로 일반화나 특수화를 시도하기도 하겠지만, 때론 이를 적절히 썩어가는 과정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고 있습니다. 간단한 문제인 경우에는 전자로도 해결되겠지만, 우리 삶의 대부분의 복잡한 문제들은 후자의 방법이 적용되리라 봅니다.

 대학원에서 논문을 쓰고 또 회사에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제 경험을 종합해보면 저는 보통 귀납적 연역법 Inductive Deduction을 이용하는 것같습니다. 말이 좀 복잡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현재 대다수의 연구자들이 이와 비슷하리라 봅니다. 즉, 수많은 사례연구를 통해서 특정 모델을 정형화한 후에, 그 모델에 따라서 새로운 문제에 적용해서 맞는지 틀렸는지 확인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앞서 말한 수많은 사례연구는 초기과학에서처럼 수많은 실험은 아닙니다. 이제까지 출판된 수많은 책들과 논문들을 두루 셥려해서 여러 개념을 배운 후에, 새로운 문제를 만나면 그런 개념들 중에 한두개를 꺼집어 내서 적용해보고 결과가 좋으면 OK이고 나쁘면 또 다른 도구들을 꺼집어내서 문제를 해결해간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수많은 연구사례를 수집해서 개념을 익히는 과정'이 귀납법이고, 그런 '익혀진 개념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제에서의 결론을 미리 짐작해보는 것'이 연역법이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일반 연구자들은 저와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같습니다. 물론, 게중에는 뛰어난 실험자들은 수많은 반복실험/실패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개념을 발견했던 초기과학자들도 많이 있고, 소위 천재과학자/수학자들로 알려진 일부 천재들은 머리에 갑자기 떠오른 개념을 펼치는 이들도 있습니다. 적어도 끈기를 가졌거나 천재적 발상의 소지자가 아니라면 대부분 귀납적 연역에 의해서 문제를 해결해갈 것같습니다. 어느 유명한 과학자도 '거인의 어깨 위에서 앞을 본다'라는 말을 했듯이 그런 거인의 어깨가 귀납의 결과이고, 앞을 보는 것이 연역이니 그 과학자도 원론적으로 귀납적 연역의 범주에 속하는 것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왜 이렇게 귀납적 연역에 대해서 줄기차게 설명하는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약 한달 전에 어떤 기사를 읽었습니다. 지금 찾으려니 찾기가 어렵네요. (추가: 아래 댓글로 알려주셨듯이 이종필님이 적은 '천안함.광우병.4대강.. 들러리가된 과학'입니다.) 글의 요지는 MB정권이 들어선 이후에 발생한 여러 사건들 - 광우병, 4대강, 그리고 최근의 천안함 사건 - 등에서 과학이 실종되었다라는 글이었습니다. 특히, 최근 천안함 사건의 원인 규명과정에서 과학적인 진실보다는 처음부터 짜놓은 각본 또는 결론에 맞추어서 주변 증거들을 맞추어서 결론을 도출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것이다'라는 결론에 부합될만한 증거들은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거나 반대되는 생각들은 모조리 무시해버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이런 과정에서 들어난 사고방식을 굳이 따지자면 '연역법'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먼저 결론을 내린 후에, 그에 따른 증거를 찾아가고 심지어는 증거를 조작해서 처음에 세운 결론을 증명(?)하는 것이니 연역법입니다. 앞서 말했듯, 연역법은 쉬운 것이 아닙니다. 천재들만의 장난감이 연역법입니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는 귀납적으로 접근해서 결론 (북한의 어뢰공격)에 이르렀다면 지금까지 사회를 시끄럽게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어설픈 연역법으로 빨리 사건을 덮어버리려했기에 사태가 더욱 커지는 것같습니다.

 앞서 말한 칼럼 (MB정권에서의 과학적 방법의 실종 - 과학적 방법은 '귀납적 일반화'로 보시면 될 듯)을 보며, 제가 지난 수년동안 저지른 잘못을 회상하게 됩니다. 말했듯이, 저의 연구방법이 대부분 귀납적 연역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거나 논문을 쓰기에 앞서, 먼저 결론을 내린 후에 그 결론에 맞는 증거들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연구나 논문을 마무리했던 것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논문을 쓰는 과정이 참 쉬웠습니다. 결론을 증명해줄 데이터를 수집해서, 결론에 맞는 결과만을 논문에 실으면 그만이었습니다. 데이터의 조작만큼이나 데이터의 임의선별은 연구자에게 범죄행위와 같습니다. (다행히 저의 경우는 처음에 생각했던 결과들이 잘 나와서 논문/연구가 잘 마무리되었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충동을 받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가 없습니다.) 데이터의 조작이나 임의선택문제를 꺼내면 그 이전의 여러 사태들 (황우석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전/현정부의 선별적 데이터/여론 활용 등..)도 모두 들추어야할 것같네요. ... 다행히 저는 결과가 좋았지만, 제가 사용했던 방법이 너무 위헙했구나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물론, 연역법의 모태가 될 수많은 개념들과 모델들을 습득하는 지나한 귀납적 과정을 거쳤지만, 어렵게 얻었기 때문에 또 너무 쉽게 사용해버린 것같습니다. 지금 다시, 만들어진 결론의 증명이 아니라 증명을 통해서 만들어가는 결론을 도출하려니 너무 힘듭니다. 귀납적 연역에 너무 익숙해서, 완전 귀납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참 어렵네요. 많은 경우, 귀납적연역은 자연스러운 방법입니다. 그래도, 전혀 새로운 세계에서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순수한 귀납적 사고에 더욱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순수한 연역적 사고에도 문을 열어둬야 합니다. 그런 연습을 미리 준비해두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이제껏 남들이 만들어놓은 공간/이론/프레임워크/패러다임 위에서 존속적혁신 sustaining innovation만을 추구하며 만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파괴적 혁신/창조 disruptive innovation를 하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귀납적 방법에 익숙해지고, 또 연역적 방법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제대로된 귀납에 익숙해지지 못한다면 기초를 쌓을 수가 없고, 연역에 서툴다면 첨단을 달릴 수가 없습니다. 귀납적연역이 (나름) 쉬운 방법이지만 그런 쉬운 과정에서 새로움을 찾기란 너무 어렵습니다. 새로운 이론/패러다임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나오거나 순간의 번뜩이는 재치/인사이트가 없으면 얻을 수가 없습니다. 시행착오는 귀납이고 재치는 연역입니다. 근본으로 돌아가서 사고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연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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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dobiho.com BlogIcon dobiho 2010.06.19 23: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잘 읽었습니다. 언급하신 기사는 이종필 연구원이 쓴 <a href="http://scienceon.hani.co.kr/blog/archives/7739">[시 각] 천안함·광우병·4대강… 들러리가 된 ‘과학’ </a> 이 아닌가 싶습니다.

    • Favicon of http://bahnsville.tistory.com BlogIcon Bahniesta 2010.06.20 11:0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네, 그 기사가 맞습니다. 다시 찾아보려니 없어서 그냥 올렸는데 링크 추가해야할 것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