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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이다. 제주 생활의 아쉬운 점 하나를 들라면 겨울에 스키장에 쉽게 갈 수 없다는 거다. 제주의 겨울도 나름 낭만이 있지만, 봄 여름 가을에 비해서 야외활동이 극히 제한되어있다. 스키는 탈 수가 없지만 눈 (대설)이 자주 오는 제주의 특성 때문에 눈 온 다음날이면 인근의 오름에서 눈썰매를 자주 탄다. 아이가 있는 집이면 눈썰매 한두개는 이미 다 가지고 있다. 회사 생활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집과 회사 사이의 왕복/반복이지만, 겨울에는 적당한 야외운동도 거의 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무료할 수가 있다. 어제는 눈이 와서 점심식사 시간에 사람들끼리 회사 옆의 비스듬한 공터에서 눈썰매를 타기로 급히 결정했다. 그런데 경사도 생각보다 얕고 눈도 많이 쌓이지 않아서 눈썰매가 잘 나가지 않아서 몇 번만 더 시도해보고 그만 둘 요량이었다. 그런데 그때 (경영지원쪽) 직원 한분이 나와서 잔디가 상할 수 있으니 눈썰매는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뭐 그 직원의 입장에서는 잔디도 회사의 기물/시설이니 보호할 의무가 있고, 우리에게 그렇게 요구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렇지만 별로 마음이 유쾌하지는 않다. 이 회사는 직원의 즐거움/행복보다는 잔디보호에 더 가치를 두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문명인으로써 잔디 (넓게는 자연)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설령 잔디가 상하면 다시 심거나 하면 되는 일일텐데), 매일 그러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하루의 일탈에 대해서도 그렇게 재제를 했어야 했을까?

Canon | Canon EOS 20D | Aperture priority | Partial | 1/80sec | 0.00 EV | 24.0mm | ISO-200 | Off Compulsory | 2010:12:26 16:09:50
 회사의 슬로건이 '세상을 즐겁게 변화시키는 다음'이다. 지금은 '생활이 바뀐다 Life On Daum'이라는 조금 이상한 슬로건이 홈피에 적혀있지만, 여전히 '세상을 즐겁게 변화시키는 다음'이 회사의 모토로 생각한다. 더우기 어제 눈썰매를 탄 장소가 '세상을 즐겁게 변화시키는 다음'이라는 슬로건이 적혀있는 제주 GMC 사옥의 벽면 바로 밑이였다. '세상을 즐겁게 변화시킨다'라는 의미는 '즐거운 세상을 만든다'라는 의미와 '즐겁게 (즐거운 마음/방법으로) 세상을 변화시킨다'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즐거운 세상은 즐거운 마음으로 만든 서비스를 통해서 만들어질 수 있다. 즐겁지 못하고 만족하지 못하는 직원들에 의해서 기획되고 개발된 서비스가 과연 고객들에게 즐겁게 다가갈 수 있을까? 굳이 직원들이 일탈의 즐거움을 잔디보호라는 이유로 막았어야 했을까?

 입사한지 만 4년을 다 채워가는 지금,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다음이라는 회사는 활력을 잃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사적으로 만나서 얘기해보면 나만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이 아니다. 이런저런 작은 불만들이 한가득 담고 회사를 다니는 동료들을 자주 보게 된다. 회사는 왜 활력을 잃고 있는 것일까? 조직이 커지다보면 (보통은) 자연스레 생동감이 떨어진다. 중견기업, 대기업이 되어서도 초기 스타트업 때의 생동감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조직이 급격하게 팽창하던 시점에 팀/직원들 간의 물리적 연결은 계속 유지했지만, 화학적 연결까지 유지하지 못했던 것같다. 물리적 연결로는 겉으로 보이는 (조직의) 형태는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속에 화학적 결합이 없다면 언제든지 조직은 와해되어 버린다. 다음이라는 회사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기업들이 성장기에 흔히 겪는 부침이다. 조직이 관료화되어지고, 없던 매뉴얼이 새로 생겨나고, 팀간/직원간의 커뮤니케이션의 빈도와 질이 줄어들고, 주어진 목표 외에는 서로 신경을 쓰지도 않게 되고... 이런 것들이 다 조직 내의 화학적 결합이 끊어졌다는 증거다.

 그리고, 최근 많은 기업들을 관찰해보면 그들이 직원들에게 사용하는 돈 (급여 및 각종 복지예산)을 (미래에/직원에 대한) 투자가 아닌 그냥 낭비 (회계상의 지출)로 여기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단순히 물가인상률도 반영 못하는 연봉상승 (또는 삭감)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구조조정이나 경영 환경상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가장 먼저 직원들의 복지예산 및 부대시설 이용예산부터 삭감한다. 어차피 부수적인 돈이기 때문에 그런 돈을 최대한 아끼는 것이 회계상에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맞는 말다. 회계/장부상에서는 분명 지출감소로 예산균형을 맞출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사소한 결정 하나가 그 속에서 생활하는 직원들이 사기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잘 계산해보면 삭감한 복지예산이 전체 지출이나 매출에 비해서 큰 편도 아니다. 삭감으로 인해서 얻는 (장부상의 금전적/겉으로 보이는)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직원들의 사기나 (업무) 분위기 등의 측면에서 보이지 않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

 그리고, 완전히 일반화시켜서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큰 조직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잘 해야 한다. 보통 스타트업 시절에는 모두 한 팀으로 움직인다. 그렇기 때문에 사소한 문제라도 쉽게 대화를 통해서 해결할 수가 있다. 그러나 조직이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분화가 시도된다. 보통 조직 분화가 서비스/제품 단위로 쪼개지기보다는 기능 단위로 쪼개지게 된다. 비슷한 업무를 하는 사람들끼리 묶어놓으면 더 큰 시너지가 발생할 것같고,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들을 여러 조직에 쪼개어 놓으면 부서/팀별로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되어 불필요한 리소스낭비가 발생할 것같다. 그래서 보통 팀을 만들 때 서비스보다는 기능 단위로 쪼개게 된다. 기능단위 조직의 장점이 분명 있지만, 그에 맞먹는 단점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앞서 말한 화학적 결합이 깨어지는 경우가 많다. 거대 기업에서는 어쩔 수 없이 기능위주의 조직분화가 이뤄지지만, 적당한 중견기업이라면 그냥 서비스/제품단위의 조직분화가 더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머리에 떠오르는 혁심기업들은 대부분 서비스/제품단위의 조직분화가 이뤄지는 것같다. 말했지만, 서비스/제품단위로 쪼개지면 불필요하게 같은 작업이 여러 번 이뤄지는 부작용은 분명히 있다. 또 기능단위 조직에서의 조직 간 알력싸움이 제품/서비스간 조직 사이에서도 비슷한 알력이 생길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전사의 리소스를 어떻게 잘 분배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그런데 어렵다. 바보라서 어려움보다는 전략상의 선택 때문에 그렇다.)

 적어도 그렇게 기능별로 조직이 분화되었다면 조직 간의 cross-functional 관계개선에 많이 투자를 해야 한다. 단순히 제품의 기획/개발을 위한 정식회의뿐만 아니라, 업무 이외의 동아리활동이나 팀간회식 등을 빌어서라도 조직간의 대화가 많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지 다른 조직에서 하는 업무에 대한 이해가 생기고 내가 하는 업무에 대한 설명을 다른 조직에 전달할 수가 있다. 그렇게 다양한 의견이나 생각들을 듣고 수렴함으로써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고 혁신이 발생한다. 어떤 회사에서는 큰 스튜디오에서 일부러 화장실을 건물의 한가운데 한 곳만 만들어뒀다는 일화도 있다. (픽사얘기다.) 각자 업무에 바쁘더라도 생리현상은 해결해야하고, 그렇게 화장실을 가다가 다른 팀/조직원들과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대화하다보면 서로의 문제를 듣기도 하고 또는 서로의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도 듣기도 한다. 그러면서 상대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경우도 있고, 역으로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해결해줄 다른 팀/조직의 전문가를 초빙할 수가 있다. 전문화 다원화 복잡화된 지금은 Know-how보다 Know-where 또는 Know-who가 더 중요한 시대다. 그리고, 앞서 밝혔듯이 회사에서는 동아리활동이나 팀간 회식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 지출이 아닌 투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제대로된 물리적 결합은 화학적 결합이 보장되어야 이뤄진다.

 마지막으로 짧게 한마디를 더 하자면... 회사는 치사하게 돈과 시간으로 직원을 상대로 장난치면 안 된다. 골로 가는 첩경이다. (그리고 지극히 직원의 입장에서... 회사가 직원들에게 하지 말아야할 장난은 몇 가지 더 있다. 바로 여러분들이 분개하고 불만하는 바로 그 방식들...)
 
 하나더. 직원들로부터 최대한의 창의성을 끌어낼려면, '자유' '다양성' '재미'를 보장해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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