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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에 출근해서 계단을 오르면서 문득 든 생각입니다. 3월에 다음스페이스.1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는데, 벌써 6개월이 지났습니다. 초반에는 새로운 사무실에 대한 기대감도 컸지만, 사려깊지 못한 몇몇 이상한 설계/구조 문제로 글도 몇 편 적었습니다. 그 사이에 몇 가지 개선된 것도 있지만, 구조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것들은 여전히 불편한 상태로 남아있습니다. "디자인은 어떻게 보여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작동하느냐다"라는 故 스티브 잡스의 인터뷰 내용[각주:1]은 이럴 때면 늘 생각납니다. 처음부터 디자인을 잘 해놓았다면 불편함도 못 느꼈을테고, 굳이 만들어진 것을 다시 바꿀 필요도 없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면서 불편한 곳들은 자연스레 피해서 다니고 이곳저곳 이동을 하면서도 최적 길로 가게 됩니다. 여전히 익숙치 못한 곳/것들도 많이 있지만, 머리로는 '저건 나빠'라고 생각하지만 몸으로는 그런 불편/나쁜 디자인에 적응해버려서 큰 불편을 못 느끼게된 것같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계단을 오르면서 '나쁜 디자인보다 더 나쁜 건 그것에 익숙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페이스북에 저 문구를 적고 다시 이렇게 블로깅을 합니다.

한 때 트위터 및 SNS에서 많이 회자되었던 어떤 일본인의 글귀가 문득 생각납니다. '삶을 바꿀려면 생활하는 시간을 바꾸든지 사는 곳을 바꾸든지 아니면 만나는 사람을 바꾸라. 그냥 바꾸겠다는 마음만으로 안 된다.'라는 글입니다.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표했지만, 저는 저 글귀가 참 불편합니다. 의지를 가지고 새로운 장소나 사람들을 만난다면 분명 삶이 바뀌겠지만, 그런데 새로운 장소에서 또 시간이 지나면 적응해버리고 말 것입니다. 새로운 이성을 만나서 애틋했던 감정이 3년의 호르몬 유효기간이 지나면 그냥 그런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사무실을 바꾸거나 새집으로 이사가면 많이 달라질 것같지만 처음 한두달의 어색한 기간이 지나면 또 일상이 되어버립니다. 밤을 새면서 지내던 대학원시절과 낮에만 활동을 해야하는 지금의 시간이 별반 달라진 것도 없어보입니다. 새로운 것의 효과는 유효기간이 있고 조만간 또 적응해버립니다. 새로운 것이 좋은 것일 수도 있지만, 나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나쁜 것에 적응해버려서 으레 그러려니 하게 됩니다.

이런 얘기는 참 기분이 나쁘지만 꺼내야겠습니다. 바로 정치 얘기입니다. 누군가의 악행을 보면서 나쁜 놈 나쁜놈이라고 말하지만 그 악행이 이어지면 그놈은 원래 그래라고 당연시 되어버리고, 기존 것보다 조금 약한 악행을 보면 넌 원래 그랬으니 별 거 아니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악행에 무감각해지는 겁니다. 네, 바로 그 분 얘기입니다. 그리고 과거의 잘못에 반성도 사과도 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권력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이 나와는 상관이 없고 시간이 지나면 평가될 건데 왜 나한테 그러냐라고 기를 세우는 분도 있습니다. 네 바로 그네들 얘기입니다. 나쁘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하지만 미디어에 과다노출되다보면 원래 그런 사람이니 좋은 것도 있지 않을까?라는 일종의 자기체면적인으로 익숙해버럽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지랄같은 '극xx'들도 스스로 자기의 생각에 익숙해져서 자신이 나쁜지 그런지 판단하지도 못하게 됩니다. 정치에서 프레임 얘기를 자주 합니다. 프레임을 짜두고 그것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합니다. 나쁜 프레임보다 더 나쁜 것은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전 적응이라는 단어가 참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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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짧은 코멘트를 올려놓으면 으레 제가 다시 이렇게 길게 글을 적을 거라고 기다리는 것도 어쩌면 제게 익숙해져버린 건지도 모릅니다. 반성하세요.

  1. “That’s not what we think design is. It’s not just what it looks like and feels like. Design is how it works” – New York Times, The Guts of a New Machine, 200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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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그냥 적고 싶었던 글 중에 하나가 바로 '위험한 생각'이다.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뭔가 위험한 생각을 글로 적으려는 건 아니다. 딱히 나는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 나는 조금 반골기질은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내가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그건 위험할 거야라고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같기도 하다.

내가 적고 싶었던 글은 '위험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위험한 인물이 아니라,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사람이 위험한 인물이다.'정도의 한줄요약이었는데, 이를 어떻게 장황하게 기술할까를 고민하다가 늘 접었던 것같다. 사람들은 반골기질을 가진 사람을 보면 그냥 피하거나 (뒤에서) 욕하거나 뭐 그러는 것같다. 또 그런 사람이 정당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냥 삐딱한 생각의 결과로 받아들이는 듯도 하다. 그런 주변의 인식이나 시선을 의식하면서 나는 전혀 위험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꺼집어내는 것같다. 방송인 노홍철이 초기에 방송국에서 사람들을 보면서 '해치지 않아요'라고 말을 했다고 하듯이 나도 '저는 위험한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항변하고 싶었던 것같다.

정작 위험한 사람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위험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위험 인물이다. 너무 당연하다. 내가 나름 위험한 생각을 했다손치더라도 그냥 블로그나 게시판에 그저그런 글을 적는 것 이외의 위험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 그런데 나는 사람들 사이에 위험인물로 찍혀버렸다. 익숙해질만도 한데... 그리고 정작 주변에서 조심해야할 사람들은 위험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아니라,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이들이다. 주변의 불의를 보면서도 그냥 지나쳐버리는 사람들, 더 나은 개선안이 있을텐데도 관심을 보여주지도 않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 이건 내 일이 아니야라고 애써 외면하는 그들이 진정 위험한 사람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또 하나 적고 싶었던 글은... 한 때 트위터에서 어느 일본인이 적었다고 해서 유명해진 글인데 "사람이 변하기 위해서는 시간대를 바꾸거나 장소를 바꾸거나 만나는 사람을 바꿔야 한다. 그냥 변화해야겠다는 다짐만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뭐 이런 류의 글이었다. 지금은 트위터에서도 지워졌는 것같은데, 한 때 꽤 회자되었고 또 지금도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환경을 바꾼다는 것이... 사람이 새로운 환경에 들어가면 적응하게 된다. 그런 적응이 변화라고 말한다면 뭐라 말할 수 없겠으나... 나는 기본적으로 적응이라는 것은 참 무서운 단어라고 생각한다. 적응하다 순응하다... 그래서?

적응이란 그냥 살아남기 위한 기술이지, 살아가기 위한 기술이 아니다. 새로운 장소에 들어가서 그 장소에 적응하고, 새로운 시간대에 들어가서 그 시간에 적응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들과 적응하고... 그냥 새로운 장소, 시간, 사람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과정이 적응일 뿐이다. 적응을 통해서는 미래를 살아갈 기술을 얻을 수 없다. 미래를 회귀적으로 본다면 적응은 살아가는 기술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미래는 회귀적이지도 않고 선형적이지도 않고 어쩌면 연속적이지도 않다. 그렇기에 함수 y = f(x)에 특정값 x를 넣는다고 해서 확정된 y를 얻을 수 없다.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적응할 것이 아니라 개척해야 한다. 또 혁신이나 창조/파괴로 생각이 넘어가는 것같다.

적응을 통해서는 창조할 수 없다. 그냥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그것에 최적화될 뿐이다. 적응이 불확실성에 뭔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별도의 글을 적을 것같지가 않아서 그냥 이 글에 덧붙인다. '무시의 기술'이라는 제목의 글을 적을지도 모르겠지만.. 정보의 홍수에서 구글이나 트위터/페이스북 등의 다양하고 강력한 정보필터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세상의 수많은 정보필터 중에서 가장 강력한 정보필터는 '무시 Ignorance'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모든 정보를 수용할 이유가 없다. 필요없다면 그냥 무시해라. 어쩌면 필요하더라도 필요이상으로 정보를 흡수하려 노력하지 마라. 그냥 무시해라. 무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글을 적고 싶이서 시작했고 그렇게 글을 적고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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