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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1.07 논문의 미래
  2. 2013.06.24 설득의 실종

논문의 미래

Gos&Op 2015.01.07 12: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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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하다.

요즘 새로운 걸 좀 해보겠다고 Deep Learning 관련 논문들을 탐독하고 있습니다. 작년 초에 딥러닝이란 걸 들은 후에 논문 몇 편을 프린트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잘 읽혀지지 않아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후반기에 추천 시스템(CBF)에 딥러닝을 사용한 사례가 있어서 관련 논문을 또 프린트해서 읽기는 했는데 뭔 소리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12월부터는 이해하든 못하든 그냥 딥러닝 논문들을 다양하게 많이 읽다 보면 용어나 개념에 익숙해지고 차츰 깨달음을 얻겠지 싶어서 (마치 기계를 학습시키듯) 읽어나가고 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잘 모르는 이들에게 (전문가들에게 구라를 치면 바로 들킬테니) 대략적으로 설명은 해줄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압축되고 어려운 논문을 찾아서 또 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또 좌절을 맛보고 있습니다.

이런 1년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학술) 논문의 미래는 없다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비록 논문이 인류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새롭게 발견된 것을 논문이란 이름으로 정리해서 많은 이들에게 공표, 공유했습니다. 그런 논문을 읽은 이들은 또 그것에서 영감을 얻어서 새로운 사실을 추가해서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서 다시 공유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과 발견이 합쳐져서 다양한 분야에서 현재의 발전에 이르렀습니다. 발견과 공유라는 논문의 대승적 원칙에는 동감하지만, 이제 논문이 제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블로그 포스팅이 기존의 학술 논문을 대체하고, SNS가 저널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 아닙니다. 웹이 새로운 저작과 공유의 도구를 만들어냈지만, 학술 논문과 저널이 가지는 전문성이나 깊이를 따라기기에는 격차가 여전히 큽니다. 연구가 주 목적인 학계와 개발이 목적인 산업계의 속도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도 학술 논문의 위기를 암시하지만, 여전히 학계의 기초 연구와 산업계의 응용 개발은 공존해야 합니다. 이런 현상은 논문이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는 것을 부추기겠지만, 논문의 종말을 이끌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렵게 적히 몇 편의 논문을 읽으면서 이제 논문의 한계 수명을 다했구나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새로운 발견에 대한 한 편의 논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해왔던 전문가들은 아마도 그 논문이 가지는 함의와 영향을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분야의 밖에 있는 이들은 그 발견에서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기가 힘들 듯합니다. 논문을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지 영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논문이 더 압축되고 어려워질수록 (새로운 개념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고, 그저 어렵게 적혀진 경우도 있음) 전문가들은 만족하겠지만 초보자들의 좌절합니다. 그런 논문들이 늘어날수록 논문은 전문가 집단, 즉 이너서클에서만 환영을 받고 그네들만을 위한 공유의 도구가 됩니다. 이너서클에서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논문은 발견과 공유 즉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하는 길라잡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제 (어렵게 적힌) 논문은 초보자들이 극복해야할 장애물이 됐습니다. 

한 편의 논문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 선행해서 알아야하는 개념들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줄줄이 엮인 논문들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나서야 처음 손에 잡았던 논문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레퍼런스의 레퍼런스, 레퍼런스의 레퍼런스의 레퍼런스, ...를 모두 읽어야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고 해서 그 모든 것을 온전히 이해하고, 정리해서 타인들에게 알려줄 수도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일부러 더 압축하고 어렵게 적으려는 경향도 어느 정도 있습니다. 소위 전문가 티를 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냥 우스게 소리로 대가는 증명이 필요한 어려운 문제를 그냥 'it's trivial'이라고 말하고 증명을 생략한다라고 말합니다. (논문의 길이 제한 등으로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존재하지만) 개념적으로 쉽게 설명해도 되는 것들을 그냥 어려운 용어들을 나열하고 때로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어도) 그럴듯한 개념들을 마구 수셔넣어서 압축합니다. (불필요한 수식도 가능한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오히려 그게 더 간결하고 이해하기에 쉬운 경우도 있으니 그것까지 불평하진 않겠습니다.)

공유를 위한 도구가 이제 견제를 위한 울타리가 됐다는 느낌을 받으며 (저의 무능을 감추기 위해서) 하소연 해봅니다.

학자 여러분들, 논문 좀 쉽게 쓰세요. 그게 당신의 가치를 깎아내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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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실종

Gos&Op 2013.06.24 0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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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무실에서 사원증 패용 때문에 조금 시끄럽다. 유치한 캠페인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있고, 이번/지난 주는 일제검점기간 -- 일제고사도 아니고 -- 으로 설정해두고 조금 강압적인 분위기마저 연출하고 있다. 사원증이 출입증의 역할 외에도 내외부인의 구분 및 직원의 식별ID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보안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도 있다. 그런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지만 이를 실행하고 종용하는 강압적인 분위기에 반감을 가지게 된다. 누군가의 불만에 그저 틀에 박힌 FAQ만 게시판에 올려놓는 것에서도 거부감이 든다. (보안)사고는 불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미연에 모든 가능성을 점검하고 가능하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를 실행하는데 왜 그렇게 사무적이고 관료적인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 보안 관련 부서의 (업무의 특성에서 기인하고 체화된) 사고의 경직성만이 문제가 아니라, 이것이 이 회사 전반에 뿌리 박힌 고질적인 병폐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원증 패용이나 VPN 연결 등은 크리티컬한 사안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가 있지만, 그 외에 가벼운 사안들에 대해서도 과정이 비슷했던 것같다. 갑들에게는 '결정하면 따르라'라는 것이 깊이 각인된 것같다. 그런 사고가 내부의 분위기만 망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전달되는 서비스에도 그대로 투영되어있다는 느낌이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다음의 위기설은 단순히 재무재표의 문제나 성공한 서비스의 부재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답을 미리 정해놓고 적당한 문제를 찾아 끼워맞추는 것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요즘 대한민국 전반에서도 감지되는 것이지만, 회사 내에서도 설득의 과정이 실종된 것같다. 결론없는 토론이 토론없는 결론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모든 결정에서 토론의 과정, 즉 이해시키고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생략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굳어지고 있는 것같다. 나름 결정권이 있는 사람들이, 그리고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이 고민해서 해결책을 제시했겠지만, 그 결정이 100% 맞다손치더라도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고 동참시키는 과정이 생략되면 결국 정답이 오답이 되고 만다. 그냥 결정하고 공지하고 (공청회도 아닌) 설명회 한두번 하고 실행하는 것에서는 새로운 변종, 즉 창의와 창발이 없다.

말했듯이 그런 내부의 분위기는 그대로 외부에 투사된다. 바로 기획하고 개발하고 운영되는 서비스를 통해서 나타난다. 좋은 것을 만들었으니 너희들은 그냥 와서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라는 인식으로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하는데, 어떻게 사용자들이 기쁜 마음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겠는가? 리더십이 팔로워들을 포용하고 설득시키듯이,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그 서비스 고객들을 포용하고 설득시켜야 한다. 그래야 사용자들이 그 서비스를 제대로 이해하고 결국 애용하게 된다. 최근에 다음이 만든 대부분의 서비스들이 별로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게중에는 트렌드를 잘 못 읽었거나 기획이 나쁘거나 개발이 개판이었던 것도 있다. 그러나/그렇더라도 결국 서비스가 실패한 원인은 사용자를 제대로 설득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비스라는 것이 그냥 오픈해서 이벤트 한번 한다고 해서 저절도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기획단계에서는 시대의 트렌드도 분석하고 사용자들의 니즈도 파악하고 또 더 근본적인 사용자들의 욕구를 제대로 잡아내야 한다. 그렇게 서비스의 컨셉을 제대로 잡아서 빨리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으면 성공했다. 10년 전에는... 경쟁 서비스들도 많고 시장도 불확실한 요즘에는 완벽한 컨셉의 서비스를 제때 출시한다고 해서 시장에 바로 안착시킬 수가 없다. 과거에는 오픈이 레이스의 끝이었지만, 이제는 오픈이 레이스의 시작이다. 이제부터는 지나하게 사용자들을 설득시켜야 한다. 이미 사용하고 있는 다른 서비스보다 더 낫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하고 새로운 서비스가 마음에 들 것이라고 꾸준히 보여주면서 유저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의 성공신화는 잊어야 한다. 신화는 신화일 뿐이다. 낫다는 것, 빠르다는 것, 좋다는 것이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

다음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 여러 번 주장했듯이 -- 문화의 실패라고 말하고 싶다. 겉으로 보이는 조직도가 아니라, 그 조직 내면에서 꿈틀대고 있는 정신과 철학 -- 때로는 정치 -- 의 문제다. 그런 정신과 철할이 문화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그런 (창조적인) 문화는 결국 서비스라는 제품으로 형상화된다. 다음에 잘못 정립된 많은 것들이 있지만, 나는 이 글에서는 설득의 과정이 생략되고 공감과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이것을 콕 집어서 말하고 싶다.

유저를 이해하고 설득하고 기다리지 못한다면 다음이 그 어떠한 우수한 서비스를 만들더라도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그런 이해와 설득과 기다림은 내부에서 체득된 문화를 통해서만 발현될 수 있다.

이유가 없는 현상은 없다.

(2013.06.18 작성 / 2013.06.24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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