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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제주도 북동쪽 내륙의 곶자왈지대에 위치한 동백동산에 다녀왔습니다. (참고. 제주 선흘 동백동산과 김녕해안도로) 링크한 포스팅에서도 밝혔듯이 동백동산에 가기 위해서 길을 떠난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김녕성세기해변에서 월정리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트래킹하기 위해서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다니던 길이 아닌 한번도 가 본적이 없는 길을 따라서 김녕으로 가는 도중에 우연히 동백동산 표지판을 보고 트래킹을 시작했습니다. 동백동산의 존재에 대해서는 일전에 TV 뉴스에 보았고, 나중에 가볍게 다녀올 계획이었지만 어제의 목표는 동백동산이 아니라 김녕성세기해변이었습니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참고로.. 동백동산은 제주도 조천읍 선흘리에 위치해있습니다. 곶자왈 (화산활동에서 아아용암류가 분출된 지역에 형성된 숲) 지역이면서 내부에 습지/연못 (먼물깍)이 있고, 전체 트래킹코스는 약 5km입니다. 숲속길과 도로길이 각각 2.5km정도이고, 경사가 거의 없는 완만한 코스이라서 온가족이 함께 트래킹하기에 적당한 곳입니다. 중간중간에 벤치도 많이 놓여있고, 자연학습자료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생태학습장으로도 적당합니다. 제주도 북동쪽 내륙은 아직 덜 발달된 지역이라서 주변에 편의시설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그러나 주변에는 함덕해수욕장, 김녕성세기해변, 동굴의 다원 다희연, 크라운골프장, 선녀와 나무꾼, 거문오름과 만장굴 등의 관광/휴양지도 있기 때문에 여행코스를 잘 만들면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동백동산을 트래킹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내가 김녕성세기해변으로 가기 위해서 평소에 자주 다니던 짧고 빠른 길을 택했다면 지금 동백동산에 왔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의 목표는 분명 김념이었지만 저는 동백동산에 있었습니다. 그때 동백동산은 목적지는 아니었지만 우연이 선물한 멋진 중간 경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동백동산이 더 길고 멋졌다면 그곳을 최종목적지로 여기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을지도 모릅니다. (동백동산이 관광지로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고 아직 계절적 영향으로 산림욕을 즐기기에는 미흡했고, 트래킹코스가 짧아서 충분한 산책/운동이 될 수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숲길의 특성상 처음에 계획했던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는 의미에서 최종목적지가 될 수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애초에 김녕으로 떠났던 이유가 바로 멋진 사진을 찍기위해서였기에...) 

목적지 (김녕성세기해변)에 가기 위한 방법/길은 많이 있습니다. 평소에 다니던 곧게 뻣은 대로를 택했을 수도 있고, 어제처럼 516 산악도로를 거쳤을 수도 있고, 아니면 완전히 엉뚱하고 더 먼 길을 택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만약 가장 짧고 편하고 빠른 길을 택했다면 동백동산을 볼 수 있었을까요? 이 글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가장 편한 방법도 있고, 가장 빠른 방법도 있고, 또는 그냥 정도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정답에 가까운 방법을 통해서는 처음에 의도했던 목표는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이룰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늘 다니던 길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늘 다니던 길이더라도 자전거를 타거나 도보로 걸었다면 다른 얘기겠지만...) 그러나 평소에 다니지 않던 길을 택했다면 새로운 길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집중하고 또/반대로 새로운 풍경에 정신이 팔려서 평소에 보지 못했던 풍광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의도/목표와는 다른 목적지에 도달할 수도 있습니다. 그게 우연성 Serendipity 이고 창발성 Emergent입니다. 우연성/창발성이 혁신에 이르는 방법입니다. 혁신은 주어진 모범답안이 아니라 우연히 발견된 "또 다른" 답입니다.

곧게 뻣은 길을 택했다면 분면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기름을 아끼는 방법으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트래픽을 덜 받고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등을 고민하면서 운전을 했을 것입니다. 이런 사고로는 기존 방법을 더 효과/효율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개선혁신 또는 운영혁신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움에 이르기에는 어렵습니다. 옛것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혁신은 창발성에 기인할 때가 많습니다. 창발설은 평소와 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평소와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볼 때 우연히 일어납니다. 목표/목적을 빨리 이루는 것이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새로운 방법으로 목표를 이루는 방법에 대해서 평소에 많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그러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서 이루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가 처음에 의도했던 김녕해안도로를 트래킹했다면 분명 만족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동백동산이라는 새로운 곳은 발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생각은... 혁신 또는 새로움이란 늘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또는 그 길을 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았을 뿐입니다. '나타나다'는 표현이 중요합니다. 혁신이란 가끔 우리가 찾아나선다고 얻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연히 나타난 그것을 바로 알아차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제가 TV에서 동백동산에 관한 뉴스를 보지 못했다면 저는 어제 동백동산을 거저 지나쳤을 것입니다. 평소에 많은 공부를 해두고, 견문을 넓혀두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법을 (질문하기나 관찰하기 등) 연습해야지 우연히 마주친 혁신을 바로 알아채고 잡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새로운 길로 가보겠다는 의지와 새로움을 바로 알아보는 관록이 우리를 새로운 곳 (혁신)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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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전반기 6개월동안은 다음에서 관련검색어 서비스의 데이터를 집계/분석하는 업무를 담당했었다. 다음에서는 관련검색어로 네이밍되었지만, 네이버에서 연관검색어로 서비스되기 때문에 연관검색어라는 용어가 더 통용되는 듯하다. 어쨌던 6개월의 개편 후에, 관련검색어 관련 메인롤은 다른 이에게 넘겨줬지만 여전히 서브롤은 담당하고 있다. 메인롤을 넘겨줘야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지만 6개월동안 나름 집중했었는데... 그래서 지난 늦가을에 다음개발자컨퍼런스에서 관련검색어 데이터를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발표를 했다. (참고: DDC2011 (다음개발자컨퍼런스) 발표자료 - 가이드쿼리 및 관련검색어) 이 발표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 관련검색어나 기타 여러 서비스들을 분석/준비하면서 고려해야할 대표적인 특성을 5개로 정리해서 CARTS라는 이름을 붙였다. (발표자료에서 빨간 카트라이드 캐릭터가 포함된 페이지 참조)

 CARTS는 커버리지 Coverage, 정확도 Accuracy, 강건성 Robustness, 시의성 Timeliness, 그리고 우연성 Serendipity이 약자다. 좀 말장난 word play처럼 만들어진 용어였지만, 이후로 계속 저 단어를 떠올리면서 흡족해하는 내 모습을 보고 있다. 그런데 앞의 네개의 특성은 어떻게 잘 하면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같은데, 마지막 우연성은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 (관련검색어에서) 100% 우연성에 초점을 맞춰서 전혀 뜬구름같은 단어를 추천해주면 서비스의 네이밍인 '관련검색어'에 위배된다. 그렇다고 우연성을 거의 0%로 낮추면 추천된 키워드들의 재미가 떨어진다. 초기에 사용자가 입력한 키워드와 거의 같은 뜻의 다른/변형된 형태의 단어들만 추천해주면 사용자들이 굳이 클릭해볼 니즈가 없다. 그래서 적당히 관련되면서도 적당히 엉뚱한 결과/키워드를 제시해줘야지 사용자들은 자신의 처음 (검색)의도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으면서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것들을 찾아갈 수 있다. 그냥 수학적으로는 인터넷 네비게이션을 거의 랜덤서핑 (랜덤워크)로 간주해서 모델링을 하지만, 완벽한 랜덤으로 가정한다면 지금의 인터넷이 만들어질 수도 없다. 랜덤서핑이 우연성을 뜻하는 것인데, 그런 우연성도 의도를 가져야 한다.

 관련검색어를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추천이라는 일반적인 서비스/기능에서도 의도된 또는 연결된 우연성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제한된 사용자풀 UV에서 더 많은 페이지뷰를 이끌어낼려고 혈안인 이노무 인터넷 서비스에서는 더욱 그렇다. 의도와 연결된 우연성... 네이버나 다음 등의 포털의 탑페이지를 보면서 한숨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너무 많은 정보를 보여줄려고 한다. 그래서 참 혼잡스럽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사용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서비스에 접속했는지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모든 메뉴를 다 보여주고 그 중에서 선택하세요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저곳에서 정보를 조금씩 가져와서 피쳐링해주는 거다. 때로는 낚시를 위해서 제목을 자극적으로 바꾸는 경우도 있었고, 지금도 성행하고 있다. 지금 포털들의 메인페이지를 보면 그냥 거의 90% '우연성'에 기반을 둔 것같다. 100%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그래도 나름 현재 이슈가 되는 뉴스를 피쳐링해두거나 아니면 검색량 상위를 차지하는 검색어 등을 보여주는 정도의 10%정도의 (개인의 의도가 아닌) 군중/집단의 의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서비스를 기획, 개발하다보면  가장 놓치기 쉬운 것이 사용자의 의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기획자난 개발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저런 기능들을 추가하고 삭제한다. 여러 설문조사나 심층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경우도 존재하고, 기존에 있던 서비스들을 사용하면서 불편했던 점이나 사용자 피드백 등을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구상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그런 것들은 기존의 서비스에 대한 불편불만이고 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서비스/제품에 대한 환상일 뿐, 실제 모습을 더러낸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니즈/의도는 아니다. 스티브잡스가 밝혔듯이 애플은 사용자조사를 하지 않는다 (수사적으로 그렇다는 얘기겠지만)고 말했다. 사용자들은 그들 앞에 제품/서비스를 보여주기 전까지는 그들이 진정 뭘 원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대표적인 사례로 헨리포드가 했다는 '사용자들에게 뭐가 필요하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분명히 더 빠른 말/마차를 원한다고 대답했을 것이다.'라는 것도 있다.) 굳이 몇몇 제한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 등을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어쨌던 이런저런 조사과정을 거치든지 아니면 애플처럼 인간의 심연을 궁리해서 만들어내든 어쨌던 사용자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다. 니즈가 너무 다양한 경우도 존재하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니즈 자체가 없을 때도 있다.

 장황하게 말을 이어갔지만, 사용자의 니즈는 파악하기 힘들다. 때론 명확한 사용자의 니즈가 있더라도 초기 서비스 화면에서 그 니즈를 어떻게 충족시켜줄 방법도 없다.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참 답답한 현실이다. 검색 얘기를 좀 더 해보면, 검색에서도 검색결과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바로 사용자 니즈와 관련된 거다. 특정 정보를 찾기 위해서 제한된 키워드를 입력하는 사용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적합한 결과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인가가 검색랭킹에서의 최대 이슈다. 사용자들이 검색어를 타이핑하는 것을 굉장히 꺼린다. 그래서 검색창에 서제스트기능을 넣기도 하고, 앞서 말했던 관련검색어/확장검색어 등을 넣기도 한다. 순수히 검색랭킹/결과페이지의 측면에서 보면 가능하면 다양한 검색결과를 보여줘서 사용자들이 선택하도록 해야한다는 의견/논문도 있다. 예를들어, apple이라고 검색하면 구글에서도 온통 애플(컴퓨터)에 관한 내용이 전부인데, 다양한 카테고리/출처/주제에서 나온 결과들을 분산시켜서 보여줘야 된다는 의견이다. 그런데, 사용자의 의도가 반영된 하나의 검색결과가 화면에 노출되고 또 사용자가 그 검색결과를 클릭한 이후에 후속과정이 없다. 사용자가 키워드에 의도를 넣어서 검색하고 또 그 의도에 맞는 결과를 클릭했으면 그것을 종합해서 새로운 검색결과를 보여주는 인터랙티브한 검색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을텐데... (... 이걸 적을려고 했던 아닌데... 내용이 또..)

 더 다양하고 싶은 생각은 각자 해보세요. 이 글이 처음부터 뭔가를 보여줄 의도로 쓰여진 것은 아니니... 그냥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이 화두를 꺼내보고 싶어서 글을 적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의 시작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쨌던 서비스나 기능을 만들면서 의도된 또는 연결된 우연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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