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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05 발표는 왜 어려울까?
  2. 2010.03.27 언어는 하나인데 말이 다르다.

발표는 왜 어려울까?

Gos&Op 2012.09.05 13: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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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대중 앞에서 발표를 해야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수백명이 모이 컨퍼런스에서 키노트를 담당해야할 때도 있고, 네다섯명의 프로젝트 그룹에서 진행사항을 공유할 때도 있고, 때로는 한명의 청자를 위해서 제품의 사용설명을을 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청산유수로 프리젠테이션을 잘 하는 사람들도 있고, 반대로 발표 시간이 다가올수록 긴장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발표를 잘 못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그렇겠지만, 남들이 보면 발표를 잘 하는 사람도 늘 긴장감과 두려움을 가진다는 얘기도 종종 듣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그리고 회사 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어느 정도 발표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하지만, 발표할 때마다 매번 긴장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발표/프리젠테이션이 어려운 걸까요?

발표를 잘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릅니다. 그런 방법이 있다면 저부터 발표를 잘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꾸준히 연습하고 또 실전에서 발표해보는 그런 경험을 쌓다보면은 어느 정도 발표에 자신감이 붙는 것같습니다. 그리고 얼굴에 철판을 깔고 실수나 이런 저런 응급상황에서도 넉살좋게 웃고 넘기면 발표를 잘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저도 발표를 잘 하는 방법은 모릅니다. 그런데 발표를 잘 못하는 이유는 알 듯합니다.

발표는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고 소통입니다. 화자는 일방적으로 말을 하고, 청자는 일방적으로 듣는 것이 발표가 아닙니다. 청자의 '아'하는 자극에 화자가 '어'하는 반응을 보이고, 그런 화자의 '어'하는 반응에 대해서 청자가 '아'라고 재반응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 발표입니다. 저는 발표를 이렇게 정의 합니다.

발표는 나의 생각/이야기를 남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

발표에서 화자는 컨텐츠를 가져야 합니다. 피상적인 지식의 묶음이 아닌 내재화된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발표 내용이 겉돌게 됩니다. 앞에서 말은 많이 하는데 결국 알맹이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화자가 똑똑해 보이는데 결국 자기 이야기가 아니라 남들이 알려준 내용을 그냥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사기꾼이 아닌 이상에야, 자기 것이 아닌 것을 마치 자기 것인양 얘기하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발표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발표에는 청자가 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청자가 이해하는 언어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언어일 수도 있고, 청자의 지식수준일 수도 있습니다. 똑똑한 발표자를 많이 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스페인어로 발표를 합니다. 그러면 (통역이 없다면) 결국 발표 내용이 화자에게 전달될 수가 없습니다. 이건 신택틱한 부분에서의 언어입니다. 가끔 의학드라마를 보다보면 이상한 용어들을 쏟아냅니다. 자막설명이 없이는 쉽게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청자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수준과 화자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수준이 다른데, 청자는 자신의 지식수준에 맞춰서 계속 얘기를 한다면, 아무리 좋은 발표라 하더라도 화자는 결국 아무 것도 얻지 못합니다. 이건 일종의 시맨틱한 부분에서의 언어입니다. 일반적으로 청자가 화자의 지식수준에 맞춰서 발표를 들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청자가 화자의 지식수준에 맞춰서 그들의 언어로 풀어서 설명해줘야 합니다. 가끔 연로하신 분들께 신제품을 설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을 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그래서 화자는 청자의 언어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청자의 언어로 말을 해줘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발표가 어려운 것입니다.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가 메시지다'라는 의미를...

요약하자면, 발표가 어려운 것은 나만의 스토리가 없거나 남의 언어체계를 이해/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전달할 내용이 없으니 당연히 발표가 될 수가 없고, 전달할 수단이 없어니 또 발표가 잘 될 수가 없습니다. 일단 이것부터 갖춘 이후에 발표자신감도 키우고, 키노트나 파워포인트 등의 다양한 발표스킬을 키우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PPT를 화려하게 만드는 방법을 연마하는데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면서, 정작 발표할 내용을 개발하거나 화자를 이해하는데는 아무런 투자를 하지 않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그런 이들은 절대 발표실력이 늘 수가 없습니다.

지난 주에 페이스북에 적었던 내용을 다시 올림으로 글을 마칩니다.

발표란 내 생각을 네 언어로 표현하는 것.
그래서 발표가 어렵다.
생각이 없어서 전달할 내용이 없거나
상대의 언어를 몰라 전달하지 못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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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밤에 안타까운 뉴스가 있었습니다. 백령도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이 배의 후미에 폭발과 함께 가라앉았다고 합니다. 104명이 승선해있었는데, 현재까지는 58명만 구조되었다고 합니다. 정확한 사고원인이나 피해정도 등은 아직도 잘 모르는 상태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낡이 밝으면 알려지겠지만,... 그런데, 합참의 공식발표문을 보고 너무 안타깝습니다. 같은 나라에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데,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문연구요원으로 4주 군사훈련을 받은 것이 전부지만, 4주 동안 느꼈던 그들만의 용어에 대해서도 치를 떨었는데, 군 내부가 아닌 외부인들에게도 그들만의 언어로 발표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다음은 합참의 공식발표문의 일부입니다.
3월 26일 오후 9시 45분께 백령도 서남방 해상에서 임무수행 중이던 아 함정의 선저가 원인미상으로 파공되어 침몰중에 있다.
전체 맥락에서 보면 큰 어려운 문장은 아니지만, 우리 일상에서 사용하는 용어와는 많이 다르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남서쪽'이라고 말해도 되는 것을 '서남방'이라하고, '우리 함정 (해군)'정도로 말하면 될 것을 '아 함정', 그리고 '원인을 알 수 없는'을 '원인미상', '구멍이 생겨'로 표현하면 되는 것을 '파공'되었다라고 부릅니다. (그 외에도, 해상 > 바다, 선저 > 배/함정 바닥 등) 일상생활에서 '원인미상'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아니 전혀 사용하지 않는 이런 단어들입니다. 이런 상황이니, 다음검색에서 실시간이슈로 '파공'이라는 단어가 올라왔습니다. 분명 같은 나라에서 같은 한글을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의 일상과 동떨어진 언어체계를 가진 현재의 군은 참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4주 훈련중에도, '내일'을 '명일' 또는 '손에 쥐다'를 '파지'하다 등과 같은 한자어들을 일상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치를 떨었는데 오늘 발표문은 참으로 군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백미를 보여주는 것같습니다.

 물론, 군에서 오랫동안 사용하던 용어를 바로 바꾸는 것은 여러 작전 체계상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그들만의 준비된 명령어체계나 용어를 정의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입니다. 가능한 짧게 줄여서 표현, 전달하는 것이 시간을 다루는 군에서는 아주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합참의 발표문은 군 내부의 소통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언론사 기자들과 국민들을 대상으로, 지난 밤의 사고 상황을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렇다면, 그들 (군)의 용어로 설명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용어로 표현/설명했어야 했습니다. 이런 이상한 언어체계에 수십년간 노출되어 습관이 되어버린 군 당국자들의 모습이 먼저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대화의 기술에서 '나'가 아닌 '너'를 배려하는 방식으로 훈련/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라나는 우리의 교육 현실도 안타깝습니다. (저도 말을 조리있게하고, 대화를 잘 풀어나가지는 못합니다.)

 대화는 나의 생각을 너의 방식으로 전달하고, 너의 생각을 나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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