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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서비스 오픈 기념으로 담당자들끼리 회식을 하면서 들은 얘기다. 대부분 나와 다른 그룹에 속해있는 분들인데, 해당 그룹에서 기한을 정해놓고 그룹의 사업에 도움이 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공모한다고 한다. 그리고 상위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개인과 소속 팀에 상금을 준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사내 이벤트가 효과가 있을까? 더 나아가서 이게 바람직한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이런 것까지 기획하느냐라는 생각도 들고, 또 다른 면에서 이렇게라도 그룹원들을 독려하려는 것이 기특하면서도 안쓰럽다.

그런데 1등 상금이 개인에게는 300만원, 팀에게는 100만원이라고 한다. 얼핏 보기에는 적은 돈은 아니지만, 이 정도의 금액이라면 다른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벌어들일 수도 있고, 아니면 불필요한 경비를 잠시만 줄여도 아낄 수 있는 금액이다. 적어도 그 돈이 없더라도 큰 불편도 없다. 분명 이벤트의 취지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인데, 획기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으로 수백만원은 너무 짜다라는 생각이 든다. 얘기 중에도 잠시 나왔지만, 채택된 아이디어를 사업화해서 서비스가 오픈된 이후 1년 동안 거둬들인 수익의 1%를 기안자에게 제공하겠다 정도의 파격안을 내세우지 않는 이상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얻기를 기대하는 것도 어리석다. 그 정도의 보상을 해줄 수 없다면 그 아이디어는 애초에 획기적인 것이 아닐 것이고, 그 정도의 보상을 주지 않는다면 직원들이 진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선뜻 내놓지도 않을 것이다. 진짜 되는 아이디어라면 자신이 직접 (성향의 차이는 있겠지만) 창업하는 것이 더 나을 거다. 획기적인 아이디어에는 파격적인 보상이 따라야 한다.

두번째로 이런 이벤트를 통해서 허비되는 리소스가 너무 크다. 원하는 사람들만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에는 덜 하겠지만, 모든 그룹원들이 하나 이상의 아이디어를 제출하라라고 강요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별로 소득이 없어 보이는 이벤트를 위해서 고민하느라 많은 시간이 허비될 것이고, 또 그러는 사이에 정작 했어야 하는 일들이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일상 업무에 더 충실했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서 얻는 것보다 더 많은 개선이 이뤄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그룹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이라면 뉘앙스는 조금 다를 것이다.)

세번째로, 그리고 이 글을 적는 결정적인 이유는 이런 이벤트를 통해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보다 자유롭게 공유되는 아이디어가 사장되어버리는 문화부터 고치는 것이 더 급선무다. 사내의 공식 게시판이나 야머 등의 비공식 게시판을 통해서, 그리고 오프라인 대화를 통해서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말해지고 공유된다. 그러나 이제껏 지켜본 결과, 그런 자발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들이 실제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무시/냉소/거부되는 것을 많이 봐왔다. 간혹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더라도 실제 서비스로 구현되기까지 몇달에서 몇년이 걸리는 것을 봐왔다. 그렇게 지체되는 동안 경쟁사에서 유사한 서비스/기능을 출시하거나 사회 트렌드가 변해버려서 좋은 아이디어가 결국은 그저그런 아이디어로 바뀌어 버렸다. 자유롭게 공유되는 아이디어들의 가능성은 애써 무시하면서, 이런 인위적 이벤트를 통해서 뭔가 대단한 것을 얻겠다고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디어의 수용과 비판에 더 자유로운 문화를 갖어야 한다.

이벤트가 무료하고 지친 사원들에게 청량제같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먼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되고 발전시켜나가는 문화부터 정착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테니, 기왕 하는 이벤트라면 부디 좋은 성과를 얻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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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vard Business Review에 올라온 David Burkus의 'Innovation isn's an idea problem'을 의역,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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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혁신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외부의 시각으로 생각하기 또는 blue sky 사고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많은 조직에서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아이디어의 부재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아이디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혁신은 아이디어의 문제가 아니라, 인지의 문제다.

대표적으로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가장 먼저 연구개발했음에도 그것을 상업화시키지 못했고, 제록스는 다양한 PC 기술을 개발했지만 그것들은 스티브 잡스 또는 애플에 의해서 빛을 발했고, 윌리엄 심스가 루저벨트 대통령에게 직접 어필하기 전까지는 US Navy에서 그의 혁신적인 제안들을 모두 거부했었다. 똑똑한 사람들이나 견고한 회사들이 적은 불확실성에 노출되었을 때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편견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Wharton의 제니퍼 뮬러의 연구에서 불확실성과 혁신/창의성의 관계를 보여준다. (너무 간략히 설명되어 실험 설계를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움) 연구/실험에서는 두개의 그룹으로 나누었는데, 한쪽 그룹 (실험군)에는 그들이 문제를 해결하면 임의로 추가 수고비가 주어진다고 알려줬다. (임의의 추가 수고비가 불확실성을 제공함) 실험은 창의성과 실용성의 암묵적 인식을 측정하는 것이다. 창의성이나 실용성을 표시하는 단어들이 긍정적 또는 부정적 형용사들과 함께 주어졌을 때, 실험자들은 더 선호하는 단어구를 선별하도록 했다. 그리고 두번째 단계에서는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대해서 그들의 느낌을 명시적으로 7점 스케일로 레이팅하도록 했다.

이 실험에서 실험군 (임의성/불확실성이 가해진 그룹)들이 창의성을 더 가치있는 것으로 말하지만, 실제 창의적인 단어군보다는 실용적인 단어군을 더 선호하는 것을 발견했고, 후속 연구에서 불확실성에 노출된 그룹에서 대조군보다 새로운 혁신적인 제품에 (통게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더 낮은 점수를 부여했다 (즉,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혁신적이어서 모험적인 것보다 더 실용적이고 확실한 대안을 선택함). 불확실한 상황에서 창의성에 대한 부정적인 바이어스가 존재한다는 것은 많은 주목할만한 혁신들이 초기에 거절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불확실한 상황은 경영자들은 혁신에 대한 강의 욕구를 느끼지만 경쟁적 이점을 줄 수 있는 혁신을 발견하지 못하도록 유도한다. (문단 마지막에 재미있는 표현이 쓰여져있네요. 'the ideas that could keep company alive are being killed too quickly')

이런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이디어의 채택을 오직 경영자들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전사의 모든 직원들에 의해서 채택되도록 해야 한다. 로더 아일랜드의 Rite-Solutions에서 10년 넘도록 Mutual Fun이라는 '아이디어 마켓'을 사내에 설치해두고, 모든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주식시장과 같이 직원들이 개별 아이디어에 (가상 화폐로) 투자하고 또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프로젝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직원들의 충분한 지지를 얻은 아이디어는 실제 프로젝트화되고 참여/지지한 모든 직원들이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서 얻은 수익을 공유하도록 했다. 몇 년 안에 그런 프로젝트를 통해서 점진적 개선에서부터 완전히 새로운 산업의 제품에 이르기까지 많은 제품을 만들어냈다. 첫 해에만 뮤츄얼펀을 통해서 회사의 신산업의 성장의 50%를 담당했다. 그런 즉각적인 수익뿐만 아니라, 그런 과정을 통해서 회사 전반에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 인지의 민주화 -- 문화를 형성했다. (주, 대중의 지혜에서처럼 집단사고에서 벗어나야지 가능한 시나리오임)

이미 주변에 좋은 아이디어는 편재하고 있으며 그런 것들을 적절히 발견하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혁신은 아이디어 솔루션이 아니라 인지 솔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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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논리/흐름은 좀 이상하지만 (불확실성이 생뚱맞게 끼어듬) 전체적인 내용은 수긍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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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IT 트렌드를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타트업들의 창업 아이템이 뭔가를 조사하는 것보다는 최근에 펀딩에 성공하거나 큰 기업에 인수된 회사들의 아이템을 조사하는 것이다. 스타트업, 즉 벤처는 특성상 생존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그들의 창업 아이템이 실제 현재 트렌드를 반영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펀딩이나 IPO에 성공했다거나 비싼 가격에 매각되었다는 것은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인정받았다는 증거가 된다. 물론 현재와 같이 불확실한 시대에는 펀드레이즈 및 인수가 해당 기술의 생존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최근 업계의 소식을 접해보면 특징적인 것이 있다. 모든 기술/서비스들이 나름 의미가 있고 때로는 어렵고 진일보한 것들이기는 하지만, 최근에 뉴스에 등장하는 서비스들은 조금 '짜치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말했듯이 '짜치다'라는 것이 해당 서비스가 불필요하다거나 무의미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던 시절에는 웹기반 이메일 서비스, 카페 등의 커뮤니티 서비스, 검색 및 Q&A 서비스 등의 큰직큼직한 서비스들이 등장했고, 아이폰과 함께 열린 모바일 시대에도 트위터나 포스퀘어, 에버노트 등의 조금 큰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이들 서비스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다. 사람들이 필요로하는 웬만한 큰 서비스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새로운 것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을 지켜봐왔다. 대표적으로 구글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검색에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는 동안 수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검색을 내세웠지만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모바일에서도 비슷하게 후속 서비스들이 등장하지만 이미 확고한 자리를 잡은 1등 서비스들 앞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 나오는 서비스들은 틈새를 파고드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자금이나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이 기존 서비스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겠지만, 그런 당연한 (메가히트) 서비스들로 인한 선택의 폭이 좁아지면서 -- 역설적이게도 -- 새로운 선택의 폭이 확장되고 있다. (물론 그렇게 스타트업들이 만들어낸 서비스가 가능성이 있으면 큰 기업에서 그들의 노력을 보상/인수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일들이 발생해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한다.)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서비스가 절실한 소수의 만족을 극대화시켜주는 그런 종류의 서비스들이 틈새 또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들이다. 최근 야후에 인수된 Jybe나 Summ.ly의 추천 및 뉴스요약도 일종의 틈새시장이다. 추천이나 요약이 작은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야후에서 인수된 서비스의 경우 보편적인 추천/요약이 아니라 특화된 추천/요약이기 때문에 틈새를 공략했다고 보는 거다.

지난 몇 년을 되돌아보면 인터넷/IT 트렌드를 주도/바꾸는 서비스들도 있었다. 구글이나 야후의 시기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트위터, 페이스북, 포스퀘어, 핀터레스트 등이 실시간, 소셜, 위치기반, 큐레이션 등의 큰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런 트렌드들이 보편화된 이후에는 그들의 장점을 벤치마킹해와서 좀더 우리 삶에 밀착된 그리고 어떻게 보면 사소한 (짜치다라고 표현한) 그런 영역의 니즈 또는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전혀 새로운 물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에코 또는 플랫폼에 기생해서 만들어지는 서비스나 앱들이 대부분 그렇다. 이런 서비스들은 소수들에게 극대화된 재미를 제공해주어 그들을 열혈 팬으로 만들고 있다. 이렇게 니체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서비스들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같고, 그런 보상으로 더 큰 기업에 인수/흡수되는 것같다. 물론 큰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술을 인수하는 것보다는 그런 재능을 고용하는 측면이 더 크다. 어쨌든 최근 인수소식들을 보면서 예전보다는 조금 짜친 것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어떤 측면에서 그런 짜친 것들이 공룡들이 발견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짜침이 사소함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했다. 더 디테일하고 우리에게 밀착된 것이다.

작은 아이디어가 새로운 큰 것이 되는 것을 자주 본다. 다만 아쉬운 것은 국내 시장은 너무 작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해외에서 작은 시장이더라도 국내 전체 시장을 맞먹는 경우가 많다. 그러데 국내에서는 웬만한 시장을 확보하지 못하면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늘 글로벌 개척에 대한 욕망은 숨겨서는 안 된다.

그냥 짜친 아이디어들이 실현되는 것같다는 느낌을 한줄로 적으려다가 글이 길어졌다.

(2013.03.28 작성 / 2013.04.03 공개)

P.S., 제주4.3사건의 기억이 여전한 오늘입니다.
아침에 나는 오늘이라는 하루를 선물받았다라고 생각했는데,
65년이 지나도 여전히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모든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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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를 받은 자.

Gos&Op 2013.02.08 1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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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미디어랩의 John Maeda 교수는 나에게 저주를 내렸다. 정확히, 그냥 그의 생각을 블로그에 올리고 트윗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트위은 나의 현재 저주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나는 저주를 받은 사람이다. 억울해서 나도 당신들에게 같은 저주를 내린다.

평소에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 적어도 다른 사람들 만큼은 -- 생각을 많이 하고 서비스나 기능 제안 등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다고 자평해왔다. 그냥 혼자 생각한 것에 머물지 않고, 사내 게시판/야머나 개인블로그 등을 통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에도 게으르지 않았다. 이런 나 자신이 뿌듯했던 것도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생각해보면 딱 여기까지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그냥 말만 앞세우고 그냥 튈려고 하는 그런 부류로 생각하지 않을까? 생각은 많이 하고 말은 많이 했지만 정작 이룬 것은 하나도 없다. 아이디어에 자만하면서 결국 실행에 옮긴 것은 하나도 없다. 스스로 많이 생각해서 좋은 아이디어가 많다고 자만하는 사이에 나는 실행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기술적으로 내가 할 수 없는 일들도 있었지만, 쉽고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지만 때가 아니라는 이유로, 귀찮다는 이유로,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또는 하찮은 일이라는 이유 등으로 미뤄왔다. 마에다 교수가 올린 '아이디어의 선물은 실행하지 않음의 저주다'라는 말이 나에게 그대로 해당이 된다. 나는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실행이 없는 저주에 걸린 사람이다.

세상에는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들이 많으리라 짐작된다. 나와 같이 저주에 걸린 이들… 스스로 변화시킬 능력은 퇴화되고, 그저 남을 움직여서 뭔가를 이룩하려는 그런 사람들… 특히 나이가 들면서 지위가 오르면서 그런 경향이 더욱 짙어지기도 한다. 신입을 시키면 되지 굳이 내가 해야 해? 팀원한테 시키면 돼지 뭐. 내가 겨우 이거나 할려고 교수나 된 줄 알아? 그냥 학생한테 시켜서 내일까지 해오라고 할테다. 혹은 집에서도 '엄마/여보, 물 줘.' 생각은 내가 하고 행동은 네가 한다는 그런 저주에 걸려서 사지가 굳어지고 결국 사회에서도 도태되어 버리고 있다.

지난 2월 1일 금요일, 제주 다음스페이스.1에서는 제13회 DevDay 행사가 있었다. 외부의 10개팀이 모여서 밤을 새면서 다음에서 제공하거나 공개된 API나 오픈소스 등을 이용해서 간단하게 서비스를 구현해보고 서로 발표하는 행사다. 짧은 시간, 날 밤을 새면서 나온 결과물이 퍽 좋을리는 만무하지만, 그래도 이런 기회를 통해서 평소에 해보고 싶었지만 업무에 밀려서 또는 나는 이런 거 못해 등으로 미뤄왔던 것들에 도전해보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는 행사였고 도전이었다. 사내에서도 3팀이 참석했는데, 어쩌다보니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는 않았지만) 그냥 같이 밤을 새면서 개발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다. 그들의 아이디어가 완벽하지도, 유니크하지도 않았지만 -- 그래서 조금 재도 뿌렸지만 -- 그들의 도전과 실행이 자랑스러웠고, 또 부러웠다. 하루밤의 결과물이 별로 일 거라는 것은 그들도 알고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행에 옮겼다. 도전에는 실패가 없다. 유일한 실패는 도전하지 않는 것이다.

'어린왕자'의 저자 생택쥐페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나무를 베어올 사람을 모으지 말고, 사람들에게 끝없이 넓은 바다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어라." 경영학이나 자기계발서 등에서 사람들의 동기유발에 대한 글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소위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꿈을 꾸는 자는 매일 꿈만 꾸고, 바다를 본 사람은 바다만 바라본다. 이것이 현실이다. 정글의 법칙에서 병만족이 섬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뗏목을 만드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 그들의 머리 속에도 엄청난 크기의 범선이나 쾌속정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그들이 머리 속에 떠오른 범선이나 쾌속정을 만들어서 섬을 탈출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그들은 배를 만들 엄두도 못 냈을 것이고 실제 만든다고 해도 다 만들기 전에 아사했을 것이다. 현실 여건 속에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뗏목을 떠올리고 그것을 만들어서 탈출을 감행했기 때문에 그들은 안전한 육지에 다다랐다. 우리는 꿈만 꾸다가 허송세월을 보내버리고 만다. 그런 저주에 걸렸다.

아이디어의 선물 혹은 저주. 아이디어가 참으로 선물이 되고 저주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실행에 옮기는 길밖에 없다. 일단 해보고 싶다가 아니라 해봐야겠다로 마음을 정하고, 그냥 작은 것부터 해보는 거다. '그래, 가는 거야.'

개인적으로 지금 빅데이터 기술들을 공부하고 R 문법책을 읽는 것이 내 커리어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래도 해보는 거다. 내게 내려진 저주를 푸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분석 플랫폼에 대한 생각만 있지, 전혀 실행계획이 없다. 그러나 그래도 관련된 뭐든 시도해보고 뭐든 공부해보기로 했다. 완성시키지 못하더라도 시도해보지 않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다.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뭐든지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서 그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서 진짜 뭔가 물건이 나올지 누가 알겠는가?

글을 적고 있는 사이에 아래의 Paperman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디즈니에서 온라인에 공개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애니메이션 내의 페이퍼맨이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날리는 그 모습이 바로 자신의 저주를 끊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도전에는 실패란 없다.


(2013.02.03 작성 / 2013.02.08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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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olarhalfbreed.tistory.com BlogIcon ludensk 2013.02.08 15:1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랑 친한 개발자 친구도 그 저주에...
    요새 회사업무가 밀리다보니 생각만하고 실천은 안하게 되고, 그게 또 습관처럼 안없어진다고 하더군요;;

무모함에 대해..

Gos&Op 2012.06.08 14: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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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제가 사용중인 분석서버에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는 폴더나 파일 등을 일부 정리했습니다.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지웠는데, 해당 디렉토리/파일들을 참조하는 분석프로그램들이 존재해서 오늘 아침에 엄청난 에러 알람을 받았습니다. 면밀히 조사하지 않고 그냥 디렉토리/파일을 지워버린 무모함에 대해서 글을 적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다는 걸...

디렉토리를 정리하다보니 오래 전에 만들었던 파일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중간에 서비스가 중단/변경되거나 담당자가 변경되어서 더이상 사용되지 않는 많은 것들도 있었지만, 다음에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은 2008년도에 새로운 걸 해보겠다고 임의로 만들었던 디렉토리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디렉토리들을 보면서 잠시 깊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그 당시에는 서비스나 프로세스에 대해서 잘 모르던 시점인데, 다양한 분석을 해보고 싶었고 또 그런 시도들이 많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때는 하나를 배우면 그걸 가지고 여러 곳에 응용도해보고 싶었고 다른 하나를 더 추가하면 재미있는 서비스가 나올 것같았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데이터를 구해서 비슷한 방법으로 분석도해보고, 아니면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해서 결과를 확인해보고 괜찮은 결과가 나오면 주위에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쓸데없는 아이디어도 많았지만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름 화수분처럼 넘쳐났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변한 것같습니다. 이제 서비스나 프로세스에 대해서 좀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과제가 주어지면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지 않고서도 '이건 되는 서비스' '이건 안 돼' '이건 이미 있는 것' 등과 같이 즉시에 답을 얻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좋은 모습일까?에 대한 고민이 듭니다.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에는 모든 것이 새로웠고 모든 것이 재미있어 보였고 그래서 다양한 시도들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좀 안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존재하는 것같고 모든 것이 그냥 그런 아이디어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하면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같다고 말하는 대신 그 아이디어는 이런 이런 점 때문에 실현이 불가능하고 ROI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냥 접는 게 좋겠다라는 식의 피드백이 입에 붙었습니다. 그런 생각에 아래처럼 짧게 트윗했습니다.

저의 경험이 저의 지식이 저의 도전정신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2008년도 2009년도에 만들었던 디렉토리의 분석 내용은 참 간단한 것이었고, 이게 서비스화되더라도 별로 주목은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그걸 해봐야겠다는 절실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 반대의 모습을 보입니다. 한번 시도를 하면 매우 중요한 결과물이 나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시도조차해볼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아직은 데이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를 대기도하고, 혼자 시작하면 너무 오래 걸려서 단기간에 제대로된 결과를 못 낼 수도 있다는 우려 그리고 그에 따른 제가 안아야할 리스크 (몇 년 간의 나쁜 KPI 및 연봉 등)에 대한 두려움도 생기고, 어떨 때는 다소 사소해 보여서 굳이 내가 그걸 해야하나?라는 자만심도 생깁니다. 이런 저런 이유와 핑계가 산재합니다.

지금처럼 큰 프로그램을 돌려놓고 나름 짬이 나는 시간을 작지만 새로운 도전에 열정을 쏟기보다는 그저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결과 언제 나오냐?'라는 생각만하며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도 적긴하지만...) 언제부턴가 대박 아이디어만을 쫓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큰 아이디어는 너무 커보여서 시작할 엄두도 못 내고 그냥 머리 속에서 썩히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디어들 중에서 최근에 다른 곳에서 선보이는 것을 볼 때면 잠시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작은 것은 너무 사소해서 안 하게 되고, 큰 것은 또 너무 거대해서 안 하게 됩니다. 늘 새로운 것 다른 것을 입에 붙이고 살지만 정작 삶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쉽지 않습니다.

삶에서 적당한 어리석음과 적당한 무모함 그리고 적당한 야성은 지키고 살아야 하는데... Stay Foolish의 그 의미가 삶에서 점점 희석되어 갑니다. 때마침 어제 SNS에서 회자가 된 'MBA적 사고방식'이라는 글이 다시 절 정신차리게 합니다. 적당히 미쳐라. Here's to the crazy ones라는 멘트로 시작했던 애플의 Think Different 광고도 생각납니다. 삶을 불태우기 위해서는 적당히 어리석어야 하고, 또 적당히 무모해야하는데... Stay Hungry Stay Foo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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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문득 혜민아빠님 (@hongss)이 트윗한 @ideakeyword님의 '아이디어는 돈이 되야 진짜 아이디어다?'라는 제목을 보며 잠시 떠오른 생각입니다. 해당 글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지만, 제목에서 바로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아이디어는 아이디어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정도의 결론을 적은 것같다. 진짜 결론이 궁금하신 분은 직접 글을 읽어보시고, 제 결론이 틀렸더라도 나무라지는 마세요.

 최근에 혁신 Innovation에 관한 나름의 논의를 했습니다. 그런 논의의 밑바탕에 깔려있던 기본 가정 중에 하나가 위에서 제시된 글의 그것과 같습니다. 아이디어는 아이디어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즉, 혁신은 혁신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라는 기본 가정에서 글을 적었습니다. 일부 인사들의 강연이나 글을 보면, 마치 성공한 일은 모두 혁신인 것처럼 말을 합니다. 어린애가 보더라도 대단하지도 않은 일을 그저 성공했기 때문에 그 일은 그리고 그 방법은 혁신 또는 혁신적인 것이었다라고 자평을 하는 것을 가끔 보게 됩니다. 역으로 말하면 성공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나 시도도 절대 혁신이 아니다라는 극단적인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생각을 조금더 좁게 해서, 참신하고 남다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시도가 만약 실패했다면 그 아이디어와 시도는 혁신이 아니다라는 말입니다. 일반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 모두가 인정할만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일지라도 실패하면 그 아이디어는 혁신적이거나 창의적이지 않다라는 이상한 결론으로 빠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디어나 혁신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만약 혁신적인 시도가 실패로 끝났다면 '그 시도가 혁신이 아니다'가 아니라, 그저 '실패한 혁신'일 뿐입니다. 그 생각 및 시도 그 자체는 성패를 떠나서 여전히 혁신이고 창의로 인정을 받아야 된다는 말입니다. 글의 시작에 나왔던 포스팅에서도 '돈이 되어야 진짜 아이디어인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가서 생각하더라도 같은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만약, 좋은 아이디어로 그에 상응하는 돈을 벌지 못했다면 그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단지 '돈되지 않는 아이디어'였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아이디어나 혁신을 말할 때, 그것이 돈이 되느냐 또는 성공했느냐에 따라서 그것은 아이디어고 혁신이다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디어와 혁신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고 제대로된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냥 '실패한 혁신' 또는 '돈되지 않는 아이디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제가 이런 이상한 말을 하는 것은,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 실패한 것은 혁신이 아니다 또는 성공했기 때문에 우린 혁신했다라는 인식이 깊이 뿌리박는 모습을 자주 보기 때문입니다. 일의 결과 (성패)를 가지고, 생각의 고유성을 판단하는 그런 사회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넌 성공했으니 혁신했다. 넌 돈을 벌었으니 아이디어를 가졌다. 이건 아니잖아요. 넌 혁신했지만 결국은 실패를 했구나. 왜 그런 혁신적인 생각이 아직 사회에서 받아들려지지 않는지 모르겠다. 등과 같은 칭찬이 더 이 사회에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 분명 조직의 생존을 위해서 아디이어는 매출로 연결이 되고 혁신은 성공으로 연결되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아이디어나 결국 실패로 판명된 창의적 시도들이 마치 쓸데없는 걸로 인식되는 그런 분위기는 사라져야 됩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에서 가치를 발견하기보다는 가격부터 매기려는 것은... 그렇습니다. 물론, 모든 아이디어를 시도를 하고 모든 혁신에 투자를 해야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조직을 운영하다보면 우선순위도 있고 리소스도 한정되어있습니다. 그래서 매출과 연결시키지 못한다면 엄청난 데미지를 받게 되고, 극단적으로 파산을 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래서 조심을 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기획/계획단계에서 투자대비결과나 파급효과 등을 면밀히 분석을 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디어가 돈을 벌지 못했거나 혁신이 실패했다 손치더라도 그 아이디어 자체의 가치는 여전히 바뀌지 않습니다. 가격은 이미 마이너스 (-)가 되어버린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좀 생뚱맞고 지나친 논리로 오늘 글을 적은 이유는... 한번의 나쁜 결과로 미래의 많은 시도들이 좌절되는 것을 보고 싶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비록 실패했더라도, 그래서 많은 피해를 받았더라도, 다시 아이디어를 내고 혁신을 시도하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 실패한 아이디어와 혁신은 때론 회사를 파산으로 몰고 갈 수도 있겠지만, 전 인류에게는 더 큰 교훈을 남겼을 겁니다.

 오늘 글의 논리가 참 허술합니다. 말하고 싶은 요지가 있지만, 핵심을 비껴가는 글만 자꾸 남기게 되고, 그래서 다시 요지로 돌아가려다보니 억지 주장과 논리만 계속 펼치게 됩니다. 그냥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걸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참, 글을 적고 나서 참 송구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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