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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08 광산의 카나리아

광산의 카나리아

Gos&Op 2013.05.08 08: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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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이 부족하던 시절의 이야기가 있다. 광물을 캐기 위해서 깊이 땅파고 들어가면 통풍이 잘 되지 않아서 광산 내에 유독 가스가 차게 되고, 광부들이 유독가스에 중독되어 사망하는 사고가 잦았다고 한다. 그런데 카나리아(라는 새)는 유독가스에 민감하기 때문에 유독가스가 발생하면 분주하게 지져귀고, 카나리아가 그런 이상 반응을 보이면 광부들은 급하게 탈출해서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상현상의 바로메터를 은유적으로 '광산의 카나리아'라고 부른다. (어떤 이는 가장 먼저 희생되는 존재라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카나리아 사진보다는 이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더 나을 것같다. 인간은 모르지만 자연의 새와 짐승들은 그 위험을 알고 있다. 마치 카나리아가 광산 속에서 그랬던 것처럼 (출처: http://twitpic.com/cn0rgf/full)

그런데 시간이 더 흐르면 카나리아도 죽어버리지만, 그때가 되면 사람들도 죽을 수 밖에 없다. 카나리아의 경고를 무시한 어리석은 자들의 최후다.

광산에만 카나리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조직에 몸담고 있으면 조직 내에 흘러다니는 다양한 정보들을 잘 수집해서 이상증상을 빨리 찾아내는 카나리아같은 사람들이 있다. 고급 정보를 가졌을 수도 있고 아니면 촉이 좋을 수도 있다. 어쨌든 사내의 정보/정치에 둔감하더라도 그런 카나리아같은 사람의 언행만이라도 잘 관찰하면 큰 낭패는 면할 수 있다. 어쩌면 카나리아보다도 더 잘 유독가스를 감지하는 동식물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존재를 광산에 데리고 들어갔는데 카나리아처럼 유독가스를 감지했을 때 분주하게 떠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조직 내에서의 카나리아의 조건으로 단순히 정보(수집/분석)력이나 촉이 좋은 것뿐만 아니라, 그런 것을 분주히 알리는 것도 포함된다.

최근에 그런 부류의 한명이 퇴사 (진행중)를 했다. 정보력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세상을 향해서 촉을 세우고 변화를 감지하려고 했고, 또 주변에 많이 알리던 이다. 혹자는 나도 그런 카나리아 부류로 생각하지만, 나는 흥망성쇠를 예견할만한 정보력에서 많이 떨어지고 세상을 향한 촉이 부족해서 카나리아 부류는 아니다. 내가 감지했을 때는 이미 카나리아가 죽고 난 이후일 가능성이 높으니, 내가 행동할 때까지 기다리는 그런 어리석음을 발휘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그냥 틀린 예언자일 뿐이다.)

포항에서 10여년을 살면서 취직이 어려웠다. 석사, 박사, 포닥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취직을 안 한 것도 있지만 많은 면에서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포항이라는 외지에 안거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제대로 접하지 못하니, 취직이 급하지도 않았고 또 어떤 직종/회사로 갈 것인가?를 쉽게 판단할 수도 없었다. 인터넷으로 정보는 수집이 가능했으나 감을 얻지는 못 했다. 세상에 대한 촉이 없고 싸울 수 있는 칼이 무뎌지고 나니 세상을 향해서 돌진할 용기가 없었던 것같다. 그런데 제주에서 5년을 보내면서 무뎌진 칼은 이제 녹까지 슬고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질 지경에 이르렀다. 그냥 현실에 안주해버리고, 시장에서 내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평가를 받아본지도 오래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모르니 탈출 계획도 전략도 제대로 마련되어있지 않다.

카나리아의 탈도식을 치르면서 잊고 있던 것들을 새삼 상기하게 된다. 나는 야생을 그리워했었는데 현실은 온실 속에서 안주하고 있다. 일단 1년 정도의 시간을 예상한다. 그런데 준비를 해서 야생에 나가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일단 야생에 나가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해야할지에 대한 촉/감도 없어졌다. 칼은 무뎌지고 녹슬었다. 지금 무뎌진 칼을 새롭게 갈 때가 아니라, 총(알)을 준비해서 야생으로 나가야 한다. 1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무뎌진 칼이 아니라 강력한 총을 준비해야 한다. 일단 이력서부터 점검해보자.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시간이 너무 길다.

마지막으로 각자 살아남아라. 행복은 살아남은 자만이 누릴 수 있다.

그래서 글의 결론은? 카나리아를 보호하자?

추가. 심리적 거부 Psychological denial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인지한 무엇인가가 견디기 힘든 고통을 안겨주면, 인지된 현상을 무시할 때 재앙 같은 결과가 닥칠 가능성이 있더라도 고통을 피하기 위해 인지된 현상을 잠재의식적으로 억누르거나 거부하는 경향을 띤다고 한다. 지금 카나리아의 경고를 무시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 사람들의 결과는 어떤 것일까?

(2014.04.30 작성 / 2013.05.08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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