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Pin It
올해 들어, 특히 판교로 이주한 후로 블로깅을 포함해서 외부 활동을 거의 못하고 있어서 하반기부터는 운신의 폭을 넓혀갈 계획이었는데, 마침 고민 상담이 들어와서 글을 적습니다. 점점 이런 글이 두려워지는데 내가 과연 바른 조언자인가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각자가 가진 특수성을 무시하고 일반화된 얘기 또는 제 경험에 편향된 얘기를 할 것 같아서 두려움이 앞섭니다. 개인적 편향을 감안해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더 복잡한 사정이 있겠지만, 질문 들어온 것만을 요약하면... ‘인문계열 (사범대) 졸업생으로 현재 스타트업에서 기획을 하고 있는데, 데이터사이언스를 하고 싶어요. 산업공학 대학원 진학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현재 기초가 없어서 패스트캠퍼스의 데이터사이언스 과정도 고려하고 있어요.’ 정도입니다.

산업공학을 전공하겠다는 것은 수학/통계, 컴공 또는 다른 공학 계열의 전공자가 아닌 경우 그나마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저의 이전 글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근년에도는 ‘창의 융합 과정’과 같은 일반인/비전공자들이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산업공학을 고집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저런 이름의 과정은 보통 산공과 교수들이 많이 만들기는 함.)

질문자의 상태 (?, 표현이 좀 이상하지만)에서 나쁜 점과 좋은 점을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나쁜 점은
  • 인문계열 출신이다. --> 수학과 컴퓨터에 대한 기초 지식이 부족하다
  • 이미 졸업했다. —> 졸업을 조금 미루고 공대 수업을 들어볼 기회를 이미 놓쳤다.
  • 스타트업에 다닌다. —> 규모가 작아서 다양한 사람 (조언자)이 주변에 없다. (바쁘다?) <-- 데이터 및 머신러닝 관련 조언자가 없을 가능성.
좋은 점은
  • 젊다. (이건 늘 좋다.)
  • (판교) 스타트업에 다닌다. —> 주변에 컴퓨터/프로그래밍을 잘 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또는 관련 스터디 그룹을 만들기 좋다.
  • 공부는 잘 했다. (서울 최상위권 대학 졸업)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통상적으로 말하듯이 유능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기 위해서 1) 수학 및 확률/통계 지식, 2) 프로그래밍 능력, 3) 필드 경험 (인사이트)가 필요합니다. 필드 경험은 회사 등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레 쌓이는 것이지만, 수학과 프로그래밍 부분은 (기초가 없는 상태라면) 필요할 때마다 바로바로 채득하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기 위해서 이 둘은 필히 익혀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 대학을 진학하기 전이거나 대학생이라면 현 상태에서 수학 및 컴퓨터의 기초가 부족하더라도 관련 학과로 진로 결정/변경, 복수전공이나 청강 등을 통해서 배움이 기회가 있지만, 졸업 후 취직을 한 상태에서는 현실적으로 그 기회가 매우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패스트캠퍼스도 알아본 듯합니다. 기초 역량을 갖춘 상태라면 코세라 등의 인터넷 강의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프라인에서 체계적으로 정해진 과정을 밟으면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스터디를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F사의 교과 과정은 (전 과정을 수료한다면) 38주 (주 5일 & 13시간) 동안 진행되고 강의료는 웬만한 사립대 1년 등록금 (900만원) / 서울공대 2년 등록금 (600만원/년)을 상회하는 1,300만원입니다. 필요한 것만 추려서 단기집중 교육이 이뤄지겠지만, 꽤 부담스럽기는 합니다. 

F사의 과정을 모두 이수했을 때, 업종이나 업무의 변경은 어느 정도 가능해 보이는데, 이게 대학원 진학에 도움이 될까?라는 의문이 좀 듭니다. 비 공대 졸업생이 공대 대학원에 입학하려는데 사설 기관이 단기 교육 과정을 이수한 것이 도움이 될까요? (저는 바로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일부 기술 인터뷰에서 답변을 할 수는 있겠지만, 대학원 진학에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게 제 느낌적 느낌입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그냥 대학원에 진학해서 (오히려 비공대 출신 + 스타트업 경험을 내세워서 창의/융합 인재임을 어필하는 방식으로) 3년을 목표로 세워서 석사 과정을 마치는 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것이 처음 질문을 받았을 때부터 들었던 생각입니다. 대학원에 들어가서 생활/적응하기 위해서 미리 사설기관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 듯합니다. 오히려 교수님과 협의해서 (그래서 좋은 교수를 만나야 함) 길게 보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의견입니다. (전적으로 개인 의견임) 앞서 장점으로 현재 스타트업에 취직된 상태라고 했습니다. 이미 주변에 컴퓨터/프로그래밍을 잘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그들과 같이 일하면서 6개월 또는 1년 반동안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혀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독하게 마음 먹어야 함)

대학 생활을 회상해보면 수업도 별로 없고 널널하게 몇 년을 보낸 것 같지만, (개인의 편차가 있겠으나) 그렇게 쉬엄쉬엄 기초를 다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을 회상하면) 1학년은 대부분 교양 및 공통 과목을 들었지만,... 1학년 때 Calculus/미적분과 프로그래밍 (C언어), 2학년 때 선형대수, 확률통계, 데이터구조 등, 3학년 때 데이터베이스, 산업통계, OR 그리고 실질적으로 머신러닝 관련 수업은 대학원 진학 후에 단계를 거치면서 차근차근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단기간에 압축해서 듣는다면 (웬만큼 독하게 마음 먹지 않으면) 바로 지쳐버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습문제를 풀면서 (답을 베껴쓰기도 했지만) 동기들과 상의했던 게 개념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답변이 계속 산으로..ㅎㅎ)

가능한 어린 나이에 대학원을 진학하는 것이 좋은 것은 맞지만, 오히려 생각이 더 확고해진 이후에 진학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1년 안에 뭔가를 이루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오히려 2~3년이라는 타임라인을 잡아서 프로그래밍, 수학/확률/통계, 머신러닝 등을 차근차근 익힌 후에 대학원 진학으로 방향을 선정하는 것도 좋습니다. 어쩌면 그 단계에 이르렀을 때 연구자를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대학원을 진학할 필요성을 못 느낄 수도 있습니다. 실제 주변에서 F사 또는 다른 곳의 강의를 수료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고, 비슷한 목표를 갖고 주변에 함께 공부할 사람(들)을 찾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에 종사중이니 회사와 (근무 시간 조정 등) 잘 상의하면  근처 대학에 개설된 관련 과목을 청강/수강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판교라면 가천대?)

특정 업체의 프로그램을 제가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이지만, 자신의 상황과 그 프로그램의 궁합이 맞는지부터 검토하셨으면 합니다. 아직 사회 초년생에겐 부담되는 가격 그리고 단기 집중에 따른 지침과 목적의식 상실 등의 우려가 있습니다. 업계 경험이 한 5년정도 있는 분들이 단기간에 커리어를 바꾸기 위해서 수강하는 것은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질문자처럼 사회 경험이 부족하고 모아둔 자금도 넉넉치 않은 분들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인지는 더 깊이 고민해봐야할 듯합니다. 하지만, 목표가 확고히 정해졌고 주변에 도움을 받을 창구가 없다면 (어떤 시도든)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굳이 수강한다면 마지막에 advanced 과정은 일단 보류). 주변에 현실적 대안이 있는지 먼저 검토부터...

글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는데... 질문자의 상활을 자세히 모르니 상상만으로 글을 적게 됩니다. 혹시 필요하시다면 판교 H스퀘어에 찾아오시면...


=== Also in...

F: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Share           Pin It

바야흐로 지금은 스타트업 전성시대다. 언제 어디를 가든 스타트업이란 얘기를 자주 듣는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던 10여년 전에는 벤처라는 말이 휩쓸었는데, 최근에는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로 대체된 것같다. 스타트업과 관련된 많은 책들이 쏟아지고 있고 관련 기사 -- 성공 스토리가 되었든 실패 경험담이 되었든 -- 들도 신문 방송을 뒤덮고 있다. 최근에 소개되었던 Lean Startup이라는 개념은 쉽게 창업해서 아니면 말고 식의 스타트업 열기에 기름을 껴얹은 것같다.

그런데 기사나 풍문으로 들어서 알겠지만, 이렇게 시작한 스타트업의 1~20%만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들 중에서 또 1~20%만이 나름 모네타이징에 성공하고, 또 그네들 중에서 1~20%만이 소위 대박 (성공적인 IPO 및 인수 포함)을 터뜨린다. 스타트업이 성공하기는 그만큼 어렵지만, 최근 스타트업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늘어나니 상대적으로 성공스토리가 많아지고 그러니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이 더 커져만 가는 것같다. (20대 창업, 10명 중 9명은 망했다)

글을 더 적기에 앞서 나는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앞으로도 더 많은 도전이 이뤄지고 또 쉽게 쉽게 시도해보는 것에 기본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다. 빠른 실패가 느린 성공보다는 낫다고 본다. 오늘날 느린 성공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이 글은 스타트업을 경계하는 것이 아니다. 조사와 고민없는 무분별한 스타트업을 경계할 따름이다.

지속률과 성공률이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에 스타트업을 벤처라고 불렀다. 얼마나 어려웠으면 천사가 나타나서 도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나 싶기도 하다. (벤쳐캐피털/엔젤투자가를 뜻함) 스타트업의 성공이 어려운 것이 숙명이라지만, 아직도 그걸 숙명으로 받아들일만큼 어리석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성공하는 스타트업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스타트업에서 T를 M으로 바꾸려 한다. 즉, Start-up이 아닌 Smart-up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글에서 성공하는 스타트업, 즉 스마트업을 해야 한다고 논지를 펼치지만, 나도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 방법을 알았다면 내가 이미 성공한 CEO가 되었거나 일확천금을 얻고 뒤로 물러나서 투자가라는 타이틀에 만족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이렇게 헛소리 -- 실증되지 않은 논지 -- 만 적고 있는 처지에 있다.

주변에 많은 스타트업들을 지켜보면 그들이 성공했던 방법과 방식이 참 다양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역으로 실패한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그런데 이미 성공했던 이들의 성공방정식대로 내 문제에 적용한다고 해서 내가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선진들이 실패했던 모든 이유를 배제시킨다고 해서 내가 실패에서 모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반적인 성공의 조건이나 실패의 분위기는 존재하지만, 그것은 수식이나 자연법칙이 절대 아니다.

스타트업을 스타트업해야지 스마트업이 된다. 각자의 방식대로 각자의 아이디어를 구현하라는 뜻이다. 어떤 사람이 팀에 참여하면 성공할 수 있다라든가 요즘 트렌드가 이거니 이걸 구현하면 성공할 수 있다와 같은 그런 허상은 버렸으면 한다. 스타트업 아이디어의 차별화를 넘어서 방식의 차별화도 이뤄야 한다. 나는 적어도 이제껏 성공한 케이스들에서 그들의 나름의 DNA를 가졌다라든가 문화를 형성했다는 말을 자주 들었고 관찰했다. 누군가의 방식이 아닌, 자신들만의 '무엇'에 근간을 둘 때 각자 나름의 성공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차별화는 단지 차별화에 머무르지 말고 유니크니스로 발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

스타트업에서 트렌드는 중요하다. 사회, 기술, 경제 등의 다양한 트렌드의 바탕 위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접목되고 꽃피는 것이 스타트업이다. 그러나 트렌드라는 것은 기본 베이스 위에서 변형될 때만이 의미가 있다. 핵심이 없이 그저 형태만 바뀌는 것은 트렌드가 아니다. 아마존의 CEO Jeff Bezos의 인터뷰 내용을 항상 되새겨본다. HBR과의 인터뷰에서 '5~10년 내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냐?'라는 질문에 그는 '나는 전략을 짤 때, 5~10년 내에 어떤 것이 변하지 않을 것인가?에 기반을 둔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변하는 형태에 현혹되어 변하지 않는 펀더먼탈을 무시한다면 스마트업이 될 수 없다. 비슷한 얘기지만 다른 얘기로 1차, 2차 산업의 기반이 없이는 건전한 3차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지금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넘어서 Internet of Things의 시대로 가고 있다. IoT가 현재는 그저 장난감이나 재미를 위한 수준에 머물러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장난감이 인류 모두의 큰 전진을 가능케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일상이 된 많은 것들이 처음에는 그랬으니깐. 앞으로 수많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겠지만, 그것들이 가능하면 현실에 바탕을 둬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현실 즉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것들은 사람들의 눈을 끌 수는 있지만 그들의 마음을 얻지는 못한다. 결국 사람들이 꾸준히 사용하는 제품/서비스가 지속된다. 이전 글에서 BITOM (BIT + ATOM)의 시대를 준비해야 된다는 논지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아톰의 시대가 비트의 시대로 바뀌었지만, 비트화된 아톰도 결국 아톰이다.

그리고 스마트업을 위해서 뭐가 더 필요할까?

실패하는 많은 스타트업들을 보면서 성공가능성을 높인 스마트업이 필요하다는 일종의 말장난에서 글을 시작했기 때문에 글에 진전이 없다. (두세달 전부터 적으려던 글인데 그때 생각에서 진전이 없다.) 소소한 몇 가지 이야기는 더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조언/오지랖이 오히려 스마트업이라는 느낌을 방해하는 것같아서 이만 줄인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이 되었든 스마트업이 되었던 그 속에 ART (예술/기술 모두)가 있다는 것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 ART가 없다면 그저 STUP/SMUP일 뿐이다.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Fund & Platform 전략

Gos&Op 2013.05.20 09:31 |
Share           Pin It

내부인을 위해 적은 글입니다. 감안하고 읽으세요.

--

최근 몇 년동안 회사 분위기 및 서비스 상황을 관찰한 결과, 다음은 이미 혁신의 능력을 상실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개개인의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문화 속에 내재하는 혁신밈을 잃었다는 의미다. 새로운 사람에게서 창의성을 기대할 수도 있으나 그런 인재가 다음에 들어올 가능성도 많이 희박해졌고, 또 설령 입사하더라도 이미 공고해진 다음의 문화에 동화되면서 혁신의 열정을 상실하는 것은 의지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다. 린스타트업 방식을 채택한 NIS가 나름의 성과를 내는 좋은 시도는 맞지만 구조적 한계 또한 명확하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가 없다. 즉, 다음의 미래 먹거리는 내부에서 나올 수가 없다는 쉬운 결론에 이르렀다.

혁신 능력을 상실했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다음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기회가 있다. 수년동안 이룩한 '다음'이라는 견고한 브랜드가 있고, 여전히 사용자들의 삶에 밀착된 서비스들이 있고, 또 다음을 믿고 다음의 서비스를 애용하는 많은 사용자들이 있다. 그리고, 아직은 미래를 결정할 수 있을만큼의 유동성 자산도 충분히 있다. 요약하면 견고한 플랫폼이 존재하고, 미래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투자 여력이 있고 견고한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해줄 수 있다면 한 가지 결론에 이르게 된다. 바로 외부의 창의력에 투자하고 그들의 능력을 흡수/이식하는 것이다. 이름하여 Fund & Platform 전략이다. 즉, 외부 스타트업을 지원하여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고, 다음탑 등의 공간을 그들에게 개방해서 다음 플랫폼을 통해서 그들의 서비스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해주는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나 플랫폼 전략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나, 현재 다음이 처한 상황에서 다음의 강점을 잘 살리는 길이다.

이미 세인의 주목을 받는 스타트업을 비싼 가격으로 인수합병 M&A하는 것이 아니라, 벤처 캐피털과 같이 초기 종자돈을 투자해서 지분 참여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초기 자금 투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픈API나 디자인 컨벤션, 데이터분석 등과 같은 기술 지원과 서버/클라우드 등의 초기 인프라도 제공해줄 수가 있다. 완성된 서비스는 다음탑 (탭)을 통해서 광고/홍보되고 서비스로 연결되도록 한다. 스타트업으로써는 초기 자금, 기술, 홍보 및 운영 노하우까지 전수받고, 다음은 외부의 (독릭적인) 혁신 기술/서비스를 꾸준히 수혈받을 수 있다.

소액 투자는 회사로써 큰 위험 부담도 없고 (1억정도면 신입사원 3명의 1년 연봉 밖에 되지 않는다. 아이디어/사람에 따라서, 또는 지분 참여비율에 따라서 증액하는 것도 가능하다.) 오히려 내부에서 많은 제약 -- 눈치와 간섭 -- 속에서 기획/개발하는 것보다 (시간 및 비용 측면에서) 저렴하고 불활실한 M&A보다 안전하다. 그리고 벤처 캐피털처럼 성공한 벤처에 투자해서 수익을 얻는 것은 재무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이사회를 통한 압력을 가할 수는 있겠지만) 직접적으로 다음의 서비스와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얻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기술 및 인프라 지원은 있으나, 서비스의 컨셉 및 방향성은 간섭없이 창업자들의 절대자유의지에 맡김으로써 다음의 기존 관점과 전혀 다른/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가 있다. 다음펀딩 스타트업의 서비스들이 다음 플랫폼을 통해서 제공되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그렇지 않은 유망 스타트업들의 서비스들도 (전략적 제휴를 통해서) 다음 플랫폼에서 홍보, 제공될 수도 있다. 지금이 컨텐츠 플랫폼에서 서비스 플랫폼으로 전환의 적기다. 플랫폼화 다음으로 다음을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 벤쳐 에코시스템을 상상해볼 수도 있다. 외부인을 위한 데브데이나 컨퍼런스를 활서화시켜 내외부인들 간의 통섭, 초협력의 기회를 만듬으로써 다음인들에게도 새로운 자극을 줄 수가 있다.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면 미래가 있는 이들에게 길을 양보하는 것이 맞다. 세상은 변했고 또 변한다. 몸집을 키운다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서비스의 내실을 다지면서 외부의 혁신을 허하라.

Imagine Impossible, Do Possible. 상상하고 행동하라.

P.S., 구체적인 실행안은 생략합니다. 행간의 모호함은 의도적으로 남겨뒀습니다.

(2013.05.09 작성 / 2013.05.20 공개)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Share           Pin It

인터넷/IT 트렌드를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타트업들의 창업 아이템이 뭔가를 조사하는 것보다는 최근에 펀딩에 성공하거나 큰 기업에 인수된 회사들의 아이템을 조사하는 것이다. 스타트업, 즉 벤처는 특성상 생존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그들의 창업 아이템이 실제 현재 트렌드를 반영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펀딩이나 IPO에 성공했다거나 비싼 가격에 매각되었다는 것은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인정받았다는 증거가 된다. 물론 현재와 같이 불확실한 시대에는 펀드레이즈 및 인수가 해당 기술의 생존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최근 업계의 소식을 접해보면 특징적인 것이 있다. 모든 기술/서비스들이 나름 의미가 있고 때로는 어렵고 진일보한 것들이기는 하지만, 최근에 뉴스에 등장하는 서비스들은 조금 '짜치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말했듯이 '짜치다'라는 것이 해당 서비스가 불필요하다거나 무의미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던 시절에는 웹기반 이메일 서비스, 카페 등의 커뮤니티 서비스, 검색 및 Q&A 서비스 등의 큰직큼직한 서비스들이 등장했고, 아이폰과 함께 열린 모바일 시대에도 트위터나 포스퀘어, 에버노트 등의 조금 큰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이들 서비스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다. 사람들이 필요로하는 웬만한 큰 서비스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새로운 것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을 지켜봐왔다. 대표적으로 구글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검색에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는 동안 수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검색을 내세웠지만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모바일에서도 비슷하게 후속 서비스들이 등장하지만 이미 확고한 자리를 잡은 1등 서비스들 앞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 나오는 서비스들은 틈새를 파고드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자금이나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이 기존 서비스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겠지만, 그런 당연한 (메가히트) 서비스들로 인한 선택의 폭이 좁아지면서 -- 역설적이게도 -- 새로운 선택의 폭이 확장되고 있다. (물론 그렇게 스타트업들이 만들어낸 서비스가 가능성이 있으면 큰 기업에서 그들의 노력을 보상/인수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일들이 발생해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한다.)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서비스가 절실한 소수의 만족을 극대화시켜주는 그런 종류의 서비스들이 틈새 또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들이다. 최근 야후에 인수된 Jybe나 Summ.ly의 추천 및 뉴스요약도 일종의 틈새시장이다. 추천이나 요약이 작은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야후에서 인수된 서비스의 경우 보편적인 추천/요약이 아니라 특화된 추천/요약이기 때문에 틈새를 공략했다고 보는 거다.

지난 몇 년을 되돌아보면 인터넷/IT 트렌드를 주도/바꾸는 서비스들도 있었다. 구글이나 야후의 시기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트위터, 페이스북, 포스퀘어, 핀터레스트 등이 실시간, 소셜, 위치기반, 큐레이션 등의 큰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런 트렌드들이 보편화된 이후에는 그들의 장점을 벤치마킹해와서 좀더 우리 삶에 밀착된 그리고 어떻게 보면 사소한 (짜치다라고 표현한) 그런 영역의 니즈 또는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전혀 새로운 물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에코 또는 플랫폼에 기생해서 만들어지는 서비스나 앱들이 대부분 그렇다. 이런 서비스들은 소수들에게 극대화된 재미를 제공해주어 그들을 열혈 팬으로 만들고 있다. 이렇게 니체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서비스들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같고, 그런 보상으로 더 큰 기업에 인수/흡수되는 것같다. 물론 큰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술을 인수하는 것보다는 그런 재능을 고용하는 측면이 더 크다. 어쨌든 최근 인수소식들을 보면서 예전보다는 조금 짜친 것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어떤 측면에서 그런 짜친 것들이 공룡들이 발견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짜침이 사소함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했다. 더 디테일하고 우리에게 밀착된 것이다.

작은 아이디어가 새로운 큰 것이 되는 것을 자주 본다. 다만 아쉬운 것은 국내 시장은 너무 작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해외에서 작은 시장이더라도 국내 전체 시장을 맞먹는 경우가 많다. 그러데 국내에서는 웬만한 시장을 확보하지 못하면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늘 글로벌 개척에 대한 욕망은 숨겨서는 안 된다.

그냥 짜친 아이디어들이 실현되는 것같다는 느낌을 한줄로 적으려다가 글이 길어졌다.

(2013.03.28 작성 / 2013.04.03 공개)

P.S., 제주4.3사건의 기억이 여전한 오늘입니다.
아침에 나는 오늘이라는 하루를 선물받았다라고 생각했는데,
65년이 지나도 여전히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모든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Share           Pin It

지난 밤에 문득 든 생각이다. 여느 때와 같이 아무런 근거는 없다. 그냥 문득 든 생각일 뿐이다.

카카오톡의 이른 성공이 오히려 해가 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카카오톡을 게임플랫폼으로 개방하고 우연히 애니팡이 국민게임이 되고 그래서 예상 외로 빨리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철저한 계획에 의한 성공이라면 대단한 것이지만, 내 생각에는 단지 그냥 운에 따른 수익화로 보인다. 모네타이징까지 최소 1년 정도는 더 기다려야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모르긴 몰라도 카카오 경영진들도 그렇게 예상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순식간에 애니팡이 국민게임이 되어버렸고 경쟁이 붙은 조급한 사용자들은 친구들에게 구걸하는 것을 넘어서 돈을 주고 하트를 구입했다. 이후의 몇몇 게임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불안 요소라면 게임의 인기 주기가 너무 짧다는 것정도다. ** 댓글을 통해서 '이른 성공'이라기보다는 '갑작스런 성공'이 맞는 표현이라고 말씀해주시네요. '벼락 성공'이 어쩌면 더 적합한 표현인 듯합니다.

그냥 이 느낌을 조금 중성적으로 다음과 같이 페이스북에 올렸다.

스타트업이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 적절한 시점에 모네타이징에 성공해야 한다.
그런데 너무 이른 모네타이징이 오히려 독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운에 따른 너무 이른 성공의 부작용...

스타트업에게 지속적인 성장과 견고한 BM은 숙명의 과제다. 스타트업들의 대다수가 적절히 성장하지 못해서 결국 문을 닫는다. 간혹 SNS나 뉴스기사에 한번이라도 언급된 서비스라면 그나마 성공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의 서비스/제품은 이름 한번 불려보지 못하고 그냥 사라져 버린다. 간혹 잘 만들어진 서비스/제품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서 성장의 궤도에 오른다. 초기 안착 및 성장에 성공했다 손치더라도 수익화라는 두번째 장벽을 만난다. 성공적인 펀딩은 성장을 위한 밑걸음일뿐 안정적인 수익화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펀딩에 성공해서 기업가치가 높게 매겨져도 적절한 수익모델이 없으면 결국 또 시장에서 사장된다. 그나마 잘 풀린 케이스는 큰 기업에 인수되어 제품, 기술 또는 인재가 흡수되는 경우다. 물론 초기의 성장과 수익모델이 영원한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시장의 상황이나 경쟁자의 등장 등의 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어쨌든 성장과 수익모델은 스타트업이 결국은 풀어야할 숙제다.

구글이 지속적인 성공을 이룬 이유도 초기에 우수한 랭킹기술을 통해서 사용자 및 규모의 성장을 경험했고, 또 적절한 타이밍에 검색광고라는 BM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도 어느 대학 내의 인맥관리에서 시작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뒤에는 꾸준한 성장과 (간혹 분석가들의 예상치에는 못 미치지만) 광고를 통한 수익이 꾸준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트위터의 경우는 초기에 안정적인 -- 서비스 가용성 측면에서는 불안정한 -- 성장을 거뒀지만, 여전히 수익모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핀터레스트도 성장은 성공했지만 여전히 수익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트위터와 핀터레스트의 미래가 조금 걱정되기도 한다. 그 외에 많은 서비스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했지만 적절한 수익을 내지 못해서 여전히 발버둥치기도 하고 적당한 가격에 다른 기업에 인수되기도 한다. 포스퀘어는 전자이고 인스타그램은 후자다.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이 초기 성장 이후, 최근의 수익화까지 이뤘다. 그러면 앞서의 논리대로라면 카카오의 앞날은 창창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냥 감으로 말하면 긴가민가하다. 수익을 내기 전에는 엄청난 운영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를 걱정했다. 그러나 다행히 게임 컨텐츠 판매로 안정적인 수익을 발생시켰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른 수익화가 아닌가?라는 의문이 든다. 물론 수익이 빨리 나면 좋은 거다. 그런데 이것이 단지 운에 따른 수익화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긴가민가하다. 여전히 서비스는 성장하고 수익을 계속 낼 수는 있겠지만 그 이후의 성공 스토리를 이어갈 수 있을까?에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모든 성공에는 이유가 있다. 이유가 명확한 경우도 있고 모호한 경우도 있다. 구글의 성공 및 수익화는 명확했다. 그런데 내 느낌에 카카오의 성공은 조금 모호하다. 예상했던 결과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다. 예상보다 빠른 성공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성공 또는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는데, 이유가 모호하니 교훈을 얻을 수가 없다. 어쩌다 얻어걸렸는데 '어쩌다'를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러면 성공을 재현할 수가 없다. 무료 메시징 서비스가 단지 시대가 필요했던 기능일 뿐이면 후속 성공을 보장하기 힘들다. 다음의 한메일이나 카페가 그런 경우였다. 다음이 최근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한메일이나 카페의 성공 원인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냥 시기를 잘 맞았을뿐, 성공에 따른 교훈을 얻을 수가 없다. 철저한 분석과 준비를 통한 성공이 아니라 시기와 운에 따른 성공은 그래서 위험하다. 카카오도 어쩌면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금 이런 글을 적고 있다. 이유가 있는 실패가 이유가 없는 성공보다 낫다.

그리고 이른 성공에 따른 자만과 헛된 자신감도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우연한 큰 성공 이후에는 -- 인간이기에 -- 그냥 우리가 만들기만 하면 대박이 터질거야라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카카오를 직접 사용하지 않아서 그들의 후속 서비스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카카오스토리의 PV가 페이스북보다 앞선다는 그런 종류의 기사는 가끔 나오지만, 그래서 이게 수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페이스북도 모바일에서 여전히 수익화에 고전중이다. 모바일 페이지만 있는 카카오스토리는 페이스북보다 더 못한 상황이라고 봐야할 듯하다. 컨텐츠 판매는 여전히 모호하다. 지금은 도토리를 판매하던 시절이 아니다. 결국 광고 사업을 나서게 될 것인가? 카톡의 성장과 수익화에서 교훈을 얻었으면 당연히 카스에서도 같은 성공을 벌써 이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런 얘기는 아직은 못 들어봤다. 오히려 경쟁자들의 부상 및 해외시장에서의 한계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들려올 뿐이다.

카카오의 미래를 알 수 없으니 이런 글을 적을 수가 있다. 부디 성공하길 바란다. 실패에는 이유가 있지만 성공에는 이유가 없다. 그래서 불안하다.

(2013.03.13 작성 / 2013.03.20 공개)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companyjit.tistory.com BlogIcon 컴퍼니제이 2013.03.20 12: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새로운 시각의 글이네요.. 모두가 카톡의 성공에 대해서 찬양만 할때 이런 관점도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2. Favicon of http://freeover.tistory.com BlogIcon FreeOver™ 2013.03.20 12: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요즘 보면 게임은 카카오를 대통합되는 분위기는 합니다~

CBO가 되자

Gos&Op 2013.03.11 09:38 |
Share           Pin It

일전에 외부 개발자들이 모여서 하루밤동안 내외부 API를 이용해서 프로토타이핑 서비스를 개발하는 13회 데이데이 때의 일화입니다. 외부 개발자를 위한 행사였지만, 사내 개발자들도 3팀이 별도로 참가했습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한 팀을 이뤄서 참가했길래 어쩌다가 옆에서 같이 밤을 새었습니다. 중간 야식 시간에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그들은 이번 서비스를 더 잘 다듬어서 실리콘밸리로 진출할 거라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성공적으로 실리콘밸리에 안착하면 제게 CTO 자리를 맡기겠다고 하더니, 이내 그냥 미디어/블로그 담담으로 CBO (Chief Blog Officer)를 맡기겠다고 말했습니다. 팀으로 모여서 서비스를 하나 만들면서 당찬 포부를 밝히는 모습을 보면서 다음날 정신이 든 이후에 내가 그와 비슷한 이들에게 CBO의 역할을 해주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제가 말하는 CBO는 블로그담당관이 아니라 Cheif Brake Officer입니다. 즉, 제동담당이 되는 것입니다.

Y Combinator의 Paul Graham이 '스타트업은 성장이다 Startup = Growth (번역된 글)'다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창업을 해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스타트업은 성공할 수 없다는 그의 말에 적극 동감을 합니다. 그렇지만 이상만 보고, 자신의 열정과 패기만을 믿고 도전 도전 도전만을 외치는 이들이 간혹 염려스럽기도 합니다. 걸음마 단계의 아이가 막 뛰어가다가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지까 봐서 조마조마한 부모의 심정입니다. 한 손에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다른 손에는 젊음이라는 여정과 패기를 가지고 도전을 하면 한동안은 거침없이 성장해나가겠지만 어느 순간 현실의 장벽에 막혀서 이제껏 쌓아온 성과마저도 완전히 와해되어버리는 것도 종종 봅니다. 도전과 실패에서 교훈을 삼는 미국과는 달리 한번 실패는 영원한 낙오로 쉽게 간주되어버리는 한국이라는 현실에서는 더욱 안타깝습니다. 그렇기에, 이상향만을 보면서 달려가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완급이나 방향조절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세하지만 그런 완급이나 방향 조절을 해주는 사람으로써의 CBO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이릅니다. 스타트업의 본질이 성장이지만 제동없는 성장이나 방향변화없는 성장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구글의 초기에 펀딩을 받은 직후에 그들을 도와줄 어른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들었고, 그래서 영입한 이가 현재 이사회의장인 에릭 슈미트입니다. 에릭 슈미트가 구글의 CEO로써 구글을 본 궤도에 올려놓은 것도 알고리즘과 기술과 패기만을 가진 페이지와 브린의 지고나가려는 것을 적절히 제어하면서 방향이나 완급을 조절해줬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슈미트의 업계 경험이 없었다면 어쩌면 구글은 지금쯤 그냥 좋은 기술과 제품을 가진 연구실정도로 성장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벌써 그들의 기술과 제품을 다른 회사에 팔아넘겼는지도 모릅니다. 끝이 없는 직선주로에서 승부가 결정난다면 브레이크는 애초에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굴곡과 요철이 산재해있고 또 그런 것들이 전혀 예상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브레이크나 핸들이 필요합니다. 비행기의 경우도 자동항법장치만으로 웬만한 비행이 가능하지만, 난기류를 만나면 그때 파일럿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서두에 말했든 참가팀도 6명의 기획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아이이어가 대박이 날 것이라고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더 현실적인 조언(보다는 딴지)을 계속 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게 사람들이 진짜 좋아할 것같냐? 벌써 비슷한 서비스는 많이 있다. 차별화 포인트를 못 찾겠다. 이게 그냥 기술적으로는 가능하고 그래서 지금처럼 프로토타잎을 만들고 나면 기분은 좋겠지만, 이게 정식으로 서비스에 들어갔을 때에 마주칠 난관은 어떻게 해결할거냐? 등의 딴지를 걸었습니다. 어차피 성공을 확신한 그들에게는 저의 이런 딴지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외부인의 중립적/객관적인 시각으로 조언을 해주는 것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한 분이 너무 부정적으로 말한다고 불평을 하셨지만, 제가 그저 부정적인 사람이라서 그런 의견을 개진한 것이 아닙니다. 저도 단지 기분좋게 말해줄 수도 있었지만 그것이 제 역할이 아니다라는 걸 느꼈습니다. 당장은 듣기 싫은 얘기를 해주면서 더 큰 그림을 그리고 더 장기적인 궤도를 알려주는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최근에 신규 서비스 기획회의에 들어가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른 글에서도 밝혔지만, 기획자들은 꿈을 꾸고 있고 개발자들은 자신의 능력에 과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서비스의 유니크니스나 차별화 포인트를 명확히 밝히지도 못하면서 이런 서비스가 나오면 대박이 터질 거에요라고 스스로 세뇌가 된 기획자들의 모습도 자주 보게 되고, 또 개발자들은 그런 서비스나 기능을 만드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제가 다 해줄 수 있어요 식으로 자신의 능력을 뽐내고 싶어 하는 것을 종종 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비슷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못한 태도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해서 내게 필요한 기능을 만들어서 제공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해줄거야라는 의미에서 비슷하다고 말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기획자들이 생각하는 서비스나 기능을 이미 다른 경쟁자들도 생각해뒀고 어디에서는 비슷한 것을 구현 서비스 중에 있고 또 다른 곳에서는 사업성이 없다고 접었을 수가 있다는 말입니다. 성공한 벤처보다 실패한 벤처가 더 많습니다. 애초에 말이 안 되는 기획안을 가지고 덤빈 경우도 있지만, 말이 되지만 너무 말이 되어서 경쟁자가 너무 많고 시장이 포화된 상태여서 실패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업계의 트렌드에 대한 너른 시각을 가지고 또는 아웃사이더로써의 다른 생각을 가지고 딴지를 걸어주는 사람이 없는 기획,개발팀은 결국 모두가 생각하는 고만고만한 제품/서비스를 만들어내고 또 하나의 실패경험만 쌓아갑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 실패하는 것을 종종 봅니다. 집단/멤버의 능력이나 자질에 문제가 있어서 실패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동질성에 따른 실패입니다. 하나의 집단을 형성하면 서로 동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의겹을 취합하다 보면 시각이 비슷해지고 시야가 좁아지고 시선이 고정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정해진 목표를 향해서 힘차게 내달릴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목표가 글로벌 옵티멈 포인트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물론 똑똑하고 경험이 많은 이들이 모였으면 그래도 괜찮은 목표점을 잡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또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반례들이 넘쳐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시각이 비슷해지면 그 집단은 개인보다 못할 수도 있습니다. 스타트업을 위해서 모인 이들도 처음 필받은 아이디어에 꽂혀버리면 그 아이디어가 가지는 태생적 문제점을 보지 못하기도 하고 주변의 여건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저 이걸 빨리 구현해서 서비스를 하면 대박날거야라는 환상에만 푹 빠져있을 뿐입니다. 집단의 큰 비전은 중요하지만 그 비전이 시각의 획일화로 귀결이 된다면 재앙이 됩니다. 시야가 좁아지고 시각이 같아지면 결국 더 다양한 것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런 똑똑한 집단의 성공은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로켓에는 제동장치가 필요없습니다. 한번 쏘아올리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로켓이 아닙니다. 때로는 반대와 딴지를, 때로는 칭찬과 부가정보를 제공해주는 그런 역할을 하는 제동장치의 역할...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를 타고 가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아이디어와 열정이라는 가속장치를 가졌다면 여기에 현실적 여건 (자금, 법규제, 경쟁사 및 업계동향 등 포함)이라는 제동장치도 함께 준비해서 성공적인 성장을 구가하는 스타트업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자금이나 법 등은 제가 어쩔 수가 없지만, 적어도 생각의 브레이크 역할을 해줄 수 있습니다.

나 스스로가 몽상가, 데이드리머인데 또 스스로 브레이크가 되겠다는 말은 참 아이러니하다.

(2013.03.01 작성 / 2013.03.11 공개)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