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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는 자신이 가진 솔루션을 적용할 문제를 찾고 엔지니어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을 찾는다라는 말로 과학(자)과 엔지니어링을 구분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적절한 구분인 것같다. 데이터 분석/마이닝도 같은 관점에서 구분할 수 있을까? 문제에 맞는 솔루션을 찾는 사람은 데이터 마이너고, 알고리즘에 맞는 문제를 찾는 사람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고 부를 수 있을까? 별로 좋은 구분인 것같지 않다.

최근 빅데이터나 데이터 사이언스 등에 관심이 조금 쏠리고 데이터 기반의 무엇 (Data-driven X)이라는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된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말도 있지만, 데이터와 연결된 용어들이 범람하면서 데이터 선무당들도 많이 늘고 있는 것같다. 간혹 지난 몇 년동안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모아놓았는데 이걸로 빅데이터 분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는 류의 질문을 받곤 한다. 가혹 (데이터 분석의 생리를) 알만한 사람들도 비슷한 요청을 한다.

앞서 엔지니어와 과학자를 구분하면서 문제와 솔루션 중 어느 것에 익숙한가로 정했다. 데이터 마이닝이 과학이냐 엔지니어링이냐를 구분하기는 문제와 솔루션이 적당한 측도는 아니지만, 데이터를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좋은 설명이 될 것같다. 데이터 마이닝은 문제와 솔루션 사이에 데이터가 존재한다. 데이터가 문제와 솔루션 사이를 연결한다고 봐도 좋다. 그래서 크게, 문제(서비스)에 맞는 데이터를 수집해서 적당한 솔루션을 찾는 방향과 솔루션이 적용될 문제를 찾아서 데이터 인사이트를 얻는 방향이 있을 수 있다. 서비스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나이브하더라도 그것에 맞는 알고리즘을 찾아서 적용해보고 필요하면 더 나은 알고리즘을 찾거나 기존 것을 개선하면 된다. 반대로 알고리즘에 익숙하다면 서비스를 조금씩 이해하가면서 자신의 솔루션을 끼워넣으면 된다.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다른 접근법이 있기는 하다.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것인데, 가장 이해하기 힘들고 피했으면 하는 접근법이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한테 데이터가 많이 있으니 괜찮은 서비스 하나 만들어볼까요?라는 접근이다. 데이터만 (많이) 있으면 서비스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많은 경우 데이터 접근법이 실패한다. 모든 것은 컨텍스트 내에서 정의된다. 데이터의 컨텍스트는 서비스다. 유능한 사람은 데이터 더미에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겠지만, 나같은 범인은 그러지 못한다. 데이터가 많다고 데이터 기반의 실행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 데이터가 많기는 한데 데이터 분석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언젠가 필요할 것같으니 다 모아두자는 식으로 데이터를 쌓아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많은 회사에서 그런 데이터조차도 관리하고 있지 않지만... 불필요하게 공간만 차지하는 필드들도 많고, 정작 필요한 데이터는 애초에 없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적용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데이터를 모으거나 필요한 형태로 가공해야 한다. 데이터가 잘 정립된 곳에서도 데이터를 가지고 새로운 분석을 하거나 서비스를 만들 때 5할은 데이터 정의/변환에 소요되는데, 그냥 데이터만 쌓아둔 경우라면 9할을 여기에 허비하게 된다. 그러면서 서비스를 이해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하지만, 깔끔하지는 않다.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목적없이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가들을 힘들게 만들지 않았으면...

데이터에 맞는 문제, 데이터에 맞는 솔루션은 없다. 데이터가 왕이 아니라, 왕이 될 데이터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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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에 애플의 개발자컨퍼런스 WWDC가 시작되었고, 키노트를 통해서 신제품이 소개되었습니다.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행사지만 애플의 신제품에 대한 관심은 날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서 어떤 제품이 소개될 것이고 어떤 제품이 배제될 것이라는 것이 다 알려졌지만 그래도 실제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길 원합니다. 더우기 현장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기까지 합니다. 어제 키노트의 시작도 2시간 내에 WWDC 참석 등록이 완료되었다는 내용으로 시작했습니다. 저는 요즘 EURO 2012와 디아블로3, 그리고 새로 배우기 시작한 테니스 등으로 심신이 피곤해서 새벽에 라이브로 키노트를 감상하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낮시간에 애플 홈페이지에 올라온 키노트 동영상을 확인했습니다. 이미 언론이나 블로그를 통해서 어떤 제품, 어떤 기능이 포함되었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다 알고 있지만, 그래도 직접 발표하는 장면을 보는 것도 좋은 경험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가 아니라서 다소 싱거워졌기는 하지만... 잡스의 키노트를 통해서도 발표에 대해서 많이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WWDC 기조연설 및 제품발표가 애플의 유산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모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 어제 어떤 제품이 소개되었고, 또 어떤 기능들이 추가되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적을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위의 동영상이나 WWDC를 취재한 다양한 기사들/포스팅들이 이미 존재하니 그것들을 참조하면 될 듯합니다. 그 대신 이번 WWDC에서 소개된 제품들을 통해서, 오늘 아침에 문득 떠오른, 애플이 현재 집중하고 있는 제품/서비스 전략에 대해 (추측한 내용을) 다뤄볼려고 합니다.

어제 WWDC에서는 맥북에어 MBA / 맥북프로 MBP (그리고 MBP 레티나), 차기 Mac OSX인 마운틴 라이언 Mountain Lion, 그리고 차기 모바일 OS인 iOS6가 발표되었습니다. 애플이 왜 이 세가지 제품을 소개하였고, 왜 이런 순서로 제품을 소개했는지를 조금만 깊이 생각한다면 현재 애플이 집중하고 있는 사업 또는 비즈니스 전략을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잘 아려진 이야기로 1997년도에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이후에 가장 먼저 단행한 것이 바로 제품라인업의 단순화였습니다. 당시에는 PC사업만 하던 때라서 데스트탑라인업과 랩탑라인업으로 구분하고, 전문가용제품과 일반용제품으로 4등분했습니다. 지금의 제품으로 본다면 '맥프로 vs iMac vs MBP vs 맥북'이라는 4개의 제품(군)으로 나눠서 성능 및 가격을 조정했습니다. (당시 스티브 잡스가 밝힌 유명한 일화로 친구가 PC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하면 당시의 애플 라인업에서 제품이 너무 다양해서 어떤 제품을 추천해줄지 막막했다는 것이고, 그리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바로 추천해줄 수 있는 최고의 제품만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나 현재 CEO인 팀 쿡 등이 여러 번 밝혔듯이 애플의 강점은 집중/단순화에 있습니다.

21세기를 네개의 제품군으로 시작한 애플이지만, 이후 iPod과 iTunes (Music) Store를 비롯해서, iPhone, 앱스토어, iPad, 애플TV,  iCloud 등의 다양한 제품들이 애플 라인업에 포함되었습니다. 다양한 제품들이 추가되었지만 여전히 1997년 이전의 PC만 판매할 때의 제품라인업보다 단순합니다. 어쨌든 현재는 다양한 제품군들이 추가되었기 때문에 어쩌면 지금 -- 잡스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팀 쿡으로 CEO가 바뀐 현 시점 -- 애플은 다시 단순화작업을 시작해서 집중해야할 때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측면에서 어제 WWDC에서 소개한 제품 및 발표순서는 뭔가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물론 WWDC는 개발자를 위한 행사이기 때문에 일반 소비가전(?)보다는 그들이 다양한 악세사리나 SW를 개발하기 위해서 도움이 될 제품들을 소개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iPhone이나 iPad에 대한 내용 (iPad는 출시된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음)이 빠졌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WWDC라는 공식행사를 통해서 애플이 보여주고 싶었던 수 많은 제품들이 있을 법합니다. 그런데 왜 애플은 새로운 랩탑라인업, 맥운영체제, 그리고 모바일운영체제만 그리고 이 순서로 발표했을까요? 앞서 말했듯이 개발자를 위한 행사기 때문에 그에 맞는 제품 구성이기도 합니다. 2시간의 짧은 행사입니다. 그 시간을 통해서 애플이 제공하고 싶은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2시간을 채울 적당한 것들을 선별하고 또 선별해서 발표했을 것입니다. 그들의 선별 기준이라면 당연히 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 즉 현재 그리고 미래의 전략제품일 것입니다. 그런 전략제품의 이면을 더 깊이 생각해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현재 애플은 우리의 삶에 매우 중요한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첫째, 현재 애플이 집중하는 대상은 데스크탑보다는 랩탑, 즉 포터블기기에 있다는 점입니다. 어제 유일하게 소개된 HW는 맥북 라인업입니다. MacRumors.com의 Buyer's Guide를 확인해보면 현재 MacPro, MacMini, iMac 등이 발표된지 250~350일 정도 지났습니다. 맥북 라인업에 대한 기대에 못지 않게 맥데스크탑 라인업에 대한 기대치도 높은 때였습니다. 그런데 어제 WWDC에서는 데스크톱이 아닌 랩탑만을 소개했습니다. 데스크탑 마켓도 여전히 중요한 포션을 차지하지만 포터블기기의 그것보다는 중요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렇기에 애플도 포터블기기에서의 혁신에 더 집중하고 주도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소리지만...)

두번째는 HW인 맥북 라인업을 먼저 소개하고 다음에 SW/OS인 OSX 마운틴라이언과 iOS6를 발표했습니다. 애플은 대표적인 HW와 SW가 통합된 회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전까지는/여전히 대중들에게는 SW보다는 HW로 더 잘 알려진 회사입니다. 그냥 HW회사였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데스트탑 라인업을 소개하고, 랩탑 라인업을 소개하고, 이후에 모바일/팜탑 라인업 순으로 제품을 소개했다면 자연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작은 랩탑 HW였지만 중간은  OSX였고, 대미는 iOS6였습니다. 이를 통해서 애플이 현재 더 집중하고 있는 곳은 단순히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HW보다는 그것을 운영하고 더 큰 가치를 만들어주는 OS/SW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세번째는 OSX를 먼저 발표하고 이후에 iOS를 발표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서도 PC보다는 모바일기기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재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도 PC의 영향도에서는 많이 벗어나서 더 모바일의 영향 아래 묶이고 있습니다. 애플이 모바일 혁명을 선도해왔지만, 그래도 여전히 PC 기반의 기업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참고로, 몇 년 전에 Appple Computer Inc.에서 Apple Inc.로 사명을 바꿈) 여전히 PC에서의 사업을 더 고집했다면 iOS보다는 OSX에 대한 관심이 높았을 것이고, 그런 점이 발표 (내용 및 순서)에 잘 나타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제는 iOS가 발표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즉, PC소프트웨어보다는 모바일 소프트웨어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네번째는 단순한 SW의 제공자로써의 애플이 아닌 (토털) 서비스/솔루션 제공자로써의 애플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어제 소개된 마운틴라이언이나 iOS6의 주요 기능들이 모두 iCloud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냥 적당한 OS나 SW/앱 만들 만들어서 제공해주는 것이 아니라, 백단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계시켜주는 의지를 볼 수 있엇습니다. 키노트 서두에서도 애플은 플랫폼이 될 제품들을 계속 만들어서 제공할 것이고, 그 위에 추가될 다야한 서비스/앱들은 개발자들의 몫이라고 밝혔습니다. 플랫폼 제공자로써의 애플과 그 위에서 마음대로 뛰어놀 사용자로써의 개발자가 만나서 애플에코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 듯합니다. 10년도 더 전에 경영구루 톰 피터스 Tom Peters도 단순한 제품을 만들어서 소비자들에게 팔 것이 아니라, 솔루션을 만들어서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라고 그의 책 '미래를 경영하라 Re-Imagine'에서 밝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애플도 단순히 제품라인업을 추가해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역량을 사용자들을 묶어둘 서비스/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에 더 집중하는 전략을 세우지 않았나 추측하게 됩니다.

2시간의 짧은 키노트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앞으로 애플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의 제품만을 선별해서 소개했을 것이고, 또 그 중요도에 따라서 키노트를 구성했다는 것을 충분히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데스크탑 라인업 대신 랩탑 라인업만 소개했다는 점, HW를 먼저 소개하고 이후에 OS 등의 SW를 소개했다는 점, OSX를 소개한 후에 iOS로 키노트의 대미를 장식했다는 점, OS의 많은 기능들이 클라우드에 연계되었다는 점... 저는 짧게 설명했지만 그 속에 숨은 깊은 함의를 깨닫는다면 향후의 서비스/제품 기획/개발 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상상을 하고 또 상상을 해야할 시기입니다. Imagine & Re-imag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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