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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에 대한 오해

Gos&Op 2013.01.22 09: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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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에 관련된 포스팅을 여러 번 올렸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애플과 혁신을 바라보는 이상한 시선'이라는 글에서 애플의 신제품 발표 이후에 쏟아지는 '애플에 더이상 혁신은 없었다' 류의 반응에 대한 글이었고, 후속으로 '소비자는 혁신을 구매하지 않는다'라는 글도 올렸습니다. 더 최근에는 박원순 시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혁신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글도 적었습니다. 그 외에도 자주 혁신에 관련된 내용을 계속 적어왔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저 자신부터 혁신에 대한 이상한 신화/오해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말에 읽었던 조세프 슘페터의 전기 <혁신의 예언자>를 읽으면서 내가 혁신을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라고 느낀 순간이 있었습니다. 책에서 --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 혁신은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 표현을 읽는 순간 내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혁신을 생각하면 늘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제품만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새롭고 다른 기술이나 제품이 나왔더라도 그것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고 그냥 기존에 형성된 시장 내에서만 기능을 한다면 그냥 대체제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혁신은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라는 짧은 글을 남겼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치하에서 애플이 혁신적이었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들이 단순히 기존 제품을 발전시킨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냈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이 모든 것들은 모두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재디자인한 것뿐입니다. 그러니 그런 제품을 보면서 혁신이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 애플이 혁신적이었던 이유는 그런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능력보다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카테고리, 새로운 트렌드, 그래서 새로운 시장/수요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아이팟은 단순히 MP3플레이어지만 아이튠스와 함께 새로운 음악소비시장을 만들었습니다. 아이폰은 전화기/핸드폰 시장에서 경쟁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스마트폰이라는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이폰에서 가장 쓸모없는 기능이 통화하기입니다.) 아이패드도 기존의 PC나 노트북 또는 넷북과는 별개의 틈새시장을 뚫고 들어가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기 때문에 혁신적이라고 평가했던 것입니다. 단순히 옛것을 대체할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만든 것이 아닙니다.

신제품이 발표되면 항상 따라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카니발 효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카니발 효과란 새로운 제품이 기존 제품의 시장을 갉아먹어버리는 것을 뜻합니다. 새로운 수요/시장이 아니라 기존에 만들어진 시장 내에서의 경쟁제/대체제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시장의 크기는 그대로인데 경쟁제품의 수만 많아지는 것입니다. 그런 시장에서는 디자인, 품질경쟁도 벌어지지만 근본적으로 가격경쟁이라는 치킨게임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새로운 제품이 나와서 비록 기존의 시장을 일부 잠식하더라도 새로운 시장/수요를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그래서 시장 자체가 더 커졌다면 이런 경우는 과다출혈경쟁이 아니라 자신만의 경쟁을 펼칠 수 있습니다. 또 상기시켜야할 대목은 아이팟 나노가 나오던 시점에 애플은 나름 잘 나가던/시장이 혀성된 아아팟 미니를 단종시켜버렸다는 점입니다. 아이팟 클래식, 아이팟 미니, 아이팟 나노는 모두 별개의 영역을 가지고 있지만 (아이팟 터치가 나오기 전으로 알고 있음) 일부러 아아팟 미니를 단종시켰습니다. (참고, 기획의 신 스티브 잡스) 카니발 효과에 벌벌 떨면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보다는 그런 기존의 시장을 제거해버리고 새로운 제품을 위한 시장/기회를 준 것도 일종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것입니다. 혁신은 언제나 파괴를 전제로 합니다. 파괴는 없애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기회/수요를 위한 준비과정일 뿐입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그냥 새로운가?를 물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가? 또는 카니발효과를 무시할만큼 더 큰 시장을 만들 수 있는가?를 점검해야 한다.

개그콘서트가 계속 잘 나가는 이유가 인기있는 코너들을 폐지하고 새로운 코너들을 계속 선보임으로써 긴장감을 게속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꾸준히 신인 개그맨들을 발굴해서 그들에게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코너나 특정인의 인기에 의존하다보면 그 코너/개그맨의 인기가 시들해지면 전체가 무너져버립니다. 'MBC 예능본부장이 밝힌 무한도전 김태호PD 성공이유'라는 기사의 내용도 맥을 같이 합니다. 예능프로그램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6개월 내지 1년마다 PD를 바꾸거나 작가를 바꾼다고 합니다. 김태호PD는 때가 되면 무한도전 작가를 교체한다고 합니다. 비록 교체된 작가가 상대방송사 런닝맨에서 주축 작가로 활동해서 화살이 돌아오기도 하지만 자기변신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비록 뼈아픈 일이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무한도전과 김태호PD도 최고의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고, 또 교체된 작가도 무한도전의 틀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더 넓은 세상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사람에게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것과 또 유능한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전파하는 것도 일종의 시장을 확장시키는 방편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최근에 어떤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표현을 봤습니다. (다양한 책들을 동시에 읽어서 책 제목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책에 대량 혁신 Mass Innovation이라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일상 생활에서 생산, 소비, 미디어 등이 대량 mass와 합쳐져서 mass production, mass consumption, mass media, mass communication 등의 용어는 쉽게 들어봤지만, 혁신이라는 단어에 mass를 연결시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mass innovation이라는 표현을 읽고나서 뭔가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혁신은 그저 소수의 천재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라는 그런 선입견을 깨어준 표현입니다. 대량혁신도 가능하겠다는 생각, 그리고 그런 시대를 준비/대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끔 일어나는 혁신이라서 하나씩 수용하면 되던 그런 좋은 시절이 지나고, 혁신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때 -- singular point / critical mass -- 우리는 과연 적응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2013.01.15 작성 / 2013.01.22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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