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01.19 겨울의 한라산 윗세오름
  2. 2013.12.28 눈길 발자국 이정표 그리고 결단
Share           Pin It

2주 전 아주 맑은 주말에 한라산 윗세오름을 가지 못했던 것이 계속 미련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2주 연속으로 새벽 일찍 일어나서 윗세오름을 다녀왔는데, 더 큰 미련이 남게됐습니다. 두 주 모두 일기예보상으로 날씨가 좋다고 해서 큰 맘 먹고 새벽에 일어났습니다. 겨울에는 어리목 코스가 조금 더 짧기 때문에 어리목 휴게소로 갔는데, 입구에서는 분명 하늘에 달과 별이 밝게 빛났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에는 사제비동산 즈음에서부터 안개가 껴서 백록담도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고 (점심시간 전후로 날씨가 게었지만), 이번 주에는 기대했던 새파란 하늘은 아니었지만 백록담을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산행을 조금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일생에 몇 번 기회가 없는 풍경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일몰 사진은 그나마 가늠할 수 있지만, 일출 사진은 종잡을 수 없습니다. 백록담을 배경으로 하는 1년에 몇 번 없는 일출의 기회, 그것도 하얀 설산에서의 일출 사진을 놓쳤습니다. 그냥 맑은 하늘의 일출은 자주 접할 수 있지만, 붉게 물든 백록담 일출은 구경하기가 어렵습니다. 어쩌면 저의 인생 사진이 될 뻔했던 그 기회를 놓쳐버러셔 미련이 많이 남습니다. 어쩌면 오는 주말에도 산행을 시도할지도 모릅니다.

겨울철에 백록담 일출 사진을 담으려면 최소 5:30에 기상해서, 6:00에는 산행을 시작해야 된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 나름 소득입니다. 큰 순간을 놓치고 소소한 앎을 얻었습니다.


6시에 기상해서 어리목 휴게소에 도착하니 대략 6시30분, 스패츠 아이젠 등을 장착하고 등산을 시작합니다. ISO25600으로 맞춰서 0.5초 노출로 찍어서 많이 흔들리고 노이즈가 심하지만 대략적인 당시 상황을 볼 수 있습니다. 구름이 조금 끼었지만 달 (그믐달인데 흔들려서 보름달처럼 보임)과 별자리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시작은 이렇게 예감이 좋았습니다.


2.5km정도 힘든 등산길 끝에 사제비동산 입구에 도착했을 때 하늘이 붉게 불타고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30분만 더 빨리 일어났더라면, 10분만 더 빨리 등산했더라면 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적어도 1km는 더 가야지 백록담이 보입니다. 아무리 빨리 걷어라도 10~15분은 더 소요될 거리입니다. 내려 오시는 분이 빨리 가서 사진을 찍으라고 말했지만, 벌써 늦어버린 것을 직감했습니다.


겨우 백록담이 보이기 시작하는 만세동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하늘색은 벌써 그 붉은기를 잃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제 인생 사진도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등 뒤로는 아침 여명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저보다 한시간 일찍 올라오신 분들은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백록담의 일출을 제대로 담았을 것입니다. 저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어제 찍은 사진이 온라인에 좀 공유됐으면 좋겠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백록담 서벽까지 걸어갔습니다. 이미 높이 쏟은 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서벽에서 돌아와 영실쪽으로 잠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왕 올라온 건데 다양한 뷰의 백록담 사진을 담고 싶었습니다. 비록 기대했던 새파란 하늘도 아니고, 아쉽게 놓친 일출도 아니지만 설원의 백록담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습니다.


잠시 영실코스로 올라오는 등산객들을 구경합니다.


다시 차가 있는 어리목 휴게소로 돌아오면서 늘 그렇듯 아쉬운 마음으로 백록담 사진을 찍습니다.

아쉬움이 절 이끌었지만 더 큰 아쉬움만 남겼습니다.

언제부턴가 인생 사진을 한장은 남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어쩌면 지난 주말이 그런 기회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기회를 놓쳤습니다. 저의 사진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Share           Pin It

눈이 온다는 예보처럼 일어나니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장비를 모두 챙겨서 밖으로 나갑니다. 오늘 눈이 오면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설마 눈오는 오전에 사람들이 나보다 먼저 산책을 했겠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집 뒤에 쏟은 삼의악오름으로 향했습니다. 지난 밤에 일찍 잠들어서 보지 못했던 응사를 아침에 다시보기 하느라 조금 늦게 출발했더니, 벌써 몇 분이 저보다 먼저 눈밭에 발자국을 남겨놓았습니다.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또 그 자국을 보면서 생각을 합니다.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Aperture priority | Partial | 1/40sec | 0.00 EV | 28.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3:12:28 11:20:55

누군가가 나보다 먼저 이 길을 걸었고, 자국을 남겨놓았다는 것은 내가 그것을 따라가면 안전하게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발자국에 맞춰서 걷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급해졌는지 걸음걸이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누군가 먼저 갔기 때문에 내가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욕심을 부렸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그것보다는 이미 밟아놓은 자리라서 그걸 따라가다 보니 제 페이스가 아닌 그 발자국의 페이스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우리 인생도 그런 것같습니다. 누군가 먼저 이 길을 걸어갔다는 것은 큰 위안이 되지만, 또 한편으론 큰 부담감이 됩니다. 나도 끝까지 완주해야 하는데, 내가 먼저 치고 나가야 하는데...

산길 계단에 난 발자국은 일정하지가 않습니다. 꾸준히 한카씩 발자국이 새겨져있다가 간혹 한칸이 비워진 경우를 봅니다. 괜히 심술이 나서 앞선 발자국이 없는 곳을 밟습니다. 그런데 조금 어색합니다. 아마 나도 처음 그 길을 걸었다면 두칸을 한꺼번에 넘었을 것입니다. 앞선 이들의 경험이란 것이 거저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괜히 내 길을 걷겠노라고 이상하게 걸으면 피곤하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남이 밟은 그곳만을 밟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길을 걷다보면 어느 순간 아무도 밟지 않은 곳으로 향합니다. 여전히 길은 끝난 것같지 않지만 발자국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결정의 순간입니다. 그냥 뒤돌아설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 내가 개척해 나갈 것인가? 누군가의 흔적이 없어졌다는 것은 그런 두려움과 견단을 동시에 줍니다. 그러나 조금은 앞으로 전진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바로 돌아설 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감을 얻어서 더 전진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발자국이 없다고 해서 길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산행로의 다양한 이정표들이 길을 표시해줍니다. 그래서 길을 잃지 않고 전진할 수 있나 봅니다.

그런데 혼자 앞을 치고 나가는데 이정표 하나 없는 전혀 막다른 길에 다다릅니다. 또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길을 찾아서 더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확실한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결정을 내릴 것인가? 아주 예외적인 상황에서 예외적인 사람들은 앞으로 전진합니다. 그리고 성공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예외적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조금 앞을 탐색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되돌아서는 것도 지혜입니다. 범인이 예외적인 사람들처럼 나섰다가는 그냥 길을 잃고 조난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되돌아서는 것이 어리석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고민을 하다가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서서 주변을 둘러보니 올 때는 보지 못했던 다른 길이 보였습니다. 다시 이정표를 보면서 걷습니다. 

오늘 산행으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지금 어떤 길을 걷고 있고, 그저 누군가의 발자국만 쫓아서 걷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이정표를 따라 걷고 있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내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가? 혹시 지금 이정표가 없는 곳에서 결심을 하고 결정을 내릴 때인가? 등등의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누군가의 발자국을 쫓아서 걸어야할 때가 있고 또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야할 때가 있습니다. 지금이 그 때인 듯합니다. 아직 결론은 내리지 못했지만 눈길의 산행이 제가 답해야할 물음표만 던져줬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